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편하고 결혼해서 살면서 “식사 초대”라는 걸 처음 받았습니다.

그것도 집으로 말이죠.

 

남편의 전 상사 댁을 한번 방문 해 본 적은 있고, 가서 저녁을 먹기는 했지만..

그때는 정식 초대도 아니었고, 내가 음식을 해서 싸들고 가서 먹었죠.

 

왜 뜬금없이 매운 돼지 고추장 불고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 쌈장까지 챙기고, 야채까지 다 씻어가서 그 집 식구들에게 “쌈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정식 저녁초대인지라 뭔가 선물을 사가지고 가야하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쿨 하게 날리는 한마디.

 

“그 친구 이번에 4주 정도 뉴질랜드 여행 가는데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야.”

 

결론은 저녁을 얻어먹으러 가지만, 우리 밥값은 한다는 이야기죠.

 

나는 한국 사람이니 어디를 가면 뭔가를 사들고 가야할거 같지만..

남편 동료이고, 남편이 그냥 간다니 나도 그냥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 여행이나 지리” 노하우야 사실 방대하니 말이죠.^^

 

남편과 같은 부서에 근무한다는 슈테판은 커다란 농가에 살고 있었습니다.

 

동료 직원이지만 슈테판은 1주일에 하루만 출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집이 멀어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슈테판의 집에 초대를 받은 날은 낮에 일부러 그쪽으로 놀러갔었습니다.

그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생각이었죠.

 

오늘 아래에 준비한 영상은 그 친구네 집에 가는 날 우리가 들렸던 호수입니다.

 

눈신발 신고 쌓인 눈길을 걸었었지만,

그때는 유튜브 시작 전이라 영상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설경속의 멋진 호수는 보실 수 있습니다.^^

 

집에 가니 그의 여친(결혼은 아직 안 했으니.. 동거녀.)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이팬에 양파도 볶고, 파프리카도 볶고, 가지도 굽고..

재료를 한 가지씩 볶아서 접시에 담더라구요.

 

보통 서양요리는 한꺼번에 다 볶거나, 오븐에 굽거나 하는 것인데..

도대체 어느 나라 음식인데 한식 하듯이 하는 것인지..

 

뭔 요리를 하는데 한식 하듯이 재료를 나눠서 준비하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안 물어 볼 수가 없었죠.

 

그녀가 준비하고 있다는 음식은 “피자”

피자 위에 올릴 야채토핑을 미리 다 볶고, 굽고 했던 거죠.

 

“채식주의자”중에서도 “Vegan 베간”이라는 그녀는 피자 반죽은 퀴노아를 물에 불려서 만들었고, 토핑은 전부 야채에 자기가 먹는 부분에는 치즈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우리부부도 그날 채식을 했죠.^^

피자를 먹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피자와는 맛도, 모양도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결론은 피자 맛이 안 났다는 이야기죠.^^;)

 

음식이 맛없으면 안 먹는 남편은 디저트는 다 먹지 않고 결국  포장 해 왔습니다.

다 먹기 힘든 맛이었나 봅니다.^^;

 

음식이야기는 여기까지---------------^^

 

슈테판과 그의 여친에게 뉴질랜드의 이곳, 저곳 볼거리를 이야기 했습니다.

 

“그레이트 워크” 중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를 묻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출발지나 목적지를 시작으로 하루걷기는 가능하다고 조언 해 주고!

 

재밌는 것은 우리가 걸었던 “밀포드 트랙”에 대한 우리 부부의 다른 의견입니다.

 

남편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합니다.

 

“밀포드 트랙”은 꼭 한번 걸을만한 트랙이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다릅니다.

 

“밀포드는 하루 8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알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비싼 값을 내면서까지 갈만한 곳은 아니다. 알려지지 않는 트랙들도 유명한 트랙이 갖지 못한 매력이 있다.”

 

알려진 트랙이라고 해도.. “케플러 트랙”이나 “루트번 트랙”은 1박에 50불이상 하는 숙박비만 지불하면 되고, 숙박 예약이 어렵다면 트랙의 출발지나 목적지에 가서 하루쯤 그 트랙을 직접 걸어볼 수가 있습니다.

 

하. 지. 만.

밀포트 트랙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배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3박 숙박비에 출발지/도착지의 배 운임+ 출발지 선착장까지 버스비.

다른 트랙의 2배의 돈이 들죠.

 

저에게 누가 “뉴질랜드 그레이트 워크 중에 걸을 트랙을 하나만 추천해 다오~“ 해도..

전 하나만 추천하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트랙은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 말이죠.

 

밀포드 트랙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한다는 그 희소성 때문에 매력이 있을 것이고..

히피트랙은 16km를 걸으며 내내 바다를 볼 수 있고, 야자수 사이를 걷는 즐거움이 있고..

(우리부부는 히피트랙의 바다옆 16km 정도 걷는 것을 3~4번은  한거 같습니다.)

 

홀리포트 트랙은 적은 수의 사람만 오는 곳이라 음침함 숲 사이를 걷는 한적함이 있고,

 

케플러 트랙은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로 펼쳐지는 호수가 근사하고..

 

루트번 트랙은 목적지 쪽에서 출발하면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로 펼쳐지는 옥색의 강이 멋있죠.

 

자! 오늘의 이야기에서 벗어났으니 뉴질랜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뉴질랜드는 배낭여행으로 들어가서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을 할 생각인데 생각보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슈테판.

 

작은 렌터카를 빌리고 잠은 호스텔이나 숙소를 잡겠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하면 경비가 이중으로 드니 차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종류로 알아보라고 했더니..

슈테판은 캠퍼밴은 자기네 예산으로 힘들답니다.

 

전에 뉴질랜드 길 위에 다닐 때 조금 웃기기는 하지만 저렴한 렌터카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 렌터카는 얼마면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죠.

 

이미 몇 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겠지만..

그 당시 그 차는 보통 렌터카 회사에서 빌리는 소형차의 가격은 20불 중반이었습니다.

 

스테판에게 내가 봤던 그 차의 모양을 이야기 해주면서 그런 렌터카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서 잠도 잘 수 있으면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죠.

 

 

www.rentalcarvillage.com에서 캡처

 

내가 봤던 렌터카는 바로 이겁니다.

차 트렁크를 열고 텐트를 치면 다리 뻗고 잠도 잘 수 있는 캠퍼밴이 되는 거죠.

 

집에 와서는 뉴질랜드 캠핑카 폭퐁검색을 했습니다.

슈테판에게 렌터카의 모양을 설명하고 “찾아봐라~”했지만 나도 찾아봤죠.

슈테판에게 꼭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남편에게 내가 찾은 웹사이트를 슈테판에게 알려주라고 했지만 엉뚱한 답변만 들었습니다.

 

“자기네가 다 알아서 찾아서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몰라서 못하는 법도 있는 것인데...

 

 

 

남편이 안 알려주는 슈테판의 전화번호는 남편의 핸드폰에서 몰래 땄습니다.

그리곤 내가 찾은 웹사이트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냈죠.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저렴하게 렌트할 수도 있고, 잠까지 잘 수 있으니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문자를 잘 받았다는 그의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답장이 안 오길레 이런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남편에게서 딴 전화번호가 틀렸나 ?”

 

남편에게 묻기까지 했습니다.

“슈테판이 내 문자 받았다는 이야기 안 해?”

“몰라, 이야기 안 했어.”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슈테판에게 접촉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다 먹기에는 맛이 너무 없어서 남편이 싸 기지고 왔던 디저트.

그 통을 슈테판에게 돌려줘야 하죠.

 

남편의 가방에 그 통을 넣으면서 그 안에 또 웹사이트를 적은 쪽지를 넣었습니다.

혹시 내 문자를 못 받았으면 이 쪽지를 보고 확인 해 보라고 말이죠.

 

그런데도 슈테판에게는 여전히 무소식.

 

남편이 통 안에 쪽지를 먼저 발견하고 전해주지 않고 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눌이 안 해도 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죠.

 

그리곤 잊었습니다.

나 나름대로는 그에게 알려주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말이죠.

 

설마 그가 내 문자를 받아놓고 답장을 안 하는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습니다.

 

며칠 후 슈테판 에게서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내가 보내준 링크가 다른 캠핑카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다는..

그 사이트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가 문자를 보내고 딱 1주일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보통은 정보를 알려준 사람에게 예의상으로라도 바로 “고맙다.”하는 것이 정상인데..

 

내가 알려준 사이트를 자기가 찾아보고, 비교 해 보고, 결국은 선택을 했고, 나에게도 이제야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것인지..

 

나는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을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남편, 내가 정보를 줬음 그걸 알아보던가 말든가 일단 고맙다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바빠서 알아볼 시간이 없었나 부지.”

“재택근무해서 회사도 1주일에 하루 출근한다며 뭔 시간이 없어?”

“.....”

 

원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자기가)필요한 정보를 받아도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그 정보가 요긴하게 쓰일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맙다고 하는 것이고, 그 전까지는  자기 관심 밖이니 그냥 씹어드시는 것인지..

 

내 주변에 내 문자를 자주 씹는 인간 때문에 기분이 더러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내 딴에는 도움이 되라고 혼자서 시간을 들여서 찾아서, 알려준 것인데..

고맙다는 인사를 1주일이나 지난 다음에 받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남편 말대로 자기네가 알아서 다 찾을 정보인데 내가 너무 오지랖을 떤 것인지..

 

도와달라고 안 했는데, 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손을 뻗었던 상황이었고, 나중에 일이 다 해결된 다음에 인사치레로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런 소리를 들은 기분입니다.

 

이것이 오스트리아의 문화인지, 아님 그 친구의 게으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엊그제 남편에게서 슈테판의 안부를 전해들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잘 다녀왔고, 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겪은 이번일이 단지 문화의 차이인지, 성격의 차이인 것인지..

앞으로는 "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설레발치면서 나서지는 말까?"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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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튜브의 제 채널에서 퍼온 동영상은 위에 이야기 했던 설경이 멋있는 호수 풍경입니다. 

 

(저 이제 구독자 48명 있는 유튜버입니다.^^ 구독자가 한분 한분 늘어날 때마다 기분도 업되고 있습니다. 구독자 100명되면 제 URL 주소도 바꿀수 있다니 지금은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독하시라고 강요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뭐가 아니여..맞는거 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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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01 00:00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일본인과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혼네와 다테마에(진심과 가심)와 비슷하죠.

 

왠만해서는 속을 보이는 법이 없습니다.

 

거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홍보물도 창피해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영수증에 금액이 내가 산 제품과 다른데 그걸 말해서 밝히기 거시기 하니 말고,

 

어찌보면 “충청도 양반“기질도 있는 거 같고..

 

더 자세한 걸 원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496

오스트리아 사람이 말하는 오스트리아 사람의 성격 혹은 특성

 

시아버지는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사람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십니다.

할 말은 하시고, 화가 나면 버럭도 하시죠.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시아버지가 요즘은 조금 다른 행동을 하십니다.

원래 그러셨는데 내가 잘 몰랐던 것인지 요즘은 헷갈립니다.^^;

 

남편은 “세일한다고 왕창 사지 말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다 쓰자“주의입니다. 세일하면 눈 돌아가서 몇 개씩 사는 마눌과는 다른 스타일이죠.

세일을 해도 딱 2개까지만 사는 인간형입니다.

 

그래서 저는 쇼핑할 때 그냥 혼자 갑니다.

세일하면 몇 개씩 집어 드는데 이때 남편의 폭풍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말이죠.^^

 

내가 아는 남편은 절대 2개 이상 안 사는 인간형인데..

남편이 스페어립을 13kg 산 적이 있었습니다.

 

업소용 슈퍼마켓인 메트로 라는 곳은 뭐든지 대용량으로 판매를 하는데..

다른 고기들은 2~3kg짜리 소포장도 있구먼, 스페어립은 그냥 박스째 사야했던 것인지..

 

어느 날 남편이 엄청난 양의 스페어립을 사와서 마눌을 놀라게 했었죠.

 

스페어립은 남편이 몇 번 바비큐를 해서 시부모님과 함께 먹었고,

마눌도 갈비찜을 넉넉하게 해서 시부모님께 나눠드리고 먹었었죠.

 



이제 한두덩이 남아있는 스페어 립.

남편이 하나를 먹겠다고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특징은 요리를 참 천천히도 합니다.

 

저녁에 스페어립을 먹겠다고 하면서 천천히 마당에서 허브를 따서 소스를 만들고..

늦은 오후에 시작한 남편의 스페어립은 저녁 10시쯤에야 저녁으로 먹을 수 있었죠.

 

저녁 10시에 완성한 립을 “뜨거울 때 아빠께 갖다드리자”고 하는 남편.

 

"왜 그래? 아빠는 저녁 5시에 저녁 드셔!“

 

저녁 10시에 고기를 갖다드린다고 아빠가 드시지는 않죠.

다음 날 차가운 고기로 드시면 또 모를까!

 

다음 날 마당에서 만난 아빠께 여쭤봤습니다.

 

“아빠, 어제 테오가 저녁 10시에 스페어립을 구어서 먹었거든요.

스페어립 드실래요? 드릴까요?“

 

며느리에 말에 아빠는 한마디로 거절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미 몇 번 드신지라 싫다고 하시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 입구 옆에 부모님 집 욕실 창문이 있는지라, 안에서 말씀하시면 다 들리는데..

시부모님이 욕실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빠가 엄마께 하시는 말씀.

 

“테오가 스페어 립을 구웠다고 하더라구!”

 

이 소리를 듣자마자 얼른 남편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는 내가 스페어 립 드릴까? 할 때는 싫다고 하시더니.. 욕실에서 엄마한테 스페어 립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랬더니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빨리 스페어 립 엄마네 갖다 줘!”

 

그래서 얼른 접시에 담아서 엄마네 주방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한마디만 하고 나왔죠.

 

“엄마, 테이블위에 스페어 립 나뒀으니 드세요.”

 

며느리가 드린다고 할 때 달라고 하시지 왜 싫다고 하신것인지..

며느리는 모르겠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남편이 또 메트로에 가서 비싼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왔습니다.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라며 신나서는 고기를 두껍게 썰었습니다.

이렇게 썬 고기는 개별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고 싶을 때 하나씩 구워서 먹죠.

 

고기를 써는 남편에게 마눌이 한마디 했었습니다.

 

“고기 썰어서 두덩이 부모님 갖다드려.”

 

마눌의 말에 남편이 뜻밖의 답변을 했습니다.

 

“엄마는 스테이크 구울지 모르니 내가 구워야해!”

 

그렇게 해서 스테이크를 구워 시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날을 잡았죠.

 

주말은 아들이 구워주는 스테이크를 드시게 될꺼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요리사인 아들은 시부모님이 점심을 드시는 12시가 아닌 오후 3시쯤에 점심을 먹겠다고 합니다.

 

시부모님이 점심을 오후 3시까지 안 드시는 건 힘이 들죠.

그래서 엄마께 점심을 간단하게 드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분명히 “간단하게”드리라고 했는데, 두 분은 거나하게 한 끼를 드셨던 모양입니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굽고, 마눌은 야채를 굽고 해서 시부모님 주방에 들어가니..

우리가 가지고온 스테이크와 야채의 양을 보고 시아버지가 놀라셨습니다.

 

그리곤 하시는 한마디.

 

“우리는 늙어서 많이 못 먹는데, 그리고 우리는 점심 먹었다.”

 

두 분이 점심을 양껏, 제대로 드신지라 말씀 하신대로

스테이크 한 두 조각 드시고 말 줄 알았습니다.

 

 

 

스테이크 4덩이를 구웠으면 각자 한 덩이씩 나눠주면 끝이겠구먼..

 

남편은 스테이크 하나를 썰어서 4개의 접시에 나눠주고, 다 먹으면 그 다음 스테이크를 썰어서 나눠줬습니다.

 

각각의 두께가 조금씩 다르니 스테이크의 익은 정도도 달라서 맛이 조금 다르기는 했습니다.

 

점심을 거나하게 먹어서 배부르다고 하셨던 시부모님은 남편이 4번째 스테이크를 썰어서 접시에 담아드릴 때까지 식사를 하셨습니다.

 

다 드실거면서 왜 배부르다고 하신 것인지 며느리는 이해가 안갑니다.

아들이 비싼 스테이크를 샀는데 그걸 나눠드시기가 미안해서 그러신 것인지..

 

아들이 고기로 어떤 요리를 하겠다고 하면 두 분 다 일단 거절부터 하십니다.

 

“우리는 고기 많이 안 먹어.”

“우리는 딴거 먹을 거 있어. 스프 해놓은 것도 있고..”

 

이러면 며느리가 나서서 두 분을 말문을 막습니다.

 

“엄마, 아빠!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이럴 때 아니면 아들이 해주는 요리 언제 또 드셔보겠어요.

글고 당신 아들 돈 잘 벌어요. 아들이 한다고 할 때는 그냥 받으세요.

자꾸 사양하시면 부모님은 당연하게 안 해 줘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구요!“

 

엄마야 원래 앞,뒤가 다른 분이신지라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빠는 아니셨는데, 요즘은 아빠도 엄마와 같은 성향을 보이시는 거 같아서 두 분의 진심을 파악하기가 힘든 며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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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1.25 00:00

 

시어머니가 마당에서만난 며느리에게 물어보십니다.

 

“너희 파프리카 있니?”

“냉장고에 하나 있던데요?”

“아빠 몰래 딴겨?”

“아니요. 아빠가 테오(남편)한테 주신 거 같아요.”

“주려면 푸짐하게 주지 달랑 하나가 뭐냐 하나가! 인색하게 시리...”

 

마당에 넘치는 토마토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도 “따다 먹어라”하시지만,

말씀을 안 하시는 것들은 주실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때즘 받는 마눌이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슈퍼에서 세일하는 야채(파프리카, 오이등)를 사오면 남편의 잔소리를 듣습니다.

 

“마당에 넘쳐나는데 왜 이걸 돈 주고 사왔어?”

“마당에 넘쳐나는 것이 우리꺼냐? 다 아빠 꺼지?”

“아빠한테 달라고 하면 되잖아.”

“나는 달라는 소리 안한다. 그냥 맘 편하게 사다먹고 말지!”

 

아빠한테 달라고 하면 주시기는 하시는데..

정말 달랑 한 개만 주십니다.

 

 

 

시아버지의 야채중 파프리카가 풍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잘 익어가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것은 달랑 하나.

그러니 시어머니가 “인색한 영감”이라고 하시는 거죠.

 

하지만 며느리는 그러려니..합니다.

이른 봄에 씨를 뿌려 싹을 키워서 그걸 옮고 심고 가꾸시는 건 다 시아버지 몫이시죠.

 

파프리카가 잘 익으면 따서 시아버지는 “파프리카 피클”을 만드십니다.

우리가 김장하듯이 오이, 파프리카 피클을 담으셔서 가을, 겨울 내내 드시죠.

 

시아버지가 고생스럽게 야채를 키우실 때 도움을 주는 가족들은 없습니다.

야채를 가꾸는 수고는 온전히 시아버지의 몫이시니 야채도 다 시아버지 것입니다.

 

“두어 개 더 주시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받는 사람의 마음이고 주는 사람이야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마당에서 만난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께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들네 파프리카 몇 개 따서 주던가..”

 

시아버지는 껍질이 두툼한 파프리카 대신에..

 

고추와 파프리카 중간쯤 되는 이 녀석을 2개나 따주셨습니다.

우리부부 사이좋게 하나씩 먹으라고 말이죠.

 

파프리카, 칠리(고추)도 아버지가 많다고 싶으신 순간이 오면..

“따다 먹어라”하실 거라 생각하는지라 일부러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주시면 받고, 안 주시면 안 먹거나,

남편 몰래 슈퍼에서 사다 먹습니다.^^

 

 

 

시어머니네 주방에 갔다가 냉장고에 있던 파프리카, 칠리를 얻었습니다.

 

냉장고에 있지만 시아버지 것이라 시어머니가 맘대로 하실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침 주방에 오셨던 시아버지가 냉장고에 따다 놓으신 걸 다 내주셨습니다.

 

우측의 칠리(고추)는 우리나라 오이고추 만한 크기지만 주시면서 겁나 맵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매웠습니다. 썰고 나면 손끝이 아릴 정도로 말이죠.

 

파프리카나 고추가 제대로  완전히 익어야 따시는 시아버지인신데..

고추는 약간 물집이 잡힌지라 따내셨던 모양입니다.

 

마당에서 주셨으면 달랑 한 개만 따주셨겠지만,

이미 따다놓으신 것들이라 넉넉하게 얻었습니다.

 

 

 

송어낚시를 즐기시는 시 큰아버지와 시삼촌은 일 년에 한두 번 잡아서 냉동 해 놓은 송어들을 몽땅 훈제하신 후에 형제, 자매, 자식들을 불러 가족 잔치를 하십니다.

 

우리부부도 한 번 초대되어 간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시부모님이 가셔서 우리부부 몫으로 두 마리를 얻어 오셔서 해마다 잘 얻어먹고 있죠.

 

시 큰아버지와 시 삼촌이 같이 훈제를 하시지만, 서로가 잡은 송어는 나누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훈제를 해서 시삼촌은 당신 몫을 챙겨 오시죠.

 

시 큰아버지가 주신 훈제송어를 먹고 3주가 지난 시점에 시삼촌이 우리부부에게 “훈제송어”를 먹겠냐고 물어오시길레 주시면 감사하게 먹겠다고 하고 송어를 받기는 했는데..

 

송어껍질을 벗겨서 살을 발라내는데 살에서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납니다.

약간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인거죠.

 

결국 훈제송어는 먹지 않고 버렸습니다.

 

시삼촌이 주신 훈제송어를 버렸다고 시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시어머니가 날리시는 말씀.

 

“그 인간이 그렇다니깐, 이왕에 주는 거 일찍 주면 좋았지.

 

냉장고도 아닌 지하실에 3주넘게 처박아놨다가 생색내고 주면 뭐하냐고 이미 상한걸.

인간이 인색하기는..

 

이 집안 인간들이 다 인색하다. 뭘 하나 주는 걸 못 봤어!“

 

시어머니는 “시”자가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시아버지의 형제/자매들을 불편해 하십니다.

 

시 큰아버지/큰어머니도 매주 일요일에 카드놀이 하러 오시는데,

두 분이 오시는 매주 일요일은 스트레스를 받아하십니다.

 

시아버지와 당구도 치고 하시느라 일주일에 너댓번 오시는 시삼촌도 시어머니께는 그리 편한 상대가 아닙니다. 시어머니는 평생을 봐온 사람들이니 그동안 쌓인 것이 있으신 까닭이겠죠.

 

시어머니가 말씀하신 “인색한 이 집안사람들”.

며느리가 볼 때는 시어머니도 “이 집안사람들”에 들어가십니다.^^;

 

 

 

초여름에 시부모님이 산으로 버섯을 따러 다녀오셨습니다.

버섯이랑 블루베리, 크랜베리를 아주 많이 따오셨죠.

 

오스트리아는 법적으로 1인당 2kg까지의 버섯을 딸 수 있습니다.

가끔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초과로 따오다가 걸리는 모양인데 벌금형입니다.

 

마당에서 따온 버섯을 다듬고 계신 시아버지께 며느리가 말을 걸었었습니다.

 

“많이 따오셨어요?”

“....”

 

화가 나셨을 때는 며느리가 뭘 여쭤봐도 대답을 안 하시는데..

이날 시아버지의 반응이 그랬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중에 냉동고에 넣어놓은 버섯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날 두 분이 따오신 분량이 엄청 많았다는 걸!

 

많이 따오신 달걀(처럼 노란)버섯은 싱싱할 때 아들한테 조금 나눠주셨으면 신선한 요리 좋아하는 아들이 맛나게 한 끼 요리를 해서 먹었을 텐데..

소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버리셨죠.

 

시아버지보고 인색하다고 하시는 시어머니가 아들한테 조금 나눠주실 만도 한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뒷마당에 있는 베리나무를 다 털신 날도 몽땅 다 냉동고에 넣으셨습니다.

 

한 번에 다 털었으니 며느리 한 대접 나눠주실 만하시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집 식구는 원래 다 인색한 거 같기도 합니다.

뭐라도 생기면 시부모님께 뛰어가서 나누는 며느리와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가끔씩 며느리가 더 섭섭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누는 문화 속에서 살아온 자신과 너무도 달라서 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식구가 다 인색한 것이 이곳의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눠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이 이곳의 문화이고,

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주는 것이 이곳의 문화라면..

 

한국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곳의 문화는 “참 인색한 문화”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식구는 당연히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색한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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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8.17 00:00

 

오스트리아의 봄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을 유혹하는 딸기밭 나들이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에 꽤 많은 딸기밭 푯말을 볼 수 있죠.

 

 

 

우리 집 마당에도 딸기는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몇 포기 안 되는 딸기인지라 다 따도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이제는 노지딸기도 먹을 때가 됐다고 알려주는 척도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딸기가 익어가니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는 딸기밭을 방문해도 좋을 시기입니다.

 

며칠 전 남편과 시내에 가는 길에 있는 딸기밭 푯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내 가는 길에 보니 딸기밭이 있는 거 같더라, 우리 주말에 자전거타고 거기 가자!

그래? 그럼 그럴까?

 

아들내외가 주고받는 대화를 지나가면서 들었던 시아버지.

 

며칠후 마당에서 만난 며느리에게 어디쯤에 그 딸기밭 푯말이 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아빠, 전차타고 시내 가는 길에 XX정거장에 슈퍼마켓이 2개 있는 거 아시죠?

, 그래, 거기 내가 안다.

그중에 우측이 페니마트 앞에 딸기밭푯말이 있는데 화살표만 있어서 어디쯤인지는 몰라요.

그래? 거기는 그리 큰 딸기밭은 아닌 거 같은데..

모르죠, 우리도 안 가봤으니...

 

그렇게 말씀드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시부모님이 시내나들이를 가신다고 나란히 외출준비를 하셨던 날.

 

 

 

늦은 오후에 보니 시부모님 대문 앞에 딸기박스가 보입니다.

 

집으로 오시는 길에 며느리에게 들은 딸기밭을 가셨던 모양입니다.

 

아빠, 딸기밭에 다녀오셨어요?

, 그래.

차 가지고 가신다더니만, 걸어가셨어요?

오는 길에 어디쯤인가 싶어서 가봤지.

딸기밭이 전차정거장에서 많이 멀어요?

500m정도 되는데, 밭이 그리 크지는 않더라. 가보니 별로야~

"딸기 가격은 어때요?

kg3.10유로 하더라.

슈퍼에서 500g2유로 정도하니 딸기밭치고는 싸네요.

그렇지, 거기에 내가 딸기 따면서 1kg정도는 먹었으니 엄청 싼 거지.

 

오스트리아에서 딸기밭은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우리가 몇 년 전 그라츠에 살 때 동네에서 가까운 딸기밭에 가본 적이 있거든요.

http://jinny1970.tistory.com/514

딸기밭으로 떠난 나들이

 

시내에서 오시는 길에 들리신지라, 따로 용기를 챙겨 가시지 않아서 딸기밭에서 파는 종이박스에 담아오셨습니다.

 

시부모님이 딸기를 사오신건 봤지만, 딸기가 시부모님 문 앞에 있는지라,

며느리는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문 앞에 있던 딸기만 보고는 며칠이 지났습니다. 딸기밭에서 따오신 딸기를 며느리도 먹고 싶었는데 섭섭한 마음에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남편, 우리가 한번 가보자고 했던 시내에서 가까운 딸기밭에 부모님이 다녀오셨어.

그래?(별로 관심이 없죠.)

거기 딸기 값이 생각보다 싸더라, kg3,10유로래.

그래?

근디, 부모님이 사 오신 딸기, 나는 맛도 못 봤어.

당신이 가져와야지.

어디서?

딸기밭에서.

 

같은 식구라 사오면 나눠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당신들이 사왔으니 당신들만 드시는 시부모님의 행동이 당연한 듯 행동합니다.

 

나는 섭섭해!

뭐가?

내가 딸기밭에서 딸기를 사오면 나는 큰 것만 깨끗하게 씻어서 부모님 드시라고 드린다.

그건 내가 알지.

근디 부모님이 왜 딸기를 사와도 우리를 안 주시남?

....

 

맛있는 것, 좋은 것, 비싼 것, 조금 희귀한 것을 사오면 매번 시부모님을 먼저 챙기는 며느리와는 달리, 시부모님은 뭘 사셔도 두 분이 조용히 처리하십니다.

 

나도 안 챙기면 두 분의 이런 행동을 그러려니 하지만,

나는 챙긴다고 챙기는지라 두 분의 이런 행동을 마주할 때마다 매번 섭섭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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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6.07 00:00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여러 종류의 서양 매너중 돈에 관련된 이야기.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맞는 말입니다.

정말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서는 하면 안 되는 말이죠.

 

“월급은 얼마 받누?”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드누?”
“집 샀다며? 얼마주고 샀누?“

 

그래서 저도 정말 친하지 않으면 잘 안 묻고, 정말 알고 싶어서 미치겠는 상황이면..

 

일단 양해를 구하고, 한국에서는 서로 공유하는 정보 중에 하나라고..(정말?)

밑밥을 깔고 묻곤 했습니다.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를 안 한다고 알고 있고, 나또한 여간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는데..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상대에게 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삼촌중 한 분이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사업을 하신다는 50대 중반의 직원.

삼촌이 계시니 가면 숙식은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인거죠.

 

“그래서 보라카이는 자주 가?”

“아니. 한 3년 전에 갔다 오고는 못 갔어.”

“왜?”

“돈이 없어서..”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 잘 안 한다며?

돈 없다는 이야기를 이런 곳에서 듣게 될지 몰랐습니다.

 

설령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해도 남에게 이렇게 대놓고 솔직할 수는 없죠.

“시간이 없어서..”라던가로 둘러댈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닌 듯이 매년 휴가를 못 간다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적나라한 속사정을 듣고 나니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는지라,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우리요양원 직원들은 제각기 다른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 40시간(주 4일)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주 30시간(주 3일) 일하는 직원도 있고, 주 20시간(주 2일) 일하는 직원도 있고, 주 10시간(하루 근무)하는 직원도 있죠.

 

아! 주 24시간/18시간/ 15시간 근무도 있네요.

 

가끔 근무를 하는 나에게 동료가 물어왔습니다.

 

“너는 주 몇 시간 근무야?”

“주 20시간!”

“남편이 쫌 버는구나!”

“그런 편이지..”

 

근무하는 시간으로 상대방의 경제사정을 한 번에 알아봅니다.

남편이 쫌 버는 집에서는 마눌이 풀타임으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공식이죠.

 

“너는? 풀타임으로 근무해?”

“응.”

“그럼 너무 피곤하겠다. 일을 조금 덜하면 안 돼?”

“돈이 딸려서 시간을 줄일 수가 없어.”

 

두 번째 “돈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돈이 없다(=필요하다)”네요.

 

나 같으면 다른 이유를 댔을 텐데, 더 묻지 않아도 되는 속 시원한 답변입니다.

 

남에게 생활비 얼마, 월급 얼마보다 더 자존심 상한 것이 “돈이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가난한 것인지,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

 

 

 

제가 다녔던 독일어 학원에서 독일어 강의시간 중에 외부강사를 초청했었습니다.

자연재료로 만드는 세제”

 

외부강사가 와서 직접 자연재료로 세제를 만드는 강의인데,

재료비가 들어가니 다음 강의에 올 때는 참가비 5유로를 가지고 오라고 했었죠.

 

다음에 5유로를 가지고 강의에 참석하라는 선생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업종료.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데 아낙 여러 명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넌 올 꺼야?”

“응.”

“5유로 내야 한다는데?”

“응, 그래도 한번 들어보고 싶어. 재미있을 것도 같고..”

“....”

 

소득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는 5유로도 사실 큰돈입니다.

이 돈이면 저렴한 빵은 5kg(이상)을, 밀가루는 10kg을 살 수 있네요.

 

몇몇 아낙은 돈 때문에 5유로를 들고 와야 하는 강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나 외에 또 한명이 아낙만 참석했고, 지난 강의에 나오지 않아서 5유로는 내야한다는 안내를 받지 못한 코소보 아가씨가 늦게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아가씨는 돈을 내야한다는 정보를 모르고 온지라,

그 아가씨가 수업시간보다 먼저 가야한다고 하길레 귀띔을 해줬습니다.

 

“가기 전에 강사한테 5유로 주고가. 오늘 이 강의는 유료 강의래!”

 

 

 

내가 5유로짜리 “자연세제 강의”에서 받는 것들입니다.

자연재료로 만든 물비누와 그걸 만들 수 있는 재료들.

 

따져보니 5유로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정보에 재료들입니다.

 

왜 학생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지 묻는 강사에게 아주 짧게 한마디 했습니다.

 

“5유로를 내는 것이 부담인거 같더라구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5유로 지참하라고 했었던 강의였는데..

사실은 무료였습니다.

 

내가 다니는 독일어학원에서 자체적으로 강사와 계산(?) 했답니다.

 

이런 좋은 정보는 선생님도 당일 날 알았다고 했습니다.

무료인줄 알았다면 모든 아낙들이 다 참석했을 것을...^^;

 

그리고 그 다음 독일어 수업 날.

선생님은 전에 나오지 않는 아낙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정말 5유로 때문에 “자연재료로 만드는 세제”수업에 안 나왔던 거예요?“

“....”

 

아무도 “돈 때문에”수업에 안 나왔다는 말은 안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돈이 없어서”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대답인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돈이 없어서”라는 말은 창피한 일이죠.

 

아무도 대답을 안 하니 선생님이 또 묻습니다.

 

선생님은 속 시원하게 “추가로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무도 그 말을 하지는 않죠.

 

저도 제 동료들이 당당하게 말하는 “돈이 없어서”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독일어 선생님이 아낙들을 자꾸 다그치는 걸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죠.

이곳에서는 “돈이 없어서”가 창피한 대답은 아니라는 걸!

 

결국 선생님이 듣고 싶어 했던 대답은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다른 곳에 가아해서..”

“그날 제가 시간이 없어서..”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아낙들은 제각기 다른 대답으로 선생님의 대답을 피해갔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곳 사람들은 당당하게 “돈이 없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굶주림을 동반한 “가난”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그들의 “돈이 없어서(=가난)”인지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이들의 표현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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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4.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