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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3

뉴질랜드에서 내가 본 크리스마스의 기적

by 프라우지니 202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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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난 2023

크리스마스를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 마을중 하나인 Franz Josef

프란츠 요셉에서 보냈었죠.

 

크리스마스쯤에 비가

심하게 와서 우리는 차안에서

잘 수 있음에도 숙소를 예약했었죠.

 

1 박에 120달러짜리 방.

 

프란츠 요셉은 관광지로

유명한 동네라 당연히

숙소의 가격도 비쌌지만,

비가 오는 이틀 동안

비를 피할 목적으로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좁아터진 자작 캠핑카가

아닌 제대로 된 침대가 있는

방에서의 이틀이라 나에게는

남편이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여겨졌죠.

 

 

뉴질랜드에서 판매중인 크리스마스 케익

 

크리스마스 즈음에 나오는

케익은 위에 견과류가 잔뜩

뿌려져 있어서 다른 케익보다는

조금 더 건강하게 보여서

우리가 프란츠요셉으로

가는 길에 장보러 가서는

기분 좋게 하나를 챙겼죠.

 

여행중에는 외식비만

책임지는 마눌이지만,

크리스마스이니 부부가

나란히 케익을 한 조각 먹으며

기분 내는 일도 좋을 거 같아서

기분 좋게 케익 값 부담했죠.

 

여행중에는 빵도, 케익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지만,

사실 시중에 나와있는 케익의

달달한 맛을 따라가지는 못하죠.

 

극도의 달달함은 사는

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죠.^^

 

 

 

 

우리가 여행중일 때라면

마눌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따위는 받지 못합니다.

 

선물을 달라고 하면 남편은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죠.

 

지금 하고 있는 이 여행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우리가 하는 여행이 매번

내가 원해서 하는 여행은

아님에도 이렇게 말하며

퉁 치는 남편이 얄밉지만

그래도 남편을 위해

준비한 마눌의 선물은

라파엘로 화이트 초콜릿 3봉지.

 

선물을 아무리 소소해도

받는 기쁨이 있는 것이니

남편에게 그 작은 기쁨을 주려고

장볼 때 남편 몰래 따로 가서

후딱 사왔던 초콜릿이죠.

 

부부가 같이

여행을 다니다 보면

24시간 항상 붙어있어서

남편 몰래 뭘 하나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떻게 초콜릿을 살 때는

운이 좋게 내가 잠시

남편 옆에서 떨어질 수 있었죠.^^

 

남편도 나이가 먹으니

달라지는 것인지 전에는

안 보이던 면을 드러냈습니다.

 

 

남편이 고른 바닐라향 향초.

 

마눌이 크리스마스에

먹을 거라며 케익을 집어 드니,

남편은 같이 곁들이면

좋을 거 같다고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고르고 거기에

향초까지 집어 들었죠.

 

케익 값은 마눌이 먹겠다고

집어 들었으니 부담을 하지만

남편이 고른 와인이랑

향초는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집어든거죠.

 

내 남편은 짠돌이인디..”

 

언제부터 남편은 이렇게

로맨틱한 인간형었노? “

 

다 늙어서 갑자기 왜 이러노?”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죠.

 

내가 아는 남편은

술을 즐기지 않는 인간형이고

향초 따위에 돈을 지출할

인간은 아닌디..

 

남편은 비염이 있어서

냄새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세탁 후 섬유 유연제도 못쓰고,

페브리즈 같은 것도

쓸 수가 없으며

마눌이 향수를 약간만 뿌려도

향기가 아닌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는 인간형이죠. ㅠㅠ

 

가능한 아끼는 캠핑 여행이라

잠은 차안에서 자고,

외식보다는 장봐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 걸 추구하는

알뜰한 남편인데 올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럭셔리.

 

호텔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식이 포함된 방에,

크리스마스용 스파클링 와인에

케익 그리고 향초라니

남편과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부부의 만찬.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부부는 제법 럭셔리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고기 스테이크에 와인까지

곁들이고 디저트는 견과류

크리스마스 케익까지

잘 챙겨 먹었죠.

 

비 오는 크리스마스라

별로 할 일이 없으니

남편한테 산책 삼아서

나가자했었고,

부부가 나란히 우비를 챙겨 입고

숙소를 나와서 어슬렁거리다가

작은 성당을 발견했습니다.

 

성당 앞에는

저녁 7시 미사라고 쓰여 있었고,

우리는 마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곳을 지나치지 않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죠.

 

그리고 성당 안에서 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봤습니다.

 

 

화살표 아래에 내 남편이.

 

프란츠요셉은

워낙 작은 동네인데

성당 안은 만석이었죠.

 

우리 같은 여행자가

대부분이었지만 근처 마을에서

온듯한 키위 현지인들도

눈에 띄었죠.

 

뒤에 서서 미사를 보다가

그냥 나오려고 했는데,

뒤에 서있는 많은 여행자 중에

우리부부가 눈에 띄었는지

성당 관계자 인 듯한 분이

좌석 쪽에 자리를 만들더니

우리를 거기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구경하고 가려다가 얼떨결에

성당 안으로 진출까지

해버렸죠. ㅠㅠ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이다 보니

목사님이 성경구절을 말씀하시고

시시때때로 캐롤송을 불렀는데,

내 옆의 남편이 그들이 부르는

캐롤송을 낮은 목소리로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입니다.

 

결혼하고 한번도 듣지

못했던 남편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다니..

 

남편은 종교세는 평생 냈지만

스스로 교회에 간 적이 없고,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모여 캐롤송을 부르지만

남편만 음소거라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의

다양한 톤의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지죠.

 

 

 

처음 한두 해는 노래하라

옆구리도 찔러보고,

째려보고 별 짓을 다해봤지만

남편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집에서는

캐롤송은 안 불렀는지 시부모님은

별 반응을 안하셨었죠.

 

그렇다고 남편이 노래를

절대 안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 혼자 목욕을 하거나

방에서 뭔가를 할 때면

신이 나는지 소리까지 질러가며

노래를 하는데 유독 가족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 없는 장남이

되어버리죠.

 

집에서는 목소리가 없는듯

남들이 캐롤을 불러도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우두커니 옆에 서있기만 하던

남편이었는데, 뉴질랜드의

작은 교회에서는 남편이

입술을 열고 캐롤송을 불렀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남편의 행동들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본 크리스마스였죠.

 

내 남편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남성 호르몬보다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로맨틱해지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일상이 아닌

길 위의 생활이라 남편이

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는 한데,

올해도 작년과 같은 행동을

할지 두고 보면 알겠죠.

 

작년에 일어났던 일은

여행중에 일어났던

작은 해프닝이었는지 아니면

남편에게 일어났던

심경의 변화였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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