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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2

남편의 똥고집과 바꾼 셔츠 하나

by 프라우지니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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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장남이라 책임감이 강하고,

모든 것을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하는 성격에, 모든 상황을

자신이 주관하려는 경향이 강한,

한마디로 줄여 보자면

독재자형인간입니다.

 

남들에게는 친절하고

젠틀맨다운 모습만 보이지만,

마눌에게만은 자신의 맨 얼굴인

다양한 독재자스러움을 보여주죠.

 

마눌의 성격도 만만치 않으니

시시때때로 맘대로 하려는

남편에 대항해서 덤벼보지만,

우리부부는 남편의 모국어인

독일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말로는

남편을 이길수가 없고...

 

 

 

공대 출신인 남편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데 반해 감정적이고

성질나면 욱해서 소리부터 지르는 마눌은

말싸움을 하면 남편에게 질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나는 남편에게

참 만만한 마눌입니다. ㅠㅠ

 

그래도 마눌은 독재자 남편을

바꿔보겠다고 매일 투쟁을 하고있죠.

 

여행도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다니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미리 계획을 세워서 하는

인간형이라 우리 부부의 여행 계획은

대부분 다 남편이 주관하고

남편은 매일의 계획을 필기를 해서

진행하는 편이죠.

 

하다못해 슈퍼마켓에 갈 생각이라면

남편은 쇼핑리스트를 직접 작성합니다.

 

마눌도 필요한 것을 필기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남의 나라 슈퍼마켓이니

볼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많으니

눈에 띄는 건 일단 다 담고 보자주의죠.^^

 

 

 

 

우리가 간 곳은 뉴질랜드에서

제일 저렴한 슈퍼마켓인

“Pak&Save 팩엔세이브”.

 

아시죠?

해외 여행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로현지 슈퍼마켓 뒤지기

 

여유 있게 물건들을 봤으면 좋겠는데,

남편이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려는

마눌을 재촉해서 슈퍼마켓의

카운터까지 잘 왔죠.

 

사실 남편이 마눌을

재촉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숙소에 가서 할 일이 있으니

빨리 장을 봐서 돌아갈 생각이었겠죠.

 

팩엔세이브는 저렴한 가격이라

그런지 장을 보는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대부분은 카트에 한가득

물건을 담고 계산대까지 오죠.

 

 

사진의 좌측에 잡지위로 보이는 노란 안내판.

 

여러 개의 계산대중

한 곳에 줄을 섰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글귀 하나.

 

“Trainee Operator,

Thank you for your patience”

 

훈련중인 카운터 직원이니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는 말!

 

우리의 시간이 널널하면

기다려주면 좋지만, 남편이

마눌을 재촉한 것은 숙소에 가서

할 일이 있어서였는데..

 

이 글귀를 보자마자

남편에게 다른 계산대로 가자고 하니

남편은 그냥 있자!”

 

남편이 그냥 있자고 하니 기다렸는데,

아무리 훈련중이라고 해도

느려도 너무 느린 우리 줄의 계산대.

 

어떤 훈련생 직원이

나무늘보같이 일을 하나

봤더니만 인도인 직원.

 

훈련중이라 다른 직원들보다 느린데,

인도인이라 이중으로 느린 거 같기도 하고..

 

우리와 비슷하게 섰던 옆줄의 사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우리 뒤에 서있던 사람들도

옆 계산대로 가서는 계산을 마치고 가는데,

우리는 아직 기다리는 중.

 

슈퍼마켓 안에서 구경을 더하자고

할 때는 시간 없다고 마눌을

잡아 끌던 남편이 나무늘보 훈련생의 계산대는

군소리 그냥, 마냥 기다립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우리 식료품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가서 일해야 한다며?

빨리 가자며?

우리 옆줄 사람들은 다 계산 끝내고

갔는데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네?”

 

“…”

 

내가 다른 계산대에 가서

서자고 했지? 그랬으면

지금 벌써 집에 도착했겠다.”

 

“…”

 

마눌이 옆에서 궁시렁 거리는데도

조용하던 남편이 계산대에

가까이 와서야 우리 계산대의 직원이

훈련생이라는 안내판을 본 모양입니다.

 

훈련생이네?”

 

순간 남편을 째려봤습니다.

 

내가 이 줄이 훈련생이 일하는

계산대라 다른 줄보다 느리다고,

다른 줄에 가자고 했었잖아.

마눌 말이 안 들려?

내가 훈련생이라고 할 때 못 들었어?”

 

“…”

 

왜 마눌 말을 무시하냐고?

마눌이 슈퍼 구경 좀 더하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손 잡아 끌더니만,

계산대에서 20분씩 기다리는 건 괜찮냐?”

 

“…”

 

 

 

한동안 잠잠하던 남편은

결심이라도 한듯이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이 산 옷 그거, 내가 사줄께.”

 

슈퍼마켓 오기 전에 24불짜리

긴팔 셔츠를 샀었는데,

마눌의 화를 달래줄 목적으로

그걸 선물로 주겠다는 이야기죠.

 

마눌이 화를 냈다고

옷을 사줄 인간형은 아닌데..

 

자신이 고집을 부린 것이 미안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눌의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반성? 그럼 벌금?

 

상황이 지난 다음에

마눌이 조곤 조곤 말을 하면

당신 말이 맞다.”곤 하는데,

딱 그때뿐!,

 

다시 새로운 상황이 오면,

지난번 기억은 다 없는 듯이

또 다시 마눌말을 안 듣고

삐딱선을 따는 남편.

 

공짜로 셔츠 하나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는 마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의 생각보다는 마눌의 의견을

따라주고 믿어주는 남편 이었음

더 좋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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