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해와는 조금 다른 올해 날씨,
비는 자주 오는데,
독일발 뉴스처럼 사망자가 나는 폭우는
제가 사는 지역은 없습니다.
그저 비가 조금 많이 온다?
비굵기가 남다르다?
올해는 유난히 땡볕 여름이라
집안에 있어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씨더니만
빗줄기가 굵게 떨어지니 시원하다 정도?
특히나 근무하는 날이라면
비 오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오면 일단 서늘하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10시간 근무하는
지금(=코로나) 상황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유럽 폭우로 이재민이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건 뉴스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유튜브에서 보게 된 뉴스 영상.
“서유럽 폭우,
요양원서 장애인 12명 익사”
유럽이라며? 복지국가라며?
어떻게 폭우로 장애인이 12명씩이나 죽어?
이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하면 놀라시려나요?
지층, 한국에서는 1층에 해당하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익사를 한 장애인들.
근무하는 직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1명이 모든 사람을 다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은 힘이 들고,
또 정전이 된 상태라면 엘리베이터도
안 움직이니 위로 올라가기도 힘이 들죠.
요양원에 처음 실습을 나가서
내가 제일 걱정스러웠던 것은…
“불이 나면 어떡하지?”
엘리베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불이 나면 전원이 나가니 운행이 중지되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휠체어를 사용하시는데,
직원이 휠체어를 계단으로 운반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나 체중이 많이
나가시는 분은 더 힘들죠.
그러니 비상 계단이란 것도
필요 없는 곳이 요양원!
불이 나면 어르신들이
다 2,3층 창문에서 밖으로
뛰어내려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안 되는 사람들은
다 타 죽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되면 직원인 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요양원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도
모를 때 저는 혼자서
이런 고민을 했었습니다.
나중에 건물 사이에는 방화벽이 있어서
불이 나면 방화벽이 저절로 차단이 되니
불이 난 건물의 사람들이
안전한 옆건물쪽으로 이동을 하면
1차적으로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됐죠.
불이 한 건물에서만 났다면
옆 건물로 피하면 된다고 하지만
불이 동시에 두 건물에서 났다면..
피할 곳은 없습니다.
정말로 창문에서 뛰어내려야 할
경우도 발생을 하겠죠.
계단을 걸어서 내려올 수 있는
사람들은 살수 있지만,
혼자서 내려오지 못하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아예 와상 환자 같은 경우는
살 수 있는 확률의 반으로 줄어버리죠.
우리 요양원에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대략 60여명의 어르신이 사십니다.
낮에는 대체로 간호사 2명에
요양보호사7~8명이 근무를 하지만
야간근무는 1명이 하죠.
혼자서 어르신 60여명을
다 책임져야 하는데,
한밤에 폭우로 건물이 물에 잠겼다?
건물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걸
야간 근무자가 마침 지층에 왔다가
알게 되었다고 해도
폭우로 전기가 나갔으니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중지된 상태이고
어르신들에게 급히 위층으로 가시라고
각방을 뛰어다니며 알렸다고 해도
혼자서 계단을 오르실 수 있는 분들만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자다가 익사한 장애인은 무슨 죄로
그런 죽음을 맞이 한 것일까?
도대체 직원은 뭘 했길래
그 많은 사람을 죽게 한 것일까?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을 요양원에 근무해서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서 근무하는 직원도 혼자서
이리저리 뛰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겠지.”
혼자서는 침대에 누워있는
화상 환자를 운반하는 것도,
휠체어가 아니면 이동을 못하는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우리 요양원에서도
야간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밤에
잠 안자고 일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밤새도록 정말로 뺑이를 치죠.
(야간 수당은 근무연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대충 30유로정도 더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심심해서 호출벨을 누르는 건
그나마 양호한 경우이고,
밤에 건물 밖을 나간 어르신이 있으면
건물내 방마다 다 찾아보고,
주변을 뒤져보고, 경찰서에 전화를 하고
혼자서 난리부르스를 춰야 합니다.
그런 정신 없는 와중에도
호출벨을 눌러대는 어르신은 있고,
떵잔치 했다고 와서 닦으라는
어르신들도 있죠.
일부는 일부러 침대에 떵을 싸서
직원 엿 먹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런 경우를 만났죠.
목욕하시는 어르신을 모시러 방에
갔더니만 방에 진동하는 떵냄새.
침대에 떵 싸 놓고 하신다는 말씀이..
“호출했는데 안 와서 그냥 쌌어.”
몸만 쫌 무겁고(100kg),
약간 불편한(반신불수) 정도이지
제정신을 갖고 계신 70대 할매가
이런 짓을 했으니 내가 미칠 상황.
“왜 침대에 다 그랬는데요?”하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내가 10분이나 기다렸는데
아무도 안 오길래..”
“당신이 호출한 시간에 직원들
근무회의 하는 거 아시잖아요.”
“………”
“아침, 점심, 저녁에 각각 15분씩
직원들이 회의 하는 거 뻔히 아시잖아요."
그 시간도 알고 계시면서
그 시간에 안 왔다고
그냥 침대에 일을 봤다고?”
평소에는 변비로 오만상을 다 쓰면서
배변에 힘을 쏟던 할매가
그 10분을 기다리지 못해서 침대에
일을 봤다는 걸 믿어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경우가 밤에는 더 많다는 이야기죠.
낮이야 여러 명이 근무를 하니
내가 방에서 뒤처리를 할 동안
동료들의 다른 방의 호출에
대응을 하지만
나 혼자 야간 근무중 이런 일을 만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가중되겠죠.
이런 상황에 물난리까지 났다면..
산 너머 산입니다.
일단 방마다 뛰어다니면서
어르신들을 윗층으로 가시라고
안내를 하고,
119에 전화를 한 후에는
혼자서 이동을 못하시는 어르신들중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부축해서
윗층으로 모시려고 노력을 하겠지요.
하. 지. 만
나 혼자의 힘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분 같으면
나도 해드릴 것이 없는 거죠.
그저 명복을 빌어드리는 수 밖에……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면
또 이런 뉴스를 듣게 되겠죠.
어디에서든 일어날수 있는 현실이고,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 저는 놀랍지 않은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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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요양원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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