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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2

여행중 아픈 남편을 돌보며..

by 프라우지니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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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 때도 남편은 그랬습니다.

 

일년에 한두 번은 꼭 감기를 앓고,

감기에 걸리면 회사는 보통 2주 혹은

3주동안 병가를 내고는 침대에서

생활을 했었죠.

 

평소에는 아빠같이 마눌을 챙기고

단속하던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

엄마 손길이 필요한 3살짜리 아들이

되어서는 마눌을 귀찮게 했었죠.

 

3~4일 남편이 추워 보인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바람이 쌩쌩불고 체감온도는

초겨울인데 얇은 티셔츠 하나로

버티는 것이 조금 위험해보인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열이 나기 시작하는 남편.

 

 

노란꽃 만발한 봄꽃 사이에서 낚시중인 남편.

 

남편은 자신이 열나는 것이

며칠 전 뉴질랜드 북섬에서 남섬으로

내려올 때 타고 온 페리 안에

너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코로나 감염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 아니 확신을 하고 있죠.

 

자신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라고!

 

구름 껴서 추운 날에도

셔츠만 입고 낚시를 하던 남편.

 

우리가 페리를 타고오건

이미 10일전의 일이고,

부부가 나란히 같이 앉아서 왔는데

남편 혼자만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지금까지 남편과 같이 지내온

마눌이 몸을 너무 차갑게 해서

온 감기라고 해도 코로나 감염이라고

믿는 이상한 남편.

 

남편이 처음에는 엄청난 규모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홀리데이 파크 사무실에 알리고,

그리고는 PCR테스트를 하러 가야하나?”

 

마눌이 볼 때는 감기인데

자꾸 코로나라 우기는 남편과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코로나라고 치고!

요즘은 감염이 되도 약 먹고

5일 정도 타인과 격리 조치하는 것이

전부라는 거 알고 있지?”

 

“…”

 

그럼 당신은 하루 종일 차에서 있어.

주방은 내가 사람들이 없는 틈에

가서 음식을 하면 되니까!”

 

 

차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잠시 나온 남편 .

 

그렇게 남편과 합의 본 후에

원래 1박만 하려고 했던 홀리데이 파크

(캠핑장)2박을 더 연장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고, 남편은 정말

하루 종일 차안에 있고,

마눌도 주방이 비는 시간에 가서

얼른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있죠.

 

남편의 생각처럼 남편이

코로나 감염

됐다고 믿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타인과 거리도 유지하고 되도록

접촉도 안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여행하는 사람들은

늦은 저녁에 첵인을 했다가

아침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6시에

다음 볼거리를 향해서 달려가는데,

우리부부는 지금 잠시 정지중입니다.

 

애초에 바쁠 것도 없었고,

무엇을 보러 가겠다는 일정도 없었기에

며칠 더 머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죠.

 

(! 일정이 있기는 했네요.

남편이 찜해놓은 무슨

따라서 23일동안 비포장 도로를

100km정도 달리면서 낚시를 한다고

하긴 했었네요.)

 

남편은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하루 세끼 챙겨먹고

해열제를 먹고, 코 푼 휴지를

엄청나게 배출하면서 동시에 잠을 자는

신기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정지중인 홀리데이 파크에 살고 있는 자연산 장어들 .

 

아프면 마눌이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되는 인간형이라,

캠핑장 안에 있는 TV룸에 가서

노트북이나 핸드폰 충전등을 위해

하루 딱 2시간만 남편과 떨어져 있죠.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과 나는 전생에 어떤 사이었을까?”

 

아프다고 내 아들로 변신 해 버린

남편을 보면서 나는 전생에

남편의 속을 많이 긁고 말도

엄청나게 안 듣던 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생에 남편 속을 썩인 딸이었는데,

현생에서 부부로 만났으니

남편이 시시때때로 마눌에게

아들 노릇을 톡톡히 하는 거죠.

 

아프면 아프다고 아들이 되고,

평소에도 시시때때로 말 안 듣는 아들

되어서는 마눌 속을 벅벅 긁어 놓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해맑게 웃는 남편.

 

얼마전에는 이상한 꿈을 꾸었었죠.

 

꿈에 어떤 갑부가 나랑 결혼해서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아라!”

청혼을 해왔는데, 나는 꿈속에서

그 갑부과 남편을 놓고

심하게 갈등을 했었습니다.

 

 

 

(네, 갑부는 내 남편이

있는걸 알고 있었고, 나에게

이혼하고 오라고 했었죠.)

 

 

내 남편은 내가 없으면 안되는데..”

 

갑부와 결혼을 하면

여행도 럭셔리로 할수 있고,

내가 할수 있는 것도 다 할수

있었지만, 나는 결국 내 남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꼴통이고 고집도 세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하는

내 남편을 내가 버리면 그 누가 받아주겠냐..”

하는 마음에 결국 남편 옆에 있기로..

 

가끔 죽여버리고 싶고,

시시때때로 이혼을 꿈꾸지만

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쭉, 계속해서 남편을

욕하면서도 함께 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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