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가정의에게
아랫배가 계속 불편하니
“대장 내시경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바로 이송증을 쏴주십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했는데..
보통 대장 내시경 검사를 병원에 가야하죠.
“병원에 접수를 하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하니
의사샘은 나도 모르는 정보를 공유 해주십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대장 내시경검사를 하는 의사가 있어요.”
이 의사는 Wahlarzt 발아르츠(선택의사)라
비싼 진료비를 내야 하지만,
나는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으니 상관이 없죠.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는 병원에서 받는 검사,
수술 등의 치료는 대부분 무료입니다.
내가 병원에 가서 대장 내시경검사를 했다면
무료겠지만, 선택의사에게 가면
내가 돈을 내야하죠.
동네에도 검사를 할 수 있다니 굳이
린츠 시내까지 갈 필요가 없어서 이곳으로 결정!
코로나 때문에 아무나 입장을 안 시키는 곳이라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니
직원이 문을 열어줘서 입장한 진료실.
이송표를 가지고 예약을 하러 왔다고 하니
내 뒤통수를 한대 세게 갈기는 직원의 한마디.
“지금 예약하면 늦가을이나 겨울쯤 에나 가능해요.”
뭐시라? 지금이 3월인데,
빠르면 10월이라고?
“아랫배가 불편하고, 아팠나 말았다 하고…”
이런저런 증상을 궁시렁거리니
예약이 되어있는 노트를 이리저리 뒤집으면서
뭔가를 확인하는 듯하더니 직원이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합니다.
“3월 중순 괜찮으세요?
그날 예약한 사람이 취소를 해서 시간이 나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이리 주시다니..
“네, 그날 시간되요.”
“여기가 Wahlarzt 발아르츠(비싼 의사)라는 건 알죠?”
일반 의사 인줄 알고 진료받았다가
나중에 100유로 이상 나온 영수증 보고
눈 돌아간 사람들이 꽤 있으니
이런 말은 미리 미리 하는 거죠.
“네. 알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던 대장내시경 검사를
후딱 해치울 수 있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대장대시경 검사를 하기 전에
한번 더 오라고 해서 갔더니 내가 조심해야할
사항들을 알려줍니다.
검사 5일전부터 내가 먹어도
되는 음식들을 알려줍니다.
“국수, 감자, 생선, 흰색 고기류, 셈멜(바게트류 하얀 빵),
국수, 크레페, 푸딩, 사과 무스,
카이저슈마렌(부풀린 빈대떡), 요거트, 소시지, 치즈”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류나 야채를 먹지 말라니..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기 5일전부터
저는 스트레스를 만빵 받았습니다.
온통 하얀색 음식만 먹으라니 초록색 좋아하는
나는 미칠 뻔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드디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날.
의사가 발급해준 처방전으로 사온
약을 물에 타서 2리터나 마셨죠.
원래 물이나 차를 많이 마시는 인간형이라
마시는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모비프렙이라는 이 가루를 섞은
물은 정말 마시기 끔찍했습니다.
첫 맛은 짜면서 치가 떨리고, 뒷맛은
오렌지 향이 나는 거 같기는 한데,
기분 좋은 맛이 아니라 먹은 걸
다시 쏟아내고 싶은 기분.
다시는 마시고 싶지 않는
그런 끔찍한 맛이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이걸 마시고 검사를 끝내면
내가 먹고 싶은걸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참을 수 있었죠. ^^
시아버지나 남편은 일반 내시경을 신청해서
말짱한 정신에 내 똥고에 내시경
검사용 호스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의사와 나란히 화면을 보면서
자신의 “똥고 여행”을 한다고 하던데.
나는 지금까지 수면내시경 검사를
해왔기에 이번에도 수면으로 신청.
마취제는 정맥에 놔야 한다는데,
내 팔뚝에서 정맥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니
의사샘께 그냥 내 손을 쑤시라 디밀었습니다.
안 보이는 정맥을 찾으려 바늘로
팔뚝을 3~4번 찔러대는 간호사도 있었지만,
이건 다 내가 아픈 일이니 저는 그냥
손을 내밀어 한방에 끝냅니다.^^
주사를 맞고 저는 잠시 딴 세상에 갔다 왔습니다.
잠결에 의사 샘이 하는 말이 때때로
들리기는 했지만 저는 정신이 없었고,
검사가 끝난 후에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면서
바로 옆방의 간이 침대에서
조금 더 자다가 일어났습니다.
내가 자는 침대 바로 옆 방에서 의사와
똥꼬를 내준 아저씨가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시라, 그 소리에 잠이 깬 김에
그날 발딱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이곳은 1시간에 한 명씩 검사를 하는듯..)
진료실을 나와서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케밥 가게”
마누라 없어서 점심을 못 먹고 있는
남편의 오늘 점심도 “케밥”
케밥을 사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점심도 못 먹고 일하고 있는
남편의 점심 배달도 중요하니 2개 사 들고
집까지 자전거 타고 열심히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5일만에 저는 야채를 먹었습니다.
케밥안에 있는 야채에다가
요거트에 버무린 오이 샐러드,
내가 담군 양배추 피클에 방울 무까지!
거기에 유청음료까지 추가하고 나니
지난 5일간의 스트레스가 한번에 사라집니다.
남편은 비워 놨던 위에 케밥부터
넣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내 위는 내 것이니
내가 먹고 싶은 것 먼저 먹어주기.
저녁은 그동안 먹고 싶었던 빨간 비빔 국수로!
남편은 “자전거 타러 가자”고 꼬셔왔지만,
자전거타는거 보다는 내가 먹고 싶은
국수를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니 핑계 한마디.
“의사샘이 오늘 무리한 운동 하지 마래.”
(의사샘은 이런 말씀 안하셨는디..ㅋㅋㅋ)
남편이 자전거 타러 간 사이에
나 혼자 저녁을 먹었습니다.
비빔 국수에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삼겹살을 구워서 먹고 싶었는데,
5일간 식이요법 하는 중에 먹겠다고
사다 놓은 소시지가 아직 남아 있어서,
삼겹살 대신에 소시지 동그랑땡을 해서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하얀색 음식만
먹는 식이요법을 하라고 하니
빨간색 음식이 미치도록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먹고 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 기분입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저는 매일
다른 색의 음식들을 찾아 먹을 예정입니다.^^
명이 나물로 담아놓은 김치도
조만간 개봉을 해야겠네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최근에 다녀온 여행입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아버지의 삶의 철학은 인색? (6) | 2022.07.02 |
---|---|
우리 부부의 조금은 다른 브런치 (2) | 2022.06.30 |
타인에게 감동을 받다. (8) | 2022.06.28 |
장바구니를 바꿨다. (4) | 2022.06.24 |
올해 아버지날 드린 선물 (4) | 2022.06.22 |
나는 6개월 휴직, 돈 받고 한다. (10) | 2022.06.16 |
내가 집에 있는 사이에 (5) | 2022.06.08 |
나의 평안한 오늘 하루 (18) | 2022.06.06 |
내 취향도 무시가 되는 파격 세일 상품, 대박 득템 운동화 (16) | 2022.06.02 |
휴가에서 남편이 달고 온 살인 진드기, 젝켄 (8) | 2022.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