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랍이 태평양이라
좋은 정보는 가능한 널리 알리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은 이해가 안되는 일들도 있죠.
나라면 옆 사람이 모를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줬을 텐데..
나도 알고 있을 거 같아 이야기를 안 했던 것인지..
오늘 근무를 하면서 20 대 초반의
남자 동료랑 잠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요양원 거주민) 보호자님들이
이런 저런 선물을 보내주셨었는데..
올해는 선물이 거의 없는 거 같아.
왜 작년에는 미니 샴페인이랑
미니 와인들이 박스 채 들어와서
직원들이 집으로 가져 갔었잖아."
“어? 올해도 샴페인 선물이 들어온 거 같던데?
병동 책임자 방에 샴페인 있다고
한 병씩 가져가라고 들었는데,
나는 아직 안 가지고 갔어.”
“그래? 그럼 내가 가면 네 것까지 2병 가지고 올께,
혹시 네가 가면 내 것까지 2병 가지고 와.”
“그랬다가 너도 가져오고,
나도 가져와서 4병 되는 거 아니야?”
“알았어. 그럼 내가 지금 가져올 께.”
그렇게 샴페인 2병을 챙겨오면서
복도에서 만난 다른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도 샴페인 챙겨갔어?”
몇몇은 이미 가져갔다고 하고,
그중 한 명은 나처럼 모르고 있었는지
“그래?”하고 반응을 했죠.
나도 동료에게 묻지 않았다면
챙기지 못했을 샴페인 한 병.
책임자 방에 가보니 6병들이
샴페인 박스가 대여섯 개 있었습니다.
우리 병동에 거주하시는
한 어르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니
그분의 따님이 전체 직원에게 주시는 선물이었죠.
사실 이 샴페인 병을 며칠 전,
동료의 가방에서 봤었죠.
쇼핑백에 비스듬히 놓여있는 샴페인 병.
그리고 거기에 적혀있는 어르신의 이름.
그걸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어르신의 따님이 특정한 동료에게만 샴페인을 주셨나 부다.
유난히 친근하게 느끼는 직원에게만
선물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거라 생각했었죠.
샴페인 병을 가지고 있던 직원은
정말 친절하고, 일 잘하는 동료였거든요.
동료의 가방에 비스듬하게 놓여있는 삼페인을 보고는
낼름 “선물 받았어?”하고 물어보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서 그런가 부다 했었는데..
모든 직원들에게 한 병씩 가져가라는 그 샴페인을
자기 것만 조용히 챙긴 것이었네요.
나는 가끔 출근해서 전혀 몰랐던 일이었죠.
아직도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동료의 행동도 있습니다.
오래전에 동료의 부탁으로 한국어 논문을
독일어로 번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로마 오일(라벤더)에 관련된 논문이었는데..
철야근무를 한 간호사들이
낮과 밤이 바뀐 상태에서의 취침에
라벤다 오일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였죠.
그 논문 번역을 나에게 부탁했던 동료.
논문이라 단어 하나하나를 다 번역하느라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죠.
며칠을 매달린 끝에 대충 해석을 하기는 했는데,
내용은 별것이 없었습니다.
그 논문을 번역 해 다가 주니 그 직원은 내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했습니다.
사실 번역이라는 것이 단순히 단어의 듯만
번역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죠.
한국어 논문을 나에게 줘 놓고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동료를 위해서
다른 일을 다 밀어놓고 독일어 번역에만
3일 정도가 걸렸죠.
한국어는 모국이고, 독일어로 일상을 살고 있으니
번역을 “나 못해!”하고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들어줘야만 하는일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3박 4일의 시간을 투자해서 번역을 해줬지만,
그 대가로 뭔가를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동료의 행동은 내내 서운했었죠.
그 동료는 수제 비누를 만들어서
요양원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판매를 하고,
또 요양원 내에 진열대에 자신이 만든 비누를
진열, 판매도 합니다.
수제 비누 라는 것이 유효기간이 있어서
만들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되면
다 폐기처분 해야 하죠.
그래서 사무실에 그 직원이 만든
(폐기 할)비누를 주기적으로 갖다 놓습니다.
가져가고 싶은 사람들은
그냥 가져가라고 말이죠.
어차피 버리는 비누이고,
다른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비누라면
번역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나에게 미리 챙겨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직원은 나의 3박4일의 시간이 들어간 번역이
그저 “고맙다” 한마디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내내 그것이 의문입니다.
최근에 그 직원이 새로운 부탁을 해 왔었습니다.
자기 남편이 선물로 받았다면서
이것이 어떤 노래인지 궁금 해 했죠.
요즘은 직접 틀어서 들을 수 없는
레코드 판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어떤 노래인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이 부탁은 며칠 걸려서 하는 번역이 아닌
어떤 노래인지만 알려주면 되는
아주 쉬운거라 다행이었죠. ^^
“사랑의 기쁨” 노래의
유튜브 채널을 링크로 보내줬습니다.
물론 이건 완전 쉬운 부탁이라
그녀의 “고마워” 한마디로 만족했습니다.
나는 내 동료들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걸까요?
부탁을 들어줬다고 꼭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줄 거라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나에게
“답례”라고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선물이 들어와서 전 직원이 하나씩 가지고 가는 정보가 있다면
내 것만 조용히 챙기는 대신에
그날 같이 근무하는 동료 것까지 챙겨와서
나눠줬을 거 같은데..
아니, 최소한 이런 정보가 있다는건
알려줄수 있을거 같은데..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행동에
나는 가끔 상처를 입습니다.
이거 아무리 오래 살아도 무뎌지지 않을 거 같네요.
내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서 사는 한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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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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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놀러갔다가 먹었던 오스트리아/ 유럽의 흔한 간식입니다.
한국사람 입맛에는 전혀 아니지만, 배고플때 아주 조금 요기는 되는 이곳의 음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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