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한 부부싸움의 원인, 알리샤

 

 

마눌이  간만에 남편의 아침을 안 챙기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속으로 겁나 미안한 아침이었죠.^^;

 

보통 마눌이 아침과 점심도시락을 다 챙겨주는데..

이날은 부부 싸움 후 뒤끝 작렬인 마눌의 보복 조치였습니다.

 

마눌이 아침을 안 차려준다고 해서 절대 겁먹지 않는 남편!

 

(마눌이 차려주는 과일만 없는) 뮤슬리 아침도 혼자 챙겨먹고!

(마눌이 싸주는 과일과 야채가 빠진) 샌드위치만 달랑 들고 갔습니다.

 

남편이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할 때, 마눌도 깨어있었지만..

침대에 누워서 남편을 구경만 했습니다.

 

아침을 안 챙겨줘도 군소리 없었던 남편이 마눌 에게 원하는 건..

웃으면서 하는 배웅과 말 한마디 ”잘 다녀와!”

 

 

심술 난 마눌이 웃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은 출근시켜야 하는지라 억지웃음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마눌이 심술이 난 이유는 엊저녁 마눌이 받은 문자 한통 때문이었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 남편의 반응에 열이 받아서 나중에는 헐크가 됐었습니다.

 

자! 어찌된 사건인지 이야기 속으로 가보실까요?

 

몇 년 전에 뉴질랜드의 투랑기에서 만났던 필리핀계 미국인, 알리샤.

그 후로 한국에 영어선생님으로 근무를 하면서 한국에서도 머물렀던 알리샤.

 

우리는 알리샤를 여기서 처음 만났습니다.

 

궁금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526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38-투랑기 백패커에서 만난 두 인연

 

 

 

한동안 페이스북에도 새로운 소식이 없어서 어디쯤에서 살고 있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유럽여행을 온다는 문자를 날려 오셨습니다.

 

11월 29일쯤에는 비엔나에 도착을 한다고,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여행하는 나라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무료 숙박에, 끼니도 해결 할 수 있겠고...

거기에 무료 가이드까지 가능할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건이죠.

 

물가 비싼 유럽인데 이왕이면 무료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하는 것이 여행자의 도리죠.

 

알리샤의 문자에 우리는 비엔나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린츠에 살고 있다고 하니, 알리샤는 린츠에 오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열차 사이트 웹사이트까지 알려줬죠.

 

알리샤에게 그녀가 비엔나에 도착하는 주말에 나는 근무도 있어서 시간을 내기는 힘들지만 테오(남편)는 주말에 집에 있으니 그녀가 린츠에 온다면 만날 수 있을 거라 했습니다.

 

그리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운을 뗐습니다.

 

"남편, 알리샤 알지? 11월 29일에 친구랑 오스트리아에 온다네."

"어디? 린츠?"

"아니, 비엔나. 우리는 린츠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오려는 의지를 보이길레 일단 열차사이트까지는 알려줬어. 난 30일은 회사 야유회에 12월1일(토) 2일(일)은 근무라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어."

"무슨 소리야. 30일 야유회를 취소해야지."

"왜?"

"여기 온다며?"

"아니 우리가 비엔나에 사는 것도 아니고, 린츠까지 온다는데 알리샤 때문에 내가 내 계획까지 취소해야해?"

"온다니깐 같이 놀러갈 만한 곳도 찾고 해야지."

"여기에 오면 어디서 재우고? 잘 때는 있고?"

"....."

"엄마네 2층에 손님방에 재우면서 부모님이랑 같은 욕실/화장실 쓰게 해. 부모님 불편하게?"

"...."

"아님 시누이가 거실로 쓰고 있는 방에 소파를 침대로 만들어서 거기에 재워? 그러려면 일단 비엔나 시누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써도 되냐고 물어봐야지."

"그래도 온다는데 일단 여행 준비랑은 해놔야지. 바보같이..."

 

남편의 이 "바보같이.."한마디에 마눌의 헐크로 순식간에 돌변했습니다.

 

"미친 거야? 우리랑 상관도 없는 사람 때문에 마눌을 바보로 만들어?"

"...."

"지금 나랑 해 보겠다는 거야? 내가 왜 엉뚱한 사람 때문에 내 계획을 수정해야하고..

왜? 근무도 바꾸라고 하지?"

"...."

 

남편은 입을 다물었는데 마눌은 이미 열이 받은지라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렸습니다.

그러고도 풀리지 않아서 다음날까지 이어진 거죠.

 

우리가 비엔나에 살았고, 손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실도 있었다면..

와서 하루 이틀쯤 머무는 건 허락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공간에 손님이 오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신세를 지는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집은 내주는 사람은 다 신경이 쓰입니다.

둘만 사는 공간에 가족도 아닌 타인이 들어와서 같은 욕실/화장실을 쓰고, 밥도 같이 먹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편한 상황입니다.

 

거기에 손님접대까지 해야 하니 말이죠.

 

우리는 지금 임시로 살러 들어왔던 시댁에서 4년째 살고 있고, 손님이 와도 재워줄 수 있는 방이 없습니다.

 

엄마네 2층에 비어 있는 손님방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손님인데 부모님까지 신경 쓰이게 하는 것도 그렇고, 시누이에게 물어보고 시누이의 거실에 있는 소파를 침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시누이의 개인적인 공간에 우리 손님을 들이는 것도 사실 바람직하지 않죠.

 

한국에서 내 가족이 온다면야 내가 회사야유회도 취소하고, 근무도 바꿔가면서 비엔나까지 가서, 비엔나 시누이네서 며칠 머물면서 비엔나 구경을 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하. 지. 만.

지금 오는 알리샤는 우리가 여행지에서 만나 며칠 얼굴 본 인연뿐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오는데 내가 비엔나까지 (갈 시간도 없지만,) 가는 것도 웃기고, 더군다나 린츠까지 찾아온다고 해도 걱정이 됩니다.

재워줄 곳이 마땅치 않으니 말이죠.

 

한 달여 전에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깊은 인연중 한사람이 독일/뮌헨에 왔었습니다.

 

어떤 인연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26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7-남편이 원하는 생일날의 풍경,

 

남편의 생일상까지 차려줬던 캠핑장 (독일인)주인아저씨가 몇 년 만에 뮌헨에서 거의 한 달 동안 머물렀었는데, 우리가 신세 진 것도 많아서 마눌은 뮌헨에 가서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차도 두어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죠.

 

그래놓고 그저 백패커에서 며칠 본 것이 전부인 사람을 재워주고, 근방에 여행까지 시켜주겠다고 마눌의 계획을 취소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스케줄을 잡으라니 마눌이 정말로 화가 날만 했습니다.

 

뭐든지 행동하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남편의 성격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부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 때문에 남편에 마눌을 닦달하고, 짜증을 내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지라 마눌이 다음날 아침에 진행한 보복조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로 남편은 마눌의 눈치를 봐야하는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리곤 알리샤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정말로 비엔나에 오고, 정말 린츠에 사는 우리를 찾아오게 될는지..

여기까지 찾아온다면 잠자리 정도는 제공 해 줘야 하겠지만,

 

린츠는 관광도시가 아니기에 "안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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