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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7-남편이 원하는 생일날의 풍경

by 프라우지니 201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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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편의 생일입니다.

 

낚시하느라 마눌의 생일날 마눌을 굶겨서 헐크 만드는 남편인지라..

(그래도 올해는 마눌 생일이라고 나름 신경을 쓰기는 했었습니다.^^)

 

자신의 생일도 낚시하면서 보내겠지.. 생각은 했었습니다.

 

지나간 제 생일에 대한 추억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201

낚시하며 뉴질랜드 남섬에서 보낸 4달 3회-Rotoroa-Westport-Charleston

 

http://jinny1970.tistory.com/1035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19-길에서 맞은 마눌의 생일

 

생일이라고 해서 남편을 위해 별다른 음식 준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낚시를 조금 일찍 끝내고 저녁에 캠핑장으로 와서 가지고 있는 재료로 저녁을 해 먹을 생각이였죠!

 

물론 남편의 생일이라고 해서 따로 준비한 생일선물도 없었습니다.

 

항상 같이 다니다보니 남편 몰래 뭘 사는 것도 쉽지 않고..

뭘 사도 샀다고 잔소리 늘어지게 하는 스타일이라..

 

내 돈 들여 기분좋게 사 놓고 욕먹기 싫은 것도 있었습니다.(핑계여?)

 

 

 

 

남편 생일이라고 모니카가 생일카드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 카드에서 모니카가 쓴 것은..

자기이름인 “모니카”하고 스펠링을 틀린 “해피”.

그리고 꽃과 나비그림과 뭘 썼는지 모를 알파벳과 숫자의 조화!

 

생일축하와 남편의 이름은 아마도 랄프나 이멜다가 도운듯합니다.

 

이제 학교에 들어가서 아직 알파벳을 배우고 있는지라 아직 글씨는 못 쓰는 모양입니다.^^

 

모니카는 이른 아침, 학교 가기 전에 이 생일카드를 남편에게 전해주고 갔습니다.

 

 

 

남편의 생일날 바람은 자유롭게 낚시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마눌은 이날 입을 꾹 다물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배 고프니 점심 먹어라!”

 

“썬크림 코끝에만 이라도 조금 발라라~”

 

“팔 아프니 그만해라~”

 

이런 류의 잔소리도 안하는 것이 마눌에게 바라는 생일선물이니 말이죠!^^;

 

 

 

 

남편은 지겹지도 않는지 열심히 낚시를 했습니다.

 

생일날 마눌이랑 조금더 기억에 남는 일을 할만도 한데..

낚시만이 기억에 남는것이여서 그랬을까요?

 

 

 

 

남편은 점심도 거르고 낚시를 했습니다.

 

차 안에 있는 마눌도 덩달아 점심을 건너뛰었습니다.

 

생일인 사람이 점심도 안 먹고 고픈 배를 안고 낚시를 하고 있는데..

마눌된 입장에서 혼자만 배터지게 먹고 앉아 있는건 아닌거 같아서 말이죠!^^;

 

 

 

 

이제는 겨울 초입이라 날도 일찍 어두어지는데..

남편은 저녁 6시까지 클루차강의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면서 낚시를 했습니다.

 

생일날하는 낚시인데 어쩜 고기들은 그렇게 안 물어주는 것인지..

 

"오늘 내 남편 생일이다, 제발 한 마리라도 잡혀다오..“

 

마눌이 하루종일 낚시하는 남편의 뒤통수에다 대고 빌었었습니다.

하지만 고기들도 생일인지 아는지, 남편의 낚시바늘을 물지는 않더라구요.^^;

 

남편은 어두어질 때까지 낚시를 했습니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 들러서 저녁거리 장을 봤습니다.

 

남편이 먹고 싶다는 오스트리아식 사과파이(압펠슈투르델)를 하려고 ..

사과랑 냉동 패스츄리를 사 가지고 말이죠!

 

저녁 7시가 돼서 캠핑장에 도착하니 캠핑장 주인인 랄프가 뛰어나옵니다.

빨리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말이죠!

 

엊그제 얘기하던중에 오늘이 남편 생일이라고 얘기했었는데..

랄프와 이멜다가 남편 생일이라고 저녁준비를 했던 모양입니다.

 

랄프가 우리에게 미리 저녁초대 한다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안 하는 바람에 이멜다한테 무지하게 구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앉게 된 저녁 밥상입니다.

 

우리가 늦는 바람에 랄프네 가족은 이미 저녁식사를 끝냈다고 합니다.

랄프가 생일맞는 남편을 위해서 준비한 요리들입니다.

 

산토끼 고기파이, 스패츨레(파스타 종류라고 하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오스트리아식 작은 수제비),적양배추 볶음, 미니 양배추 볶음까지..

 

그리고 더불어 있던 홍합볶음!

 

배가 고픈데다가 오스트리아 냄새가 물씬나는 음식들을 남편은 열심히 먹었습니다.

 

내 생일날 밥상을 차려준 것도 고마운데, 내 내라 음식이다보니 남편이 더 열심히 먹은듯합니다. 옆에서 같이 먹던 마눌이 괜히 눈물이 찡~했습니다.

 

내가 보는 랄프는 말도 무뚝뚝하게 하고 정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였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속정이 깊은 사람이였습니다.

 

남편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루종일 낚시를 했고, 저녁은 이렇게 생각지 못한 저녁초대까지 받은지라 나름 기분이 좋은거 같았습니다.

 

이날 저녁 오스트리아에서 (시)엄마가 전화를 하셨었습니다.

타국에 머물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 엄마가 생일축하전화를 하셨습니다.

 

마눌에게는 과묵하기만한 남편이 엄마전화를 받고서야 열심히 수다를 떨어댑니다.

 

“엄마, 여기 캠핑장 주인이 독일사람인데, 오늘 내 생일이라고 산토끼 고기파이에다가 스패츨레도 하고, 샐러드랑 무지하게 잘 차려줘서 잘 먹었다..등등등”

 

마눌은 별로 한거 없는 남편의 생일.

주변에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날입니다.

 

사람간의 정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적은 달라도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정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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