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세월중 반 이상은
외국이었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아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중년이죠.
그래서 가끔은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이나 반응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쁜 아이들을 보면
주머니에 있는 먹을걸 주기도 하고,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지만,
내 아이가 예쁘다는데 그걸
싫어하는 한국인 부모는 거의 없죠.
외국에서는 남의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쓰다듬는 일을 하면 안되거니와
예쁘다고 뭘 주고 싶다고 해도 아이의
부모에게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물론 물어보면 대부분은 거절을 합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대부분은
내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사탕이거나,
초콜릿같이 아이의 치아 건강에
해가 되는 식품들이니 말이죠.
비엔나 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첵인을 기다리다 우리 앞에 있는
꼬맹이를 봤습니다.
앞머리를 받듯하게 자른 아이가
자신의 부모 트렁크 주변으로 맴도는데
간만에 보는 한국 아이라 참 예뻤습니다.
금발의 아이들도 예쁘지만,
검은 머리의 아이들도
금발 못지않은 예쁨이 있죠.
아이의 주변을 보니 부모와 (외)할머니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는 모양인데,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이의 엄마가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사실.
한국의 항공 회사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두바이에서 만났던
항공회사 직원이 “직원 혜택”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었습니다.
항공회사 직원들은 직계 가족까지
90% 할인이 가능해서 가족들이랑
해외여행도 아주 저렴하게 다닐 수 있다고 했었죠.
대한항공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저렴한 직원 가격의 항공권이 있으니
비엔나로 비행 근무를 오면서
가족 동반을 했나부다 했죠.
눈앞에 꼬맹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자꾸 눈에 띄니 넉넉하게 가지고 있던
귤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공항의 슈퍼마켓에서 설탕 가득 들어있는
오렌지 주스보다는 건강한 생 과일을,
그것도 1kg에 1유로(1300원)면 살수 있으니
낼름 샀는데, 남편이 잔소리를 했었죠.
“그거 뉴질랜드에 갖고 못 들어가는 거 알고있지?
걸리면 벌금낸다.”
“걱정마, 다 먹을 수 있어.”
귤 1kg가 몇 개 되지는 않지만,
혼자서 먹기는 조금 과했는데,
눈앞에 꼬맹이가 보이니 얼른 귤 선물을!
사실 귤을 내밀면서도 아이가
안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코비드로 타인과의 접촉도 거리도
유지해야 하는데, 남이 내미는 물건을
덥석 잡는 것이 심히 불안한 일이기는 하죠.
고맙게도 아이는 내가 내민
귤을 씩 웃으면서 받습니다.
아이가 귤을 받고 나니 아이의 부모가
고맙다고 인사를 해왔습니다.
“왜 우리아이에게 이런걸 주느냐!”
타박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니..
내가 아이에게 귤을 내밀 때
남편이 하지 말라고 귤을 내미는
내 손을 잡아 당겼었는데,
다행히 아이도 귤을 받고,
아이의 부모까지 웃으며 감사하다니
나를 말리려던 남편이 오히려 머쓱해했죠.
“봤지? 한국사람은 이래!
예쁜 아이한테 먹을 것을 내밀면
서양인처럼 “노땡큐”하면서
사람 무안하게 하지않고,
주는 걸 고맙게 받는다고!”
간만에 남편에게 “한국인”은 다르단걸 보여줬고,
나는 남아도는 귤 한 개를 주고
감사인사를 몇배로 받으니 괜히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탑승은 시작됐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니 한 승무원이
지나치면서 나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해옵니다.
“아까 귤이 너무 맛이 있었어요.”
꼬맹이의 엄마가 우리가 앉은 좌석 담당인지
자주 오가니 알고 있었는데,
늦게 다시 감사인사를
해온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공항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못알아볼거라 생각했던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온거죠.
물론 비행기안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귤 하나가 몇번의 감사인사를
받을만한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나를 기억하고
귤에 대한 언급을 해주니 감사.^^
이륙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남편에게 비행기에서 먹는 컵라면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문 하려니
항상 동일한 남편의 반응.
“난 안 먹어!”
그래 놓고 내 것을 다 뺏아 먹으면서
왜 매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인지,
뺏아 먹는 입을 꿰매버릴수도 없고..ㅠㅠ
승무원에게 컵라면 주문을 하려고
오가는 승무원 중에 한 명을 찜 했는데,
그분이 바로 내가 귤을 줬던
꼬맹이 엄마, 승무원.
“컵라면”을 부탁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2개죠.”
공항에서는 나와 나란히 서있었고,
지금은 내 옆에 나란히 앉아서
남들은 자는 시간에 영화를 보고있는
남편까지 염두에 둔 말이었죠.
2개를 주신다니 감사하게 받고
남편이 안 먹겠다면 내가 두개
다 먹을 생각을 했었는데..
컵라면이 오니 안 먹겠다던 남편이
자기 앞의 테이블을 열면서
라면을 받을 준비를 합니다.
안 먹겠다는 말이 “나도 먹을거야”라는
남편 식의 말이었던 것인지……ㅠㅠ
우리 앞에 배달된 컵라면을 다 먹고,
빈 컵을 꼬맹이 엄마 승무원에게 반납을 하니
오는 길에 파인애플 주스 2잔을 갖다 줍니다.
뜬금없는 주스가 배달되니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
“주스까지 주문한 거야?”
남들 자는 시간에 뭘 자꾸
주문하냐는 뜻이었던 거죠.
“나? 안했는데?”
주문하지 않는 주스지만
그 주스를 배달해준 꼬맹이 엄마 마음을
알기에 감사히 마셨습니다.
매운 컵라면을 먹고 난 직후이니
달달한 주스로 입가심을 하라는
친절한 배려였던 거죠.
꼬맹이 손에 쥐어준 귤이 맛있었다는
말이 생각나서 빈 컵을 수거해가는
그녀에게 귤을 하나 살짝 쥐어 줬습니다.
소소한 귤 하나 건넸다가 인사도 받았고,
배려가 깃든 서비스까지 받고 보니
역시 주고 받는 우리네 정을 느낀 것 같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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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가을날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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