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남편이 출근한 날.
나는 간만에 평안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남편의 아침
(이라고 해봐야 뮤슬리를 먹을 수 있게 대접하나
꺼내 주고, 물 끓여서 차만 타줬다는..^^)
챙긴 후에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지낼 남편이
먹을 수 있게 간식과 샌드위치 챙기기.
그렇게 남편을 출근시켜 놓고는
“그만 일어날까?”, “조금 더 잘까?”를
고민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TV를
틀어 놓고는 잠이 들었죠.
잠을 자면서 귓가에는 TV의 소리를 다 들었으니..
이건 잔 것인지 만 것인지..
느긋하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는
장을 보러 가서는 세일하는
방울무 5묶음을 업어왔습니다.
5묶음에 2유로이니 간만에 김치하기.
방울무 10개가 한 묶음이라
사실 5묶음이라고 해도 양이 많지는 않지만!
열무김치처럼 금방 먹을 용도라
조금만 담을 요량이었죠.
남편이 집에 있었다면 방울무의
잎 파리를 감추느라 나 혼자 바빴을 텐데..
남편이 집에 없으니 느긋하게
잎들을 다듬을 수 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410
이곳 사람들은 방울무의 잎파리를 먹지 않습니다.
슈퍼에 장보러 가서 보면 사람들이
방울무의 잎파리는 잘라서 버리고 가죠.
이곳 사람들은 안 먹는 잎이라 남편이
그렇게 결사반대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울무를 다 씻어 놓은 다음에는
간만에 삼겹살을 쌈싸먹었습니다.
삼겹살은 원래 안 먹는데,
마당에 상추가 넘쳐나니 갑자기
삼겹살이 생각나더라구요.
삼겹살이라고 해도 중간이
지방이 거의 없는걸 업어왔습니다.
넉넉한 상추에, 봄에 담아 놨던
명이장아찌와 쌈장이면 맛있는 한 끼죠.
양송이까지 구워서는 혼자서 배부르고,
마음 편하게 먹었습니다.
남편이 집에 있었으면
남편의 점심을 먼저 생각해야하고,
남편의 점심메뉴를 하면서
나도 그걸 먹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 없으면 오로지 나만의 위한
한끼를 챙기게 되죠.^^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는
씻어 놨던 방울무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보통은 포도알만한 방울무인데,
이번에 사온 건 살구 크기라 커도 너무 크다 싶지만,
크면 조금 더 잘라서 담으면 되니 별 걱정 없고!
남편이 집에 없으니 느긋하게 방울무를 씻었고,
또 느긋하게 김치도 담고!
내 일상에 남편만 빠졌는데
난 왜이리 평안한 것인지..
내 남편은 장남에 이성적이고
계산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에,
모든 것을 제어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이걸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독재자”
마눌의 소소한 일도 다 자신이 알아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경향이 심하죠.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가능하면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러다가 욱하면 동네방네 다 들리게
소리를 벅벅 질러대는 나는 기차 화통 마눌.
남편이 집에 있었다면 방울무로 김치를 담는 것도
남편의 눈치를 봐가면서 몰래 몰래 해야하고
이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남편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오늘 너무나 평안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한 남편은
회사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올 테니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에게 나는
“아주 친절한 마눌모드”가 될 예정입니다.
역시 남편과 아내는 서로 떨어져 있어야
행복해지는 모양입니다.
2년 넘게 재택근무를 했던
남편을 24시간 모셔야(?) 했고,
마침내 회사에 출근한다고 해서 신이 났었는데,
최근 3주간은 휴가기간이라
남편과 24시간을 함께 했었죠.
그런 시간 뒤에 온 간만의 “하루”가
나는 왜이리 좋은 것인지..
내 입에서 절로 나오는 단어 “평안”.
나는 오늘 간만에 정말
마음 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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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5월에 다녀온 여행을 준비하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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