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료 직원중에 남편의 친적이 한 명 있었습니다.
촌수로 따져보자면 남편의 이모의 아들,
그의 아내 한국 촌수로 따져보면 외사촌 형수죠.
전 직원들이 “진상 직원”이라고
손 꼽는 직원 중의 으뜸이었죠.
"한마디로 진상중의 상 진상!"
그 진상인 도우미,R의 뒷담화를 내 앞에서 하던 직원들이
대화 중에 내가 R의 친척이라는 걸 알고는
이내 “나 말실수 한겨?”하는 표정을 지어 대면
내가 했던 말.
“걱정하지마, 나도 네 생각이랑 같으니…”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2018/06/22 - [내생각들] - 친척이 된 동료
어디 가서 “친척”이라고 하기에도
창피한 그런 직원이었죠.
그 진상이 남편의 친척인 걸 알게 된 날
난 남편에게 타박을 했었습니다.
“하필이면 근무시간에 일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 진상이 왜 친척이냐고?
어디 가서 친척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그렇게 전 직원이 말하는 진상이고,
일을 하러 온 것인지 놀러 온 것인지
헷갈리는 주 24시간 근무하던 도우미,
아침, 점심, 저녁식사는 도우미들이 주방에 가서
음식이 담겨진 커다란 카트를 끌고 와야 하는데,
자기는 허리가 아프다고
젊은 요양보호사 보고 가라고 밀어놓고,
음식을 담고, 나르고, 먹여 드리며
요양보호사들이 일하는 동안
자기는 어르신들 옆에 나란히 앉아서
그걸 구경하곤 했죠.
도대체 일을 하러 온 것인지, 놀러 온 것인지..
일하러 올 때마다 매번 같은 행동을 하는 그녀에게
가시 돋친 농담도 했었습니다.
“R, 너도 이제 우리 요양원에 거주민인거지?”
손 하나 까닭 안하고 직원들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인데,
직원이면서도 요양원에 와서 일을 안 하려고 하니
어르신들과 다를 바가 없었죠.
그렇게 일하러 와서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하던 진상이자 꼴통 동료직원.
그 모든 동료의 눈총을 받던 R이 퇴직하는 날.
모든 직원의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 순간!
“경축! R 퇴직 하는 날~!!”
퇴직하는 R에게 선물을 한다고
돈을 모은다고 해서
기분 좋게 10유로도 냈습니다.
이제는 근무시간에 더 이상 R을 안 볼 수 있다니
그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었죠.
도우미, R은 있으나마나 한 직원이었습니다.
근무에 들어가면 직원 3~4명이 한 팀으로 일을 하는데,
도우미가 있는 날은 음식을 나르는 일이나,
이용한 수건이나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일들을 하고,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과 신체적 접촉을 하는
간병 일들을 주로 하죠.
도우미가 없는 날은 요양보호사들이
도우미의 일까지 합니다.
요양보호사가 아침, 점심, 저녁을 식당에서 가지고 오고,
어르신께 나눠드리고, 식기들을 거둬들이고,
조금 일이 많아 지기는 하지만, 한 팀으로 일을 하니
서로 네 일, 내 일 구분없이 일을 하는데..
우리 팀에 도우미가 있는 날인데,
도우미가 출근은 했는데, 일은 안하고 돌아다니고
수다만 떨어 대면
나머지 직원들이 도우미의 일까지 해야 하죠.
실습생 때는 R이 자기가 해야하는
도우미 일을 나에게 하라고도 했었지만,
대놓고 말할 형편이 아니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었고!
정식 직원이 된 다음에도 땡땡이 치는
R에게 말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나보다 경력도 되고, 말빨도 되는
선배 직원들도 가만히 있는데,
새내기 직원이 뭐라고 말할 처지도 아니었죠.
그렇게 모든 직원의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닌 냄새 나서 피하는 똥”
같은 존재였던 R
그 R이 요양원에서 사라지는 날
= 퇴직 하는 날.
떠나는 그녀는 섭섭했는지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직원들은 완전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가라~ 가라~ 아주 가~”
직장에서는 모든 직원에게 “진상”인 그녀가
사생활에서는 다를 줄 알았었는데..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시어머니가 아닌
시아버지께 들었었죠.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당신) 언니의 며느리 이야기이니
말을 아끼시는 거 같으셨고,
직진 성격인 시아버지가
그녀에 대해서 딱 한마디를 했었죠.
“R은 지 시에미한테도 그렇게 못 됐게 한단다. 이건 비밀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고 하더니만!
그녀는 집에서도 새는 바가지였나 봅니다.
퇴직 기념으로 집의 주방 시설 전체를 들어내고,
새로 인테리어를 한다던 R은
자신의 30년된 주방에서 나온
전기렌지며 식기세척기를 저렴하게 판다고
자기가 근무하는 날 동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하던데..
그녀가 팔겠다는 물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죠.
“누가 30년된 고물을 사냐?”
이건 나만 한 생각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퇴직하는 R을 어느 누구도 섭섭해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속 시원하게 그녀를 보냈죠.
R이 떠난 것이 통쾌하다는 동료 직원들!
떠나는 R의 인생이 나는 내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너와 함께 근무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너같이 부지런한 동료와 근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못 본 다니 섭섭하다.”
최소한 이런 소리는 들으면서 떠나야
잘한 직장 생활이었을텐데..
남의 일이고, 남의 인생인데
왜 내 마음이 짠 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가라~ 가라~ 아주 가~”하면서
속 시원해 하는 동료 직원과 같은 마음이니
그녀는 역시 동료 직원으로서는,
팀으로 함께 일하는 직원으로서는
자격미달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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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잘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트라운 호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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