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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충돌 문화충돌

기대했던 남편과의 비행

by 프라우지니 201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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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에 들어서야 드디어 남편과 나란히 비행기를 타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안 다닌 것도 아니고, 유럽대륙을 떠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남편과는 한 번도 비행기를 나란히 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쪼매 기대를 했었습니다.

매번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봐왔던 커플이 부러운 적도 있었거든요.^^

 

조금 여유 있는 좌석도 좋을 거 같아서 짐을 붙이면서 따로 카운터에 부탁을 했었습니다.

 

“오늘 비행기 만석인가요?”

“아니요. 좌석의 조금 여유가 있네요.”

“그럼 저와 남편의 자리를 창가석과 통로석으로 주고 중간에 빈자리 여유분으로 가능할까요?“

“네, 그렇게 해 드릴께요.”

 

보통 창가석과 통로석에 앉게 되면 만석이 아닌 이상 중간은 비게되죠.^^

 

좌석을 배치 받은 후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은 보통 비행을 할 때 어떤 자리를 선호해?”

“나는 주는 대로 앉는데..”

“만석이 아닐 경우에 자리를 여유있게 달라고 부탁 해 본 적 없어?”

“없어.”

“한번도?”

“응, 한번도.”

“그럼 지금까지 그냥 주는 좌석에 앉았어?”

“응.”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충청도 양반형 인지라 체면 때문에 누구에게 부탁 같은 거 하는 걸,

부끄러워 한다는 사실을!

 

말 한마디면 조금 더 편하고 여유있는 좌석에 앉을 수도 있음에도 하지 않죠.

아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거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항공사에 따라서는 출발전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무료가 아닌 경우도 있는지라 공항에서 좌석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참고로 에미레이트 항공은 미리 좌석을 예약하면 추가로 30유로나 내야해서 안 했습니다.^^;

 

 

 

사실 중간에 한 좌석이 비면 살짝 누울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요구를 했던 것인디..

중간에 누가 앉았어도 상관이 없었을뻔 했습니다.

 

남편은 비행내내 저렇게 창가석에 앉아서 마눌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화장실 갈 때 마눌을 두어 번 타넘어 갔을 뿐,

비행중에 마눌쪽을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마눌에게는 무뚝뚝한 “경사도 사나이”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중간 좌석은 남는 담요를 올려놓는 용도였고,

 

 

 

중간 좌석의 테이블은 기내식으로 나온 것들 중에 (나중에 배고플까봐),

살짝꿍 챙긴 몇 가지를 올려놓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남편은 화장실 갈때나 나를 타넘어 가는 내 옆옆자석에 앉는 남자승객이였습니다.

 

어디까지 가는지 묻지도 않고, 얼굴을 봐도 그냥 무관심하게 쳐다보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

 

기내식이 나와도 서로 나눠먹지도, 맛있냐고 묻지도 않고!

어떤 영화가 재밌으니 보라는 말 같은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도 밖에서는 (창피해서) 마눌 손도 안 잡는 인간형인지라 대단한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역시나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였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탔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남들이 다하는 “부부동반 비행”은 해 봤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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