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남편은 어디를 가도
쉽게 친구(?)를 만드는 편입니다.
생전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도 기본이 30분이니,
남편과 오랜 시간 수다를 떨면서
사람들은 남편에게는 마음을 여는 모양입니다.
반면에 마눌은 조금 다른 성격이죠.
수다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남편처럼 아무하고나 하지도 않고,
한국인 특유의 그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 생각을 안하는듯 하죠. ㅋㅋㅋ
수다를 떨던 남편이 마눌을 부르면
수다의 대상자에게 마눌을 소개할 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만 수다를 떨면
좋은데, 수다의 마지막에는 항상
마눌을 그 대화에 끼여 맞춰서
남편은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은 모양입니다.
우리가 3박을 했었던
Mangawhai Head 망가와이 헤드.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라군 형태를 띄고 있는데,
밀물과 썰물에 맞춰서 물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곳으로 바다를 나갈 수 있는 길이니
이곳에서 다양한 스포츠와 더불어 바다로
나가는 보트들도 정박해있는 곳이죠.
남편이 우리의 3박 숙박지로
이곳을 정한 이유는 안 봐도 비디오죠.
바다가 들어오는 곳이니
물때에 맞춰서 낚시도 할수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무 카약도
타고 다닐 수 있죠.
남편은 항공 수하물 1인당 23kg를 모두
고무카약을 가지고 오는데 다 바쳤습니다.
도대체 뉴질랜드의 얼마나 많은 곳에서
카약을 타려고 그렇게 챙겨왔는지는
나중에 보면 알겠죠. ㅠㅠ
망가와이 헤드는 라군의 안에서는
호수 같은 느낌이 들지만 물때와
해의 길이에 따라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곳이죠.
우리가 머문 홀리데이파크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입구에 있어서
조금 멀리 떨어진 바다 풍경도
덤으로 볼 수 있었던 곳.
뉴질랜드는 지도를 굳이 보지 않고도,
대충 도시의 위치 등은 제법 잘
알고있는 우리부부지만,
그렇다고 뉴질랜드 전국을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거든요.
망가와이 헤드는 지나가면서
볼수있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볼수없는 곳이라
남편은 이곳을 찜한거 같았죠.
우리는 이곳에서 작은 캐빈에서
얻어 3일동안 머물렀죠.
보통의 홀리데이파크는 캠핑만 가능하지만,
캠핑만 해서는 수입이 안되니
캠핑장 안에 캐빈 몇 개를 만들어놓고,
캠핑비보다는 훨씬 더 비싸게
손님들을 받고 있죠.
차는 있지만 차 안에서 잘수있는
시설이 없었던 우리는 1박에 70불짜리
캐빈을 잡아서 이곳에서 약간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남편은 잠시나마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었고,
근처의 트랙도 걸었죠.
우리가 머물던 캐빈 옆에는
이상하게도 캠핑카 한대가
서있었습니다.
캐빈들과 나란히 서있는 캠핑카라..
보통 캠핑장은 캠핑 구역이 있고,
캠핑카라면 캠핑 구역에 있어야 하는데..
조금은 이상하다 어겼지만
그런가부다 했었는데
남편이 옆집의 캠핑카 아저씨랑
수다를 떨면서 캠핑카가 왜
캐빈 지역에 있는지 알게 됐죠.
우리 옆집의 캠핑카에는
키위(뉴질랜드 사람) 노부부가 사시는데,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은 캠핑장 청소를
하시면서 여가를 보내신다고 하셨죠.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머물던
캐빈을 청소하신다고 하셨죠.
캠핑장에는 캐빈이 4채 있는데,
우리가 머문 원룸의 캐빈이 제일 작은 거였고,
그외 방2개에 주방, 욕실, 화장실 등이
딸린 독채 캐빈이 3채나 더 있어서
그걸 다 청소하신다고 하셨죠.
한참의 수다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옆 캠핑카에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고 합니다.
“왜 우리를 초대하는데?”
“몰라, 그냥 오후 5시에 같이
와인이나 한잔하자고!”
“나는 술을 안마시잖아.”
“그 이야기도 했어,
당신은 차를 마시던가..”
모르는 사람에게 초대를 받는 것이
사실은 불편한 마눌은 그 자리가
마냥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초대를
받았으니 가기는 가야하는 거죠.
그들이 초대했다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옆집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한국 같으면 “빈말”이니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빈말을 거의 안하니
확인을 해봐야 하는 거죠.
초대를 했는데 오지 않으면 초대한
사람을 무시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한마디.
“그 사람들이 초대한 시간이 지났잖아.”
나의 한마디에 후다닥 나간
남편이 옆의 캠핑카 노부부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가 지금 당신들과 함께 할까요?”
남편의 말에 얼른 오라고
두손들어 환영하는 노부부.
우리를 초대한 옆집 부부는
이미 캠핑카옆에 테이블을 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듯 합니다.
의자까지 준비해놓고 우리를
환영해주시는 두분.
두 분과 남편은 와인을 마시고,
술을 안 마시는 나를 위해서는
주스를 주시는데, 내 맘에 쏙 들게
커다란 컵에 넘치도록 담아 주시네요.^^
그렇게 넷이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부부의 남편 분은 더니든에서
자전거 가게를 하셨는데,
은퇴하신후에 집을 팔고는
캠핑카를 사서 이렇게
전국을 떠돈다고 하셨죠.
생전 처음 본 사람들끼리인데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부부.
우리를 초대한 이유가 아마도
당신들의 “오스트리아 딸”
때문이라 싶었습니다.
재혼부부라 각자 아들 하나씩을
두고있는데, 웬 딸인가 했더니만,
한 10년전쯤에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그때 오스트리아의 여학생을
하나 받았던 모양입니다.
지금 그 아이는 28살이 되어서
미국에서 살고있는데,
가업 때문에 내년쯤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간다고 했었죠.
그때쯤 오스트리아를 방문할거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부부.
홈스테이도 사이가 좋은 경우는
그 기간이 끝난 후에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 “부모,딸”이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당신들이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을 말씀하셨죠.
망가와이 헤드에는 9월쯤에
들어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청소를 하게 됐고,
11월쯤은 떠날 예정인데,
심심하게 빈둥거리느니 운동 삼아
시작한 청소를 하면서 돈도 벌고,
덕분에 운동도 되서 참 좋다 하셨죠.
“뉴질랜드 보다는 유럽이
더 볼거리가 많을 텐데,
유럽을 여행해보시는건 어떠냐?” 고
지나가는 말로 권해봤지만,
아직 뉴질랜드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뉴질랜드 구석구석을
찾아다닐거라던 노부부.
“젊을 때 보지 못했던 뉴질랜드의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노부인의 말이 나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집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현대판 집시”인데,
그 삶을 살면서 전국을 떠돌아 다니고,
때때로 소소한 일거리로 생활비 정도를
버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행복은 자기가 살고있는 환경과
조건에 만족하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신사의 아들은 여친이 있지만
직업이 변호사라 커리어 때문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고,
노부인의 아들은 40대인데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당신들은
절대 손주를 가질 수 없지만,
그 대신에 개 한 마리가 있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두분.
나중에 당신들의 “오스트리아 딸”을
방문하시게 되면 연락하시라
남편이 이멜주소를 남겼습니다.
나중에 우리에게 연락을 해오시면
“오스트리아 식사 한끼”을
대접 해 드리고 싶은데, 그때가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거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리얼하게
보여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져서 감사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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