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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참 손이 많이 가는 내 남편

by 프라우지니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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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계획은 그랬습니다.

 

나는 3월부터 근무를 해야하니

2월 말경에 오스트리아에 입국을 하고,

4월부터 출근을 하는 남편은

한달후쯤인 3월 말경에 입국하기로!

 

뉴질랜드 여행의 말미에 부부가

나란히 쿡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라로통가에서 1주일을 보낸 후에

마눌은 오클랜드를 거쳐서

귀국을 했었고,

남편은 쿡 제도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아이투타키로 가서 2주일을 보냈죠.

 

 

라로통가의 라군에 이어지는 해변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남편은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가

사모아 섬으로 가서

한 달 정도 지낼 예정이었는데,

남편은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과감하게 계획을 변경했죠.

 

사모아는 나중에 마눌이랑

같이 가겠다나 뭐라나??

 

마눌은 사모아에 같이 가겠다고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데,

자기 맘대로 다음 번 여행계획을

다 세워버리고는 예정보다 한달이나

더 일찍 오스트리아로

돌아오겠다는 남편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뉴질랜드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을 거치는 여정이라 혹시나

남편이 한국에 머문다고 할지

몰라서 한마디 던졌었죠.

 

인천에서 비엔나로 오는 항공편은

당일 연결이 안되니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무료호텔에서 하루 밤 자면 돼!

호텔에서 조식 제공도 해주니 딱이지?”

 

마눌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은

싹 잊은 것인지 뉴질랜드 출국 날이

다 되어가니 남편이 던지는 한마디.

 

나 서울 처형네서 1주일 머물러도 되남?”

 

 

남편이 혼자 2주일 머문 아이투카키 섬

 

서울에 처형이 둘이나 있고,

제부가 머물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내 남편은 손이

많이 가는 인간형인디ㅠㅠ

 

한국에서 뭐하고 싶은데?

가고 싶은 곳은 있어?”

 

나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남편.

 

결론은 언니들이 책임지고

남편을 모시고(?)다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영어가 서툰 언니들에게는

절대 쉽지않을 외국인 제부랑 놀아주기.

 

혼자서도 잘 노는 남편이라면

한국에 간다고 해도 걱정이 없겠지만,

내 남편은 그런 인간형이 아니니

분명히 옆 사람들이 피곤할 시간이겠죠.

 

오클랜드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머무는 4일 동안에도 남편은 토요일에는

그 집 아저씨랑 등산을 다녀왔고,

일요일에는 그 집 부부와 같이

오클랜드 일요 시장을 다녀왔답니다.

 

혼자서 할일이 없으니

같이 놀자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마눌도 가고 혼자 있는

내 남편이 불쌍하게 보여서

그 집 부부가 같이 놀아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옆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건 사실!

 

뉴질랜드를 출국하는 날도

택시 운전을 하는 그 집 아저씨의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그 아저씨랑 공항을

산책했다나 뭐라나??

 

 

평소 셀카를 안찍는 남편이 보내준 산책중 사진

 

손님을 받아서 돈을 버는 대신에

자기집에 머물렀던 여행자와

공항 산책이라니..

 

조금 이해가 안 가지만,

나름 집주인과 투숙객의 관계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인가부다..로 생각했지만

서울에 있는 언니들은 아니죠.

 

내 남편은 손도 많이 가지만,

질문도 겁나게 많이 합니다.

 

옆에서 듣다 보면 꼬치꼬치 캐묻는

느낌까지 드는 남편의 대화법.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와는 달리

눈치도 없고 둔한편입니다.

내 남편이 그렇다는 이야기죠. ㅠㅠ)

 

언니들이 대답하기 조금은 불편한

남편의 질문에 난감해 할 것도 같고,

언어소통도 안되는데, 거기에

하루 세끼 먹여주고 갈 곳 없는

외국인 제부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고통 아닌 고통을 주고 싶지는 않죠.

 

나야 외국인 남편 만나

결혼해 산 세월이 18년이니

남편과 같이 걷다가 느끼게 될

조금은 불편한 타인의 시선을

감당하지만 언니들은 아니죠.

 

중년의 아줌마가 중년의 외국인 남성과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도 받고,

여러 질문들도 받겠죠.

 

제 동생과 결혼한 제부예요.

오스트리아 사람이구요.

1주일 정도 다니러 왔어요.”

 

 

 

남편이 옆에 없었다면 하지 않을

대답들을 언니들은 해야할 것이고,

이런 상황을 만날 때마다

눈치 없는 남편은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들을 하는지 묻겠죠.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해봐도

역시나 남편이 한국에

머물지 않는 것이 정답.

 

아직 겨울의 언저리에 있으니

빨리 들어와서 같이 노르딕스키도

타러 가고, 눈신발 신고 눈 쌓인

겨울산 오르자고 하니 좋다는 남편.

 

손이 많이 가는 내 남편이 오면

내 삶은 조금 더 귀찮아지겠지만,

그래도 내가 귀찮은 것이

서울에 있는 언니들을 귀찮게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법이라

1주일 더 빨리 불러들이는

손이 많이 가는 내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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