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병동의
외국인 직원으로는
최고참입니다.
나 말고도 외국 국적이나
외국인 외모인 직원은 있었으나,
그들은 어릴 때 오스트리아에 와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니
거의 오스트리아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니 빼고!
2015년에 실습생으로 들어와서
직업교육을 마친 2017년부터
정직원이 되었으니
내가 이 요양원에서 근무한
기간은 7년이 넘었네요.
물론 내 뒤로 들어온
외국인 직원들 중 겁나
말이 많은 다른 직원이 나보다
더 (외국인) 왕고참으로 알고 있지만,
누가 먼저 들어왔는가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니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죠.
우리 병동의 동료들이랑
오랜 시간 같이 근무하고,
마주치면 웃기는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를 동료로
인정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근무하면 눈빛이나 행동으로
나를 갈구는 동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들은 “일 잘하는 직원들”이라
그들이 나를 동료로 인정해준다면
나도 꽤 괜찮은 직원일거라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직원들 개인간의 사이가
어떻든 간에, 같은 병동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돈을 모으자”는
전체 메일은 항상 받아서
그럴 때마다 나도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돈을 냈었죠.
물론 나랑은 정말 “친하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는 사람까지
챙겨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받는 축하카드에서
내 이름을 빠지면 섭섭해
할 테니 매번 챙겼죠.
나는 지금까지 아주 다양한
이유로 돈을 냈었죠.
생일 (30,40,50,60살로 떨어지는 해)을
맞은 동료를 위해서도 냈었고,
아이를 낳았다는 동료를 위해서도,
은퇴하는 동료와 퇴직하는
동료들을 위해서도
돈을 냈었죠.
엄청나게 다양한 이유로
돈을 냈었고, 나도 50살
생일에는 그동안 내가 뿌렸던
돈을 조금은 되돌려 받았었네요.
https://jinny1970.tistory.com/3146
내가 중간에 퇴직할 뻔 한
일이 2번이나 있었지만,
근무한 연수가 짧은 나를 위해
동료들이 돈을 거두어 선물을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죠.
그런데 내가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그들의 동료였던 것인지...
최근에 함께 근무한 동료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에
조금 감동을 했죠.
함께 근무하던 C가
나의 장기 휴가에 대해서
들었는지 물어왔죠.
(내가 작년 휴가를
가기 전의 일입니다.)
“너 장기 휴가 간다며?
언제 가?”
“10월에 가서 3월에
돌아올 예정이야.”
“몇 번 간다고 하더니만,
드디어 가네 그려.”
“그치?
처음은 시아버지가 아프셔서 못 갔고,
그 다음해에는 코로나가 시작되서
그냥 발이 묶어버렸지.”
“그때 우리가 널 위해서 돈을 거두다가,
네가 안 가게 됐다고 해서
중간에 그만뒀잖아.”
떠나는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다는
말을 들으니 작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었죠.
내가 실업자가 될뻔한 일이..^^;
https://jinny1970.tistory.com/3287
나는 한번도 내가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죠.
물론 함께 근무하면서
나에게 친절한 동료도 있고,
나를 반기는 동료도 있었지만,
싫은 사람에게 조차도 웃으며
인사를 할 정도로 속마음을
밝히지 않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라 그들의 속마음은
전혀 알 길이 없었는데..
나는 그들에게 있어
작별 선물을 챙겨주고
싶었던 동료였나 봅니다.
그동안은 “떠나면 그만”
이라고 생각했었던 곳이고,
동료였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내 동료들은
나를 더 깊이 생각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내가
지금까지 품어왔던 생각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현지인 직원들이랑
밖에서 개인적으로 만나서
수다를 떨 정도의 친분도 없으니
그저 같이 팀으로 만나서
근무하는 동안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관계만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작별 선물을 준비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이었습니다.
떠나면 그만인 인물 인줄 알았는데,
선물을 손에 들려서
보내려고 했다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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