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밖에서 한식 비빔밥을 먹었다.

 

 

마눌에게 일어나는 일은

다 알고있으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남편.

 

얼마전 근무가 있던

주말의 토요일.

 

오전 근무를 끝내고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려고 누우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화를 잘 안하는데,

남편은 집에 있고,

마눌이 근무하는 주말에는

점심 휴식시간에 집에서

남편이 잘 놀고 있는지

안부전화를 하는 하죠.

 

하릴없이 집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남편이 뜬금없이 동네 쇼핑몰에서

누군가와 점심을 먹는다니

전에 없던 일이라 신기했고,

뜬금없이 쇼핑몰에서

한식을 먹는다니 더 신기.

 

 

 

짧은 통화 중에 “비빔밥에 딸려

나온 소스가 고추장이

아니라 케첩”이라는 남편.

 

“가서 고추장은 없냐고

물어 봤어야지.”하니

그건 생각 못했다던 남편.

 

나중에 집에 와서 물어보니

회사 동료랑 쇼핑몰에서 만났는데,

그 동료가 한국음식 이야기를

하길래 거기를 갔다나 뭐라나.

 

한식을 소개하려면 제대로 된

한식당을 갈 것이지

동네 쇼핑몰의 분식집 스타일의

한식을 먹었다니 한심스러우면서도

남편이 자기 돈 주고 밖에서

한국 음식을 사 먹었다니

너무 신기했었죠.

 

한국인 마눌과 함께

살고있는 남편은 한국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한국 음식이라면 질색한다

생각하시겠지만, 그건 아니고,

해 주면 먹기는 하는데

본인이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먼저 해 달라는 이야기는 하지않죠.

 

“해줄까?”하면서 이런저런

음식 이름을 대봐도 대부분은

싫다는 남편이 유일하게 물을 때마다

해 달라고 하는 건 “잡채”.

 

잡채를 좋아하는 남편이

밖에서 뜬금없는 비빔밥을

사 먹었다는데 케첩으로

비볐다니 남편이 먹어봤던

(마눌이 해주는 집밥)

비빔밥 전혀 다른 맛이었겠죠.

 

 

남편을 위해 준비한 대용량 비빔밥 재료들.

 

남편이 사 먹었다는 맛없는

비빔밥이 마음에 걸려서

“비빔밥을 해줄까?”하니

웬일로 한번에 OK하는 남편.

 

간만에 남편에게 해주는

비빔밥이라 신경써서 준비했습니다.

 

비빔밥의 특징은 화려한 색감이죠.

 

양파, 호박, 당근을 볶아서 준비하고,

콜라비 반쪽으로 무채 준비!

 

그외 유채나물 삶아서 무치고,

간고기는 불고기 양념해서 볶으니

준비완료!

 

고추장은 달걀아래 숨어있죠.

 

남편의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퍼서 달걀 프라이 아래

살짝 감춰주고 참기름에 참깨까지

듬뿍 부려서는 갖다 들이미니

함박웃음으로 밥그릇을 받는 남편.

 

남편은 마눌이 만든 비빔밥이

쇼핑몰에서 사먹은 비빔밥보다

훨씬 더 맛있다며 전에 안하던

칭찬을 하면서 한 그릇 쓱싹!

 

남편이 사먹은 비빔밥은

도대체 어떤 비주얼인지 궁금해서

당장에 쇼핑몰로 달려가봤습니다.

 

 

쇼핑몰안 우리끼리 식당의 메뉴판.

 

남편이 쇼핑몰에서

사 먹었다는 건 불고기 비빔밥.

 

비빔밥과 야채가 들어간 계란국이

함께 나오는 세트인데

밥에 국물까지 나오는 세트가

12,90유로(18,000원)면

나름 착한 가격 같은데

역시나 비쥬얼은 내가 만들어

남편에게 갖다 바친 것과

차이가 있네요.

 

콩나물, 당근, 버섯, 호박, 불고기에

비빔밥의 위에 올라앉아 있어야 할

달걀이 채 썰려서 다른 야채들과

나란히 밥 위의 한 공간

차지하고 있네요.

 

달걀 프라이를 위해 하나 올려주지..

생각했다가 바로 들었던 생각은..

 

“달걀 프라이 하나 올리면

2유로 정도는 더 비싸지겠군!”

 

중간에 빨간 소스는 남편 말대로

100% 고추장으로 보이지 않는데,

초장인지 아니면 정말 케첩을

섞었는지는 내가 안 먹어봐서

모르겠고!

 

그렇다고 궁금한 마음에

사먹을 의향은 없으니 나는

앞으로도 절대 모를 우리 동네

쇼핑몰의 비빔밥 맛입니다.

 

 

비빔밥재료로 만든 김밥.

 

 

간만에 준비한 대용량 비빔밥

재료라, 비빔밥 해 먹고

남은 재료로는 김밥을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밥을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두 끼나 밥을 먹어버린 남편.

 

두 끼나 밥을 먹었으니 한동안은

“밥”을 찾지는 않을 거 같은데..

 

비빔밥에 김밥을 해 먹고

남은 재료들을 더해서 잡채나

비빔국수를 해서 남편에게

갖다 바칠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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