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집에서도 애정표현을
잘 안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같아서
우리가 외출을 해도 남편과
손을 잡거나 해서 우리가 부부임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죠.
우리가 부부 같아 보이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부부”인 것을 확인하고는
물어온 사람이 놀라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풍경”을
사고 싶다는 남편과 함께 남대문 시장의
대도상가를 갔었습니다.
이곳에 가면 좋은 품질의
한국 전통품들을 시중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죠.
남편과 상가 내의 한 곳에서
풍경을 하나를 구입했는데,
풍경소리가 맘에 든 것인지
남편이 선물용으로 하나를 더
구입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가 산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풍경을 살까 싶어
가게의 주인장께 문의를 했습니다.
“이 친구가 여동생한테 선물 할 모양인데,
우리가 산 것보다는 조금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내 말에 조금 가벼운 소리가
나는 풍경을 권해주면서 주인장이
망설이듯이 물으십니다.
“둘이 커플이 아니우?”
남편과 독일어로 대화를 해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셨나? 하는
마음에 궁금 해 하시는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부부예요.”
“아, 그래요? 커플인 것도 같은데,
아닌 것도 같아서……”
가게 사장님은 내가 표현한
“이 친구”라는 표현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셨던 것이 아닐까 싶지만……
굳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남편”이라는 표현을 써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항공기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네요
장거리 여행에서는 화장실도 자주
가야하니 통로석을 선호하는 마눌.
마침 좌석이 만석이 아니라니
남편을 창가석으로 앉게 해서
중간에 빈자리를 만들었죠.
중간이 빈자리가 있으면 둘중 하나가
다리나 팔을 떠걸을수도 있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비행하는 동안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2069
승무원한테 “간식”을 부탁하니
금방 간식이 나올거라는 안내와 함께
아쉬운 대로 승무원 언니는
나에게 작은 사이즈의 바나나를
하나 갖다 줬습니다.
나보다는 덩치가 더 큰 남편이니
배가 고플 거 같아서 바나나를
남편에게 주니 남편은 그것을
중간 비어있는 테이블에 올려 놨죠.
뭐든지 뒀다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먹는 남편이라 바나나를
중간 테이블에 나 뒀던 모양인데,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바나나를 갖다 준 승무원 언니가
낭패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죠.
“저기.. 저 바나나는 제가 고객님께 드린 건데..”
배 고프다고 해서 바나나를 갖다 줬는데,
그 바나나를 엉뚱한 아저씨가 차지하고
있으니 바나나를 갖다 준 승무원 언니는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바나나를 두개 갖다 준 것도 아니고
달랑 하나만 갖다 줬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씩 웃으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저 사람 내 남편인데요.”
내 말에 나를 빤히 쳐다보던
승무원이 죄송하다며 얼른 돌아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웃고, 승무원도 웃고,
창가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있던 남편에게 이야기 해주니
남편도 웃고!
하긴 비행하는 내내
신체적 접촉도 하지않고,
서로 말을 하지도 않고,
음식을 나눠 먹지도 않으니
우리가 부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저 창가석과 복도석에 앉아서
가는 서로 상관없는 두 승객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음료나 간식을 주문할 때
2인분 주문하고, 식사가 끝난 후에
창가석에 앉은 남편의 트레이를
승무원한테 전해주는 건 마눌이 했었는데,
그걸로는 우리가 부부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남들 눈에는 타인처럼 보이는
우리 부부.
신혼 때부터 쭉 이렇게
무덤덤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대하다 보니 남들에게 “커플일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만들어주나 봅니다.
우리는 밖에서도, 집에서도
별로 친하지 않는 부부입니다.
다정한 대화보다는 전투적일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싸움은 오래가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아끼는 마음을
서로가 알기에 손을 내밀어 잡지않고,
다정한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아
남들 눈에는 “완벽한 타인”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아끼는
결혼 16년차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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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업어온 오스트리아 소도시 나들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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