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시기는 2월 중순경이었지만 내가
들판으로 산책을 나선 건 3월 초.
봄이 오는 시기의 들판은
궁금해서 나선 건 절대 아니었고,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중년의 아낙답게 건강은 적신호!
남편에게 한국의 건강검진
결과를 이야기 했다가는
당장에 살을 10kg빼라고
닦달하면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다 통제할 거 같으니
조용히 내 건강은 내가 지키는 걸로!
살도 빼고 가슴이 벌렁거리도록
운동도 열심히 해야 조금 더
건강하게 삶을 살수 있다니
남편에게는 “산책”이라고
둘러대고 집을 나섰었죠.
모든 한국사람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디를 가도 먹을만한
것들이 있는가를 확인합니다.
들에 가면 들나물, 산에 가면 산나물,
바다에 가면 해산물을 말이죠.^^
오스트리아의 봄에는
명이 나물도 있고, 참나물도 있지만
들판에는 봄나물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올해는 뜻밖의 봄나물을
들판에서 찾았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농부들은
열일한 밭을 겨우내 놀려서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밭에 씨를 뿌려서 밭이
혼자서 힐링 할 시간을 주죠.
밭에 뿌려지는 씨들의 종류는
다양한데, 무가 많이 보이는
밭이 있는가 하면 유채가 많이
보이는 밭들도 있죠.
아마도 밭의 주인이 자기 밭이
힐링하는데 필요한 종류의 씨를
선택해서 심는 것이 아닌가 싶죠.
무가 많았던 밭은
봄이 와도 누런 들판입니다.
밭에는 얼어 죽은 무가
그 형태 그대로 봄을 맞고 있는데,
유채가 심어졌던 밭에는
날씨가 풀리니 유채가
새싹을 피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채의 비쥬얼 때문에
약간 헷갈렸습니다.
잎의 모양을 보니 무청같기도한데,
아무리 봐도 무청은 아닌 거 같고..
자세히 보니
“유채나물”인 것도 같고!
난 그렇게 오스트리아의
들판에서 한국의 봄나물인
유채나물을 만났습니다.
산책 첫날은 산책 겸 달리기를
하러 나간 상태라 나물을 담아올
봉투가 없어서 그냥
돌아와야 했지만,
다음날 산책을 나설 때는
장바구니랑 가위를 챙겨서 출발.
출발할 때 유채나물을 뜯으면
그후 달리기는 할수 없으니
돌아오는 길에 유채나물을
뜯을 수 있게 평소 가는 방향의
반대로 가야했지만, 집으로 오는 길이
묵직하니 기분은 좋았죠.
오스트리아의 봄 들판은
새로 씨를 뿌리는 시기.
내가 유채나물을 뜯은 밭은
조만간 갈릴 예정인 곳이죠.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 다시 못 볼
유채나물이니 그전에 기회가
될 때 열심히 뜯어 오기.
마눌이 하는 모든 행동에
쌍지팡이를 집고 나서는 남편은
마눌이 뜯어온 유채나물을
보더니만 “농약 덩어리”라고
뻥을 치지만 가을에 밭은 쉬게
해주려고 심은 것들인데
농약을 뿌릴 일은 만무하죠.
밭에서 뜯은 유채나물을
집에 가지고 와서는 얼른 씻어서
데쳐 포장을 했습니다.
당장에 다 먹을 수는 없으니
데쳐서 냉동고에 넣어놓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겠죠?
들판을 걷다 보면 사슴이나
토끼 혹은 새들도 자주 보이니
이것들도 유채나물을 뜯어 먹을거라는
가정하에 일단 뜯어온 것들을
데쳐야 안전 할거 같고,
또 데쳐 냉동 보관을 해야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 선택한 방법.
처음 뜯어온 유채나물을
데쳐서 무치고,
남편에게 갖다 바치는 국수에도
살짝 썰어서 넣었는데 남편은
그것이 뭔지 모르는 거 같으니 다행.
나는 요새 없는 시간을 쪼개서
봄 들판으로 나갑니다.
유채나물을 뜯기 위해서 말이죠.
언제 밭이 갈릴지 모르니
기회가 될 때 많이 뜯어서
나의 요리 재료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제는 유튜브에 유채나물을
쳐보니 유채나물 김치가
따악 나오네요.
야생동물이 오가는 들판이라
생 것을 사용하면 안될 거 같아
삶아서 먹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유채나물로 김치가 된다니
갑자기 동하는 내 마음.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놓는 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김치가 된다니
또 들판을 가야 할 이유가 생긴거죠.
요즘 나는 유채나물 때문에
봄 들판으로 나갑니다.
어느 날 내가 유채 나물을 뜯던
밭이 갈린 걸 보면 조금 섭섭하겠지만,
그날이 오기전까지는 산책길에
열심히 뜯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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