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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마눌은 전혀 모르는 남편만의 12월 여행계획,

by 프라우지니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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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편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마눌 입니다.

남편은 회사에 있어도 마눌이 어디서 뭘 하는지 대충 짐작을 하니 말이죠.^^

 

마눌이 집을 비우는 날이 언제인지 남편은 달력에 표시를 해둡니다. 근무하는 날, (독일어) 학원가는 날까지 표시를 해두어서 마눌이 언제 시간이 나는지 남편은 알죠.

 

12월도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달력에 표시를 끝냈습니다.

마눌의 근무가 없는 날을 잡아서 남편이 짧은 여행이나 나들이를 계획할 수 있게 말이죠.

 

 

 

올 12월 근무표는 조금 헐렁하듯 빡빡합니다.

주말 근무가 2번에 크리스마스기간은 그냥 요양원에서 보내야 합니다.

 

요양원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기간이나 연말/새해중 한번 근무를 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일을 하면 연말/새해에 쉴 수 있는 것이고..

크리스마스 때 쉬면 연말/새해에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에 온가족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캐럴 송도 부르고, 가족들끼리 선물도 교환하는지라, 제가 이날 근무를 하면 온 가족이 저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죠.

 

그래서 24일은 희망휴무로 표시를 했었는데..

다행이 이 날은 휴무로 잡혔습니다.

 

대신에 크리스마스이브만 빼고는 계속 근무입니다.^^; 21일은 요양원 크리스마스 행사라 오후에 추가근무가 잡혀있고, 22,23일 근무에, 25,26일까지 근무!

 

12월은 빨간 날(휴일/국경일)근무가 4일이나 됩니다.

똑같은 근무를 해도 평일보다 월급을 더 받으니 기분 좋은 근무입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 있어도 그리 특별하게 할 일은 없습니다.

며느리로서 해야 하는 일들이 조금 있을 뿐이죠.

 

어떤 일이냐구요?

 

연휴 때는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니 나머지 가족들은 “밥 먹어~”할 때 뛰어나오지만..

며느리는 오전 11시경에 되면 시어머니의 주방으로 입장을 합니다.

 

점심 식사 때까지 시어머니 옆에서 샐러드도 만들고, 요리도 거들다가 음식이 다되면 부르러 다니는 일을 하죠. 점심을 먹고 나면 아들은 벌떡 일어나 얼른 가버리지만, 며느리는 그러지 못하죠.^^;

 

 

 

 

사진속의 게임은 “삼각도미노” 좌우로 맞는 숫자를 배열해 놓는 게임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와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합니다.

어르신들은 이런 게임을 하면 치매 예방에 좋죠.

 

밥을 먹고 나면 그릇들을 정리하고 나도 일어나면 좋겠는데, 밥 먹기가 무섭게 시어머니가 “게임하자!”를 외치셔서 살짝 빠져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11시에 주방에 가서 12시에 밥 먹고, 시어머니가 만족하실 때까지 (또 다른) 게임을 하다가 우리 방에 오면 오후 2~3시경. 방에 와서 조금 쉬다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연휴 내내 이렇게 낮에 통째로 시어머니의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때 근무가 잡혀있으니 오히려 다행이지 싶습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게임이아니라 시부모님이 하자고 해서 하는 게임인데, 게임 중에 시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많거든요.^^;

 

게임 중에 시어머니 옆에 앉은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놓으려고 했던 곳에 도미노 돌을 놓으면 바로 날아오는 한마디.

 

“너는 왜 개를 데리고 다니냐?”

 

시어머니가 놓아야 하는 길을 막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하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데, 우리 식구는 다 이기려고 목숨 걸고 하는지라, 자기 길에 방해가 되면 특히나 시어머니가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십니다.

 

돈내기 하는 게임도 아니고, 그냥 시간보내기용으로 가족끼리 하는데, 당신의 한마디에 며느리 기분이 상한다는 걸 모르시는 것인지..

 

아! 오늘도 게임 중에 한마디 하시길레 저도 한마디 했네요.

 

“엄마, 저는 (뭘 해도 시어머니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는) 며느리예요. 뭘 더 바라세요?”

 

같은 행동을 해도 딸과 며느리는 다르죠.

이 말에 앞에 앉은 시누이가 킥킥거리면서 웃는걸 보니 제대로 이해한 듯 했습니다.

 

아!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갔습니다.

 

연휴에 근무를 해서 시어머니 주방에서 기분상하는 말을 들어가면서 게임을 안 해도 된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리...

 

시어머니의 모든 말씀에 꼬투리를 잡고 말대꾸는 하지 않지만,

저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사는 며느리입니다.

 

시어머니가 온가족이 다 있는데 방귀뀌고 아무소리 안하시면 “죄송합니다!” 하셔야 한다고 말하고, 게임 중에 시어머니가 “넌 왜 개를 데리고 왔냐?” 하시면 “게임 중에는 다들 개 한 마리씩 데리고 다니잖아요.”로 받아치죠.

 

그래도 이미 상한 기분은 극복이 안 됩니다.^^;

 

12월 근무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멀리 간 이야기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고...

 

 

 

11월은 주말 근무에 학원까지 잡혀있어서 2~3일 시간을 낼 수 있는 주말이 딱 한번 뿐이었는데, 12월은 3박4일정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주말이 2개나 되는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12월에 가까운데 여행을 가자고 남편이 말을 걸어오길레 희망 목적지를 외쳤죠.

 

“난 부다페스트 갈래! 아니면 밤 열차타고 베니스도 괜찮아.”

 

마눌에게 “어디갈래?” 해놓고는 아무 대답도 안하길레 별 계획이 없나부다..했었는데,

 

주방에 있다가 방에 들어가니 남편이 여행사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가 마눌을 방에 들어서니 얼른 나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어디 가려고 보고 있었어? 난 부다페스트 간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나왔는데..

남편이 열어놓은 스케쥴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2월 7,8,9일에 Admont, Bad Mitterndorf, Zella See, Graz, Wien 까지 적어놨습니다.

아드몬, 바드(온천) 미턴도르프, 젤라 세(호수), 그라츠, 비엔나.

 

그라츠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면 가는 길에 있는 아드몬에서 노르딕 스키를 탈수도 있겠는데.. 바드 미턴도르프나 젤라세는 어디에 있는 공?

 

유력 희망지를 써놓은 것인지, 아님 다 가겠다는 이야기인지..

 

12월 7일은 바드 고이세른의 Perchtenlauf 페르흐턴라우프(Krampuslauf 크람푸스라우프)“까지 써놨습니다. 작년에 봤는데 올해도 또 보러 가고 싶은 것인지..

 

그게 뭔데? 싶으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423

Krampuslauf 크람푸스 라우프 in Bad Goisern (오스트리아)

 

적어놓은 곳을 다 간다는 이야기인지, 아님 그중에 한곳을 간다는 이야기인지...

 

12월 14,15,16일도 Ausflug 아우스플룩(짧은 여행)으로 표시를 해뒀고..

 

12월 19,20일은 짦은 여행으로 독일/뮌헨이 적혀있습니다.

 

마눌이 근무도 해야 하는데 근무가 없는 날 이렇게나 많은 여행을 하시겠다는 이야기인지..

 

12월에 여행을 한 군데정도면 만족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여행을 다 하겠다는 이야기인 것인지, 남편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12월에 스케줄 너무 과하게 잡은 거 아니야? 뮌헨은 왜 가려고?”

“.....”

“부다페스트 가자고 하니까...”

“그건 당신이 알아봐!”

 

12월14,15,16일은 아직 계획이 안 잡힌걸 보니 마눌을 위해 비워놓은 것도 같고..

 

계획 같은 건 젬병인 아낙인지라 직접 계획 짤 의지는 없고, 알아볼 의지도 없죠.

‘가면 가고, 말면 말고“ 이런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남편이 그냥 살짝 잡아놓은 계획이겠죠?

이제는 여행 간다고 짐 싸는 것도 귀찮은디..

 

그냥 집에 짱 박혀있는 것이 가끔은 힐링이 될 때도 있거든요.

 

저는 우리 집 주방에 앉아서 글 쓰면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요새는 하는 일도 없는데 글 쓰는 시간이 없습니다.^^;

 

남편이 잡아놓은 3개의 여행계획.

 

그중에 몇 개를 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추워죽겠는데 어디를 가는 것도 사실은 은근히 귀찮거든요.

 

12월은 조용히 앉아서 한해를 마감하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야 하는 것이 마눌의 자세인지라, 어디서 누구와 뭘 하면서 보내게 될지 참 궁금한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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