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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집에 있는 사이에

by 프라우지니 202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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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순이입니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대부분의 나날은

집안에서 하루 종일 꼼짝마라!”상태.

특히나 여름날의 햇볕은 질색이라

뜨거운 한낮에는 집안에서 숨어 지내고,

 

마당에 빨래라도 널어야 할라치면

챙이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쓰고서는

유난스럽게 땡볕을 피하죠.

 

그래서 저는 빨래도 되도록 늦은 오후에 해서

태양이 숨어버린 저녁에 널은 후에,

다음날 늦은 오후에 빨래를 걷어들이죠.

 

나름대로 땡볕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유럽의 태양은 한국보다 훨씬 더 뜨겁답니다.)

 

 

 

여름이 됐건, 겨울이 됐건간에

햇볕이 뜨거운 날,

 

내 아지트인 주방의 창문은

항상 이렇게 반쯤 가린 상태입니다.

 

남편이 주방에 올라올 때마다

블라인드를 위로 올려버리지만,

남편이 사라지면 나는 또 블라인드를

내가 원하는 만큼 내려놓죠.

 

나는 이곳에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숨어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싫어서 장을 보러 갈 때도

가능하면 태양이 뜨거워지기전인

오전 10시 이전에 자전거로

후다닥 슈퍼마켓들을 들리죠.

 

내가 집을 나가는 이유도 딱 두가지 뿐입니다.

근무를 하러 가거나, 장을 보러 가거나!

 

그 외는 항상 집에 있죠.

 

! 남편이랑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장을 볼 때도 집을 비우네요.

 

그렇게 집안에 짱 박혀서 지내던 내가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사진한장을 봤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올린 보라색 양귀비꽃

 

나도 올해는 내 주변에서 양귀비 밭은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어디에 마약양귀비를 심은 것인지..

 

사람들은 마음은 나와 같은지,

누군가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고,

사진을 찍은 이는 이곳의 위치를 알려줬죠.

 

 

 

양귀비꽃이야 우리 집 마당에서도 피지만,

우리 집에는 빨간색 양귀비만 있죠.

 

작년에 추수가 끝난 보라색 양귀비 밭에 가서

씨방을 하나 주어다가 우리 집 마당에 뿌렸었는데,

 

아쉽게도 보라색 양귀비꽃을

우리 집 마당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어디에 양귀비 밭이 있는지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올해도 내가 다니는 산책로나 자전거 타고

다니는 길에 보라색이나 핑크색 밭을 찾아봤지만

나는 못 찾았는데, 보라색 양귀비 밭이

어디인지 알려주니 찾아가봐야 하는 거죠.

 

그래서 장보러 나간 김에

올해의 양귀비 밭을 보러 갔습니다.

 

 

 

내가 평소에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자전거를 타고

그 방향으로 달렸는데, 아무리 달려도

내가 생각한 보라색 밭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쯤인 거 같은데 싶은 곳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밭을 돌아보니..

 

우째 이런 일이…”

 

보라색 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양귀비 씨방만 온 밭을 메우고 있습니다.

 

밭이 엄청 커서 보라색 꽃이 피었을 때는

장관이었을거 같은데..

 

밭이 워낙 구석에 있어서

이곳으로 산책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마약 양귀비인지 확인하려고

양귀비 씨방을 칼로 그어서 하얀 진물이 나는지

확인하고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보통 양귀비 밭에 가보면

씨방에 상처 난 것들이 엄청 많은데..

 

이곳은 너무 외진 곳이라 그런 짓을

해놓은 사람은 없었나봅니다.

씨방들이 다 멀쩡합니다.

 

 

 

내가 놓쳐버린 양귀비 꽃밭이 아쉬워서

이리저리 길가를 걷다 보니

내 눈에 들어온 양귀비꽃 한송이.

 

네가 올해 내가보는 유일한 보라색 양귀비꽃이구나!”

 

부지런한 녀석들은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이제 씨가 여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늦이막히 피어올라 이제 한껏 뽐을 내고 있는

이 녀석 덕에 나는 올해도 보라색

마약 양귀비를 구경했습니다.

 

일부러 찾아갔는데, 꽃 한송이도

못봤다면 엄청 서운했을 텐데,

그래도 찾아간 보람이 있어서

나름 괜찮았던 나의 나들이길.

 

 

 

양귀비 밭은 지나오면서 들었던 생각.

 

내가 너무 집안에만 있었구나.”

 

밖에서는 이렇게 꽃들이 피고지면서

시간이 가고 있음을 알리는데,

나는 집안에 짱 박혀서 내 곁을

지나가고 있는 시간들을 즐기지 못했구나.

 

이것이 아쉬움인지 아니면 나의 게으름을

탓하는 것인지 모를 한탄만 했죠.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목에서 본

내가 놓친 또 한가지.

 

내가 다니는 길목의 코너에는

유채꽃 밭이 있었네요.

 

노란 유채꽃은 이미 다 졌고,

꽃이 있던 자리에 콩깍지 같은 씨들이

주렁주렁 달려서 익어가고 있습니다.

 

노란 꽃이 한창인 유채꽃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집에서 유일한 외출인 장을 보러 가면서도

매번 다니는 길로만 다니니,

길을 벗어나면 보이는

노란 꽃밭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활동범위를 넓혔더라면..

 

장을 보러 다니면서도 매번 다니는 길이 아닌,

조금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더라면,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고, 피고 지는

꽃들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놓친 보라색 양귀비꽃과

노란 유채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오는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즐기지 못한 저의 무감각을 반성합니다.

 

이 계절이 또 내 곁에서 후딱 지나가기 전에

집 앞에 있는 딸기밭에 소쿠리 하나 들고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딸기를 따면서 초여름이라도

느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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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금쯤 에 많이 볼 수 있는 딸기밭입니다

 

 https://youtu.be/knoZj09wq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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