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겠다고 사직서를 내고 2주가 지났습니다.

 

내가 그만둔다는 뉴스를 듣고 나에게 반응하는 직원은 제각각입니다.

나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나를 보자마자 꼭 안아줍니다.

 

아무 말 하지는 않지만,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네 소식 들었어, 아쉽게도 그만 둔다고..”

 

우리병동의 책임자가 휴가를 가 있는 기간에 사직서를 제출했었는데..

 

휴가에서 돌아와서는 근무 들어간 나를 꼭 앉아줬습니다.

물론 저도 그녀를 보고는 큰소리로 “마마(엄마)”하면서 안겼죠.

 

실습생 시절 나에게는 다 선생님이고, 엄마 같았던 동료직원들.

 

그래서 농담처럼 그녀들을 “마마”라고 불렀었는데..

아직도 “마마”라고 부르면 나를 꼭 안아주는 직원 중에 한명이 바로 우리병동 책임자죠.^^

 

나와 친한 직원들은 나를 안아주면서 나의 퇴직을 아쉬워했고,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는 직원들은 나를 보면 질문을 합니다.

 

“너, Deutschland 도이칠란트(독일)간다며?”

“나 Neuzeeland 노이질란드(뉴질랜드)가는데?”
“엉? Neuzeeland 노이질란드?”

“Deutschland도이칠란트나 Neuzeeland 노이질란트(드)나 같은 ”Land란트(땅)“인데 뭐!”

 

이런 식으로 대화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근무 중에 시간이 조금 나는 오후라면 마주서서 수다를 떨겠지만,

시간이 빠듯한 오전에는 마주서서 잡담할 시간이 없거든요.

 

시간이 나는 오후에 직원들이 앉아서 조금 쉴 때는 질문꾸러미를 받습니다.

 

 

 

“뉴질랜드는 왜 가?”

“남편이 5달 휴직을 했거든. 그래서..”

“거기가면 뭐해?”
“남편은 낚시를 하겠지.”

“그럼 너는 뭐해?”

“나는 차를 지키겠지.”

“왜 차를 지켜?”

“외진 곳으로 가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 차만 놔두면 털어가거든.”

“뉴질랜드가 그래?”

“지역에 따라서 그런 동네가 조금 있지.”

 

그렇게 한 직원과의 대화를 정리하면 또 다른 직원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럼 너는 차만 지켜.”

“남편이 낚시를 가면 언제 올지 모르지 차 안에서 기다리지.”

“그럼 책 읽을 시간은 많겠네.”

“그렇지, (근디 책 읽는 시간보다 글 쓰는 시간이 더 많은디..)”

 

사실 직장 때려치우고 뉴질랜드로 긴 여행을 간다니..

시샘의 눈으로 쳐다보는 직원도 있습니다.

 

“나보다 모든 것이 모자라 보이는 외국인인데,

나는 못 가본 뉴질랜드로 장기 여행을 간다니..”

 

뉴질랜드에 들어가서, 물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행도 하겠지만.. 남편이 낚시를 가면, 그곳에서 하루 종일 낚시하는 남편의 궁디를 쳐다보거나 차를 지키는 일도 하죠.

 

그리고 사실 “차 지킴이”일을 하는 것은 100% 맞는 말이니,

상대방이 하고 있을 뉴질랜드 여행에 대한 환상을 확 깨주는 거죠.^^

 

뉴질랜드까지 가서 오지의 짱 박혀서 하루 종일 차를 지키고 있는 다니,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안됐다는 눈길로 쳐다보기까지 하는걸 보면 말이죠.

 

물론 뉴질랜드 남,북섬의 변두리까지 다 가봐서 이제는 다 알고 있으니,

어디에 쳐 박혀서 지내고 별로 억울하지 않는 뉴질랜드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실화냐?”싶으신 분들은 시간이 나실 때..

 

“뉴질랜드 길위의 생활기 2012, 2013,2014”를 정주행 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그런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되지 싶으니 말이죠.

 

또 다른 직원은 언제 다시 돌아오게 되는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것이 돌아올 시기.

 

“남편이 일단 5개월 휴직을 했는데, 아마도 연장하지 싶어.”

“연장이 돼?”

“모르지, 연장이 안 되면 퇴직을 하겠지.”

“그럼 안 돌아와?”

“아니 돌아오겠지, 짧으면 5개월 일수도 있고, 아니면 1년 혹은 2년이 될 수도 있지.”

 

물론 남편이 완전히 퇴직을 해 버리면 돌아오는 기간이 더 길어질지 모르지만..

그건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는 이야기이니 살짝 접어 두시고!

 

 

나의 여행과, 퇴직을 묻는 사람들에게 저는 같은 말로 마무리를 합니다.

 

“ 나는 다시 돌아올 거야.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요양원 잘 지키고 있어, 꼭 다시 올꺼니깐!“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요양원 원장에게도 했었습니다.

 

“다시 돌아온다”고, “그때 직원을 구하고 있으면 날 써달 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은 저의 진심이니 말이죠.

 

“너 없이 어떻게 근무를 해. 나 3년 후에 정년퇴직하는데 그때까지 있어.”

“걱정 마, 나 2년 후에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럼 1년은 같이 근무 할 수 있으니...”

 

 

내가 2년 후에 돌아온다고 해도, 요양원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필요한 직원이 다 충원된 상태라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직원들이 조금 덜 섭섭할 수 있게 이야기 합니다.

 

“나 다시 돌아 올 거야, 그때까지 근무 잘 하고 있어.”

 

정말로 돌아오게 되고, 다시 취직을 해야 한다면..

나를 좋아 해 주고, 기다려주겠다는 사람들 옆으로 다시 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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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뉴질랜드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 곳.

뉴질랜드 남섬 최북단의 푸퐁가, 와라리키 비치.

 

아직도 그곳의 아기물개들은 그 곳에 오는 관광객들과 장난을 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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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7.31 00:00

 

낚시하면서 하루종일 팔을 휘둘러대는 남편에게 찾아온 팔의 (근육?)염증.

일명 테니스 엘보우.

 

낚시를 그만해야 나아질텐데, 탐험(?) 해야 하는 강이 있는지라 매일 아픈 팔을 휘둘러댔습니다.

 

낚시줄에 뭔가가 걸리면 그 통증이 몇 배로 커진다고 하면서도 매일 잡아대던 송어들.

이제 남편에게 대단원의 “마지막”이 찾아왔습니다.

 

 

 

남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강,Tutaekuri River 투태쿠리 입니다.^^

우리는 투타에쿠리라고 읽는 강이죠.^^

 

며칠이 걸리지 모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남편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싶습니다.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지만 상류로 갈수로 인적도 드물고, 홀리데이파크나 슈퍼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러니 산속 깊숙이 들어가기 전 제일 중요한 장을 보는 갑니다.^^

 

 

 

뉴질랜드에서 제일 저렴한 노란색 슈퍼마켓 Pak&Save 팍엔세이브.

 

사실 이곳의 모든 제품이 다른 슈퍼에 비해 전부 싼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제품들이 저렴한지라 노란슈퍼를 만나면 일단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 노란 수퍼가 아니거든요.^^

 

 

 

이 날은 장을 많이 보지 않은 걸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특히나 과일은 길에서 만나는 야생나무들을 털어대는지라 카트에 과일은 안 보이네요.

 

사실 뉴질랜드에서는 파는 보통의 과일중 저렴한 것(사과?)이 kg당 3,99불입니다.

여행 중 들어가는 과일값이 상당한 편인데..

 

요새 남편 따라 강의 상류로 다니면서 내가 따 모은 과일들을 나열 해 보자면..

사과, 배, 황도, 백도, 복분자에 또 뭐가 있더라?

 

아! 캠핑장에서 매니저에게 두어 번 귤을 얻었습니다.

이래서 우리 집 과일 통에 유기농 과일이 풍년이었죠.^^

 

 

 

장을 보면 슈퍼마켓의 주차장에서 정리를 바로 해 버려야 하는 남편.

 

쇼핑품목이 얼마 안 되면 다행인데, 카트 한 가득 보는 날이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 웬만하면 사람 없는데 가서 하면 안 될까? 꼭 사람들 버글거리는 주차장에서 이래야해?”

 

마눌의 궁시렁은 앙탈쯤으로 생각하는 남편은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시 변두리로 빠져나갑니다.

아픈 팔로 낚시도 해야 하고, 운전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남편은 일이 많습니다.

 

 

 

남편은 운전에 집중하지만, 밖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는 마눌은 남편에게 중계방송을 합니다.

 

“남편 남편, 저기봐! 여기 노루농장이 있나봐!”

 

운전을 하려면 앞을 봐야하는데, 마눌은 시시때때로 “저기 봐!”를 외쳐댑니다.^^;

 

 

 

드디어 찾아온 투타에쿠리 강 낚시 포인트.

 

게이트로 막아놓지 않아서 차로 더 진입이 가능하지만..

 

괜히 내려갔다가 중간에 길이 험하면 차를 돌릴 때도 없는 낭패를 보는지라,

남편은 튼튼한 두 다리로 내려갑니다.

 

 

 

내려오다 보니 길도 넓고 차로 내려가도 충분하지만 걸어 내려온 김에 그냥 쭉~ 걸어 내려갑니다. 인적이 드문 곳인지라 차지킴이가 필요 없어 마눌도 따라 내려갑니다.

 

편, 저기 잘라놓은 나무들 땔감으로 가져가면 좋겠다. 그치?”

 

우리나라는 산에 나무를 한번 심으면 베어내는 일이 없지만, 외국에서는 나무를 심고, 잘라내고, 또 다시 심고를 반복합니다. 이곳은 사유지라는 이야기죠.^^

 

언젠가 숲 관리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소나무는 30년을 키워야 상품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소나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빽빽하게 심은 후에 커가면서 어린 나무들을 베어내면서 나무 간의 간격을 두는 모양입니다.

 

나무를 베어내는 이유 중 하나는 병충해 방지및 나머지 나무들을 더 고급으로 만들어서 비싸게 팔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투타에쿠리 강물색이 조금 남다릅니다.

 

 

 

강의 상류치고는 물도 많이 있는 것이 송어들이 꽤 살 거 같은 강입니다.

 

낚시하는 남편 옆에서 조금 지켜보다가는 마눌은 다시 차로 돌아옵니다.

 

 

 

산책하듯이 두리번거리면서 볼 거 다보며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

 

생긴 것이 남다른 이것은 풀이 아닌디..

따서 냄새를 맡아보니 허브입니다.

 

“너 오래가노냐?”

 

 

 

열심히 달려서 또 다른 낚시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대놓고 게이트를 막아놨으니 걸어 가야하는 거죠.

 

남편을 따라가고 말고는 마눌의 자유인지라,

끼니때가 된 마눌은 차에 남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마눌의 점심메뉴는 어제 김밥 만들고 남은 밥을 또 김에 말아왔습니다.

밥을 한번 하면 쪼매 많이 하는지라 질리게 먹습니다.^^;

 

오징어무침과 무김치가 없으니 충무김밥은 아니고..

 

햄, 오이피클에 할라피뇨 피클까지.

대충 한국인 입맛에는 맞는 김밥입니다.

 

하긴, 배가 고플 때는 다 입맛에 맞습니다.^^

 

 

 

투타에쿠리강은 아래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강인지라,

차는 항상 위에 주차하고 아래로 걸어 내려가야 했습니다.

 

덕분에 위에서는 이리 멋있는 풍경을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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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7 00:00

 

여행은 딱 정해놓고 “이렇게 여행해라.” 하는 법이 따로 없습니다.

각자가 정해놓은 예산과 계획에 맞춰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을 합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호텔이나 모텔에서 잠을 자면서 끼니는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고,

럭셔리 캠핑카를 렌트해서 캠핑장에서 머물면서 직접 음식을 해 먹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하루에 20불 남짓의 가장 저렴한 승용차를 렌트해서 알뜰하게 여행하는 젊은이들도 있고,

혼자 여행하는 경우는 배낭여행으로 경비를 더 줄일 수도 있죠.

 

물론 관광하는 방법도 헬기 같은 고급스럽고 비싼 것들만 이용해서 아무나 볼 수 없는 곳들을 보러 다닐 수도 있고, 튼튼한 몸이 재산인 사람들은 열심히 걸어 다니면서 최대한 많은 볼거리를 찾습니다.

 

뉴질랜드의 낚시여행을 하는 여행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러 종류로 뉴질랜드를 즐길 수 있죠.

 

하루 일당 500불하는 낚시가이드를 사서 강의 포인트만 찾아다니면서 낚시하고,

숙박은 나름 럭셔리로 구분되는 Fishing Lodge (낚시꾼들을 위한 고급 숙박지) 잘 수도 있고,

 

우리처럼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강 안내 팸플릿 하나에 의지해서 여행하는 낚시꾼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주기적으로 홀리데이파크에 들어가서 전기도 충전하고, 물도 충전하고, 목욕도 하고, 요리도 하는지라 나름 숙박비가 들어가는 편입니다만, 뉴질랜드 낚시여행이라면 우리보다 더 저렴하게 여행을 하는 법도 없지는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와 관련이 많은 인물의 차와 텐트

 

낚시꾼인 남편은 낚시터인 강변에서 여러 국적의 낚시꾼들을 만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뉴질랜드는 “낚시꾼들의 천국”인거 같기도 합니다.

변두리중의 변두리에 가도 외국에서 온 낚시꾼은 만나게 되니 말이죠.

 

보통은 유럽에서 온 낚시꾼들인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온 낚시꾼을 만났습니다.

 

젤 저렴한 렌터카에 젤 작은 텐트하나를 가지고 다니면서 강변에서 캠핑만 한다는..

그러니 숙박비는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남자들은 낚시를 하고 그냥 강물에 쑥 들어갔다 나오면 샤워 끝이고,

요리도 그냥 끓은 물에 인스턴트 스프나 파스타 봉투 하나 툭 털어 넣으면 끼니 해결.

 

미국인 낚시꾼은 뉴질랜드가 얼마나 낚시하기 좋은 나라인지를 설명합니다.

 

“뉴질랜드 전국에서 낚시를 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남편과,

미국인 낚시꾼은 둘이서 “뉴질랜드 낚시예찬”을 합니다.

 

“뉴질랜드가 얼마나 축복받은 나라이고, 낚시꾼들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두 낚시꾼이 머리를 맞대고 수다 아닌 수다를 떨었습니다.

 

낚시꾼에게는 뉴질랜드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지상낙원”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과장되고, 심하게 미화가 되기는 했지만, 그들이 이처럼 예찬하는 뉴질랜드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해 미치겠다는 듯 한 그들의 표정을 보니 나도 행복해지는 거 같았습니다.

 

행복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전염성도 강한듯합니다.

행복 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아주 많이 행복한 순간입니다.

 

뉴질랜드는 낚시꾼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매일 행복하려고 낚시를 하는 모양입니다.

 

낚시꾼 마눌도 행복한 낚시꾼 남편옆에서 조금 더 행복해져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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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1.08 00:00

 

모하카 강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제대로 찍지 못한 이 동네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남편의 낚시 때문에 더 이상 길이 없는 막다른 곳까지 와있고,

주변에 농가 몇 채가 전부인 동네지만 나름 풍경은 근사합니다.^^

 

 

 

저기 나무 아래 우리차가 보이시나요?

 

낚시꾼 남편은 마눌이 아침도 준비하기 전에 일단 식전 낚시를 가시는 모양입니다.

차의 우측으로 낚시 갈 채비를 하는 남편도 눈에 들어옵니다.

 

 

 

저 강가의 공터에서 저희가 어제 하룻밤을 묵으려고 했었죠.

 

마눌이 다리의 반대편에 있는 캠핑장을 못 찾았다면..

오늘 아침을 저기서 맞고 있었지 싶습니다.^^

 

 

 

우리는 지난밤을 이 다리 밑의 캠핑장에서 보냈었죠.

 

어제는 잠겨있던 게이트가 열린걸 보니 오늘 원목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 엄청 지나갈 모양입니다. 지도상에는 이곳이 막다른 길로 나오는데, 사실은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단지, 사유지여서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거 같습니다.

 

게이트가 잠겨있어도 게이트를 넘어서 다리 건너편으로 낚시를 갔던 남편인데..

이제 게이트가 열려있으니 그냥 입장이 가능합니다.^^

 

 

 

마눌은 짧은 산책을 마치고 아침 준비를 합니다.

 

남편은 식전 낚시중이니 식사준비가 끝난 후에 강 쪽으로 소리만 치면 됩니다.

 

“남편, 아침 먹어~”

 

 

 

아침 먹은 남편이 다시 낚시 나간사이 마눌은 설거지중입니다.

 

강물을 빨간 대야에 떠다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강 건너편에서 다급하게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

 

“진, Landing net 랜딩넷 (낚은 고기를 떠올리는 그물)~”

 

설거지하던 마눌이 남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랜딩넷을 들고 미친 듯이 다리를 건너서 뛰어갔습니다. 낚시는 조금만 시간을 놓쳐도 고기를 놓쳐버리거든요.

 

 

 

어제는 다 놔준 송어였는데, 오늘 것은 큰 모양입니다.

랜딩넷까지 외쳐대면서 잡으려는 열성을 보이니 말이죠.

 

보이시나 모르겠는데, 남편의 낚싯줄 끝에서 큰 송어가 투쟁중입니다.

 

 

 

마눌에게 아침운동으로 달리기를 제대로 시킨 남편이 저기 보이고 있습니다.

손에 뭔가를 가지고 있는걸 봐서 잡은 송어를 다듬은 듯 합니다.

 

저는 낚시꾼 마눌이지만, 생선 같은 걸 다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생선을 잡아서 다듬고 요리하는 건 남편의 몫이죠.^^

 

 

 

나무 아래 잔디밭, 피크닉 테이블에 화장실까지.

바로 옆 강에는 물도 있으니 캠핑에는 최고의 조건입니다.

 

이곳이 낚시꾼을 위한 캠핑장인지, 아님 원목을 실어 나르는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휴게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희는 이곳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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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1.03 00:00

 

부부가 길 위에 산 시간이 꽤 되지만, 우리는 항상 둘뿐 이였습니다.

 

늘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정보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거기까지만 이였죠.

 

누군가에게 “같이 갈래?” 했던 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 젊은 프랑스 커플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었나 봅니다. “같이 갈래?” 한 것도 처음이었는데,

우리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커플 덕에 1박2일 동안 함께 했으니 말이죠.

 

사실 길 위의 생활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고 해도 서로를 100% 믿지는 않습니다.

여행자들은 서로를 경계하죠.

 

 

 

친절한 (무료) 가이드가 되어서 낚시를 갈 때마다 모건&클레어를 챙기는 남편.

 

제물낚시는 남편도 조금 어렵게 생각하는 거라 신경이 날카로울 텐데..

마눌이 벌여놓은 일(같이 가자고 했으니..^^;)을 잘 수습 해 주는 남편입니다.

 

남편이 그들에게 넘 친절한지라 의심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저 인간이 그냥 인사치레로 저렇게 친절한 척 하는 것이 아닌지..”

 

아시죠? 오스트리아 사람도 일본인 같은 성격인지라..

속내를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별일이 없는 한 항상 친절한(척) 합니다.

 

 

 

남편은 얼떨결에 떠맡은 프랑스커플을 낚시 접대(?)하느라 바쁜 시간에..

마눌은 “차를 지킨다”면서 그냥 차에 앉아서 놀았습니다.

 

낚시를 다니는 남편이나 따라다니는 모건&클레어는 점심도 건너뛰고 다니고 있는데,

차를 지킨다며 차안에서 놀고 있는 마눌을 끼니때가 되니 혼자서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어제 먹고 남은 음식인 송어구이& 감자샐러드+치즈를 넣은 빵.

 

다들 차를 버리고 갔지만, 비싼 차를 2대씩이나 지키고 있으니 충분히 먹을 자격은 있는 거죠.^^

 

 

 

변두리인 Ruakituri River 루아키투리 강에서의 숙박은 당근 노숙입니다.

 

오가는 차들도 없고, 이 주변에서 보이는 건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뿐입니다.

 

여러 개의 낚시 포인트 중에 한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앞에는 강이 보이니 나름 만족스러운 잠자리입니다.

 

우리를 따라다니는 프랑스에서 온 모건&클레어.

우리나라로 치면 살림 5년차 (주부인) 23살 아가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살짜리 고딩들이 만나서 “살림을 차렸다”???

이건 부모님한테 다리몽둥이 부러지고, 머리 깎인 후에 방에 갇힐 일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교육시스템인지라, 보통 20살 전후에는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고, 18살이면 스스로 돈을 버는지라, 충분히 누군가를 만나서 “동거”할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강가라고 해도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노숙을 하는 건 곤란합니다.

더욱이 대부분 사유지인 경우는 말이죠.

 

남편이 챙겨왔던 “Ruakituri River 루아키투리 강 낚시 안내책자”에서 노숙할 장소를 찾을 수 있었죠. 이 강에서 노숙이 가능한 곳은 딱 한 곳 “Willow Flat 윌로우 플랫”

 

이 땅의 소유지인 “Puhorou Station 푸호로우 농장”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나온지라..

오는 길에 허가를 받으려고 들렸었는데, 아무도 없었던지라 쪽지 하나를 남기고 왔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여행온 커플입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러 왔는데, 당신이 소유한 윌로우 플랫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캠핑을 할까합니다.

 

혹시 캠핑이 불가능하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윌로우 플랫에 있을 예정입니다.

 

저희가 타고온 차 번호는 XXXX와 XXXX입니다.“

 

감사합니다. 테오&진, 모건&클레어

 

뭐 대충 이렇게 쪽지를 써서 농장의 우편함에 넣고 왔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Angler Access 낚시꾼 출입구“입니다.

 

캠핑이 가능한 윌로우 플랫에 캠핑에 관한 안내가 있습니다.

 

-이곳에 개는 데리고 올수 없습니다.

-허가한 캠핑만 가능합니다.

-쓰레기는 꼭 챙겨가시오.

-가능하다면 화학적인 화장실을 이용하시오.

 

 

 

여기서 말하는 화학적인 화장실이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동용 좌변기 입니다.

 

우리 같은 작은 캠퍼밴에 이런 이동용 좌변기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죠.^^;

그리고 이곳에 “가능하다면..”이라고 했으니 “필수품”은 아닙니다.^^

 


 


 

오후 내내 남편이 제물낚시를 했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따라다니는 사람이 둘이나 되니 송어 한 마리쯤은 폼 나게 잡았으면 좋았겠구먼..^^;

어쨌거나 저녁은 먹어야할 시간입니다.

 

남편이 송어를 잡았으면 송어구이를 해서 먹었겠지만..

잡은 것이 없으니 각자 해 먹어야 하나? 했었습니다.

 

오전에 시내에서 장 볼 때 7불짜리 소고기 간 것을 사왔었는데..

웬일로 남편이 그걸로 “햄버거”를 해 먹자고 합니다.

 

물론 모건&클레어을 저녁에 초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소고기는 햄버거 패티로 10개 만들어져서 4개는 바게트에 끼워서 햄버거로!

다시 4개는 그냥 함박스테이크로, 저녁 먹고 남았던 2개는 먹어도 배고픈 모건이 해치웠습니다.

 

우리는 소고기를 낸 저녁식사에 모건&클레어는 옥수수 2개를 가져온지라,

삶아서 각자 반쪽씩 사이드로 해치웠습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차를 마시면서 한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모건&클레어에게는 꽤 괜찮은 날이었지 싶습니다.

 

평소 궁금하고 배우고 싶었던 제물낚시를 옆에서 볼 수 있었고, 저녁도 근사하게 해결한데다가 무료로 숙박까지 해결했으니 정말 돈 하나도 안 들이고 보낸 멋진 하루였을 테니 말이죠.

 

마눌은 많이 쫄았었습니다.

마눌의 “같이 갈래?” 말 한마디 때문에 낚시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커플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설명 해 줘야 했고, 부부의 2끼 식량인 고기를 한 끼로 해치워버렸으니..

아무래도 남편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 이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끝까지 그들과 즐겁게 대화를 했고,

그들과 헤어진 다음에도 마눌에게 “너 왜 그랬어?”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눌과는 하루 종일 있어도 입을 다물고 사는 남편인데,

남들과 있어서 남편도 즐거운 시간 이였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건&클레어의 순수한 마음이 감사합니다.

생전 처음 본 우리커플을 믿고 따라와 준 것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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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12.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