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아서 그런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일본 사람같아
“혼네(진심)와 다테마에(가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정말 뒷담화 천국입니다.
외국인 직원인 나도 고기 토막이 되어서
그들의 입을 통해서 잘근잘근 씹힌다는 건
대충 알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투리 못 알아듣는
내 독일어 수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테고,
가끔씩 동료 직원과 혹은 요양원 어르신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잘못 알아들었거나 엉뚱한 대답을 했을 수도 있고,
내 독일어 발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겠죠.
내 독일어는 나도 어쩔수 없는 부분이어서
나에 대해서는 대충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모두가 서로의 뒤에서 뒷담화를 하는
동료들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죠.
동료들의 뒷담화는
“상대와 화제 불문”입니다.
위로는 우리 요양원 원장님부터
가장 아래로는 청소부까지 다 포함이죠.
서양의 회사는 한국 회사와는 달리 “상사”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상사”인데 “말단”과 사무실에서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일하죠.
쉽게 말해서 회사의 가장 말단인 청소부가
회사의 사장이랑 친구 먹어도 되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위 아래 구분이 없는
이곳의 조직도인데..
그럼 우리 사무실에 붙어있는 이것은
그냥 “유머”라고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명확한 설명이 된 조직도를 본적이 없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똥만 보이고,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똥꼬만 보인다.
겉으로는 잘 안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이곳에서도 위, 아래는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요양원의 청소부가 할말이 있으면,
중간에 병동 책임자 건너뛰고
바로 요양원 원장한테 달려간다는 것!
혹시나 원장이 청소부의 뒷담화를 했다는 걸
알았다면,
청소부가 바로 원장한테 직진해서는
“네가 내 뒷담화 했다며?” 하고
따질 수 있는 위 아래 없는 조직도입니다.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저는
꽤 많은 뒷담화들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은 근무시간에 일보다는
땡땡이를 치는 직원들 이야기거나,
근무중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 위주죠.
제 3자가 볼 때는 별 문제가 아닌 것들도 있지만,
꽤 큰 사건들도 있죠.
한 번은 신입 간호사 C와 근무경력 30년을 바라보는
요양보호사와의 의견차이로
병동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죠.
곧 하늘 가실 분들은 사시던 방이 아닌
병동내 후미진 곳의 (임종의) 방에서
마지막을 맞으십니다.
가능한 병동내의 방에서 관이 나가는걸
다른 어르신들에게 안 보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고,
가시는 분의 가족들이 편안하게
마지막 인사를 하실 수 있게 준비된 독방이죠.
2인실을 사용하시는 80~90대
후반의 할머니 두분, K, W부인
K 할매도 거의 삶의 마지막을 겨우 버티고 계신
뼈 밖에 안 남은 분이신데..
의외로 정정하셨던 W할매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셨죠.
90Kg의 거구인 W할매가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셨다 퇴원하셨는데,
거의 중태 상태로 오셨습니다.
2021.02.02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신났던 날의 슬픈 퇴근길
경력이 있는 직원들은 이때쯤
대충 감이 오는 모양입니다.
경력 30년차 요양보호사가 (신입)간호사 C에게
W할매를 임종의 방으로 모시자는 말을 했습니다.
K할매도 삶의 마지막 자락을 간신히 잡고 계신데,
그 방에서 W부인이 돌아가신다면
한 번에 두 분 다 돌아가실 수 있으니
W부인을 임종의 방으로 모시자고 하니
간호사 C가 텍도 없는 이야기라고 받아쳤던 모양입니다.
결국 W부인은 2인실방에서 삶을 마감하셨죠.
신입 간호사는 자기가 요양보호사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알리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일로 직원들간에 말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임종의 방에 모시는 건
간호사가 허락을 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신입 간호사가 결사반대를 해서 옮기지 못했죠.
사건의 당사자였던 요양보호사 A는
신입간호사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고,
다른 20~30년 경력의 요양보호사들도
이 일에 대해서 간호사 C에게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었지만,
A는 오스트리아 사람의 특성답게
“나는 이 문제를 덮을 생각이야” 했었죠.
동료들이 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한국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 분이 돌아가시면
혼자 가기 외롭다고 누군가를 데리고 간다고 하거든,
그래서 6개월 이내에 주변 분들이 돌아가시기도 해.”
내 말에 동료 간호사가 대답을 합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돌아가신 분 곁에 거울을 두기도 해.
거울을 보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거울 속의 누군가와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게끔..”
그렇군요.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었네요.
아! 이런 일도 있었네요.
같이 근무하는 직원, A가
나에게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아 글쎄 실습생이 나한테 “난 oo부인 방에 갈테니,
넌 XX부인 방에 가라”고 한거 있지!”
기가 막히다는 이야기를 한 거죠.
감히 실습생 주제에 직원에게 명령을 하다니!
실습생의 말을 들어보니 실습생도 이유는 있었습니다.
“우리 병동 책임자가 근무할 때는
내가 실습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명의 직원처럼 일을 하라고 했었어.”
직원이 오죽 일을 안 했으면
실습생이 그렇게 말했겠냐마는..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실습생의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길레
그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제가 실습생에게 한마디 했었습니다.
“근무를 하면서 직원들끼리도
다른 직원에게 “넌 XX를 해라!” 식으로
명령을 하지는 않아.
그날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땡땡이 전문이어서
내가 일을 2배로 해야 한다고 해도
대놓고 “넌 XX를 해라”고 하지는 않지.
그냥 내가 일을 더 하고 말지.”
솔직히 A는 같이 일하면 편한 직원은 아닙니다.
A는 일할 때보다 수다를 떨 때가
더 많은 아저씨거든요.
남자 직원인데 말이 얼마나 많은지…
직원이 오죽 일을 안 했으면
실습생이 직원에게 “일을 하라”고 했을까…
하지만 실습생이 할 말은 아니라
실습생을 조심 시키는 마음에 한 말이었고,
A도 들으라고 한말이었는데..
내 말에 A가 맞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일을 안 한다고 해도 대놓고
“일하라”고 하면 안되지.”
일을 안해서 실습생에게 “일하라”는 소리를 들은
직원이 할말은 아닌데 쯧쯧쯧.
실습생에게는 따로 한마디 더 해줬습니다.
“넌 아직 실습생이라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고,
우린 외국인이라 부족한 독일어 실력때문에
사람들이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또 직원 중에 외국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하고!”
이 일로 실습생은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해서
울며 A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 길이길이 말이 날만한 사건이었죠.
살다 보면 일어날수 있는 말실수인데,
우리 직원들 사이에는 그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속 회자되기도 하죠.
동료들 사이에 진상으로 분류되는
직원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화제 중 하나이고!
진상이던 도우미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
요양원을 떠났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진상 직원의 이야기는
여전히 만발이죠.
퇴직한 진상 직원 이야기는 아래에서…
2021.02.04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가라,가라! 아주 가
마음이 맞고 부지런한 동료와
근무를 했던 참 좋았던 날.
조금 한가했던 오후 시간에 동료들이
나에게 권한 것은 집에서 담근 과실주.
“근무중 알코올 금지” 직업군이지만
사무실에는 꽤 다양한 술들이 있습니다.
맥주, 와인, 샴페인, 양주에 과실주까지.
대부분은 선물로 들어온 것들이고,
직원들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서
동료들에게 맛을 보라고 가져다 놓은 것들도 있죠.
원래 술은 맛이 없어서 안 마시는데,
그날 같이 일하는 직원이 끈질기게 권했습니다.
“이건 맛있어. 맛이나 봐!”
맛있다고 해서 아주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
내가 마시기에는 조금 과한 양.
일단 받았으니 마시기는 했는데,
맛있다는 건 뻥이었습니다.
나에게는 맛없는 여느 술과 같은 알코올이었죠.
체리주를 한잔씩 마시고는
잠시 앉아서 수다 삼매경.
여기서 말하는 수다도 결국 들어보면
누군가의 뒷담화죠.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뒷담화가 일을 못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만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날 주제가 됐던 직원은 20대 초반의 청년, D.
D는 우리 요양원에 입사한 초기에는
(일 못한다고) 참 말이 많았던 직원이었죠.
보통은 직업교육을 받는 기간 2년 동안
실습하면서 일 열심히 하는 실습생을 입사 시키는데,
D는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우리 요양원에 취직이 되어서 온 경우였죠.
초반에는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고,
적당히 땡땡이 치면서 적당히 시간만 때우고
가려는 인상을 나도 받았었고,
그의 근무태도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어떻게 해야
직원들과 평화롭게 일할 수 있는지 터득한 것인지
부지런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지금은 같이 근무를 하면
(내가 일을 더해야 하는) 불편함은 없으니
일을 못한다는 뒷담화는 안 들을 직원인데..
동료들이 했던 D에 대한 이야기는
뜬금없는 그의 성격!
“D는 너무 줏대가 없는 거 같아.
하라면 뭐든지 한다니깐!”
“50대 아줌마”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
거기에 경력까지 30년 가까이 되면
천하무적 (요양보호사)입니다.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들어온 나 같은 존재도,
20대 초반의 신입 D에게도
천하무적 동료들은 선생님입니다.
이들과 근무를 하게 되면
가끔 그들에게 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넌 XX부인이랑, OO부인방으로 가!”
원래 동료들끼리는 “일을 해라”는 말을 안 하지만,
이건 경력이 짧은 나 같은 경우이고,
경력이 있는 직원들은 같이 일할 경우
그들이 일을 나누기도 합니다.
특히나 같이 일하는 직원 중에
일을 안하고 수다만 떨어대는 직원이 있는 경우는
딱 찍어서 그 직원에게 일을 시키기도 하죠.
자기는 일을 안하면서도
큰 목소리를 이용해서
동료들을 부리는 직원도 있고 해서,
근무에 들어가면 가능한 그냥 입 다물고
내 할 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죠.
내가 보기에는 D도 나처럼
어떤 직원과 근무가 걸려도 입 다물고
열심히 일을 하는 부류였는데,
동료들은 그를 자기주관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조금은 한심한 청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D는 주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는 거였는데..
“목욕탕 근무 할래? 아님 방으로 가서 간병 근무 할래?”
“난 아무거나 괜찮아.(=네가 먼저 선택해!)”
이것이 결단력이 부족한건가?
“너 XX 부인 방에 갈래? 아님 oo 부인 방에 갈래?”
“난 아무데나 괜찮아.”
이것도 듣기에 따라서는
나에게 선택권을 준 것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기 주관도 없는 인간”으로
보였나 봅니다.
사람이 싫은 건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 열심히 하는 동료의 이야기는
내가 그동안 들어왔던 (일 못하는 인간의) 뒷담화와는
조금 다른 종류라
나는 새롭게 보게된
또 다른 동료들의 세계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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