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요양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버려진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곳”
“직원들이 노인들을 마구 학대하는 곳”
세상은 넓고, 또 요양원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수도없이 많으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요양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근무를 하는 요양원은 그런 곳은 아닙니다.
우리 요양원에는 특이하게 여왕님이 사시죠.
아니, 요양원에서 어떻게 여왕의 삶을
살 수 있는지 의아하시겠지만..
그녀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말 여왕입니다.
자기 손하나 까닭 안하고
직원들을 자기 몸종 부리듯이 하죠.
최근에는 제가 그 여왕님께 한마디 했었습니다.
“N부인, 방귀를 뀌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라 피할 수 없지만,
최소한 작은 공간(화장실)에서 직원을 옆에 두고 방귀를 꼈으면
“실례합니다/미안합니다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무안 했는지 N부인의 한마디.
“내가 그 말을 안 했던가?”
“안했거든?”
“미안합니다~”
엎드려 절 받는 꼴이 됐지만,
다른 직원들도 나와 같은 감정일테니
앞으로 조금 조심 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죠.
사실 N부인의 “미안하다”는 말에
정말 미안한 마음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는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화장실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바지를 벗겨드리고
변기 위에 앉혀 드리는 과정에서
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도 안하면
내가 무시당하는 느낌이거든요.
나도 인간이고, 나도 냄새 맡으면 불쾌하거든요.
큰일 보는 전후에 나는 냄새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방귀를 뀌었으면 “미안하다”정도는
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인데,
N부인은 옆에 아무도 없는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뀌어 대죠.
평소에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따위는 하지 않아서
미운 털이 박힌 우리 요양원 여왕님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여왕님은 아침 7시가 되면 호출 벨을 누르십니다.
그 시간에 호출을 해도 아무도 못 온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그 시간에 호출을 하죠.
아침 7시부터 15분간은 철야 근무를 한 직원이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에게 철야 근무중에 있었던 일들이나,
새로 근무를 들어오는 직원들이 알아야 할
요양원 거주민들의 특이사항을 알리는
근무인계 시간!
1~ 2년도 아니고, 10년 넘게 요양원에 살고 있으니
이 시간에는 호출을 해도
올 수 있는 직원이 없다는 걸 알고,
또 이 시간에 호출을 해도 가지 못하니
어르신들에게 이 시간에는 가능한 호출을 하지 말라고
부탁을 드리고 또 드리지만,
우리의 여왕님은 그런 건 신경 안 써!
직원 회의를 마치고서야
호출을 하신 여왕님의 방에 가서
직원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두 다리에 압박스타킹을 신겨 드리기.
압박스타킹을 신으신 여왕님이
침대에서 일어나실 때는
직원이 온 힘을 모아서
여왕님의 팔을 잡아당겨야 합니다.
여왕님은 뇌졸증(인가?)으로
몸의 오른쪽에 마비가 있으시죠.
여왕님은 100kg의 거구이시라
침대에서 일어나실 때,
저 같은 경우는 내 힘을 몽땅 실어서
여왕님의 왼손을 잡아당겨야
겨우 침대 모서리에 않으실 수 있습니다.
여왕님은 왼손과 왼발을 이용해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기웃뚱하게 일어나셔서
휠체어에 앉으실 수가 있죠.
휠체어에 앉으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 직행!
엄청난 크기의 가슴을 갖고 계신
여왕님이 즐겨 하시는 말은..
“내 남편이 그러는데
여자의 가슴은 주먹(A컵) 가득이 아니라
중절모(D컵 이상)에 가득 차는 것이
제 맛이라고 했어.”
백인 여성들이 동양 여성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가슴 사이즈.
제가 20대 후반에 유럽 여행하면서
놀랐던 것은 바로 여자 브라 사이즈였죠.
"젓소부인 바람났네~"가 절로 생각났었죠.
큰 가슴이 남자들에게는 젊을 때는
매력적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너무 커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가슴 아래로도 땀이 차니
특히 여름에는 피부 짓무름 방지를 위해서
가슴 아래 거즈를 대줘야 하는 상황이면
늙어서는 참 불편한 신체의 일부가 되죠.
여왕님은 일어나시면
방으로 배달된 아침식사를 하십니다.
빵 2개에 버터&잼과 햄, 치즈,
꿀 등과 커피 두 잔으로 아침 식사.
그렇게 식사를 하시고 나면
직원이 화장실로 모시고 가서 씻겨드립니다.
여왕님은 가능한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시려고 하셔서 직원에게 핀잔도 듣습니다.
“웬만하면 얼굴은 직접 닦으세요?”
요양원에 사시는 특정한 부류들은
자기가 할 수 있음에도 손하나 까닥 안하고
직원이 해 주기를 기다리죠.
씻는 것도, 먹는 것도 자기 힘으로 가능하지만
직원이 해줄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해주지는 않습니다.
어르신이 하실 수 있는 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직접 하시게 옆에서 기다려 드립니다.
이렇게 핀잔을 듣고서야 물수건을 받아서
살짝 얼굴만 닦으시고는,
직원에게 “등을 닦아라~”, “가슴을 닦아라~”
"왼쪽 팔을 들어 올리고 겨드랑이를 닦아라~”
조목 조목 명령을 하시죠.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직원이 씻겨드릴 때는 온 몸을 닦아드리고,
건조한 피부 같은 경우는
로션도 발라드리고, 옷을 입혀드리죠.
건조한 피부 같으면 바디로션 같은걸
챙겨서 발라드리지만,
피부가 탱탱한 경우는
일부러 뭘 발라드리지는 않는데,
우리와 여왕님은 몸의 여기저기에
로션을 바르라는 주문이 많으십니다.
방을 찾아다니면서 어르신을
씻겨드리는 일도 상대가 여왕님이시면
일하는 내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으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화장실에서 씻고, 옷을 입혀드린 후에
방으로 휠체어를 끌고 가면 그때부터
다시 또 이런저런 할 일들을 명령하시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과일 차 티백은
2개를 넣어서 끓는 물을 부어라!”
“미네랄 워터는 뚜껑을 열어서
시럽과 섞고, 창문을 열어라~”
N부인이 요구하는 일들은
사실 직원이 꼭 해야하는 일은 아닙니다.
시간이 날 때 추가로
해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씻겨드리지 못한 어르신들이
직원들이 오기를 기다리시고 계신데,
자기 다 씻었다고 다른 사람들은 씻거나 말거나
자기가 필요한 것을 해달라고 하는 건
조금 이기적인거죠.
여왕님의 아침 호출에 불려가면
최소 30분이 걸리죠.
그렇게 여왕님은 일어나셔서 식사를 하셨고,
씻으셨고, 당신이 원하시는 걸 대충 얻으셨죠.
그때부터 점심시간까지 여왕님은 방에서
TV를 보시면서 시시때때로 호출을 하십니다.
거구답게 물도 하루에 4리터 이상을 드시니,
당근 화장실도 자주 가시고!
100kg가 넘다 보니 몸의 이곳저곳이 접히죠.
그래서 살이 접히는 부분에는 짓무르고,
또 기저귀를 차고 생활을 하시는데,
물을 너무 많이 드시니
기저귀는 항상 젖어있는 상황!
젖은 기저귀를 24시간 차고
생활하면 피부가 정상일리 없죠.
너무 뚱뚱해서 살이 접히는 부분에
피부가 짓무르는데,
거기에 기저귀도 더해져서
아랫동네는 항상 연고가 필요한 상황.
여왕님은 제 글에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과한 욕심은 아래 글에서 읽으실 수 있고!
2018.07.23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누구를 위한 과일일까?
아직도 욕구불만에 시달리시는 이야기는 아래에서..
2019.04.06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나를 당황하게 만든 어르신의 발언
직원들의 뒷담화에서 가장 욕먹을 행동은 아래에서..
2020.01.29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과해도 너무 과한 그녀의 욕심,
여왕님은 우리 요양원에 12년째 살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100살까지는 살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죠.
내 손이 아닌 남의 손을 빌려야 살 수 있는 삶이
마냥 편하지는 않을 거 같지만,
우리 요양원 여왕님이신 N부인을 보면
또 그런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부리는 삶을 즐기는듯합니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난 백 살까지 살 꺼야!” 하지는 못하겠죠?
우리 요양원에 오셔서 사신 세월도 있고 해서
난 지금까지 N부인이 85살인줄 알았는데,
최근에 그녀의 서류를 보다가
그녀의 생년월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1947년생.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보고 또 봐도 그녀는 1947년생.
지금까지 나는 그녀가 80대 중반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10살이나 더 어렸네요.
절대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는 아니었는데..
혹시나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날 그녀에게 재확인 했습니다.
“N부인, 네가 몇 살이었지?”
“나? 올해 75살 되잖아.”
“나이가 더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나 62살에 요양원에 와서 이제 12년이 넘었잖아.”
“응, 너는 완전 젊을 때 들어왔었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80대가 되어서
혼자 집에서 살 상황이 안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요양원에서 평균적으로 5년 정도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시는데,
젊은 나이에 들어와서 12년째 살고 있는 건
조금은 특이한 경우죠.
12년 전에 뇌졸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바로 요양원에 온 시점은 60대 초반.
그후로 내내 요양원에서 살았으니
이제는 편해도 너무 편한 내 집이 됐죠.
그래서 그런가 그녀는 모든 직원들이 다 만만합니다.
어려운 상대가 없죠.
그녀가 매일 오후가 되면 자주 하는 질문.
“내일은 누가 근무해?”
마비된 왼쪽 발은 휠체어에 고정을 해야 하지만,
활동이 가능한 오른 발을 슬슬 저으면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은 가능하니
직접 와서 확인하면 되지만,
여왕님은 직원을 호출해서
직원이 다음날 근무하는 명단을 보고
다시 자기에게 보고 하게끔 하시죠.
저에게 물으면 저는 딱 한마디 합니다.
“슬슬 휠체어 타고 가서 네가 보고 오면 되잖아.”
(독일어 반말은 싸가지 없는 것이 아니라
친근한 사이에서 합니다.)
다음날 근무하는 직원이 여왕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직원이면 대놓고 투덜거리죠.
“C는 나의 적이고, K는 마녀야!”
(요양원 생활 12년차)여왕님보다
요양원에 늦게 들어온 직원들은 다 만만한 한데,
C는 30년차, K도 거의 20년차이니
여왕님에게는 어려운 상대죠.
그리고 정말 필요한 도움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도와드리지만,
여왕님은 심심하면 직원을 방으로
불러서 쓸데없는 일들을 시키니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은 여왕님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아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대들.
나 같은 경우는 방으로 불려가면
가능한 해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내 말이 그녀에게는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녀가 지켜줬으면 하는 것들을 이야기 하죠.
“N부인, 아침 시간에는 너도 알다시피
모든 어르신들을 다 씻겨드려야 해서
바쁜 거 알잖아.
그런데 이 시간에 호출해서
“물 끓여서 티백 넣어서 차를 준비해라!”
“창문을 열어라” “꽃에 물을 줘라!”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나중에 해도 되잖아?”
여왕님은 이런 핀잔을 들어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씻거나 말거나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가 필요한 것만 명령하고!
심심하면 호출 벨을 눌러대서
직원들을 바쁘게 뛰게 만들죠.
“그깟 호출 벨 누르는 것이 뭣이 대수냐?”
하실 수도 있지만!
직원이 어느 방에 들어가면
그 방에 있다는 신호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면 방밖에는 초록색 불이 들어오고,
다른 직원들은 그 방에 직원이 있다는 걸 알죠.
직원이 일하고 있는 중에 다른 방에서 호출을 하면
직원이 일하고 있는 그 방에 (눌러놓은 버튼 때문에)
시끄럽게 “삐삐~”소리가 나서 일하는 중에도
다른 방에서 호출을 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죠.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금방 끝나지 않을 상황인데,
다른 방에서 호출을 하면 급하게 서둘러야 하고,
그렇게 급하게 호출하는 방에 갔는데,
가서 보니 중요하지 않는 “창문을 열어라~”
“미네랄 워터를 가져와라~”하면 사실 허탈합니다.
물 같은 건 본인이 직접 갖다 먹을 수 있음에도
여왕님은 일부러 직원을 호출하는 경우죠.
이럴 때마다 직원이 여왕님께 대놓고 투덜거리지만
여왕님은 그런거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긴, 그런 거 신경 썼다면 하인 부리듯이
직원을 그렇게 불러 대지는 않겠죠.
그녀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낮잠을 자고 일어날 때도, 저녁을 먹고
침대에 자러 갈 때도 직원의 도움을 받지만!
한 번도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우리의 일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고맙다”는 말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감사 인사는 참 인색한 N부인!
나와 근무하는 대부분의 동료들은
50대 중반의 아줌마들이라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해야 “은퇴”를 할 수 있는지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은퇴하는 것도 태어난 연도와
그동안 일한 햇수에 따라서 다르죠.
“나는 10년만 일하면 돼!”
“좋겠다. 나는 앞으로 15년 더 일해서 65살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나온 N부인 이야기.
“우리는 다 가도 N부인은 앞으로 25년을
더 살겠다니 꿋꿋하게 요양원을 지키겠구먼!”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보이지않는
요양원 여왕인 N부인은
우리들이 다 은퇴한 다음에도
그녀가 원하는 100살까지 이곳에서 잘 살아가려면
조금은 태도를 바꿔야 할거 같은데...
그녀가 상대를 배려하고, 직원이 해준 일에
대해서 소소한 “감사”라고 하게 된다면
그녀를 대하는 직원들도 조금은
부드러워질 수 있을 텐데..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N부인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녀가 직원들을 대할 때
말하는 어투만 조금 고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말끝에 달아줘도
그녀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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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가 등산가면 먹는 간단한 점심/간식의 종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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