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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친구라 부르지 않는다

by 프라우지니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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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없습니다.

 

외국인인 나는 이곳에서 산 세월이

얼마 안되니 그럴수도 있지만..

 

내 남편도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글에 자주 등장하는 남편의 친구들.

 

사실 남편은 한번도 친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결혼식의 증인이기도 한

A는 한국식으로 풀어 보자면..

 

남편의 대학 후배이자, 직장 후배이면서 동료.

아니 지금은 회사가 바뀌었으니

전 동료이고,친구가 아닌
우리부부의 
지인정도가 되겠네요.

 

 

우리와 부부동반으로 만나서

자주 나들이를 가는

연상연하(독일 남자/ 오지리여자)커플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회사 동료일 뿐이죠.

 

직장 동료 말고 남편이 만나는 친구들이라고 한다면..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EC%B9%9C%EA%B5%AC/

 

중학교 동창이 하나 있고,

고등학교 동창이 하나 있는 정도인데..

 

이들에게도 남편은 친구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아는 사람이라고 하죠. 

우리식으로 하자면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은 친구가 맞는데..

 

남편은 이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남편에게 이들은 가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마음 속까지 터놓지 않아서

친구가 아닌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한국이 마눌의 생각이죠.

 

오스트리아에서 50년을 산

현지인 남편에게도 친구가 없는데,

 

다 합쳐도 이곳에서 산 세월이

14(결혼 기간)밖에 안된 나에게

 

친구가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친구란 의미는 여러분도 아시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기쁠 때나 슬플 때 옆에서 함께 해주고,

 

오갈 데 없으면 잠자리 제공도 가능한

일반적인 관계보다는 더 깊은 사이죠.

 

오늘 오전에 동네 쇼핑몰에 슈퍼마켓에 갔다가

장보고 있는 직장 동료 K를 봤습니다.

 

그녀 이야기가 궁금하신분은

아래 글 을 먼저 읽고 오시길..

 

 

 

 

2020.07.30 - [일상이야기] - 나를 반성하게 하는 그녀

 

나를 반성하게 하는 그녀

우리 요양원에는 나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직원이 있습니다. 외모는 외국인이지만 오스트리아 사람인 직원이죠. 2살 때 보트타고 오는 부모님을 따라서 난민으로 오스트리아에 정착 한 탓에 동

jinny1970.tistory.com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장을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운동하러 왔었나?” 했었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헬스클럽도

문을 안 열었을텐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라고 해도

서로 근무가 있는 날만 보게 되니

꽤 오래 못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녀를 거의 한달 만에 슈퍼에서 보네요.

 

그녀도 나를 봤는지는 모르겠고,

나는 그녀를 본 후에 바로 등을 돌렸습니다.

 

슈퍼에서 아는 체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지나쳤죠.

 

그녀가 나를 먼저 봤는데 아는 체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와 같은 이유이지 싶습니다.

 

K는 직장 동료들중에서도

마음이 많이 가는 아낙입니다.

 

그녀를 밖에서 한번 만났었고

그녀의 가족관계 정도는 알고 있죠.

 

물론 친하다는 느낌은 없는 동료이지만,

그래도 나랑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나면 반가운 동료인데..

 

그녀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넌 내가 네 친구라고 생각하니?”

 

그녀를 다른 동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내 친구는 아니니 이렇게 대답했죠.

 

아니, 우리가 직장동료이지 친구는 아니지.”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EC%B9%9C%EA%B5%AC/

 

내 기준에서 보면 그녀는 일단 나보다 나이도 어렸고,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가 마음을 나눈 것도,

시간을 나눈 것도 아니니

 

직장 동료 외에 다른 단어로

K와의 관계를 표현할 단어를 찾아보자면..

 

그저 아는 사람, “지인정도?

 

원래 K가 말을 좀 쌀쌀맞게 하기는 하지만

이날은 K가 이렇게 말을 한 이유가 있었죠.

  

동료 신입 간호사 C” 에 관한 이야기였죠.

 

 

2020.10.13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네 마음 속의 지옥

 

네 마음 속의 지옥

저는 주 20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직원이라 한 달에 8일 정도만 일을 하러 가서는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와서 그런지.. 동료들과 끈끈한 그런 정은 없습니다. 근무하는 날 가서 내가 할 일을 찾

jinny1970.tistory.com

 

K가 철야 근무를 끝내고

퇴근해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C가 전화를 해서는 2시간이 넘게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하면서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과

동료들 뒷담화 + 불평을 하더랍니다.

 

 

얼마나 친한 사이길레 철야근무를 끝내고

퇴근한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2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어대는 것인지..

 

철야 근무를 해서 잠을 자야 하는 상태에

전화를 받았다면,

 

평소의 K 성격이라면

전화 끊어. 나 피곤해 했을 텐데,

 

그걸 다 상대 해 줬 다니 나는 둘 사이가

엄청 친한 줄 알았습니다.

 

C 의 전화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K의 하소연을 듣다가는 한마디 했었죠.

 

“C는 네가 자기 베프인줄 아나부지.”

 

네 말에 눈꼬리를 올리고 K가 대답을 했었죠.

 

C의 친구 아니거든.

그리고 너도 내 친구는 아니야.”

 

여기서 뜬금없이 왜

내가 등장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번도 K를 친구라고 생각 해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EC%B9%9C%EA%B5%AC/

 

K를 밖에서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딱 한번 만나서 같이 쇼핑을 하고

수다를 떨었다고 친구가 되지는 않죠.

 

아직 어린 그녀의 두 아이가 커서 학교를 가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을 때가 되면

 

그녀와 같이 놀러 다니며

여가를 즐기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닌데..

 

한국에서는너랑 나는 친구라고

선을 그어가며 인간관계를 하지는 않죠.

 

어쩌다 만나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나누고 하다 보면

 

관계가 조금씩 깊어지고 그렇게 정을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되는 건데..

 

우리는 친구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는 K.

 

나도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왜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밖에서 K와 한번 만났던 것도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와서 만났었죠.

 

직장동료의 뜬금없는 데이트 신청에

오히려 내가 조금 당황하기는 했었는데

 

그녀는 나를 친구로 만들고 싶어서

밖에서 만나자했었던 것인지..

 

친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이야기인지..

 

그녀의 한마디에 생각은 많지만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EC%B9%9C%EA%B5%AC/

 

나는 친구가 없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 생각도 없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친구를 만들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친구 없는 설움은 없습니다.

 

나에게는 나와 마찬가지로

친구없는 남편이 있으니

 

친구 없는 사람끼리

사이 좋게 잘 지내면 되고!

 

제 시부모님을 포함한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같은 성별을 가진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자신의 아내/남편과 같이 장을 보고,

산책을 가고,

 

여행을 가면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오스트리아의 문화는 부부가

늙어가면서 서로의 베프가 됩니다.

 

한국처럼 중년의 아낙들이 같이 여행을 가고 하는 것이

여기에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곳의 문화가 친구라는 개념은

내 모든걸 다줘도 아깝지 않는 사람이라

아무에게나 친구라는 타이틀을

안 주는지는 모르겠고!

 

어설픈 친구 사이보다는

그냥 타인으로 지내는 것이

세상 살기는 더 편하니

 

아무에게나 친구라 부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친구없는 1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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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의 친구,

A와 함께한 자전거 투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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