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어릴 때는 빨리 나이가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20대에 만났던 한 지인에게 이런 충고도 들었었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거 보다 시간은 금방 가!”

 

그 당시 30살을 바라보고 있던 그분은 20대 초반의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맞게 그 시기를 즐기면서 보내라고 했었죠.

 

그분이 말이 맞았습니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 가더이다.

 

이제 중년이 된 나.

나의 행동을 돌아봐야 하는 나이죠.

 

나는 적어도 “늙은 여우”라고 불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중년을 넘어 말년으로 넘어가면서도 생각 없이 아니, 얍삽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거든요.

 

우리가 흔하게 보는 단어 “노약자 우대“.

나이가 드신 분들을 존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대 정도는 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물론 연세가 드신분들중에 충분히 존경을 받으시는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실제로는 안 그러신 분들을 더 자주 만나죠.

 

“지하철/버스등의 노약자 좌석”

노인이나 어린이, 임산부등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위한 좌석이죠.

 

노약자용 좌석이니 평소에는 그냥 비워두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삶은 피곤합니다.

 

어차피 비어있는 좌석이니 잠시 앉아갈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잠시 앉았다가 그 좌석의 임자가 나타나면 일어나도 되니 말이죠.

 

하지만 노약자를 보고 일어날 시간이 필요함에도 즉시 안 일어났다고 역정을 내는 사람들.

나이를 먹었다고 좌석의 임자가 되는 건 사실 아닌데..

 

“당연한 내 좌석인데, 왜 젊디 젋은 네가 앉아서 비키지 않느냐!”

 

이런 경우는 정말 존경이 아닌 경멸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인거죠.

 

오늘 내가 하려던 수다에서 너무 멀리 가버렸습니다.

빨리 궤도를 수정해서...^^

 

내 나이 중년,

“늙은 여우”라는 유쾌하지 않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나이.

 

내가 봐도 꼴불견인 모습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야말로 "늙은 여우짓"을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도 꽤 있습니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도 이런 종류의 늙은 여우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낮잠을 주무실 수 있게 방으로 모시고 갑니다.

 

침대에 눕혀드리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서 볼일을 볼 시간을 드린 후에,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침대에 눕혀드리죠.

 

직원들이 이 작업을 끝내고 쉬는 오후1시~2시, 1시간의 점심시간.

늦은 출근을 한 직원은 이 시간에 점심 근무를 합니다.

 

낮잠을 주무시지 않는 분들은 커피와 디저트를 드리기도 하고,

먹여드려야 하는 분들은 미리 디저트를 먹여드리기도 하고,

또 이 시간에 호출 벨이 울리는 방에 찾아가는 서비스도 하는 시간이죠.

 

점심이 지난 후에 침대에 눕혀드릴 때는 기본적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눕혀드리는 것이 보통인데.. 유난이 뺀질거리는 직원은 이런 과정을 그냥 건너뛰죠.

 

침대에 눕혀드리고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호출 벨이 울리는 방은 바로 뺀질이가 갔던 방.

누우신지 3분 되신 어르신이 볼일을 보러 가시겠다고 호출 벨을 누르신 거죠.

 

침대에 눕혀드리기 전에 화장실 변기 위에 잠시 앉으실 시간을 드리고 밖에서 잠시 기다렸다면 어르신이 볼일을 보실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그냥 방에 가서는 침대에 던져버리고 온 거죠.

 

그 방에 가서 어르신이 원하시는 대로 화장실에 모시고 갔다가 다시 침대에 눕혀드렸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뺀질이 직원이 씩 웃으면서 하는 말.

 

"왜 호출을 한거래?"

"화장실에 가시겠다고.."

"아니, 나랑 갔을 때는 볼일을 안 보더니만 왜 나중에 그러는 거야??"

 

그 직원의 행실을 아는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나 혼자 속으로 궁시렁 거렸죠.

 

"야, 이 늙은 여우야~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냐?

네가 어르신 화장실에 안 모시고 간 거 다 알거든!!!"

 

늙은 여우는 남들이 다 자기가 하는 말을 곧이듣는다고 생각할까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의 존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닮고 싶은 직원이 되면 좋을 텐데..

 

이런 뺀질이 짓을 하는 늙은 여우를 보면서 젊은 직원들이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다가도 종종 늙은 여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는 "백발여우"를 만나는 군요.

 

늙은 여우는 중년이라 칭한다면, 백발여우는 할매죠.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만나게 되는 생뚱맞은 양보가 있습니다.

 

어떤 양보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86

현지인이 해 주는 양보

 

슈퍼마켓 카운터에 유난히 길이 긴 날이 있습니다.

 

줄이 너무 길면 내가 산 물건을 그냥 놓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은 별로 바쁜 일도 없고 해서 긴 카트가 놓인 계산줄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물건이 달랑 하나라고 해도 앞에 사람이 양보를 해주겠다고 하면 고맙게 받지만,

내가 먼저 굳이 말해서 양보를 받을 필요는 없어서 그냥 줄에 서 있었죠.

 

다들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할매 한분!

계산대와 가까운 곳에 서서는 당신이 산 물건 서너 개를 가슴에 안고 계십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긴 줄의 끝에 서기는 싫고,

적당히 양보를 받아서 얼른 계산하려고 그러셨던 거죠.

 

할매가 자기와 너무 가깝게 서있으니 눈치가 보였는지..

카트에서 계산대에 물건을 내리고 있던 아낙이 할매께 먼저 계산하라고 눈짓을 합니다.

 

그랬더니만 할매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에 물건을 계산대에 내려놓습니다.

할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 "늙은 여우"

 

양보도 내가 해주는 것과 내 앞의 사람이 나의 의견도 묻지 않고,

중간에 사람 하나를 껴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길게 늘어선 사람들 중에는 이 할매의 행동을 "늙은여우짓"이라 생각한사람도 있을 겁니다.

너무 얍삽하게 보였던 행동이니 말이죠.

 

정말로 바쁜 일이 있었다면 줄에 늘어선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양보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급한 일은 없지만 일부러 늘어지게 긴 줄에 서기는 싫었던 모양입니다.

 

빨리 계산을 하고 나가고 싶은데, 긴 줄 끝에 서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제일 빨리 나가는 방법이 바로 계산대 옆에 하는 새치기죠.

 

할매옆의 아낙은 "양보"라고 해줬을 수도 있지만..

 

뒤에 길게 서있던 사람들에게 할매의 행동은 "새치기"였습니다.

(내가 해 준) 양보가 아닌, (타인이 내가 선 긴 줄에 넣어준) 새치기죠.

 

하필 내가 같은 날 목격한 두 마리의 여우였습니다.

 

뺀질이, 늙은 여우랑 해서 내 몸이 더 피곤했던 날!

퇴근하면서 들린 슈퍼에서는 백발여우를 만난거죠.

 

그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늙은여우"는 되지 말아야지.

 

남에게 "폐"라고 표현되지는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리 곱게 볼 수 있는 행동 또한 아니니 말이죠.

 

나이 값을 하면서 늙어간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요?

나는 늙어서도 동물(늙은 여우?) 이 아닌 인간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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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업어온 영상은 드디어 "제가 만드는 수제버거 불고기 패티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제가 버거 패티만 만듭니다. 영상 앞의 완성된 버거는 다음번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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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 1. 21. 00:00
  • 무지개 2020.01.21 00:57 ADDR EDIT/DEL REPLY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만큼 짜증나는 사람은없죠~심각한 병을 앓고있는 손주를보고 우리집엔(시댁)저런병 앓은사람없다고 며느리 없을때 뒷말 많았던 시아버지랑 무자르듯 단칼에 연끓은 새댁이있었죠 경우밝고 똘똘한 애기엄마였는데… 위로를해도 모자랄판에~그나이 먹도록 어떤처신을 하면서 살았나 싶더라구요 참~생각도없어~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1 02:39 신고 EDIT/DEL

      그렇게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수 있지?" 싶으면서도 나는 저나이에 저러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각뿐 아니라 노력도 해야겠지요.^^

  • 2020.01.21 04:1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1 04:46 신고 EDIT/DEL

      대부분 집에서도 별로 할일이 없으신 양반들이 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의 쇼핑에 새치기를 하시는것인지..사람은 늙어가면서 더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하는거 같아요. 아! 남에게 더 못된짓도 하네요. 늙어가면서 더 악해지는 모양입니다.^^;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까 2020.01.21 10:17 신고 ADDR EDIT/DEL REPLY

    나이를 들어가면서 대우 받아야 한다라는 의식이 강해지는거 같아요. 권리인마냥.

  • 지니님매력에푹빠진 2020.01.21 11:05 ADDR EDIT/DEL REPLY

    어렸을때는 나이만 들면 저절로 지혜와 덕을 갖춘 어른이 되는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끝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노력해야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1 18:02 신고 EDIT/DEL

      저도 그런줄 알았습니다. 죽음이 코앞에 닥치면 다 내려놓고 가는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죽을때까지 악한거, 아니 더 악해지는거 같습니다. 저는 본적이 없는데, 죽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발악하는 사람들도 몇 봤다는 동료의 말을 들으니 참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리 예쁜 피조물은 아닌가 봐요.^^;

  • 지젤 2020.01.21 11:51 ADDR EDIT/DEL REPLY

    저도 약은 행동 안하고 곱게 잘늙을라고요.ㅎㅎ제가 사는 동네는 주택들이많아 나이드신분들이 많이삽니다.제가 겪은 말도안되는 사건사고 말도 못할정도예요.ㅎ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1 18:03 신고 EDIT/DEL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한 할매가 옆집에 망원경까지 가지고 감시(?)를 하다가 뭔소리 하나라도 들르면 얼른 경찰에 신고 한다고, 혼자 사니 괘씸만 느는 것인지, 참 괴팍한 노인들이 많더라구요.^^;

  • 무지개 2020.01.21 14:15 ADDR EDIT/DEL REPLY

    참~스글픈게 나이가들수록 생각이 넓어지는게아니라 좁아진다는거…내자신을 각성하면서 살아야 될거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1 18:03 신고 EDIT/DEL

      늙어가면서 더 남을 배려하고, 더 노력을 해야할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가끔씩 나오는 주책스런 행동을 이럴때 잠시 되짚어 봅니다. ^^;

  • 호호맘 2020.01.21 22:57 ADDR EDIT/DEL REPLY

    점잖고 현명하게 늙어가야 할텐데 중년 나이의 저도 늘 걱정입니다.

  • Favicon of https://korea6.tistory.com BlogIcon 호건스탈 2020.01.22 06:56 신고 ADDR EDIT/DEL REPLY

    프라우지니님저 직원분우 저런 행동은 나중에 자신에게 분명히 돌아올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후회를 많이 하는데 신중해야 겠습니다. 프라우지니님언제나 파이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2 07:35 신고 EDIT/DEL

      동료직원들도 다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은 하지 않는거 같아요. 그저 "저러다 언제 큰일나지.."하는 정도죠.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22 07:35 신고 EDIT/DEL

      동료직원들도 다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은 하지 않는거 같아요. 그저 "저러다 언제 큰일나지.."하는 정도죠.

 

 

지난해 여름에 뉴질랜드 대사관에 “워킹비자”서류를 접수했었습니다.

 

서류를 다 넣었다고 그냥 막 아무에게나 내주는 워킹비자도 아닌데..

“워킹비자 발급시점”을 내 맘 대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워킹비자를 내주는 대사관이 갑이어야 하고, 모든 조건은 대사관에 맞추는 것이 보통인데,

워킹비자를 내주겠다고 아직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나중에 받겠다는 고객!

 

네, 접니다.

 

물론 우리 나름의 타당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장남인 남편이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나중에 비자를 받겠다.”해놓고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던 우리.

결국 한밤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고객인 나에게 전화를 해오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127

우리를 당황하게 한 한밤의 전화.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받을 자격과 조건이 되는지 “인터뷰”를 하는 이유가 아닌,

도대체 언제쯤 비자를 발급받을 예정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던 대사관 직원!

 

그렇게 대사관 직원과는 “1월31일에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때쯤 대사관 직원은 다시 추가해야할 서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귀띔을 했었죠.

한국 사람들은 꼭 제출해야하는 서류중 하나인 “흉부 엑스레이 사진”.

 

이것이 6개월 유효한 서류라고 합니다.

내가 서류를 접수한 기간이 6개월이 넘어가면 새로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린츠에 사는 내가 뉴질랜드 대사관에 접수할 엑스레이는 찍으려면..

비엔나까지 가야 합니다.

 

비엔나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지정한 의사를 만나고,

또 그 의사가 지정하는 방사선과에 가서 흉부를 찍어야 합니다.

 

린츠에서 비엔나까지 가는 차비와 시간에,

대사관 지정의사와 방사선과에 골고루 수수료를 지불 해야하죠.

 

비자에 필요한 서류나 수수료는 다 남편이 지불을 해서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꽤나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작년 여름에는 급하게 비엔나에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면서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갔다가..

2박3일 도나우강변 자전거 투어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었죠.

 

아직 이 영상들은 편집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지난 여름에 제출한 흉부사진의 유효기간은 6개월.

 

비자를 빨리 받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비자 받을 시기를 미루면서 더불어 새로 추가해야하는 서류도 생긴 거죠.

 

지난번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고, 대사관이 추가로 보내라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남편이 직원에게 물어봤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새로 제출해야 할 흉부 사진”.

 

“한국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제출해야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내 아내는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고, 지난번 흉부 사진을 찍은 이후로는 오스트리아를 떠나지 않고 계속 이곳에 있는데도 새로 흉부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인지..“

 

다시 찍으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었죠.

 

그리곤 잊고 있었던 뉴질랜드 워킹비자.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던 1월 말까지는 시간도 있으니 잠시 접어뒀던거죠.

 

뉴질랜드는 까맣게 잊고 있던 지난 12월에 저는 또 뉴질랜드 대사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던 1월은 아직 멀었는데 다시 전화를 해온 대사관 직원.

 

 

 

전화를 해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당신의 워킹비자를 발급했다.”

 

내가 전화를 받은 날은 12월 23 일.

대사관 직원이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거죠.^^

 

조건도 꽤 좋은 비자였습니다.

뉴질랜드 입국 할 수 있는 기간을 3달 정도로 잡아서 말이죠.

 

나는 2020년 3월23일~ 6월 23일 사이에 아무 때나 입국 할 수 있습니다.

 

대사관 직원이 내 비자를 12월에 발급 해 버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이 질문했던 다시 제출 해야 하는 서류인 “흉부 엑스레이”

 

새해가 되어버리면 정해진 규칙(6개월)이니 대사관 직원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서류.

12월에 비자를 발급 해 버리면 다시 흉부 엑스레이사진을 제출할 일은 없죠.

 

덕분에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비자가 됐습니다.

 

흉부 엑스레이 찍으려고 다시 비엔나에 다녀오고 하다보면 200~300유로의 경비에 시간까지 필요한 참 번거로운 작업이었는데 그걸 다 한 번에 해결 한거죠.

 

뉴질랜드는 남편에게는 참 행운의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닌가요? 뉴질랜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남편이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필요한 영어 레벨 테스트를 하면서 하나씩 준비했던 시절.

 

비자에 필요한 조건들을 맞추던 그 2~3년의 시간동안 남편이 의지했던 사람은 대사관 직원!

남편은 비자 서류를 대행 해 주는 회사나 대행업자없이 혼자서 다 해냈죠.

 

시시때때로 뉴질랜드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당시 대사관 직원은 뉴질랜드에는 자동차 산업이 없으니 “(자동차 관련)소프트 엔지니어”인 남편에게 앞에 “자동차”는 빼는 것이 비자를 받는데 더 유리하다는 조언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사관 직원은 왠지 거만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거 같은 그런 “갑”같은 존재인데, 비자를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더 유리한지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또 이번에는 우리의 문제까지 고려해서 알맞은 시기를 선택해서 비자를 발급해준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

 

그들의 베푸는 아주 작은 친절이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해 감동하게 합니다.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의 시간과 돈을 벌어줬으니 선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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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저의 소소한 일상중의 일부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오후, 생각과는 달리 참 한산한 동네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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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 1. 17. 00:00
  •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20.01.17 02:25 신고 ADDR EDIT/DEL REPLY

    좋은 경험 하셨고 기분 좋은 일이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17 18:31 신고 EDIT/DEL

      네. 정해놓은 날에 다시 전화를 한다고 해서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잘 풀려고 기분 좋은 상태입니다.^^

  • 호호맘 2020.01.17 13:03 ADDR EDIT/DEL REPLY

    남편뿐만 아니라 지니님께도 뉴질랜드는 행운의 나라 입니다
    어쨋든 비자는 지니님 꺼니깐요
    지니님 부부 두분께 모든게 술술 풀리게 되는 행운의 해가 될거 같습니다.
    봄이 오면 곧 떠나시겠군요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 흥미로운 삶이 펼쳐 질거란 생각에 많이 부럽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1.17 18:34 신고 EDIT/DEL

      아직 떠날 계획은 없는 상태입니다. 며칠뒤에 시아버지 검진이 있거든요. 암이 잘 절단됐는지 전이된 곳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난후에야 어떤 결정이 내려질거 같아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탈조선을 꿈꾸면서 살아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조선이라고 칭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에 "조선"이었던것은 맞지만 이제는 남한,북한,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죠.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얕잡을 때 쓰는 말이 조센징인데,

한국인이 스스로 한국을 “조선”이라고 하다니!

 

한국을 탈출하고 싶다면..

“탈조선”보다는 그냥 “탈한국“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는지!

 

아무튼 한 아낙의 생각이니 딴지 걸지는 마시라~

 

한국을 탈출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말하죠.

“내 나라, 내 문화 속에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 할 수도 있습니다.

“너는 한국을 떠나서 사니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이곳에서 살아보라고!”

 

그러면 해외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외국에서 똥 빠지게 2~3개의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살면 한국에서도 성공한다고!”

 

저도 해외에 사는 1인으로서 한국인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인종차별 속에 10년 넘게 살면서 깨닫게 된 결론이죠.

 

한국인은 한국을 떠나서 살게 되면, 자주 겪게 되는 것이 “인종차별”이죠.

 

가끔 유튜브에 “내가 겪은 인종차별”이런 영상들이 자주 올라오던데,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들은 “불친절”로 보이는 일도,

나는 외국인이니 내가 느끼는 건 “인종차별‘이죠.

 

가끔은 내가 외국인이라서 당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그 사람이 원래 모두에게 불친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

단, 백인(외국인)은 예외로 치고 말이죠.

 

나는 외국인이니 상대방이 나에게 불친절하다면 내가 느끼는 건 “인종차별”

나는 외국인이니 상대방이 나를 싫어해도 “인종차별”

 

이래저래 인종차별과는 뗄 내야 뗄 수 없는 것이 외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입니다.

 

얼마 전에 나에게 불친절하게 한마디 했던 직원의 말 한마디.

“K할배가 너 싫어하니까 앞으로 K할배한테 가지마!”

 

무슨 말이래? 하시는 분은 아래 글을 읽으셔야 할 듯..

http://jinny1970.tistory.com/3078

참 내 맘에 안 드는 그녀

 

그 말을 들으면서 어쩌면 K할배가 외국인인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놓고 말하는 직원들은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대답을 했습니다.

“몰랐어? K할배 외국인 싫어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A도 대놓고 싫은 티를 내고, 이번에 들어온 견습생 D도 외국인이라고 싫어하잖아.”

 

말을 돌려서 이야기 하는 직원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K할배 성질낼 때는 다 가라고 하잖아...외국인을 조금 안 좋아하기는 하지.”

 

K할배는 파킨슨 치매를 앓고 계셔서 시시때때로 공격적이 되시고, 그때는 모든 직원의 접근을 꺼려하시죠. 그때는 가급적 옆에 안 가는 것이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외국인들을 싫어하시는 건 몰랐습니다.

 

 

https://pixabay.com/images/search/racism/ 에서 캡처

 

요양원에 계신 분들 중 대부분은 전쟁세대.

히틀러가 주장했던 것이 “순수혈통의 게르만 민족”이었죠. 외국인들이 자꾸 들어와서 벌레처럼 번식을 할수록 순수혈통이 줄어든다는 교육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나치들이 유태인만 가스실로 보낸 걸로 알려 졌지만...

실제로 그때 유태인만 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이나 장애인들도 게르만의 수치라고 수용소로 보냈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있던 엄청난 수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병원에 3주 이상 입원하면 다 수용소로 보내버렸죠.

병원의 침대는 나치군대들을 위해 비워놔야 한다면서 말이죠.

 

이건 오스트리아에 있는 한 수용소 견학때 그곳에서 보고 들은 설명입니다.

실제로 그곳의 가스실도 들어가 봤습니다.

 

독일이 전쟁에 지면서 히틀러는 자살을 했지만, 그런 교육은 계속 이어졌지 싶습니다.

 

그러니 지금 80대 노인이라고 해도 아직 정신 속에 “버러지 같은 외국인“일수 있다는 이야기죠.

 

여러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내가 찾은 결론은...

"K할배는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지나가면 같이 웃어주시고, 내가 경례를 하면 거기에 답을 해주시고..

어떤 날은 나보다 나를 먼저 발견하시고 손을 들어서 인사를 해 오시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하긴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 제가 몰랐을 수도 있지 싶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일본인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들어내지 않죠. 겉으로는 생긋 웃으면서 친절한데 속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절대 알 수 없는 민족 중에 하나입니다.

 

 

 

https://pixabay.com/images/search/racism/에서 캡처

 

근무를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꽤 있었습니다.

 

90대의 치매 할매 한분.

자신에게 친절한 직원은 당신 손으로 볼을 어루만지시려고 합니다.

 

하. 지. 만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몸에 손대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대부분은 당신의 배설물을 마사지를 하시는 실력이라 그 손에 엄청나게 많은 세균들이 잠자고 있을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하죠.

 

내 볼을 만지려고 하시면 얼른 얼굴을 돌리지만 “당신의 지금 기분이 좋으신가보다.”하죠.

그렇게 금방 좋은 감정을 드러내는 할매가 순간적으로 눈빛이 변합니다.

 

날 경멸하는 듯도 하고, 무시하는 듯도 한 눈빛으로 당신에게 음식을 먹여드리고 있는 나를 쳐다보면 내 기분이 묘해집니다.

 

평소에는 정신이 외출해서 내가 외국인인 걸 모르셨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와서 옆에 앉아있는 외국인을 인지하신 것인지..

 

대놓고 외국인을 싫어하는 티를 내는 어르신 같은 경우는 “외국인”인 내가 안 가면 되지만..

안 그런 척 하면서 순간적으로 눈빛이 변하는 이런 경우는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거시기 합니다.

 

경멸하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 직원은 싫으니 나에게 보내지 마라”하지 않은 이상 외국인 직원은 손길은 계속 받죠.

 

독일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라 발음이 다르고,

다른 문화에서 온 내가 하는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내가 외국인이여서 싫다”는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도움을 주면서 당하는 인종차별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내 땅을 떠나 사는 외국인 신분이니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저의 현실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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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10. 21. 00:00
  • 2019.10.21 01:2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10.21 06:12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점은 한국에 살고계신 외국분들 한테도 그대로 해당되는거 같습니다.

  • 2019.10.21 07:08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22 03:29 신고 EDIT/DEL

      주변에 외국인들이 꽤 많은데, 대부분은 이런 평가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 "XX에 갔는데 외국인 의사더라, 그런데 현지인보다 훨씬 더 자상하게 챙겨주더라." 물론 그 사람이 친절하고 맘에 들었을때 이런 반응이 나오는거죠. 외국인이 친절하지도 않으면 다시는 안 가겠죠??^^;

  • 호호맘 2019.10.21 19:16 ADDR EDIT/DEL REPLY

    그 외국인 직원의 손에 의해 자신의 밥 숟가락을 도움 받으면서도
    뼈속 깊이 박힌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절대 바뀌지 않는군요
    참 어이가 없네요
    맞아요 지니님
    지니님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당할땐 일순간 거시기해도 상처 받지말고 다 툭툭 털어버리고
    씩씩 하게 살아가세요.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런분들은 지옥에나 떨어져 동양인 수발만 영원히 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22 03:31 신고 EDIT/DEL

      그러려니 합니다, 내 동료직원이 가지 말라고했던 K할배랑은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분을 목욕시켜드렸네요. 목욕을 끝내고 "(폭력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무사히 목욕을 마치는데) 협조 해 줘서 고맙다"고 하니 당신도 "나도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

 

 

제 시아버지가 전립선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하러 병원에 가시기 전에 “요양보호사”로 있는 며느리가 몇 가지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처음에 요양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하는 행동들이죠.

 

“아빠, 젊은 여자 간호사들이 아랫동네를 씻겨드리러 와도 절대 창피해하지 마세요.”

“...”

 

할매도 마찬가지지만 할배들도 당신 몸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걸 굉장히 부끄러워하십니다. 대소변을 못 가리셔도 직원이 당신 몸에 손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죠.

 

혼자서 어떻게 해 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나중에 온벽이나 바닥에 떵칠을 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죠.^^;

 

“아빠는 생전 처음 당하는 일(누군가 특히 젊은 아가씨들 앞에서 아랫동네를 훌러덩 까는 행위)이라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매일 하는 일이고, 또 매일 보는 부위라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평생 건강하시던 아빠가 다른 동네도 아니고 바로 거시기 부근에 있는 전립선 수술에 들어가시니 수술이나 그 후에도 간호사들이 도움을 받아 씻거나 하시게 될 상황에 대비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전립선이 어디있지? 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0618 참조

 

아들내외는 아빠의 수술 전날에도 병원에 갔었고,

수술 하신 날 중환자실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잠시 들어가서 얼굴을 뵈었죠.

 

“수술하는 날은 오지 마! 그날은 마취에 취해서 와도 못 볼 수 있어.”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아들은 저녁에 아빠를 보러갔습니다.

 

“급이 다른 등급”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수술하신 오후에 남편은 수술을 집도한 수술의에게 전화를 걸어서 수술경과도 들었고, 저녁에는 중환자실도 면회를 와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며느리가 “가시겠냐?”고 몇 번 물어도 “안 가겠다.”하셨던 시어머니!

 

아들이 “우리 가는데 정말 안 가겠냐”고 하시니 급하게 따라나설 준비를 하셨습니다.

 

며느리에게는 몇 번을 여쭤봐도 “안 가”하시더만, 왜 아들의 질문에는 다른 태도를 취하시는지..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습니다.

 

“당신 엄마한테 제대로 물어본 거 맞아?”

 

시어머니의 변덕스러운 마음은 며느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죠.ㅠㅠ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아빠는 마취도 깨어있는 상태라 병실에 들어오는 엄마와 아들내외를 맞아주셨습니다.

 

“오지마라”하시더니만, 그래도 병실에 들어서는 식구들을 보니 반가우신 모양입니다.

“혼자 누워있으니 생각만 많아지더라.”

 

큰 수술을 하고 썰렁한 중환자실에 혼자 누워있는 상황이니 좋은 생각은 아니겠지요.^^;

 

남편이 퇴근하고 간지라 이미 저녁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한 20여분 있었는데..

아빠는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대부분 수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빠는 카테터(소변줄)을 끼고 계셨고,

아직 몸을 움직이실 수는 없는 상태셨죠.

 

다음날 아빠는 병실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아들내외는 아빠가 병실로 돌아오신 그 다음날 다시 찾아뵈었죠.

 

병실에 들어서는 아들내외에게 아빠는 “수술 부위”라고 하면서 환자복을 위로 들어 올려서 배의 수술 부위를 보여주십니다.

 

배꼽을 중심으로 6개의 구멍을 내서 기계로 수술한 모양입니다.

아빠는 "다빈치"라는 기계를 이용한 수술이라고 하시네요.

 

아빠가 수술 부위를 보여주시는 것까지는 좋았는디..

아빠는 환자복 안에 속옷을 안 입고 계셨습니다.^^;

 

저 얼떨결에 시아버지 몸을 본 며느리가 됐습니다.

하긴, 소변 줄을 꼽고 계신 상태라 속옷을 입기도 불편한 상태셨네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며느리는 매일 보는 할배들의 아랫동네(거시기)여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이것이 요양원에 사시는 고객인 할배들이랑 제 시아버지와는 또 차이가 있죠.

 

“의료인들에게 몸을 보여주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라!“

 

며느리의 이 조언을 아빠는 제대로 이해하셨습니다.

며느리도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의료인이거든요.

 

여기서 잠깐!

한국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의료인에 포함이 안 되는 모양인데..

오스트리아에는 간호조무사도 “의료인”입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등의 직업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의료인이죠.

병원에서 근무를 했다면 의사들과 서로 이름 부르며 근무할 수 있는 그런 사이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의사라고 해서 “XX 선생님!“이런 호칭은 직원들끼리 쓰지 않거든요.

 

이날 아빠는 수술부위를 설명하시면서 환자복을 두어 번 들어 올리시는 바람에..

저는 얼떨결에 아빠의 몸을 그때마다 봐야하는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상황에 잘 적응하시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평생 남에게 보인 적이 없는 몸을 타인에게 보인다는 것이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변줄 꼽고 계신 아랫동네를 아무 거리낌 없이 며느리에게 들어내시는 아빠를 보니 안심이 됩니다.

 

아빠는 아들내외에게 당신의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수술은 잘 됐고, 소변줄은 1주일이면 빼고, 그 다음에는 퇴원을 하시겠죠?

그때쯤이면 아빠 배의 6개의 구멍들도 많이 아물어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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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10. 16. 00:00
  • 2019.10.16 00:5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6 04:00 신고 EDIT/DEL

      울아빠는 퇴원하고 이틀째라 오늘 아빠가 쓰실 기저귀사러 다녀왔습니다. 아빠도 엄마도 이동이 원할하지 않으시고, 아들내미는 출근을 해야해서 며느리가 자전거타고 다녀왔습니다. 아직 수술직후이니 요실금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말씀드렸어요.^^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10.16 02:04 신고 ADDR EDIT/DEL REPLY

    수술이 잘 된거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 2019.10.16 02:2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6 04:01 신고 EDIT/DEL

      그동안 제가 경험한거죠. 특히나 남자 어르신들은 여직원앞에서 당신 몸을 드러내시는걸 심히 꺼려하시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몰라서 당부차 말씀드렸는데, 아빠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죠.^^

  • Favicon of https://i-am-walker.tistory.com BlogIcon 아웃룩1000 2019.10.16 05:10 신고 ADDR EDIT/DEL REPLY

    빠른쾌유 기원합니다. 저도 남자로써 '민망해하지 말라' 라는 내용 기억할게요.

  • 2019.10.16 09:1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6 18:40 신고 EDIT/DEL

      부모님이 연세가 드실수록 당신을은 "우리끼리도 잘 살수 있다."하시는것이 "너희들이 근처에 살면서 우리가 필요할때 와줘"로 들립니다.^^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까 2019.10.16 09:56 신고 ADDR EDIT/DEL REPLY

    시아버지에게 괜찮다 하시고 시아버지가 훌러덩 하셨을 때는 지니님도 헉 하셨겠네요. 하긴 의료 현장에서 환자로 만날 때와 가족으로 만날때는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6 18:41 신고 EDIT/DEL

      저뿐아니라 남편도 헉^^; 하는거 같았습니다. 공중목욕탕 문화가 없는 이곳에서는 아들이 아빠의 벗은 몸을 볼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 말이죠.^^;

  • 호호맘 2019.10.16 23:19 ADDR EDIT/DEL REPLY

    최신기술의 수술을 받으셨군요.
    한국에서도 다빈치 로봇 수술은 비용이 꽤 비싸답니다.
    며느리가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7 19:29 신고 EDIT/DEL

      그 수술이 비싼거라 수술비가 3천유로 이상이었나 봅니다. 아빠가 지불하신 7천유로중에 수술비가 그정도였거든요. 아무래도 며느리가 요양보호사이다보니 아빠 기저귀사오는 심부름도 합니다. ^^

  • 2019.10.17 08:1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7 19:32 신고 EDIT/DEL

      아빠는 물리치료실에 다니시면서 괄약근조이는 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라 마이~~ 당황스러우신 나날이지 싶습니다. ㅠㅠ

 

 

애초에 시아버지의 수술날짜는 11월27일이었습니다.

 

“일반”이 아닌 “급이 다른 레벨”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내야했던 돈 7,000유로

등급을 올리면서 수술날짜가 빨라졌습니다.

 

11월27일이던 것이 10월22일로 조정.

 

병원에서 보내준 Sonderklass 존더클라스(1등급)의 견적서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위의 금액을 병원 입원 전에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뭐야? 하시는 분은 아랫글을 읽으셔야 할 듯..

http://jinny1970.tistory.com/3082

아빠의 통 큰 지출

 

누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돈 떼어먹나?

한두 푼을 하는 것도 아닌 금액을 병원 입원 전에 전액 납입하라니??

 

예전에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던 병원씬이 생각납니다.

“돈 없으면 수술 안되요! 돈 가져오세요. 돈!!!”

 

유럽의 한복판, 오스트리아에서도 입원 전에 “돈”을 가져오라네요.

왜 굳이 입원 전에 아직 하지도 않는 수술비를 완납하라는 이야기인지..

 

엄마네 갔다가 (수술 전) 주방에 앉아계신 아빠와 잠깐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아빠, 왜 입원도 하기 전에 돈을 다 입금하래요? 누가 떼어먹어요?”

“병원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으니 이렇게 조치를 하는 거겠지?”

“입원 전에 입금 안하면 어떻게 되요?”

“그럼 그냥 일반치료를 받게 되겠지.”

 

남편이 견적서의 금액을 입금할 때쯤 나왔던 수술날짜 10월22일.

이때 남편은 예정견적서에 나왔던 11일치 입원비및 수술비 7,000유로상당을 입금했습니다.

 

일단 수술을 하면 병원에 10일정도 입원하셔야 하니 이 기간에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병문안을 가야죠. 그래서 내 문화생활의 스케쥴을 바짝 땡겼습니다.

 

10월 5일 토요일 /연극 Jedermann

10월 6일 일요일 /오페라 Le Prophete

10월 9일 수요일 /연극 Maria Stuart 

10월12일 토요일 /오페라 the Rape of Lucetia

10월17일 목요일/연극 Der Verschwender

10월20일 일요일/오퍼레테 der Bettelstudent

(이번 달도 티켓값이 350유로가 넘습니다만 저는 공짜^^)

 

 

아빠의 수술 이후에는 공연스케줄을 잡지 않으려고 빡빡하게 공연관람스케줄을 잡았는디..

병원에 전액입금을 하자마자 아빠의 수술날짜가 더 앞당겨졌습니다.

 

아빠는 10월 7일에 수술을 하셨습니다.

애초에 이야기 했던 11월27일보다 한 달 하고도 20일이나 빨리 말이죠.

 

“역시 돈이 좋다”는건 세계공용인거 같습니다.

 

돈이 없었다면 11월27일까지 내내 기다리다가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등급을 올리면서 의사도 선택 할 수 있고, 수술날짜도 거의 두 달이나 땡겨졌습니다.

 

아빠가 22일에 수술하실 거라 생각해서 공연 표를 받아놨던 며느리는 낭패인거죠.^^;

 

10월 6일 일요일, 내가 오페라 공연 보러 가는 날.

아빠는 다음날 수술을 위해 그날 오후에 입원하셨습니다.

 

수술 전에 아빠 컨디션을 보러 남편이랑 같이 병원에 들렀습니다.

병원에 들렀다가 나는 공연 보러 가고 남편은 집으로 갈 예정이었죠.

 

병원에 가서 아빠를 보고 나오는 길에 남편이 하는 말.

 

“나는 이제 집에 가고 지니는 오페라 보러 극장에 가!”

 

병원 나와서 남편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오페라 보러 극장에 간다는 이야기는 왜 하누?”

“왜? 뭐가 어때서?”

“남들이 뭐라 그러겠어? 시아빠는 수술한다고 입원했는데 며느리라는 인간이 한가롭게 극장이나 다닌다고 할 거 아니야?”

“남들이 말을 하거나 말거나 그걸 왜 신경 써!

당신은 아빠 수술 전에 잡았던 스케줄이니 가는 거지.”

 

이것이 아들과 며느리의 차이인가요?

 

며느리는 아빠가 병원에 계신데 팔자 좋게 공연이나 보러 다닌다고 할까봐 눈치가 살짝궁 보이는데,  남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평소에 무릎이 아프다시는 엄마랑은 오전에 산책도 다닙니다.

 

시누이가 엄마가 운동도 안하면서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고 궁시렁 거리길레,

책임지고 엄마 운동시키겠다고 했었거든요.

 

아빠가 계셨음 엄마 다리 상태를 봐가면서 오전이나 오후에 함께 산책을 하시는데..

지금은 아빠가 안 계시니 아빠의 빈자리를 저라도 조금 메워보려고 말이죠.^^

 

평소 같으면 무릎이 아파서 싫다고 산책 안 간다고 하셨을 엄마.

 

“엄마! 지금 아빠도 병원에 계신데 엄마라도 당신 몸 돌보고 계셔야 해요!”

 

며느리의 이 말이 먹힌 것인지..

한 시간 넘게 걸어도 군소리가 없으셨습니다.

 



하긴 엄마가 걸으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주변 어디쯤에 호두나무가 있는지 아시는 엄마가 산책코스를 잡으셨죠.

그래서 며느리는 엄마가 이끄시는 대로 따라갔었습니다.

 

조금 걸어가면 호두나무 아래서 호도를 줍고, 조금 더 걸어가면 호도를 또 줍고..

산책을 나온 것인지 호도를 주우러 나온 것인지!

 

나중에는 며느리가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 우리는 지금 호두를 주우러 온 게 아니거든요!”

 

며느리는 잔소리를 하면서도 호두나무 아래에 서면 엄마랑 같이 열심히 주었습니다.

 

1시간 넘게 산책(인지 호두나무 한 바퀴를 돈 것인지..)하면서 주어온 호두는 1kg이 훌쩍 넘는 무게였습니다.

 

아빠가 건강하셨음 자전거타고 들판을 다니시면서 동네방네 떨어진 호두를 주워 모으셨을 텐데.. 올해는 수술 후에도 자전거를 못 타실 테니 엄마라도 주워 모으시는 것이 맞지 싶기도 합니다.

 

아빠는 제가 10월17일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퇴원하시지 싶습니다.

 

저는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중이신데 한가롭게 공연이나 보러 다니는 며느리가 됐지만,

아빠가 안 계시는 동안 시어머니는 부지런히 챙겨드리면서 며느리의 의무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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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사진이 등장하니 엄마가 해주신 음식 동영상을 하나 업어왔습니다.

 

비오는날 부쳐먹으면 딱 좋은 호박전!

우리나라에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유럽에도 부침종류가 있죠.

우리가 해먹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유럽의 호박전을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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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10. 14. 00:00
  • 스누피 2019.10.14 02:52 ADDR EDIT/DEL REPLY

    치즈라... 정말 다르네요!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한 번도 치즈가 들어간 전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세계는 아주, 많이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4 03:38 신고 EDIT/DEL

      치즈가 들어가서 짭짤한 호박전이 됐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맛과는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전입니다.^^

  • Favicon of https://btouch.tistory.com BlogIcon 내로라하다 2019.10.15 00:36 신고 ADDR EDIT/DEL REPLY

    돈이 무섭네요. ㄷㄷ 덕분에 수술 날짜가 당겨져서 다행이군요^^

  • 호호맘 2019.10.15 00:42 ADDR EDIT/DEL REPLY

    벌써 퇴원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겠네요
    무심한듯 하지만 가까이 사는 아들 며느리가 얼마나 고마운지 아셨으며 좋겠습니다
    저도호두열매 주워보고 싶어요
    저런 맛난 견과류 열매들을 잘 주워 가지 않나 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5 04:28 신고 EDIT/DEL

      지금 떨어지는 호두도 있고 밤도 있는디..여기도 어디쯤에 호두나무가 있는지만 알면 가을에 산책하며 호두 추수 다닙니다.^^ 아빠는 오늘 퇴원하셨습니다. 엄마가 한동안 아빠를 돌보셔야 할듯해요.^^

  • 인디오 2019.10.15 18:24 ADDR EDIT/DEL REPLY

    음식하실때 영상을 보면 소매가 손목을 ... ㅎㅎㅎ
    올려드리고 싶어요~~ㅎㅎ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5 19:39 신고 EDIT/DEL

      올린다고 쪼매 올렸는디..아무래도 내가 하는것이 아닌 엄마옆에 조금 거드는거라 요리할 준비가 대체적으로 쪼매 덜되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