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스트리아 요양원에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상황을 봐도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죠.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일하는 곳은 여기보다
상황이 훨씬 나으니 다르겠지.”
이건 이곳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요양원이란 곳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서 다 같은 시스템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 진 곳
= 가능한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하는 사업체
그리고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의 처지도 같죠.
“(가족에게 버림받고) 집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문화가 다르다고 요양원으로 가는
부모의 마음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자식이 자신을 보듬어 주지 않아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야하는 곳이죠.
한국은 여기보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훨씬 더하겠죠.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을 낳아서
대학까지 공부시켜야 하고
시집/장가 보낼 때는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뽑아줘야 하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바쳐서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켜
결혼까지 시켜 놨는데,
내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은 자식들은
살기 바쁘다고 요양원에 가시라 하죠.
유럽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몰빵하지 않습니다.
대충 중학교 졸업하는 15살이 되면
그냥 기술 배워서 독립하기를 바라죠.
그렇게 되면 15살 이후로는
자식들의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게 되니..
딱 15살까지만 키워주면 됩니다.
그렇게 독립한 자식이 결혼한다고 해도
집안의 기둥을 뽑지는 않습니다.
“결혼하니? 잘 살아라” 정도죠.
우리가 결혼할 때
시부모님이 해주셨던 것은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
(부모님, 시누이와 결혼식 증인2명)이
먹은 점심 식대를 내주신 정도죠.
딸이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있다는 동료에게
“딸이 결혼하는데 너희 부부는
뭘 해 줬니?” 했더니만
“남편이 딸한테 결혼경비 반을 내주겠다고 하더라.
지가 번건가? 왜 내 돈으로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어.” 하더라구요.
결혼 경비라도 해도 여기는 예식장도 없고,
또 결혼식 장소도 산 위 목장에서 한다니
시청 공무원을 그곳으로 부르는
출장 비용 200유로에 이런저런
소소한 것들일테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혼수 비용”은 쨉도 안되는
많아봐야 천 유로 남짓이겠지요.
이야기가 잠시 샜으니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어쩌다 보게 된 국민청원
아마도 내가 일하는 요양원 관련 일이라
호기심에 이걸 읽게 된 거 같습니다.
엄마가 찹쌀떡을 먹다가 질식해서
뇌사상태에 빠졌으니
“형사처벌 및 즉각 폐원 가능한 제도 마련 촉구”
우리 엄마가 그곳에서 잘못됐으니
그곳을 폐원하면
그곳에 사시는
다른 분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사연을 읽어보니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제시한 문제점에
토를 달게 됩니다.
- 정교하게 씹는 것이 불가능하고,
과도한 식탐 증상이 있는 치매노인에게
자르지도 않는 떡을 제공한 것.
질식은 잘라진 작은 조각의 떡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식탐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떡이 주어지지 않으면
옆 사람의 접시에 있는 것을 뺏아 먹습니다.
- 떡을 먹는 동안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것.
할 일이 많은 직원이 혼자서도
식사를 잘하시는 분들을
관찰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 시간에는 혼자서 못 드시는 분들을
먹여드려야 하거든요.
-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힘들어 하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처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그 시간에 직원들이 모여서
잡담하느라 보지 않은 건
아닐 겁니다.
바쁘게 다니느라 호흡곤란이 왔다는 걸
바로 확인하는 건 힘이 들죠.
- 환자가 의식을 잃은 지 수분이
지나서야 응급처치에 들어간 것.
요양원에는 케어할 어르신들은 많이 계시니
직원들은 하루 종일 발을 동동거리면서
근무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는 것도
아마 함께 식사하시던 분들이 직원에게
알려준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근무를 할 때 바쁘게 다니느라
나는 보지 못한 상황을 어르신들이
알려주시니 말이죠.
한국은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10시간 근무를 합니다.
이 시간 내내 나는 이 방 저 방 다니고,
호출에 불러 다니면서 하루를 보내죠.
평소에 혼자서 식사를 잘하시고
아무 문제도 없는 분이라면
직원들은 눈여겨 보지 않습니다.
질식에 위험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음식을 드릴 때도 주의사항이 따릅니다.
“건더기가 있는 스프는 드리지 말 것”
“사이드로 밥이 나올 경우
밥 대신에 으깬 감자를 제공할 것”
‘빵 대신에 우유에 간
곡류 가루를 넣어서 죽으로 줄 것.”
이런 이유로 매일 아침
우유 죽을 드시는 분이 계시죠.
버터랑 잼 바른 빵 한 조각만 먹으면
소원이 없으시다는데,
직원들은 그 어르신의 건강을
챙긴다는 이유로 그걸 들어드리지 못하죠.
어르신이 요양원에 1년 넘게 계셨다고
직원이랑 보호자의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데..
우리 요양원에는 10년넘게
사시는 분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들의 가족들이 요양원을
믿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니
그리 한 것이고,
못마땅한점이 있어도
그냥 수용을 하는 거죠.
“치매 노인을 나라가 돌보겠다?”
한국은 정부가 “치매노인을
책임”지나 봅니다.
여기는 1차적으로 가족이 책임을 지고
가족이 돌볼 형편이 안되면
요양원으로 오시던데..
참고로 오스트리아는 95%의
어르신들이 집에서 간병을 받습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0,5%에 불과하죠.
집에 사신다고 해서 사실
가족이 보살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침에 방문 요양이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 정도 방문해서 씻겨드리고
옷 입혀드리고 식사까지
드실 수 있게 해 드리고 나면
저녁에 다시 방문 요양이 방문해서
씻겨드리고 잠옷 입혀드리고
침대에 눕혀드리는 일까지 하죠.
누가 와도 문을 열어줄 수 없는 경우는
문 옆에 작은 열쇠함에 열쇠가 있어서
직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일을 보고
다시 열쇠 함에 열쇠를 넣고 나오는 구조죠.
저도 나중에 시부모님께서
몸이 불편하시면 이렇게 집에서
지내시는 걸 권해드릴겁니다.
내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니 말이죠.
요양원에 모신 엄마가 떡 때문에
질식해서 뇌사상태에 빠진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요양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죠.
그렇게 세세하게 돌봄이 필요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때
자신들이 집에서 모시는 것 같은
그런 것을 기대한 것인지..
요양보호사 경력 30년이 넘는 제 동료는
자신이 음식을 먹여드리던 어르신이
질식해서 자신의 코앞에서
숨이 넘어갔다고 합니다.
바로 앞에 직원이 있었으니
응급조치를 바로 했겠지만
구하지 못해 하늘나라로 직행하셨죠.
음식물이 목에 걸려서 청색증으로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한 어르신을
직접 목격 했었는데,
질식을 하면 몇 분내
바로 조치를 해야하죠.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목에 걸린
음식물을 꺼내는 응급조치를 않으면
바로 사망사고로 이어지죠.
자신은 돌보기 힘들어서
요양원에 모신 부모님.
요양원에서 자신이 돌보는 것처럼
부모님을 돌봐 드리진 못합니다.
호출해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소소한 요구를 하는
어르신들에게 내가 제일 자주 하는 말.
“당신은 이곳에 사시는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 중
한 분 일뿐이거든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손발을 움직이지 못해
부르지 못하시니
그런 분들을 한번 더 쳐다봐 주고
손길 한 번 더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죠.
요양원에 부모를 모신 분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부모와 하루를 보내는
요양보호사를 측은한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케어 하지 못해서
(버린) 내 부모를 돌봐 주시는 분들을 보면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할 거 같은데..
자신의 부모를 잘 돌보는지
도끼 눈을 뜨고, 잘못 한 것이 있는지만
확인하려고 하죠.
요양보호사는 1대 1로
내 부모를 돌봐 주시는
분들이 아닙니다.
돌봐 드려야 하는 많은 분들 중에
한 분이 내 부모인거죠.
요양원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에
직원의 수를 늘리지 않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어르신을
돌봐 드려야 하니
요양보호사의 일을 벅차고
하루가 피곤하죠.
복지국가라는 오스트리아의
우리 요양원에서는 지출을 줄인다고
매달 어르신들의 합동 생일잔치를
준비하는 직원들의 추가 근무 3시간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주 연방의 관리를 받고 있으니..
나라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임에도
영업 이익을 위해서
생일잔치를 없애버렸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요양원도
이익을 챙기는데
개인이 하는 요양원은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그런 곳에 내 부모를 모셔놓고
얼마나 큰 기대를 하신 것인지..
직원은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근무시간에 뺑이치고 뛰어다녀도
일손이 딸리는 곳이니 항상 어딘가에서
일은 터지고 사건으로 이어지죠.
근무자의 불성실한 태도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마땅히
그 사람을 벌하는것이 맞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서 일했는데도
일어난 사건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과연 요양원에서
일을 하려고 할까요?
박봉에 일은 고되고,
힘좋은 할배들은 때려서,
힘 딸리는 할매들은 꼬집어서
내 온몸에 상처를 내주시죠.
그럼에도 나는 내 마음을 다 모아서
어르신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잘못했다고 처벌을 받으라네요.
나는 최선을 다해서 일했는데
결과가 전과자라면..
나는 과연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까요?
요양원에 근무하는
1인으로서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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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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