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 독재자 스타일의 남편은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뭘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도 않지만,
뭘 하자고 의논을 해오는 일도 없죠.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맘대로
스케줄을 잡아 놓고는 마눌에게는
당일 아침에 “가자” 한마디.
마눌을 딸내미처럼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말 안해도 알아서 챙겨주는 아빠 같은
남편보다는 친구같이 모든 일을
의논하는 남편이 더 좋은데..
이번에는 자전거 헬멧으로
우리 부부 사이에 소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는 두대.
남편의 자전거를 물려받아서도
거의 20년이니 서른 살은 훨씬 넘은
할배 자전거 한 대와 남편이 마눌과 산악 도로를
달릴 목적으로 사준 전기 자전거.
전기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은 필수입니다.
자전거의 속도가 엄청 빨라서
아주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도
사고의 위험이 있죠.
나도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한 눈을 팔다가 두어 번
전봇대를 박을 뻔 했었죠.
아주 잠깐 고개를 돌렸을 뿐인데
다시 앞을 보니 전봇대가 눈앞에 딱!!!
전기자전거의 시작은
어르신들 용이라고 하던데..
전지자전거의 빠르기로 보면
절대 어르신용은 아니죠.
어르신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보고 순식간에 브레이크를
잡을 만한 순발력은 안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스트리아로
여름휴가를 왔다가 전기자전거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70~80대 관광객들의
이야기가 가끔 뉴스에 나오죠.
우리부부가 가끔 달리는 오후의 자전거길.
왕복 30km 길이인데,
마눌은 전기자전거를 타니 헬멧은 필수이고,
남편도 전속력으로 달리는 길이라 헬멧은 필수.
빠른 속도로 전력질주하는
라이딩에 헬멧 착용은 기본이지만,
일반 자전거를 타고 도로 옆으로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는
헬멧을 안 쓸 때도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주택가쪽으로
달리다 보니 차들과 나란히 달리는
경우도 있어 헬멧을 착용하지만,
퇴근길에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슬슬 달리니 헬멧은 옆구리에 끼고 달리죠.
얼마전에 도로 위에서 슬라이딩하는
자전거 사고를 낸 마눌.
https://jinny1970.tistory.com/3656
남편이 뜬금없이 마눌에게
링크를 하나 보냈습니다.
“자전거 헬멧을 써야하는 5가지 이유”
전에는 마눌의 잔소리를 들어도
꿋꿋하게 헬멧은 안쓰고
자전거를 타던 인간이 마눌에게
“헬멧을 써야하는 이유”를 보내시다니 웬일?
독일어를 대충 직역하니 아래와 같습니다.
이유 1: 사고시 머리부상을 방지합니다.
뇌진탕이나 두개골 골절의 위험을 줄어주고,
헬멧을 착용하면 최소한 자전거를 타다가
머리 부상으로 죽을일은 없답니다.
이유 2: 헬멧의 단단한 폼 패드가
사고시 충격을 줄여둡니다.
헬멧은 머리를 위한 에어백이라네요.
이유 3: 자전거 헬멧이 밝은색을 띄면 멀리서도
잘 보여 사고 가능성을 감소시킵니다.
이유 4: 비가 올 때 헬멧을 쓰면
젖는 걸 예방합니다.
이유5: 더울 때 헬멧을 쓰면 머리에
태양열이 직접 받는걸 방지하고,
자전거 헬멧사이의 구멍으로 바람이 통해
머리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마눌의 자전거 슬라이딩 사건 후
남편은 며칠 동안 “자전거 헬멧을
꼭 쓰고 다니라” 잔소리를 하더니만,
어느 날 마눌 앞에 내미는 종이 한 장.
일명 “자전거 헬멧 계약서”
“오늘부터 전기자전거 일반 자전거
구분없이 자전거 도로나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항상 헬멧을 착용할 것,
헬멧 미 착용시 생활비 환급도 없고
인터넷 접속도 불가.”
마눌이 용돈 받는 딸내미도 아닌데,
남편은 생활비나 인터넷으로
마눌을 협박하려 합니다.
자기는 차도를 달려도
헬멧없이 달리면서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헬멧 안쓰고 다녔다고 당장에
이런 계약서를 내밀다니..
“당신도 안 쓰고 달리잖아” 했더니
남편이 하는 변명이라는 것이..
“나는 자전거를 잘 타지만 당신은 초보잖아.”
정말 욕 나옵니다.
자전거 사고가 초보, 경력 가려가면서 당하나요?
헬멧없이 사고 나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거늘..
https://jinny1970.tistory.com/2677
위 포스팅에 있는 사진에는
남편이 헬멧을 착용하고 있네요.
잔소리를 해도 매해 헬멧없이 차들과 나란히
2시간 아터호수를 돌던 남편이었는데..
남편이 마눌을 위한 “헬멧계약서”를 작성한 이유는
“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치면 큰일 나니까”
마눌이 머리를 다치면 큰일이고,
남편이 머리를 다치면 작은 일인가요?
마눌도 남편이 작성해온 계약서 밑에
“남편 추가 사항”을 기입했습니다.
“테오도 자전거를 탈 때 항상 헬멧을 착용할 것,
미 착용시 진에게 10유로 지급할 것.”
우리 부부는 이렇게 한 장의
계약서에 나란히 서명을 했습니다.
남편이 원하는 건 마눌의 헬멧 사용”이고,
마눌이 원하는 것 또한
“남편의 헬멧 사용”이니
원만한 합의하에 이루어진 계약이죠.
이 계약서 작성 후 가까운 근교로 갔던
자전거 라이딩에 깜빡 잊고
헬멧을 챙기지 못한 남편은
마눌에게 벌금 10유로를 내야 했지만!
라이딩 중에 들린 식당에서
가볍게 먹은 간식 값을 남편이
계산하는 것으로 벌금을 대신했죠.
이 계약서 작성 후 우리부부는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집에서 자전거로 3분거리의
동네 쇼핑몰에 갈 때도 부부는 나란히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한 계약을 지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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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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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부부의 흔한 주말 자전거 라이딩.
아래 영상은 쫌 된 영상이라 남편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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