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소문이 엄청 빨리 퍼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뭔 일을 당하면 요양원내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죠.

 

“옆 병동의 직원하나가 거주자의 돈을 훔치다 걸려서 퇴사를 당했다.”

“직원 XX의 엄마가 XX 수술을 했다고 한다.”

“직원 XX는 코 수술을 하느라 휴가를 냈다더라.‘

 

이런저런 소문 중에는 같은 여자로서 감춰주고 싶은 소문도 있습니다.

아들 데리고 혼자 사는 이혼녀 여직원의 “자궁외 임신”.

 

안 나도 되는 소문인데 우리 요양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사람들이 몰라도 되는 일까지 금방 소문이 나는 동네가 바로 제 직장입니다.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여자들이라서 이렇게 소문이 빠른 것인지..

 

생각 해 보니 우리 요양원에 근무하는 남자 직원들도 말이 많기는 하네요.

 

남자 간호사들도 이런저런 요양원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몰랐던 요양보호사한테 알려주기도 하고, 요양원에 근무하는 건물 관리직원도 여자보다 말이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이건 남, 여를 떠나서 수다스러운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 그런 것인지...^^;

저는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소리 없이 조용히 사라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해야하는 기간이 짧아질수록 나에게 인사 해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얼굴만 알던 다른 병동의 직원들도 복도에서 일부러 나에게 말을 걸어올 정도였죠.

 

“너 그만둔다며? 뉴질랜드 간다며? 좋겠다.”

“응, 좋긴 뭐! 뉴질랜드 오지에 짱 박혀서 남편이 낚시가면 차 지킴이 신세인데..”

 

“너 그만둔다며? 벌어놓은 돈이 많은가봐?”

“내가 벌어놓은 돈은 없고, 남편이 조금 있을걸.”

 

“너 그만둔다며? 은행 통장이 빵빵한가봐?”

“나는 아니고, 남편 은행 통장이 빵빵할걸?”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단순히 내가 그만두는 것 때문인지, 아님 뉴질랜드로 장기간 여행을 가는 것이 여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많은 인사를 받았습니다.

 

특히나 내가 놀랬던 건..

요양원 거주자의 보호자중이 하나인 R.

 

80대 엄마를 위해서 매일 저녁 7시쯤에 요양원에 오는 60대의 효녀 딸.

1년 365일을 4년 보다보니 보호자보다는 직원같이 친근한 R.

 

어느 날 R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 조만간 그만둔다며? 뉴질랜드 간다며? 섭섭해서 어떻게 해?”

 

그 이야기를 듣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누가 거주자의 보호자한테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직원들끼리는 근무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쳐도.. 저녁에만 자기 엄마를 보러 와서 머물다 가는 R에게 내 이야기를 한 직원은 도대체 누구인고??

 

어느 날은 2층에 거구 100kg을 자랑하시는 N부인이 아는 척을 하십니다.

 

“진, 너 그만둔다며? 뉴질랜드 간다며? 언제가 마지막 근무야?”

“다음 주 금요일, 근데 그 날은 3층 근무야.”

“그럼 내가 널 보러 3층에 가야 되겠네? 가는데 작별 인사라도 해야지.”

“내가 근무 끝나고 올 테니 일부러 올라오지는 마!”

 

(독일어는 친한 사람들끼리 반말을 합니다. 존칭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에게 쓰죠. 직장 상사에게도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문화이니 어르신들에게 반말한다고 노여워 마시라~~)

 

내가 요양원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죠.

 

내가 그만둔다고 말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곳은 “우리요양원 인사과장(간병책임자)”.

 

내 입으로 말한 적이 없는 “퇴직”은 발을 달고서 요양원 안, 밖으로 몇 바퀴 돌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만 둔다는 걸 든 사람들(직원+ 거주자 + 거주자 보호자및 방문자)가 알았죠.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 나의 퇴직이었는데..

마지막 근무 날을 며칠 남겨놓고 듣게 된 시아버지의 병환!

 

우리가 가려는 건 “휴가”였으니 당연히 이 시점에서 우리의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맞죠.

그래서 요양원에 가서 “퇴직을 미뤄야 할 거 같다.”로 정정 완료.

 

오늘(9월13일)이 우리 계획상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복도에서 만난 “인사과장”에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우리의 ”휴가“는 잠시 미루게 됐고,

나는 계속 일을 해야 할 거 같다.”

“적어도 올 크리스마스 까지는 일을 하게 될 거 같은데..

혹시 변동이 생기면 그때 알려주겠다.”

 

내 퇴직에 관련된 서류는 아직 본사로 보내진 것이 아니어서,

저는 별다른 조치(새 입사서류)없이 계속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료직원들에게 내가 더 머물게 된 이유를 설명해야했습니다.

 

“가족 중 아픈 분이 계셔서 잠시 계획을 미루게 됐다.”

 

우리 직원 중에 남편이 외사촌 형수가 있어서 소문이 퍼지면 안 되는데.. 친척들 사이에는 소문이 안 났음 하는 남편의 요청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인사과장한테는 아빠의 병환을 말해야했고, 11월말에 수술을 하시게 됐다는 말도 해야 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알려줘야 타당한 이유가 될 테니 말이죠.

 

인사과장에게 말을 하면서 당부를 했습니다.

 

“직원 중 남편 친척이 있으니 웬만하면 누가/어떤 병인지는 비밀로 해 줬으면 좋겠다.”

 

오후쯤에 우리병동에 나타난 원장.

거주민중 할배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대화내용이 ‘전립선암???’

 

나를 만나러 내가 근무하는 3층까지 일부러 찾아온 거 같은데 뭔 이야기를 하는겨????

 

나를 보자마자 원장이 이야기를 합니다.

 

“네 이야기 들었어. 시아버지가...”

 

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갔죠. (쉿~)

 

“직원내 남편 친척이 있어서 이 일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았어, 네 시아버지 일은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네가 계속 근무하게 된 건 잘된 거 같아.”

 

직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퇴사하겠다던 직원이 계속 일을 하게 됐으니 요양원에서는 반가운 일이죠.

 

그냥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픈 걸로 해달라고 했는데..

제 생각대로 그 비밀이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족과 상관없는 사람들 사이에서야 상관이 없지만..

시어머니의 친척 귀에 들어가서 안부전화를 받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오늘도 저는 근무하면서 내 (퇴사)소문을 들었던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습니다.

 

“너 조만간 그만두지 않아?”

“원래 오늘이 마지막 근무 날이었는데... 일이 있어서 그냥 근무하게 됐어.”

“왜? 무슨 일인데???”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어서 오스트리아에 당분간 머물러야 할 거 같아.”

“누가? 남편이?”

“아니, 남편은 아니고..”

“그럼 시어머니가?”
“아니, 시어머니는 아니고..”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누가 아픈지 금방 알려질 거 같다니...ㅠㅠ

 

요양원내 직원+거주자 어르신들+ 보호자

저는 한동안 이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더 머물게 된 이유를 설명해야할 거 같습니다.

 

내가 떠나는걸 아무도 몰랐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다시 머물러야 하는 이유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참 겁나게 퍼져버린 “내 퇴사” 소문 때문에,

전 감당하기 힘든 뒤처리를 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냥 “가족 중 누군가”로만 알고 있었으면 좋을 텐데..

사람들의 호기심은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릴 테니..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받지 싶습니다.

한동안 내가 원하지 않아도 감당해야하는 소문의 뒤처리가 되지 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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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9.17 00:00

 

 

혼자서 사는 것이 힘들어 도움을 받고자 나이 드신 분들이 모여드는 곳, 요양원.

도움을 필요하다고 해도 처음부터 아무나 주는 도움을 받지는 않으십니다.

 

제가 실습생으로 근무했던 2년 동안 저는 내내 2층에만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1층이나 3층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얼굴만 아는 상태였죠.

 

그저 얼굴만 보며 오가도 친하게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소 닭쳐다보듯이 멀뚱거리며 우리를 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나 이국적인 외모에 억양도 특이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더 많죠.

 

요양원 근무 20년을 너머 30년에 들어선 동료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지금은 무거운 분들을 옮기는데 약간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전보다는 몸이 조금 더 편해진 듯 하지만..

 

대신에 정신적으로는 더 피곤해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지금의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겠죠.

 

특히나 “기싸움”은 아주 치열합니다.

 

상대에 따라서 직원을 데리고 노시는 분도 계시고..

강한 직원을 만나면 아양을 떠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날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

경력있는 직원들이 말하던 "그 의미(정신적으로 더 힘든)"를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 중에 유난히 까다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씻겨드려야 하는데, 안 씻는다고 하시고, 짜증내시고, 심하면 침도 뱉고, 때리기도 하시죠. 그래서 상대의 기분까지 봐가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근무하면서 어르신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자주 있죠.

 

3층에 내게는 참 힘든 상대가 한 분 계셨습니다.

70대 후반의 할배,Z.

 

젊은 시절에 축구를 하셨고, 축구 코치까지 하셨다는 Z할배.

연세는 드셨지만 덩치가 산 만하고 힘이 장사라 참 힘들었던 상대.

 

가끔 Z할배께 손목을 잡히면 얼마나 아프게 잡으시는지..

내 손목을 빼내고도 한동안 벌건 상태이곤 했죠.^^;

 

요양원 어르신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목욕을 하십니다. 내가 목욕탕에 들어가야 하는 날인데, Z할배 목욕시켜야 하는 날은 시작 전부터 식은땀부터 났죠.

 

가끔은 나는 불가능해서 선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나는 안 되는데 선배는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어르신들도 직원과 기싸움을 하는데 신입 같은 경우는 어르신이 월등히 유리하지만..

경력직원의 기는 이겨낼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요양원의 어르신들이 도움이 필요하니 아무 직원에게나 몸을 맡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친해질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죠.

연세가 드시고, 치매가 있으시다고 수치심을 못 느끼시는 건 아닙니다.

 

직원과 친해질 때까지는 자기 몸을 적나라하게 보이는 걸 꺼려하시니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직원이 아닌 새내기라면 도움을 거절하실 수도 있고, 협조를 안하실수도 있습니다.

 

가령 새내기 직원이 어르신께 “우리 화장실에 가서 얼른 기저귀 갈고 올까요?”하면 버럭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이 경력직원이 와서는 “언능 일어나, 빨리 화잘실 갖다 오자.”하면 순한 양처럼 일어나서 따라 가십니다.

 

잠깐! 위에 나온 대화는 반말이지만,

친근한 사이에서만 쓰는 독일어식 대화입니다.

 

처음 요양원에 입주하셔서는 씻으려고 화장실에서 옷을 벗겨드리면 가슴이나 아랫동네를 자꾸 덮으면서 가리시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고 직원들과 친해지면 그런 부끄러움은 다 벗어던지죠.

 

직원이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방귀를 아무렇지 않게 뀌어대고, “미안해!”는 말씀도 안하십니다.

 

심할 경우는 당신이 볼일을 보시는 동안 나가지 말고 화장실에 계속 서 있으라고...^^;

 

 

방귀뀌고 아무 말씀 안 하시는 어르신들께 저는 한마디 합니다.

 

“나오는 방귀야 참을 수 없으니 그렇다 쳐도 최소한 ”쏘리~“는 하셔야지요.”

 

치매 걸렸다고 매너까지 잊는 건 아니거든요.

 

볼일 보시는데 나가지 말고 안에 있으라고 하시는 어르신께는 농담처럼 말합니다.

 

“지금 독가스로 저를 질식 시키려고 그러시는 거죠?

볼일 끝나시면 변기물 내리시고 직원 호출벨 누르세요. 그럼 와서 닦아 드릴게요.”

 

씻겨드리는 중에 변기 위에 앉아서 볼일을 보셔 냄새를 풍기시는 할배.

얼른 변기 물을 내리니 “왜 내리냐?”고 성질을 내셨습니다.

 

 

이분은 매일 당신 변의 색이나 상태를 확인하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백세 할배.

 

“변기 물 내려도 당신이 어떤 색과 어떤 형태의 변을 보셨는지 확인은 가능하구요.

물 안 내리고 계속 안에 있음 우리 둘 다 산소부족으로 질식해요.“(뻥입니다.^^)

 

참으로 다양하고, 이상한 이야기가 많은 요양원.

 

다른 어르신들은 괜찮은데 나에게 유난히 까칠했던 Z할배.

 

내가 목욕탕에 들어가는 날 Z할배가 리스트에 있으면 아침부터 눈치를 살핍니다.

실실 웃으면서 가서는 인사를 하고 “목욕하러 갈래?”하면서 꼬드기듯이 이야기를 하죠.

 

기분이 좋아서 “그래”했다고 해도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니 목욕이 끝날 때까지 노심초사.

 

한번은 “목욕가자”고 하니 기분 좋게 일어나서 따라 오셨고..

“우리 면도 할까요?”도, “우리 손톱도 깎을까요?”도 다 OK.

 

목욕탕 열기에 (어르신들이 욕조 물에서 나오면 추우실까봐) 난로까지 켜놔서 후끈거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저 이날 참 많이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참 이해하기 힘드신 상황이고 현장이지만..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Z할배께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날이죠.

 

2년이 넘도록 나에게만 까칠했던 Z할배가 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라주셨으니 말이죠.

 

외모도 발음도 유난히 튀는 외국인직원이여서 그랬던 것인지..

항상 실실 웃으면서 다니니 만만히 보였던 직원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그렇게 Z할배를 목욕시켜드리며 인정받은 줄 알았었는데..

이분은 그 후로도 참 변화무쌍한 태도로 저를 대하셨습니다.

 

 

 

 

“히스테리”는 노처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히스테리는 여자들의 전유물인줄 알았었는데, 할배들의 히스테리는 여자들보다 더합니다.

 

물론 이것이 병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당신이 가진 상황에 불만족스러워 그러실 수도 있지만.. 히스테리를 언제 부리실지 몰라서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걷게 했던 Z할배.

 

그런 날들이 꽤 많았습니다.

 

복도에 서서히 퍼지는 독가스(=떵냄새)

코를 킁킁거리면서 누구의 뒷동네인지 확인 해 보니 Z할배의 궁디쪽 냄새.

 

“Z, 우리 얼른 화장실에 갈까요? 바지를 갈아입어야 할 거 같아요.”

 

잡아끄는 내손을 뿌리치고는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시는 Z할배.

엘리베이터 타고 아래층으로 가시면 다른 층의 직원이 다시 우리 층으로 모시고 오죠.

 

달래고, 꼬시고 해서 Z할배를 화장실로 모시고 가서 씻겨드리고, 닦아드리고, 새 옷도 갈아입혀드렸죠.

 

그날 저녁에 야간근무자에게 근무인계를 하면서 “Z이 떵싼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갔었다”했더니만, 야간근무자가 날리는 한마디.

 

"그래서 엘리베이터 안에 (떵)냄새가 진동했구나!“

 

그 말에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라고 해봐야 야간근무자 1명과 1,2층 근무자 2명)이 다 웃었었죠. 요양원에서만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냄새 진동하는 엘리베이터.

 

Z할배는 100살까지 사시겠다던 어르신이었습니다.

 

거동은 마비가 조금 덜된 반쪽에 의지해서 아주 천천히 걸어 다니실 수는 있으셨지만,

반신불수의 몸이시라 씻고, 입고, 먹는 것은 직원의 도움이 없이는 힘드셨던 분.

 

그래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참 강하셨던 Z할배.

어느 날 근무를 들어갔더니만 자리에 없으신 Z할배.

 

항상 그 자리에 산처럼 지키고 있으셨던 분이고, 도대체 어디를 가셨나 싶었더니만..

“심장에 문제가 약간 있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다음에 근무를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병원에 계시다 던 Z할배는..

최근에 들어갔던 근무 날에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 “요양보호사“의 삶에서는 절대 잊지 못할 Z할배.

 

쌩초보 실습생일 때부터 봐와서 내가 더 만만하게 보셨던 걸까요?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전문인처럼 보이고 행동하기는 했겠지만,

그분께는 그 “쌩초보 실습생”의 모습이 여전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죠.

 

날 많이 힘들게 하셨고, 엄청 까칠하게 대하셨지만..

가끔씩 내 이름을 불러주시고, 내 말에 따라주실 때 만족감을 더 크게 느끼게 해주셨던 분.

 

나에게 자주 웃음을 보이지는 않으셨지만, 가끔 기분이 내키시면 웃어주시는데..

환하게 웃으실 때는 너무 해맑아서 70대 노인의 얼굴이 아닌 아이 같은 표정이셨죠.

 

이제는 반신불수의 몸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계시겠죠?

Z할배는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한분이 되시지 싶습니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셔도 슬프지는 않습니다.

가시는 분들께는 “사시느라 고생하셨다. 이제는 편안히 가시라.”라는 인사도 드립니다.

 

저는 매일 죽음이 오가는 길목에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근무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에게는 돌아가신 분들과의 추억이 쌓이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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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연세가 드시고 계시니..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될때 시부모님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을 합니다.

 

집안에서 하루르 보내셔서 많이 안  움직이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전거 타러 가신다는 시아버지를 따라 나섰습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까지 합세하면 시어머니는 그냥 따라나서게 되는 상황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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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9.08 00:00

 

 

요양보호사인 나는  8시간이 아닌 10시간이 하루 근무입니다.

 

하루 일과에 따라 이어지는 일상 같은 근무, 10시간!

 

거의 매일 비슷한 일을 하는 10시간이지만.. 어떤 직원과 일을 하는지, 몇 명이 근무하는지에 따라서 일이 참 쉬운 날도 있고, 하루 종일 뺑이 치는 날도 있죠.

 

직원에 실습생도 한둘이 끼면 내가 할 일이 줄어드니 근무가 편해집니다.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날로 먹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

 

보통 근무에 들어가면 제일 바쁜 시간은 오전시간.

아침 식사가 끝나는 8시경부터 점심식사가 나오기 전인 11시30분 전까지 병동의 모든 어르신들을 씻겨드리고, 옷까지 갈아 입혀드려야 합니다.

 

내가 목욕탕에 들어가면 3~4분의 어르신을 책임지고 목욕시켜드리고, 머리 말려드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드린 다음에 점심을 먹게 될 각자의 테이블 앞에 모셔다 드려야 하고!

 

목욕탕을 들어가지 않는다면 각방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정도에 따라서 때로는 3~4분을 때로는 10분 이상을 바쁘게 다니면 씻겨드려야 하죠.

 

내가 “날로 먹는다”고 생각되는 날은..

제일 늦은 출근인 9시 근무를 들어가면서 달랑 한 분 정도 씻겨 드릴 때!

 

직원이랑 실습생이 부지런히 일을 해서 9시에 출근하는 내가 할 일을 팍 줄여놓은거죠.

이렇게 운이 좋은 날이 아주 가끔씩 있습니다.

 

반면에 3명 근무인데 그중 한 명이 “병가”를 냈고, 대체할 직원이 없는 경우!

그러면 2명이 하루 종일 빠진 한명 몫까지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달랑 주/2일 일하는 저는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날은 웬만하면 꼭 출근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정말 아파서 힘든 경우는 미리 전에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알려서 대체근무자를 구할 수 있게 하구요.

 

요새는 직원들이 전보다 팍 줄어서 근무가 힘든 상황인데..

제가 퇴근하고 주방에서 저녁을 보내다가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의자에 올라가서 창문에 모기장을 치고 방바닥에 발을 딛는다고 디뎠는데..

바닥이 아닌 신발 위였나 봅니다.

 

불을 켜놓으면 모기가 들어오니 주방 불을 끈 상태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죠.

 

발바닥에 쪼매 아프다. 하고는 정신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여전히 아픈 내 발바닥.

 

무슨 일이 있나하고 신발을 봤더니만..

슬리퍼에 피가 묻어있습니다.

 

발을 디딘 곳이 신발 위 인건 알았고, 신발에 뭐 뾰족한 것이 있나? 했었는데..

고리 쪽에 상당히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네요.

 

이곳에 발바닥이 베였던 모양입니다.

일단 소독하고 반창고를 바르고는 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작은 상처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걸을 때 마다 발바닥 아래쪽이 아파옵니다.

 

이틀 후에 다시 근무를 들어가야 하는데..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프면 하루 10시간 근무는 힘들죠.

 

상처는 크지 않는데, 발바닥이 조금 아프니 괜히 땡땡이 치고 싶어지는 마음.

“내일도 아프면 가정의한테 가서 이틀 병가 써달라고 할까?”

 

앞으로 3번만 일하면 “안녀엉~”인데 그중 2번은 병가??

 

마음의 유혹이 일었습니다.

발바닥은 살짝궁 아프고, 피도 조금 베어 나오는 상태.

 

내일은 어떤 상태가 될지 잘 모르겠는 지금.

 

“그냥 병가 이틀내고 나머지 하루만 근무하고 요양원과 작별을 할까?”

“그렇다고 내가 병가를 내면 나머지 직원들이 힘들 텐데..”

 

아프다고 최소한 하루 전에 알려준다고 해도 요새는 아픈 직원도 많고, 휴가 간 직원도 있고, 휴양을 간 직원도 있어서 인원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대체근무자를 구하라는 법도 없는디..

 

눈 감으면 이틀간 병가는 낼 수 있지만,

내 양심은 “가능하면 출근해야 한다” 외쳤습니다.

 

아픈 발바닥에 반창고를 떼어내고, 소독도 하고, 상처가 아물 수 있게 오후시간에는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내 발은 많이 호전된 상태.

 

발바닥에 아직 핏자국이 보이고, 누르면 아프지만 걸을 때 지장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출근은 할 수 있는 거죠.^^

 

페이스북에서 캡처

 

페이스북에서 간병(요양보호사)쪽 직업 단체에서 올린 포스팅이 딱 지금의 현실입니다.

 

“직원 2명은 병가를 냈고, 한명은 휴가를 갔고, 오늘도 (직원의 수가 적으니) (근무)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고, 지난 며칠 동안 직원이 부족해서 계속 뺑이 쳤는데...”

“잠시 ”그냥 병가를 낼까?“ 생각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머지 직원들의 근무가 더 힘들어지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데...”

 

그래도 이 직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도 견뎌내자.

뭐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입니다.

 

위의 내용처럼...

어제 분명히 멀쩡하게 근무한 직원이 다음날 “병가”라고 통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진짜로 아픈 것인지 아님 일하기 싫으니 가정의한테 가서 “병가확인서 하나 써 달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인성이 거시기 한 직원 같은 경우는 후자이지 싶습니다.

 

근무 개판으로 하고 출근해서도 일보다는 수다를 더 많이 떠는 직원들은 유난히 병가도 잦더라구요.

 

일하는 시간보다 담배 피러 가서 안 보이는 시간이 더 많은데 어디가 그리 아픈 것인지..

 

발바닥은 약간 따끔거리지만 걸을 때는 지장이 없으니 저는 출근을 합니다. 병가를 내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나 대신에 뺑이칠 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히 불편하죠.

 

저는 출근해서 내 몸은 조금 고되지만 마음은 편한 쪽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근무는 3번.

이틀 연속 근무하는 2층은 중증 장애를 가지고 계신 거대한(뚱뚱?)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내 몸은 조금 고되겠지만, 출근해서 왔다~갔다~하다보면 하루 10시간은 금방 지나는 것이고~

 

이왕에 하는 일 즐겁게 해야 나의 하루도 신이 나는 법이니..

 

내일 일하면 남은 근무는 2번.

저는 줄어가는 근무날을 손꼽으며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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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근무를 끝내고 온 저녁.

내일 출근해서 일하면..전 이제 딱 하루의 근무만 남게 됩니다.^^

 

오늘 퍼온 영상은..

"우리부부가 사는 법"입니다.

 

언젠가 제글에도 등장했던 "팁 받는 아내" 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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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9.06 00:00

 

 

하루 10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 한 후, 나의 저녁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다음날 근무가 없는 경우는 늦게까지 주방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지만, 다음날 근무가 있는 경우는 퇴근하면 바로 목욕탕으로 직행해서 씻고는 바로 침대로 갑니다.

 

침대로 바로 갔다고 해서 바로 자는 건 아니구요.

누워서 TV도 보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보통 다음날 근무가 있는 날은 저녁에 노트북을 켜도 다음날 올라갈 글을 업데이트하고 댓글을 읽고 거기에 댓글을 다는 정도로 사용하는데..

 

제가 간만에 다음날 근무가 있음에도 글을 쓰려고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건 머리에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풀어내려고 글을 쓰는 것이니 말이죠.

 

오늘 우리 요양원에 어르신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78세의 할배, Z는 병원에 잠시 입원 하셨었는데 거기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오전에 받았고, 85세의 할배, R은 “가실 때가 다 된 거 같다..”싶었는데 오후에 가셨습니다.

 

오후에 동료와 같이 R할배의 방에 들어가서 약간 비스듬하게 눕혀드리고는 평소에 즐겨 드셨던 차가운 맥주를 묻혀서 스펀지에 적셔서 입에 몇 번 넣어드렸었는데..

그것이 이승에서 드신 마지막 맥주가 되었네요.

 

R할배는 따님이 한 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할매의 동거녀가 거의 매일 찾아오셨었지요.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을 설명 드리자면..

 

우리 요양원 같은 경우는 요양원 옆으로 또 다른 아파트 건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입주해서 사시는 곳이죠.

 

요양원과 마찬가지로 이 아파트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저소득층이거나 아예 돈이 많아서 자비로 내던가 둘중에 하나죠.

 

집에서 사시던 분들이 더 이상 혼자 사시기 힘들면 요양원으로 들어오기 전에 입주해서 사시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다 도움이 필요하시니 “방문 요양”의 케어를 받게 되고, 저녁에 무슨 일이 있는 경우 긴급호출을 누르면 요양원 사무실로 바로 연락이 들어가죠.

 

아파트에서 호출이 들어오면 직원이 호출을 한 아파트에 전화를 걸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낙상을 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사무실에 걸려있는 해당 아파트의 열쇠를 가지고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합니다.

 

R할배는 동거녀랑 보통의 집에서 사셨던 모양인데..

R할배가 요양원에 들어오시면서 R할배의 동거녀는 옆의 아파트로 입주하셨던 모양입니다.

 

R할배는 요양원에 사시기는 하셨지만,

요양원내에 있는 카페에서 매일 동거녀와 시간을 보내셨었는데..

 

처음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시던 분이 치매가 깊어지면서..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장례식에서 받게 되는 망자카드

 

한 달 전쯤에는 낙상을 하셔서 병원에 며칠 입원하시고 그 후로는 침대에 누우셨죠.

연세가 있으신 분이 침대에 누우시면 신체적인 변화는 급격히 진행이 됩니다.

 

안 드시니 살도 빠지고, 어느 순간 몸에는 뼈만 남게 되죠.

점점 쇠약해지니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집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들었던 근무인계!

“R 할배의 동거녀가 옆에서 밤을 새우셨다.”

 

할배가 건강하실 때는 두 분이 요양원내의 카페에서 매일 만나셨지만, 할배가 누우신 후에는 매일 점심과 저녁때 오셔서 할배께 음식을 먹여드리는 일을 하셨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할배 옆에서 밤을 새신 것을 보면 말이죠.

 

밤을 새시고도 할배 옆에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셨는데..

할배는 오후 4시경에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할매는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을 감지하시고 24시간 할배를 지켜드렸던 모양입니다.

 

할배가 돌아가시고는 그 방에 들어온 직원(나랑 내 동료)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함께 하는 기도는 주기도문인 듯 했는데, 내가 독일어 주기도문은 외우지 못해서리..

 

저는 눈만 감고 R할배가 좋은 곳에 가시기를 한국어로 기도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80대 어르신 내외인데도 결혼을 하지 않으셨으니..

죄송하게도 저는 할매를 동거녀라고 표현합니다.

 

결혼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이다 보니 평생 살면서도 동거남/동거녀인 경우도 있습니다.(아니 결혼을 안 해도 되는 문화가 아니라 남자들이 책임지기 싫어서 결혼을 회피하는거죠.)

 

 

R할배가 숨을 거두시고, 의사가 와서 사망진단을 하고 할배의 시신을 덮고 나서,

할매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할배가 돌아가신 슬픔보다 당신의 몸을 먼저 챙겨야 하시는 거죠.

 

집으로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할매는 밤새 임종을 앞둔 할배께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당신과 함께 한 시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나도 가니 우리 다시 만나자”

 

이러셨을까요?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과연 떠나가는 내 남편에게 어떤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으려는지.. 집에 와서 남편에게 R할배의 곁을 지켜주신 할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나는 나중에 당신 옆에서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당신을 만나 행복했다고 이야기 하게 될까?”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이야기인디..

“부모님중 한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우리가 나중에 모시고 살까?”

 

몇 년 전에 이 말 했다가 남편한테 갈굼을 당했습니다.

남편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왜 재수 없게 이야기하지?“ 하는 거 같습니다.

 

마눌이 이상한 소리를 하니 마눌 입 막는 남편의 한마디.

“독일어나 열심히 공부해~”

 

남편이 이러면 마눌의 대답은 한결같죠.

“네~ (한국말로)”

 

더 이상 남편과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저는 아직도 생각합니다.

나는 남편의 임종을 지키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는지...

 

물론 남편보다 내가 먼저 갈 수도 있고,

우리 둘 다, 질병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휙~하고 갈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각을 합니다.

“나는 과연 떠나가는 남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는지..”

 

아마도 남편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들을 하게 되겠지요.

이런 말들을 말이죠.

 

“당신을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살아온 세월들이 다 고맙고 소중하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할 꺼라”고 했지만 그건 뻥이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나서 또 사랑하고 결혼할 꺼다. ”

 

“나보다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곧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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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9.05 00:00

 

 

요양보호사인 나는 요양원에 사시는 여러 어르신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직원인 내가 더 관심이 가고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어르신이 계신가 하면,

그냥 직원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만 해 드리는 어르신들도 계시죠.

 

아마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어떤 직원은 더 정이가고 사탕 하나라도 주고 싶고,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싶은!

 

그분들이 저한테 표현하는 것들이 그저 하는 인사치레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표현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저 립서비스로  “감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일부러 당신 방에 불러서 사탕을 쥐어주면서 감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뭐 주면서 하는 감사가 오히려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사탕이나 하나라도 일부러 챙겨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더 진심 같죠.

 

나에게 시시때때로 사탕을 챙겨주시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759

그래도 감사한 일들

 

별로 비싸지는 않는 사탕 한 봉지를 당신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은..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딸에게 부탁을 하거나, 딸과 같이 장보러 가야하죠.

 

 

 

그렇게 나를 주려고 B부인은 매번 사탕을 챙겨두시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한 달 전쯤 간만에 근무 들어가서 그 방에 갔더니 내 주머니에 찔려주셨던 사탕 한 봉지. 이것이 당신이 주시는 마지막 사탕인줄은 몰랐었습니다. ㅠㅠ

 

B부인은 요양원에 사시기는 하지만 혼자 다하시는 분이었죠.

단지 아픈 무릎에 오일이나 연고를 바를 때만 직원의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분답게 환상을 보시고 환청을 들으시는 B부인.

B부인의 방에 들어가면 시시때때로 당신의 상상 속에 있는 남자 이야기를 곧잘 하셨죠.

 

말을 더듬으시고 입안에서 웅얼거리듯이 말씀을 하셔서 말씀하시는걸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헬무트“라는 이름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신경 써서 들어야 합니다.

 

B부인이 “헬무트“이야기를 하신다면 ..

어디가 안 좋다는 말씀이시니 직원들이 신경을 썼었죠.

 

‘헬무트가 밤새 내 옆에서 떠들어서 잠을 못 잤다.“

“헬무트랑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나보고 돈 내라고 해서 내가 다내야 했다.”

 

“헬무트“라는 인물은 B부인이 젊은 시절에 옆집에 살았던 이웃이였던거 같은데..

도대체 어떤 인간성이였길레, 치매를 앓으시는 B부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심폐소생술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하지 말라는 신호인 나비모양.

 

간만에 근무를 들어갔던 지난 금요일.

 

1층에서 근무를 하고 저녁 8시에 철야 근무자에게 근무인계를 하고 있을 때,

2층에 근무했던 직원이 B부인이 “Palliative 팔리아티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팔리아티브“는 죽음이 목전에 있다는 뜻.

너무 정정하셨던 분이시라 믿지기 않아서 내가 해야하는 1층 근무인계를 마치고,

2층 근무자가 근무인계를 하는 동안에 얼른 B부인의 방에 가봤습니다.

 

원래 살이 없으셨는데 얼굴에 살이 더 빠져서 홀쭉해지신 상태.

그래도 말씀도 하시고, 창문도 닫아달라고 하셔서 “설마..”하면서 퇴근을 했습니다.

 

보통 팔리아티브는 숨이 넘어가고 있는 상태인데..

B부인은 살은 많이 빠지셨지만 의사표현도 정확하게 하셨거든요.

 

다시 출근한 화요일.

나는 B부인이 월요일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뵈었던 B부인이었는데, 그사이 하늘로 가셨다니..

 

이미 90대 중반이라 연세는 많으셨고, 무릎이 아프셔서 휠체어에 앉으신 상태로 생활을 하셨지만, 그래도 직원 도움 없이 사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셨네요.

 

우리 직원들은 이것도 “복”이라고 표현합니다.

타인이 씻겨주고, 먹여주고, (궁디) 닦아주는 도움 없이 끝까지 스스로 하는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노후의 마지막이라고 우리 전문인들은 말합니다.^^

 

금요일에 뵈었는데, 월요일 저녁에 돌아가셨다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가실 수 있는 것인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에 계셨던 분들도 이렇게 빨리 가시기는 않는데..

 

내 질문에 간호사가 대답을 합니다.

“B부인이 돌아가시려고 드시지도 마시지도 않으셨어.”

 

역시나 살 의지를 놓으셔서 그렇게 빨리 가셨나 봅니다.

 

치매를 앓는 육신에서 벗어나 말도 더듬지 않고,

환상 속 헬무트도 없는 세상으로 가셨겠지요?

 

B부인, 이번 생 사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당신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당신이 날 위해 챙겨주신 사탕 한 봉지가 당신이 주신 마음이신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드시는 사탕을 아껴서 나에게 주셨던 그 마음.

당신이 나에게 하셨던 가장 큰 감사 인사였죠.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외국인 직원이라 더 버벅이고, 더 서툴렀을텐데도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시고 (일하는 모습이)예쁘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uf wiedersehen 아우프 비더제엔.

 

이 인사는 헤어질때 하는 "잘가라"는  독일어 인사인데..

합성어인 두 단어를 쪼개면 wieder(비더/다시)sehen(제엔/보다)

 

다시 만나자는 뜻이 담긴 작별인사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요. 그래서 "굿바이"보다는 "비더제엔"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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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9.03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