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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휴가 전 한 마지막 근무

by 프라우지니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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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의 휴가를 가기 전 마지막 근무.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물 한잔 마시고는

세수하고, 옷 갈아입으며 출근 준비.

 

남편은 마눌의 출근 시간인

630분이 되기 전에 부시시 일어나서

옷을 입으며 마눌과 함께 나갈 준비를 하죠.

 

마눌이 나가야 하는데,

아직 꿈나라에 있을 때도 있지만,

이때도 한마디면 남편은 벌떡

일어나서 얼른 옷을 주어 입죠.

 

남편을 단번에 일어나게 만드는

나의 한마디는 바로..

 

테오야, 가자~” (한국말로)

 

이제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라

밖은 캄캄하지만 그래도 자전거에

후레쉬를 달고 달리면 무리 없는 출근길인데,

 

남편은 마눌을 위해 기꺼이 아침잠을

설치며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죠.

 

 

요양원에서 나오는 길

 

그렇게 남편 차를 타고

요양원에 도착하면 640분쯤.

 

천천히 유니폼 갈아입고 사무실로 가면

7시 아침 회의가 시작되죠.

 

철야 근무한 직원에 밤새 있었던 일이나

상황들을 인계 받는 것으로 근무 시작.

 

오전근무중에는 우리 병동에 왔었던

인사부장이 복도에서 나의 장기 휴가

대해서 언급을 했았죠.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두 팔 벌려 포옹을 청하는 50대 후반의

인사부장 아저씨를 꼭 안아드렸습니다.

 

나는 그냥 조용히 다녀올 생각인데,

직원이나 간부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면

당사자인 나는 쪼매 그렇습니다.

 

인사부장이 병동 복도에서

나의 장기 휴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우리 병동의 여왕님인 N여사도

나의 휴가와 여행지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셨죠.

 

https://jinny1970.tistory.com/3426

 

요양원에 사는 여왕의 하루

사람들은 요양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버려진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곳” “직원들이 노인들을 마구 학대하는 곳” 세상은 넓고, 또 요양원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jinny1970.tistory.com

 

 

그외 많은 분들이

나의 휴가에 대해서 물어 오셨죠.

 

뉴질랜드 가면 뭐할건데?”

 

낚시를 하던가 트렉킹이나 등산을 하겠죠.”

 

너도 낚시를 해?”

 

남편이 낚시허가증을 가족권으로

구입하니 나도 하기는 하죠.”

 

가능한 시큰둥하게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그들은 꿈도 못 꾸는

뉴질랜드 5개월 휴가인데,

자랑질까지 더해지면 나는

재수없는 인물이 될 테니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나의 휴가에 관심을

가질수록 나는 부담스러워집니다.

 

돌아올 때 내 휴가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다못해 사탕쪼가리

하나라도 갖다 줘야할 거 같은 생각에 말이죠. ㅠㅠ

 

한가한 오후 시간에는 하루 종일 방 안,

 휠체어에 앉아서 TV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계시는

와상 환자 부부를 모시고 지층에 있는

요양원 내의 작은 성당까지 나들이를 갔었는데,

지층 카페 앞에서 요양원 원장을 만났습니다.

 

 

요양원 옆 공원의 요즘 풍경

 

요양원의 출입구이기도 한 지층에는

요양원 안 밖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페가 있고,

그 옆으로 사무실과 원장실이 있고,

교회는 원장실을 지나야 갈수 있죠.

 

원장은 나를 보자마자

휴가 잘 다녀오라"면서

두 팔 벌려 포옹을 청해옵니다.

 

내 휴가에 관련해서는 이야기 할 때는

내내 인상 쓴 얼굴만 봤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원장의

활짝 웃는 얼굴을 봤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701

 

동료들이 질투하는 나의 6개월 장기 휴가

병동 내에는 10월부터 내가 6개월동안 휴가를 간다는 소문이 이미 다 퍼진 상태. 나에게 직접 물어온 직원도 있지만, 서로 주고 받는 정보 속에 내 이야기도 있었을 테니 대부분은 알고 있죠. 근

jinny1970.tistory.com

 

 

원장이 포옹을 청하니

얼떨결에 원장을 안아봤는데,

생각해보니 입사하고 처음으로

내가 원장의 잘록한 허리를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많은 직원이 오늘 근무하는데,

인사부장이나 원장은 나의 마지막 근무를

어떻게 기억하고 인사를 해오는 것인지

참 궁금해지는 시점.

 

혹시 돌아올 때 내 선물 잊지 말라

일부러 챙기는 인사인 것인지

인사를 해오는 의도가

약간은 의심스러웠죠.

 

 

공사중인 요양원 옆 공원풍경

 

어차피 원장이나 인사부장 이하

노조위원장에 우리 병동의 책임자는

나의 장기 휴가에 관련해서

내 편의를 봐줬으니 내가 선물을 챙겨야 하는

4인방이라 이리 일부러 인사를

안해줘도 선물은 줄 생각인디..

 

원장은 사람들이 많은데서

날 안아주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장기 휴가에 대해서 알렸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요양원의 어르신과

어르신을 방문한 보호자들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얼떨결에 공개적으로 축하를 받았습니다.

 

원장이 나의 장기 휴가에

힘을 보태준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광고를

안해줘도 되는디..ㅠㅠ

 

얼떨결에 잘 다녀오겠다.”라는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나는 휴가 전 마지막 근무를

조용히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나 휴가 간다는 말 안하고,

그냥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병동까지 찾아온 인사부장 때문에

병동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고,

요양원 입구에서 만난 원장 때문에

요양원을 오가는 사람들까지 다 알게 됐죠.

 

 

 

근무가 끝나가는 오후 5시쯤,

저녁을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다른 병동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을 만났습니다.

 

다른 병동의 직원이라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알지만

그래도 인사를 하니 싱글벙글하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합니다.

 

나 내일부터 3주간 휴가다.”

 

나는 그 직원보다는 더 길게 휴가를 가지만,

내 휴가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느니

내 이야기는 살짝 접어놓고

그의 휴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잘됐네. 어디 가?

하긴 꼭 어디를 가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집에서 쉬는 것도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이지.”

 

그렇게 옆 병동의 직원과 짧은 대화를

뒤로하고 저녁식사를 병동으로

가지고 와서 어르신께 나눠드렸고..

 

저녁 6시 퇴근이라  식사를 나눠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부지런히 어르신들의

잠자리를 봐 드리러 다녔습니다.

 

내가 한 분이라도 더 간병을 해드려야

뒤에 남는 직원이 조금 더 편할 테니

동료 직원을 배려하며 마지막 근무를 마쳤습니다.

 

6시 정각에 병동을 나와서는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요양원 밖에 나오니 남편의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죠.

 

나는 이렇게 저의 마지막 근무를 마쳤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내 휴가를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로

뭔가를 챙겨주고 싶기는 한데,

어떤 선물이 될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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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관광지도 이른 아침에는 한가하게 즐길수 있죠.^^

 

https://youtu.be/pqYvqFJon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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