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머리 속이
복잡해서 쉽게 잠들 수 없는..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내일 또 근무가 있으니
일찍 자려고 침대에서 누웠는데
두 시간을 뒹굴거려봐도
잠은 오지않고!
결국 이 복잡한 머리 속 사정을
이렇게 글로 풀어놔야
나는 오늘 잠을 자지 싶습니다.
요양원에 근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영면에
드시는 걸 봤습니다.
숨이 끊어지신 후,
몸에 아직 체온이 느껴지며
사후 경직이 시작되는 시간쯤에
고인의 따님이 원하시는
블라우스를 입혀드리려
안 펴지는 고인의 팔을 잡고
애를 쓴 적도 있었고!
이미 두어 시간 전에
돌아가신 분의 몸을
닦아드린 적도 있었고,
일부러 안 들어가도 되는
고인의 방에 들어가서 “잘 가시라”
인사를 한 적도 있었죠.
요양원에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가능한
영면하신 분들의 방을
가지 않습니다.
그저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조금 더 편하시길..”
생각만 할 뿐이죠.
내가 근무했던 지층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치매가 있으시지만 활동은
자유로우셨던 할배셨는데.
지난달쯤에 자제분들과
(요양원에서 같은 방을 쓰시다가
먼저 돌아가신 )할매의
무덤을 방문하셨던 모양인데
묘미명에 적힌 당신 아내의
이름을 확인하시더니만
“나도 이젠 그만 갈란다.”
하시고는..
그날부터 매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을
요양원 내의 모든 직원들에게
공공연히 말씀하셨고,
한 1주일 전쯤부터는
침대에서 가능한 나오시지 않으시고,
곡기도 끊으셨다던 P할배.
어제 근무에 들어가서 보니
P할배는 곡기는 끊으셨지만
아직 정정하셨고,
부축을 받아야 일어나실 수
있었지만, 화장실도 가실
정도로 근력은 있으셨죠.
오전 근무가 끝나고
P할배의 상황을 설명하니
동료중 하나가 “금방 가실 거
같다.”하시길래
“아직 힘이 있으셔서
그리 금방 가실 거 같지는
않다”고 했었죠.
점심 때는 감자퓨레와
고기 소스를 섞어서
몇 수저 먹여드리니
받아 드시길래 “뭔가를
드셔야 기운을 차리시죠!”
했었는데,
이내 나에게 받아
드셨던 모든 것을
다 토해 내셨던 P할배.
다른 건 다 싫고 차가운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하셔서
침대 옆에 맥주를 따라
놓았더니 야금야금
오후 내내 500ml정도를 드셔서
“잘하셨다” 칭찬을
해드렸었는데, P할배는
이내 그것도 토해 내셨죠.
어제 오후에는 아드님이
면회를 오셔서 P할배의 상태를
보시고는 이내 가셨고,
저녁 무렵에는 손주가
이제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는
P할배를 면회했죠.
손주가 면회 올쯤에
호출벨을 누르셔서 방에
가 봤더니만 기저귀를
살짝 벗으셨는지 침대 시트가
소변에 젖은 상태라
일단 침대에서 잠시
일어나시라 부축을 해드리고,
손주분이랑 담소를
나눌 수 있게 의자에 앉혀드리고는
얼른 침대보를 갈고,
토하면서 지저분해진
셔츠까지 갈아 입혀 드리고는,
기저귀를 갈 때는 손주분
부부한테 밖에서 1분만
계시다가 오시라 하고 얼른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
침대에 다시 눕혀드렸죠.
기력이 없으시기는 하셨지만
그래도 내 동료가 말하는
그 “금방”은 아닐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을 해보니
어제 그 정정하셨던 P할배가
밤새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정쯤에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로
침대에 누워계신 상태셨다고!
어떤 상태셨는지
일단 일지를 봤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자정이 되기 전에 P할배방에
작은 소동이 있었네요.
9시경 호출을 하셔서
가보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부축을 해서
볼일을 보고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더 이상 못 가겠다.”하시면서
그냥 주저 앉으셔서(낙상) 3명의
직원이 함께 다시 침대로
모셔다 드렸었다는..
P할배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팔 쪽에 쓸림이 있어
피부가 살짝 벗겨져서
밴드를 붙여 놨다는
설명도 있었죠.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P할배는 돌아가셨고,
P할배와 함께 매일 오후에
요양원 앞의 공원으로
산책을 다니시던 S할매는
낙상을 하셔서 바닥에
누우신 상태로 “도와줘~”을
외치고 계십니다.
7시에 낙상을 하셨는데,
내가 근무를 시작하는
7시 30분까지 아무도
잠겨있는 할매 방문을
열지 않아서 낮은 목소리로
“헬프”를 외치시는
할매의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던 거죠.
오전 9시쯤되니
어제도 면회를 왔었던
P할배의 아드님이 오셨습니다.
요양원에서
사망 연락을 받기 전,
오전 7시쯤에 굉장히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었다고!
그 시간쯤에 P할배의
영혼이 당신의 아드님을
방문하셨던 것인지..
그리고 그 시간쯤에 매일 함께
요양원 주변을 산책하셨던
S할매께도 마지막
인사차 오셨던 것인지,
S할매는 직원의 도움이
필요 없는 분이신데,
오늘 아침에는 “잘 자고
일어나서 커튼을 걷으려고
하다”가 낙상을 하셨다 하셨죠.
그렇게 P할배의 아드님도
댁으로 가시고, S할매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시고,
오전에 바쁜 간병 근무를
끝내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에
P할배의 사망진단서를 위해서
가정의가 방문을 했습니다.
가능하면 이미 돌아가신
분의 방에는 안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지층 담당은 나이고,
간호사도 바쁜 상태라
내가 의사랑 방에 들어가서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확인을 도왔죠.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P할배의 얼굴은 노란색을
띄고 있었고,
의사가 ‘등을 보고싶다’해서는
P할배의 몸에 손을 대니
몸은 이미 차가운 상태.
고인을 옆으로 돌려 의사가
필요한 확인을 하는 동안
할배의 몸을 잡고 있었죠.
돌아가실 때 볼일을 보신
것인지 냄새가 조금 났고,
침대보에 약간의 피도
보이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아
동료에게 “할배의 몸을
닦아드릴까?”물어보니
굳이 보호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장의사가 와서
다하니 그냥 두라고 했죠.
늦은 오후에 나무관을
가져온 장의사 직원 2명이
P할배의 방에 들어가서는
할배를 모시고 나와,
의사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챙겨서 갔죠.
장의사가 빠져 나간 방에 가보니
(할배를 알몸으로
모셔간 것인지..)
할배가 입고 계셨던
팔 없는 런닝구를 잘 개어서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갔네요.
가지런히 정리한 침대와
그 위에 각 잡아서 개어 놓은
옷을 보면서 장의사 직원들이
고인을 대하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P할배는 그리
원하시던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퇴근하고 온 내 머리 속은
복잡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원래 경계가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죽고 싶다고 해서 사람이
죽어지는 것은 아니라,
우리의 삶은 우리의
주먹만한 심장이 뛰는 한
이어지는 거거든요.
P할배의 심장은 정말로
더 이상 뛰지 않아서 가신 것인지,
아니면 낙상을 하셨는데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서
허망하게 가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쪽이 되었건 P할배는
먼저 가신 할매의 마중을
받으셨겠지요?
어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셔츠를 갈아 입혀 드리는
내 팔을 쓰담쓰담 하시면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하셨었는데,
그 말이 나에게 하는 그분의
마지막 말씀인 줄은 몰랐습니다.
P할배는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요?
당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항상 존칭을
써주셔서 참 감사했는데,
나는 감사 인사를
하지 못하고 말았네요.
나는 복잡한 내 머리 속
사정을 이렇게 풀어놓고
내일 근무를 위해서
잠을 청하려 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보는 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내가 영면하신 분의
몸에 손을 댄 날은 더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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