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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신났던 날의 슬픈 퇴근길

by 프라우지니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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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습니다.

내가 슬프다고 생각하지도,

한 적도 없는데 그냥 눈물이 나는..

오늘 하루 신나게 근무도 잘했는데..

 

누가 눈치를 준 적도 없고,

나도 신나서 일한 하루였는데..

퇴근길에 나는 눈물.

 

여기서 잠깐! 

 

나를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료와

근무를 하면 하루종일 불편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괜히 눈치가 보이고,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날이 있죠.

하루 10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퇴근 하는 길.

 

남편에게 와달라는 전화를 하고는

어두운 요양원 주차장을 지나서

 

남편이 오는 길목의 상점 방향으로

가로등도 희미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나는 눈물.

 

 

오늘 이른 아침에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만,

 

이제는 누군가 돌아가셨다고

슬퍼서 우는 짠밥은 아닌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직원 회의를 준비하는 동안에

 

철야 근무를 한 직원이 오늘 근무를 위해

회의를 기다리는 간호사 2명에게 와달라고 호출.

 

어르신중 한 분이 조만간 돌아 가실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 바로 오늘 아침이었나 봅니다.

 

80대 중반이고, 거의 90kg을 육박하시는 할매는

나를 요술쟁이 지니로 부르시는 한 분이셨죠.

 

나에게는 특별한 한분이셨습니다.

매번 내 이름을 불러주시니!

 

외국인 직원인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사람은

요양원에 몇 분되지 않습니다.

 

근무한지 6년차가 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내 이름을 모르시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표현이 옳겠네요. 

 

날 이야기 할 때

그 중국 여자혹은 그 동양인이라고

불린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건 내가 아무리 친절해도 바뀌지 않을

그들의 태도이고, 또 반응입니다.

2주전에 근무를 할 때는 건강하신 모습이셨는데..

지난 주에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어제 근무를 할 때는

금방 하늘나라 가실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2층 근무였지만,

어르신이 계시는 1층으로 일부러 갔었죠.

 

며칠 전에도 정정하셨고,

나랑 대화도 하셨었는데,

 

금방 가실 거 같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확인 차 가봤었죠.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지셨고,

눈은 뜨셨는데 초점이 없으셔서

옆에서 불러도 반응이 없으신 상태.

 

영혼이 이미 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죠.

 

그렇게 곧 하늘로 가실 어르신께 인사를 하고는

다시 제가 근무하는 층으로 돌아왔었죠.

 

 

그렇게 본 그 어른의 모습이

내가 보는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일거라

생각하고 그 방을 나왔었죠.  

 

그랬었는데,

그 다음 날 새벽에 돌아가신 겁니다.

 

직원들이 전부 돌아가셨다는 어르신의 방으로 가니

나도 얼떨결에 덩달아서 달려갔습니다.

 

처음에는 돌아가신 어르신의 방에 가서

이미 숨이 끊어진 어르신의 손을 잡아드리고

고생하셨다. 이제 편히 가시라~”

인사를 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돌아가신 어르신이 계신 방에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습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의 핏기없는 누런 얼굴을 보는 것이

기분 좋은 일도 아니고 해서,

 

내가 특별하게 생각했던 어르신의 경우가 아니라면

더 이상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안 보려고 하죠.

 

그렇게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했던 돌아가신 분의 얼굴인데,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어르신의 얼굴은

 

직원들이 우루루 몰려가니

나도 얼떨결에 따라가서 보게 됐습니다.

 

간호사들은 어르신의 더 이상 호흡을 안 하시는지 확인하고,

핏기없는 얼굴을 확인하고는

 

, 발에 핏기가 사라지는 마블 현상까지

확인 한 후에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사람의 숨이 끊어지면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들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정말로 하늘나라로 가셨는지 확인이 가능하죠.

 

돌아가시기 직전의 분들도 몸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으로

가실 때가 임박했다는 걸 알 수도 있습니다.

 

119(구급차)에 전화를 하는 이유는 ..

당직 의사가 와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어르신이 돌아가신 걸 확인한 후에

다시 사무실로 와서 직원회의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날 근무를 하는 직원들끼리는

어르신의 호상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사시다가

며칠 만에 이렇게 가시는 것도 복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남의 손에 의해서 먹여지고,

입혀지고, 씻겨지는 상태가 되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가능한 하늘가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내 손으로 먹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하다가

 

하늘로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방법이라는 것이

요양호보사들의 생각입니다.

 

돌아가신 어르신도 병원에 가시기 전까지는 건강하셨고,

병원에 계시다가 상태가 나빠진 상태로 돌아오셔서

 

이틀만에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호상으로 가셨습니다.

 

 

 

근무가 시작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 때문에,

바로 그 날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더 이상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근무 때마다 얼굴을 보는 어르신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더 이상 슬프지 않는 것은

 

그 어르신을 내 사적인 감정이 아닌,

근무하면서 만나는 내 고객 중의 한 분이라는 생각도 있고,

 

또 근무하는 햇수가 길어지면서 돌아가시는 분에 대한

내 감정이 무뎌져가는거라 생각하죠.

 

그렇게 아주, 자주,

누군가는 죽어서야 떠나게 되는 요양원에 근무를 하면서

 

누군가의 사망에 대해

나도 익숙해진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네요.

 

오늘 돌아가신 W부인이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셔서

 

내가 다른 어르신들보다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분의 죽음이 나에게는 그리 슬픈 일은 아니었는데..

 

나는 오히려 숨이 끊어진 W부인에게

잘 가시라는 작별인사를 했었는데..

 

근무를 마치고 걷는 어두운 골몰길에서

나는 왜 눈물이 난 것인지..

 

 

 

그런 날이었나 봅니다.

나는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내 감정 저 어디쯤에 쌓여있던

그 무언가가 나오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남편이 오는 길목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나는 조금 훌쩍거렸고,

 

남편의 차를 타면서

나 오늘 슬퍼서 눈물이 나 했었는데..

 

집에 와서는 다시 제정신(?)이 돌아와서

하루를 잘 마감했습니다.

 

나의 슬픔은 잠시 느끼는 순간적 감정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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