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제일 어려운 것은
시댁 식구 선물 사는 일.
선물 선택의 어려움을 남편에게
하소연하면 남편은 매번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그럼 내가 선물을 고르고
당신이 돈 낼래?”
네, 저는 시댁식구들 선물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왜? 남편이 나보다 더 잘버니
당연히 남편이 내는거죠.
마눌이 선물을 고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도 안되고
툭하면 퇴짜를 놓아서 마눌을
힘들게 하면서도 자신은
돈 내는 것으로 자기 몫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장남.
솔직히 며느리는 올해
섭섭한 생일을 보냈습니다.
생일에 없었다고 아무도
선물을 안 주네요. ㅠㅠ
하긴 작년에도 심히 섭섭했네요.
며느리 생일인 1월에 이 곳에
없었다고 시부모님은 며느리의
선물을 건너뛰셨고,
시누이는 어디 여행을 갔다 온
기념으로 산 것인지 쪼맨한
맥주 한 병에 감자칩과
초콜릿이었나?
(올해는 그나마도 없었습니다.ㅠㅠ)
안주고 안 받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는 매번 가족
개개인의 선물을 고민해서 고르고,
가격이 비싸다는 남편과
전쟁까지 해가면서까지 그 선물을
고집해서 하는데 나에게
무성의한 가족을 보면
화를 지나쳐 슬퍼지죠. ㅠㅠ
작년 11월에 장기 휴가를
가면서 기 쓰고 시누이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사서는
시누이 방에 넣어놓고 갔었는데,
시누이는 오빠 부부가 놓고 간
생일 선물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를 했었는지는
내가 받지 않아서 모르겠고!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나도
생까고 싶은 생일이 돌아오면
나는 또 뭔가를 사기 위해서
쇼핑몰로 나가죠.
올해 시어머니 생신에는 사실
그냥 돈이나 상품권으로
드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다가
길 모퉁이에서 만난 시어머니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집순이로 하루를 사시는
시어머니는 조금 걸으시라고 하면
“허리가 아프다”혹은
“무릎이 아프다”며 걷는 걸
피하시는데 웬일로 등산용
스틱을 양손에 잡고 걸어오셔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었죠.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으셔서
진통제를 달고 사시는 건 알지만,
그래서 조금씩 걸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었고
마당에서 만날 때도 얼굴을
쳐다보고 잠시 이야기하는 정도이니
시어머니가 그정도인줄은
몰랐는데, 무릎이 아파서
조금 걷다가 돌아온다고 하시는
시어머니의 걸음은 요양원의
사시는 할매보다 더 느리십니다.
70대 중반을 바라보시는
시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시다고
생각했었는데, 시어머니의
걸음걸이를 보고는
바로 알아챘죠.
이제는 돈이나 상품권을 드려서는
안되는 연세라는걸!
돈이 좋다고 하지만
그걸 쓰러 다닐 건강이
따라줄 때 이야기이고,
가고 싶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은 부담스러운
물건일 뿐입니다.
우리 병동에 백세가 넘으신
할매가 계신데, 며느리가 매달
할매의 연금에서 용돈으로
빠지는 200유로 남짓의
돈을 현찰로 가지고 옵니다.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형편인데 할매는 매달 며느리가
돈가져오기를 기다리시고,
그 돈을 받으시면 핸드백에
넣어서는 베개 밑에 베고
주무시고 잠시 방을 떠날 때는
그 핸드백을 목에 걸고
나오십니다.
내 돈인데 누군가 가져갈까봐
불안하시니 그렇게
챙기시는 걸 보면서
참 서글펐죠.
돈이 있어도 슈퍼마켓에
갈 체력이 안되니 뭘 사러
가지고 못하시고,
요양원 건물에 카페가 있지만
거기까지 가서 커피를 마실
체력 또한 안되시죠.
그렇게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시는 우리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봐왔는데,
시어머니도 거동이 불편하시니
이제는 돈이나 상품권을
드리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뭘 사야하는 생각에
동네 쇼핑몰을
무작정 돌았습니다.
원래 선물이란 것은 발품으로
하는 것이니 부지런히 걸어 보기.
시댁식구들은 “목욕”을 좋아해서
추상적으로 “목욕용품”이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쇼핑몰에 나가봐야
뭔가를 찾을 수가 있죠.
리투알스 라는 절대 저렴하지
않은 바디용품 가게 구경을
대충 마치고 나오는데 진열장에
보이는 아주 예쁜 선물상자.
그걸 보자마자 바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봤습니다.
“여기 물건을 사면 저렇게
꽃 모티브가 있는 박스에
넣어 주나요?”
내가 본 제품은 봄에 한시적으로
나온 제품으로 벗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했죠.
포장이 너무 예쁘니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꽃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이시니
당연히 이렇게 예쁜 선물
포장이라면 감동하실 거
같아서 그냥 질렀습니다.
마침 세트도 몇 개 남지
않았다면 “탁월한 선택”이라
칭찬까지 하는 판매원.
집에 가지고 와서 박스 안에
있는걸 다 꺼내 내가 가게의
진열장에서 본 것처럼 박스
위에 꺼내 놓으니 이번에는
남편이 감동합니다.
너무 예쁘다고 말이죠.
역시 시각적으로 예쁜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취향까지 저격했고,
이걸 드리니 시어머니도
감동에 무뚝뚝한 시아버지는
포장이 너무 예뻐서 직접 당신이
사진까지 찍어 놨다고 하셨죠.
나는 순전히 포장이 예뻐서
고른 선물이었는데,
예쁜 벗꽃 포장 안에는 나름 알차고
다양한 제품이 들어있습니다.
향수, 핸드크림, 샤워 젤 두가지에
바디로션, 바디크림, 바디 오일,
슈가 스크럽에 향초까지.
슈가 스크럽 같은 경우는
“뭐래?”하 실수도 있지만,
목욕을 좋아하시니
다 알아서 잘 쓰시겠지요.
선물세트는 60유로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은
85유로어치 상당이라니
나름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제품을 쓰는 기회를 얻는 거죠.
시어머니 생신 날에는 내가
회사를 가야해서 미리 케익을
살 생각에 제과점을 갔더니만
내가 사려고 했던 사이즈의
케익은 없는 상태.
혹시나 몰라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음날 아침 9시에 배달이
온 다기에 예약을 할까 싶어
계산을 하겠다고 하니 직원은
그냥 다음날 오면 있을거라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처럼
“내일 오전에 올께요!”
하고 나왔었는데..
다음날 오전 11시쯤에 남편과 같이
제과점에 가니 내가 사려던
케익은 달랑 2개밖에 없는 상태.
조금 더 늦었으면 큰일 났었겠다
싶어서 직원에게 빨간 장미가
있는 걸로 달라고 하니
내 얼굴을 본 직원이 씩 웃으면서
한쪽에 뒀던 케익을 줍니다.
“오늘 오전에 오겠다고 하셔서
내가 한쪽에 빼놨었어요.”
순간 감동했습니다.
어제 내가 지나가는 말처럼 했었는데,
내 케익을 한쪽에 남겨뒀었더니..
꽃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가
매번 강조하시는 건 꽃.
그래서 빠지지 않는 것이
꽃다발인데, 올해는 빈약해도
심하게 빈약한 꽃다발.
마음 같아서는 비싼 장미로
푸짐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계산은 남편이 하는 것이니
그냥 소박하게 장미 몇 송이로
마무리 했습니다.
꽃다발을 만들 때 장미를
색깔대로 몇 개 골랐더니
“꽃 선물은 홀수로!” 해야한다는
직원의 말에 “당신이 알아서..”로
마무리 했습니다.
보기에는 심히
빈약한 꽃다발인데
40유로 상당이 되어버린
심히 비싼 꽃다발.
그렇게 전날 오전에 쇼핑몰에
가서 꽃 박스 고르고,
다음날 오전에 케익 사고
꽃다발 만들어서 시어머니
생신을 축하해드렸습니다.
뭘 선물할까 고민하면서
쇼핑몰에 갈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는데,
쇼핑몰을 돌다 보니
선물은 보이고 올해도 시어머니
생신 선물은 대만족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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