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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고참이 되어가는 중

by 프라우지니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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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직업군과 더불어 다양한 국적,

다양한 성격의 직원들이 있습니다.

 

현지인 직원과 외국인 직원이

한 팀을 이뤄서 일을 하고,

새내기 직원은 경험이 풍부한

직원과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노하우를 익히게 되죠.

 

요양원 정직원 7년차가

되어가니 나도 이제는

고참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새내기 직원들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러 다니죠.

 

 

 

요양원에 새로 오신 60대 초반의 B.

 

뇌경색으로 뇌수술을 한 후에

아주 약하게 반신불수가 되어

우리 요양원에 오신 신입생.

 

B씨에 대한 정보로는

찰나의 순간에

욱하면서 화를 내고,

목소리가 큰걸 싫어하니

조용하게 말해야 하고”..등등등

 

나는 외국인이라 어르신들이

알아 들을 수 있게

독일어 발음을 제대로

발음하려고 또박또박,

천천히, 또 크게 말하는디..

 

사실 제 목소리가

조금 크기도 합니다. ㅠㅠ

 

새로 오신 B씨의 방에 가서는

인사를 했습니다.

 

반가워요. 저는 직원 지니입니다.

요술쟁이 지니요.”

 

http://jinny1970.tistory.com/1977

 

나는 요술쟁이 지니

제 실습요양원에서 제가 불리는 이름은 “bezaubernde Jinny 베자우번데 지니” 사전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bezaubern (베자우번)사람이나 사물에 요술을 걸다. 한마디로 “요술장이 지니”입니다.

jinny1970.tistory.com

 

 

뇌 수술할 때 머리뼈를

잘라낸 상태라 머리의 한쪽이

함몰된 듯한 비주얼이지만,

환하게 웃으시면서

인사를 해오셨죠.

 

제가 원래 목소리가

조금 큰 편이거든요.

다른 분들은 가끔 왜 소리를

지르냐고 하시는데,

절대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아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B씨와 안면을 텄는데,

저녁 식사 후에 다들 침대로

가시는 시간에 B씨를 모시고

방에 갔던 볼리비아 출신인

L이 와서 하는 말.

“B씨가 옷을 안 갈아입고,

그냥 침대로 가시겠다고 해서

갈아 입혀 드릴 수가 없었어.”

 

이런 경우는 두 가지죠.

 

싫다고 하셔도 한두 번은

갈아입자고 회유와 설득을

해가면서 갈아 입혀야 하는데,

신입들은 상대방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능력이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일하기 싫었는데

잘됐다 싶은) 경우.

 

L이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른 B씨의 방으로 갔습니다.

 

낮에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에 누워계신 B씨께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낮에 입은 옷 그대로

침대에 누워 계시면

내일은 뭐 입으시게요?

잠옷으로 갈아 입으셔야지요.”

 

 

 

내 말에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시는

B씨께 내가 씩 웃으면서 날린

한마디.

 

집 없는 노숙자도 아니고

왜 낮에 입었던 옷을

입고 주무세요?”

 

옷장에서 잠옷으로 입을만한

티셔츠 하나를 꺼내서 입혀드리고,

파자마로 입을만한 짧은 바지는

안 보여서 아랫도리는

기저귀 팬티를 입으셨으니

그냥 주무시라 하고 나왔죠.

 

내가 L보다 더 경험이 있는

직원처럼 보여서 그렇게

쉽게 응해 주셨는지,

아니면 L은 애초에 잠옷을

입혀드리려 시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성공!

 

방에 들어오는 직원에 따라서

다른 행동을 하시는 어르신중의

한 분인 K부인.

 

https://jinny1970.tistory.com/367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요양보호사”도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요양보호사도 간병이 필요한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인이거든요. 서비스 직종에서는

jinny1970.tistory.com

 

 

식사 시간이라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배변훈련을 한 후에

식탁에 앉혀드리는 시간이라

L이 그 방에 들어갔는데,

금방 나오지 않아서 내가 잠시

방안을 기웃거려보니

아직 침대에 누우셔서는

일어 나시자L의 말이

안 들리는 척 하시는 중~

 

자꾸 시간이 지체되니 들어가서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금방 음식이 오는데

일어나셔야죠.”

 

내 말에 벌떡 일어나시는 K부인.

 

신입 직원이 하는 말은

안 들리는데, 내 말만 들리는

이유는 내가 더 친절해서인 것인지

아니면 나를 더 좋아하셔서?

 

어르신들도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시죠.

 

만만한 직원이 오면

당신도 하실 수 있는 일을

직원들에게 시키고,

직원의 말은 따라 주시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직원이 오면

얼른 직원 말에 순응하시죠.

 

K부인은 안 들리는 척

힘 없는 척이 나에게는

안 통한다는 걸 아시니

바로 반응하신거죠.

 

가끔씩 근무를 하니

병동내 변해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어르신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해드리는 대신에

잠시 보류를 할 때도 있습니다.

 

요양원에 오실 때부터

소변줄을 꽂고 사시던 T씨가

내가 왜 소변줄을

꽂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신후에 병원에 가셔서

소변줄을 빼고 오셨죠.

 

사실 소변줄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꼽지만,

타당한 이유도 없는데

개인이 적극 원해서 꼽게 되는

경우도 있죠.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기저귀 종류

 

T씨가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은 주머니로 소변이 나오던

장치를 빼 버리니 성인용 팬티

기저귀(일명 팸퍼스)

착용하신 T.

 

목욕을 마친 후에

팬티형 기저귀를 입혀드리니

추가로 팬티 안에 작은

기저귀 패드를 하다

더 넣어 달라시는 T.

 

밤에 주무실 때는 밤새

기저귀가 홀라당 다 젖어서

침대까지 젖는 일이 없도록

추가로 기저귀를 하나

더 넣어드리지만,

활동을 하시는 낮에는

요의를 느끼시고,

화장실로 갈 수 있으니

팬티형 기저귀 하나만

사용하셔야 한다니 계속

추가 기저귀를 달라고

요구하십니다.

 

추가로 기저귀 패드를

더 넣어 드리는 건

기다리셔야 할거 같아요.

하루에 팬티형 기저귀를

3~4씩 버린다면 팬티 안에

기저귀를 하나 넣어서

젖을 때마다 빼내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지만,

소변줄을 빼신지 얼마 안됐으니

일단 소변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도 해야하고,

화장실도 잘 가실때마다

확인 해야하니 낮에는 팬티형

기저귀만 착용 하셔야 해요.”

 

무조건 추가 기저귀 패드요구에,

설명을 여러번해서 더 달라

말은 하시지 않으셨고,

T씨에 대한 간병 보고서에

추가 기저귀 패드 요구를 했으나

지금은 소변이 잘나오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해서

거절함이라 기록을 했죠.

 

 

 

직원 회의때 T씨와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추가 기저귀 패드

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내 옆에 앉아있던 현지인

2년차 직원인 EL 하는 말.

 

“T씨가 추가 기저귀 패드

넣어달라고 하셔서

내가 드렸는데?”

 

그 말에 간호사가 뒤집어졌습니다.

 

낮에는 팬티형 기저귀만

입는 이유가 있는데,

추가로 넣어달라고 한다고

넣어주면 어떻게 해?”

 

EL은 독일어가 딸리는

외국인 직원도 아닌데,

T씨와 실랑이하는 대신에

그냥 추가 기저귀를

넣어 드린 거죠.

 

요양원 직원들은 병동에

사시는 분들이 요구하시는

서비스를 해 드려야 하지만,

요구하시는 모든 것들을

무조건 들어드리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이 정말로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경력에서

오는 노하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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