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근무하는 저는 참 많은 죽음을 목격합니다.
때로는 생각없이 무덤덤하게
그들을 보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하늘나라로 가신 분을 생각하기도 하죠.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오전 근무중에 들려온 임종 소식.
지층에 계신 어르신인데,
제가 어제 지층 근무를 했었죠.
어제 그분을 씻겨드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어르신이 이 세상에서 느끼는
마지막 손길이 나일수도 있으니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
그렇게 아침에 어르신의 셔츠를
갈아 입혀드리면서
앙상한 뼈 위에 살가죽만 덮은 듯한
그 분의 몸에 꼼꼼히 바디로션을 발라드렸었죠.
드시지 못해서 힘도 없으신 와중에
제가 기저귀를 갈아드리려고 하니
엉덩이를 들어서 내 일을 조금 더 쉽게
해 주시려고 노력은 하셨지만,
워낙 기운이 없으셔서 그분의 의지와는 달리
엉덩이는 들리지 않았었죠.
식사는 몇 수저 드시지 못하셨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들어가서
“물 좀 드릴까요?” 하면
그때마다 물을 들이키셨는데..
면회 온 따님이
“엄마 주려고 케이크를 가지고 왔는데,
엄마가 얼마 먹지 못했다.
엄마가 자꾸 통증을 호소한다.”고 했었고,
“통증을 줄여주는 반창고를
몸에 붙이신 상태라
따로 진통제는 투여하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었죠.
따님은 직원인 나에게
“엄마가 점점 더 쇠약해지니
속상하다”고 했고,
나는 “이제 가실 때가 된 거 같다”고
대답을 했었죠.
“가족에게 뭐 그리 살벌한
대답을 하냐?”하실 수 있지만,
백 살을 바라보고 있는 연세의 어르신이고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한 기간도 꽤 되어서
이제는 보내드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였죠.
불러도 반응을 잘 하지 못하시고,
겨울잠 자는 곰처럼 그렇게 밤낮없이 주무시다가
끼니때가 되어서 뭔가를 먹여드리면
많아봐야 티스푼으로 5번.
그렇게 하루 세끼를 드시니
어르신이 드시는 음식의 양은 모두 합쳐봐야
하루에 반 공기도 되지 않고,
식사를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단백질 우유도 드실 수 있게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들려서 물을 드리지만
한 모금씩 드시는 물을 다 합쳐봐야
하루 300ml남짓.
이런 상태로 이미 몇 주가 흐른 상태지만,
그래도 아직 이승에 남겨놓은 것이 있어서
쉽사리 못 가시는거라 생각했었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아직 떠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숨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우리 주먹만한 크기의
심장이 박동을 멈춰야
비로소 삶이 끝난다”고 하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도
사실은 인간의 의지인거죠.
어제 그분을 씻겨드리면서
그 분의 신체적 변화를 기록 했었습니다.
“양쪽 발목이 부어 있는데,
왼쪽에는 물이 찬 상태다.”
“등에 긁은 흔적이 있는데,
살짝 딱지가 않는 상태다.”
“오전에는 목에 붉은 기운만 있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더 짙어져 피멍처럼 보인다.”
젊은 사람들은 피부가 탱탱하고
탄력 만땅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상태도 달라집니다.
노인들의 피부를 “양피지”에 비교합니다.
요양원에 모신 우리 엄마/아빠의
몸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어있고,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아놓은 것이 수상하다!
“요양원 직원에게 학대를 받는 것 같다!”
이런 의심도 가능한 것이
노인들의 피부 상태입니다.
피부가 너무 얇아서 조금 힘을 주어서 잡으면
금방 그 부분에 피멍이 들고,
살짝만 넘어져도 골절이 되거나
뼈가 부러져서 깁스를 몇 달 해야 하기도 하고!
작은 상처 때문에 반창고를 붙였다 떼어냈는데,
반창고의 접착 부분에 살이 찢겨져 나오기도 합니다.
반창고가 붙었던 부분의 살이
반창고에 붙은 상태로 떨어지는 거죠.
양피지 같은 피부 상태라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람이 유리도 아닌데, 깨질까봐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죠.
그래서 어르신들 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 “직원의 부주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와중에 생긴 사고 지만 말이죠.
요양원 어르신이 어떤 이유로
병원에 실려 가서 1주일쯤 있다가 돌아오시면
팔다리에 이런 저런 종류의
피멍을 달고 오시죠.
같은 1주일이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의 피부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노인들은 온몸의 여기저기에
거무죽죽한 피멍투성입니다.
검사하느라 피를 뽑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주사를 허벅지나
배에 맞으면서 생긴 멍들.
그래서 어르신들이 병원에 가시는 걸
무서워 하시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죠.
언젠가는 낙상 하신 어르신께
“구급차가 오고 있으니 병원으로
가셔야 한다”고 했더니만
어르신이 “병원에 가느니
뛰어내리겠다"고 발코니로 가셨죠.
2층이어서 뛰어내려봐야
어디가 부러지는 정도의 사고지만,
어르신은 “병원에 가느니 그냥
여기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하셨던 행동이었죠.
구급차가 오기는 했는데,
아무리 설득을 해도
절대 병원에는 안 가시겠다던 할매,
결국 구급차의 간호사가
“낙상 때문에 일어날수 있는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할매 사인을 받은 후에 돌아갔죠.
요양원에서 낙상 사고가 생기면
바로 병원으로 호송을 합니다.
별일 아닌거 같다고 그냥 두었다가
골절이나 뇌출혈등등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다니…ㅠㅠ
오늘 가실 줄 몰랐었지만,
어제 내가 그분을 간병하면서 했던 생각!
“내 손길이 이 분이 이 세상에서
느끼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저는 가능한 부드럽게 손길로
뼈 밖에 남지 않은 어르신의 몸 여기저기에
바디로션으로 넉넉하게 발라드리고,
흡수가 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부드럽게 마사지 해드렸습니다.
말을 해도 잘 듣지 못하시니,
소리를 질러야 겨우 알아들으시는데,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소통을 시도하는 대신에
저는 가능한 편안한 상태로
계시라고 했던 행동이죠,
가능한 피부에 무리가 가지않게
부드럽게 해 드리려고 노력했던 내 마음을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딴에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손길이라
더 신경을 썼었는데..
다행입니다.
어제 새 셔츠를 갈아 입혀 드렸고,
온몸에 바디 로션도 넉넉하게 발라드려서
향기로운 몸으로 가셨으니..
“왜 신은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던 어르신.
그렇게 가실 날만 기다리셨던 모양인데,
오늘 아침 어르신은 평화롭게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직원에게 발견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하늘 가시는 길에 마중 나온 분들은 계셨겠지요?
요양원에 사시는 동안,
기저귀 갈아주는 직원이 힘들까봐
엉덩이를 들어 주시며 직원을
배려 해 주셨던 그 고마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내가 생각한 그 “마지막”이 아니길 바랬는데,
그래도 내가 그 “마지막”을
해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같은 마음으로 일 하겠습니다.
“내 손길이 이 분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신경 쓰고, 마음을 담아서
일을 하게 되니 말이죠.
나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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