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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극복이 안 되는 입맛차이

by 프라우지니 2018.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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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주신 순무같이 생긴 커다랗고 검은 무로 무생채를 했었습니다.

시 큰아버지(시아버지 형님)가 마당에 키우시는 것을 하나 가지고 오셨다고 말이죠

 

냄새 심한 젓갈은 빼고 식초와 설탕을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무가 워낙 매워서 설탕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넣고 말이죠..^^

 

무생채를 해서는 아빠한테도 작은 통에 담아서 갖다드렸죠.

아빠는 며느리가 갖다 주는 모든 김치류를 소화하시는 1인이십니다.

 

심하게 꼬부라진 김치도 무리 없이 해치우시죠.^^

 

정말? 싶으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87

외국인 시아버지가 김치 드시는 방법

 

고춧가루에 설탕, 식초를 기본으로 약간의 양념이 들어간 아주 간단한 무생채.

감칠맛을 내준다는 MSG라고 불리는 미원류는 우리 집에 없습니다.

 

아시아 식품점에 가면 있기는 하던데..

제가 만드는 어느 것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맛이 없나??^^;)

 

 

껍질이 검정색인 무는 처음이고, 또 시 큰아버지가 마당에서 유기농으로 키우신걸 알기에..

껍질까지 몽땅 다 채칼로 갈아서 무생채를 했었는데..

 

며느리가 드린 무생채에 대한 시아버지의 한마디.

 

“껍질은 벗기지 그랬냐? 껍질이 엄청 두꺼운디...”

 

원래 깍두기나 무생채나 껍질까지 해야 더 아삭하고 맛이 있는디..^^;

 

무를 주신 시 큰아버지가 매주 일요일에 오셔서 포켓볼도 치고, 카드놀이를 하시는지라,

내가 만든 무생채를 아주 작은 병에 담아서 드렸습니다.

 

당신이 가져오신 무로 만든 반찬이니 맛이나 보시라고 말이죠.

 

아니 웬 포켓볼을 집에서 치냐구요?

정말로 시댁에 당구대가 있냐구요?

 

궁금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505

시아버지가 사신 당신의 크리스마스 선물, 당구대

 

처음 사셨을 때는 온 식구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 안보죠.

 

일요일에 시아버지 3형제분이 모이시면 포켓볼도 치시고 카드놀이도 하십니다.

 

며느리가 당신의 형님께 작은 무생채 병을 건네니,

옆에 계신 시아버지가 급하게 날리는 한 말씀.

 

“그거 마이 맵다.” ^^;

 

나는 별로 안 맵고 샐러드처럼 새콤달콤하던데..

아빠 입맛에 매우셨는지, 아님 매운 걸 잘 못 드시는 형님께 드린 말씀이신지..^^;

 

다행히 1주일후 시 큰어머니가 무생채를 드렸던 작은 병을 가지고 오셨답니다.

빈병을 남편에게 전해주며 “맛있게 먹었다”고 하셨다네요.

 

(제가 이날 근무가 있어서 남편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올해는 시아버지가 마당에 유난히 무를 많이 심으셨는데..

 

그걸로 뭘 하시려나? 했습니다. 김장을 하실 것도 아니고,

무 오래 놔두면 바람들어가서 맛없는디..

 

며느리가 만들어 갖다드린 무생채가 맛보신 아빠는,

며느리가 무생채 담아드렸던 통에 당신이 무로 만든 샐러드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아빠는 무를 치즈를 써는 채칼에 사용하셨고, 식초와 소금만 넣으십니다.

 

며느리한테 맛이나 보라고 가지고 오신 모양인디..

아버지의 무샐러드는 엄마네서 식사를 할 때 종종 맛본 샐러드입니다.

 

식사 때도 엄마가 만드는 샐러드에는 들지 못하고, 아빠가 따로 드시는 당신만의 샐러드죠.

 

저도 식사하면서 아빠가 따로 무샐러드 용기를 꺼내놓고 드시는지라,

거기서 몇 번 맛보기는 했지만 제 입맛은 아닙니다.

 

나도 아는 맛의 "아빠의 무 샐러드"를 받으면서 들었던 난감한 기분.

 

아빠한테 음식을 받고 보니 내가 음식을 갖다드릴 때 아빠도 이런 기분이셨나 싶습니다.

 

“아놔~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애는 왜 맨날 이런 걸 가지고 올까?”

 

아빠가 갖다 주신 무샐러드를 냉장고에 1주일 넣어뒀다가 먹어봤는데..

역시나 내 입맛은 아닙니다.

 

이건 신 피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짠 짠지도 아닌 것이 그냥 약간 매운 무입니다.

 

내 입맛에 맞추려면 여기에 젓갈, 고춧가루 풀어서 무생채 양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렇게 해버리면 아빠가 주신 음식을 무시하는 거 같아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빠께 뭔가를 갖다드릴 때는 먼저 여쭤봐야겠습니다.

다짜고짜 가지고 가서 아빠가 당황스럽지 않게 말이죠.

 

김치야 이미 맛을 아시니 “달라, 싫다”하실 수 있지만, 무생채 같이 처음 드리는 것은 맛을 보여드린 후에 “드릴까?”여쭙는 것이 순서였거늘...

그 순서를 건너뛰었습니다.^^;

 

아빠와 며느리의 입맛은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맞춰질 것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내가 매번 드릴 때는 몰랐는데, 한 번 받아보니 절실히 느껴지네요.

 

며느리가 아빠의 음식을 힘들어하듯이 아빠도 며느리의 음식이 힘드시지 않으셨는지..

아빠가 갖다 주신 무생채 한 통을 앞에 두고 깊이 생각합니다.^^;

 

며느리가 갖다드린 음식을 매번 다 드시는 아빠처럼, 며느리도 아빠가 주신 무샐러드(피클은 아닌)를 끝까지 먹어볼 생각입니다. 냉장고에서 오래 숙성시켜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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