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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3

뉴질랜드 캠핑장에서 만난 한국 교회 사람들

by 프라우지니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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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lorus Bridge펠로러스 브릿지

라는 곳의 DOC(자연보호부)

캠핑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밤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캠핑장내의 잔디밭은 물이

자작하게 차있어 캠핑장에 있는

사람들은 둘중에 하나를

결정해야했죠.

 

하루종일 캠핑장내의 주방에서

비를 피하며 하루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날 것인지

 

다른 곳이라 함은 사설 캠핑장인

홀리데이파크로 가서 그곳의

주방이나 TV룸 같은 곳에서

비도 피하고 조금 더 뽀송뽀송 하게

지내는 것이죠.

 

비 오는 날이 여행자들에게

마냥 반갑지는 않습니다.

 

뭔가를 보러 가지도 못하고,

사진도 찍을 수 없으니 그저

비를 피해서 하루를 쉬어야 합니다.

 

 

비를 피해서 이른 아침부터 주방에 모여든 캠핑객들.

 

비를 피해서 사람들이 다 주방으로

모여들어서는 아침을 먹고는

바로 하루 종일 놀 준비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청소부.

 

뉴질랜드 대부분의 홀리데이파크나

캠핑장의 첵아웃 시간은 오전 10.

 

첵아웃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전 10시에는 청소를 시작하는

시간이라 그 시간은 주방이나

화장실/샤워실 사용이 제한이 되죠.

 

아침도 느긋하게 먹고

창 밖의 비를 바라보고 있는데,

주방에 사람들이 잔뜩 있음에도

아무도 안 보인다는 듯이

청소를 시작하시는 아주머니.

 

비가 오고 있으니 갈 곳도

딱히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물어봤습니다.

 

청소하시는 동안 우리가 그냥

여기에 있어도 되나요?”

 

나의 말에 청소부 아주머니는

쿨 하게 손가락을 어느 한 곳을

가리키시는데 그곳에 적혀있는건

 

오전 10~12시 청소하는

시간에는 주방 사용을 금함

 

청소를 해야하니

주방을 나가라는 이야기죠.

 

 

펠로러스 브릿지 캠핑장의 주방과 화장실이 있는 편의 건물 .

 

 

우리가 그곳을 나오면서 다른

테이블에게도 나가래!”하는

제스처를 취하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어젯밤부터 주방에서 머문 듯한

자전거 여행자는 다른 여행자들이

하나 둘 일어나서 주방을 떠나는데도

안 보이고 안 들린다는 듯이

그 자리에 죽치고 앉아서는

내내 책을 읽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도 나가야 하는

인간이 안 나가고 있으니

강적이다 싶으셨는지

앉아있는 자전거 여행자의 다리만

피해서는 바닥을 닦으셨죠.

 

 

차안에서 보이는 비오는 밖풍경.

 

오전 10시에 주방에서 쫓겨나니

안되겠다 싶었던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가고, 우리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화장실이 가려고 잠시 건물로

들어서니 어디선가 갑자기

한 무더기의 동양인들이 부산하게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은

캠핑장 주방으로 들어섭니다.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청소부에게 물어보려고 지붕 아래

있다가 듣게 된 동양인 그룹의

남자와 청소부의 대화는 이랬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용하기로 했고,

요금은 40불 내기로 했다.”

 

사무실은 오후 130분에

문을 여니 그때 요금을 내면 된다.”

 

보통 캠핑장내에 있는 사용물은

캠핑객에게만 허용을 하지만

주간에 이용할 경우 이용 요금을

지불하면 캠핑객이 아니어도

사용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펠로러스 브릿지 같은 경우는

화장실/샤워실에 자물쇠가

설치되어 있어서 비밀번호를

눌러야 사용이 가능하거든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어딘가를 가려던 사람들이 비가 오니

비를 피해서 캠핑장의

주방으로 왔나부다..”했었죠.

 

처음에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 중국인들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한국어입니다.

 

한국인들이 비를 피해서

캠핑장의 주방을 사용하는

모양이라 생각을 하고는

차로 가서는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죠.

 

지금 주방에 한국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는데, 오후 3시까지

이용한다니 가능하면

주방에는 가지마.”

 

만나면 반가운 한국사람이지만

상대방이 한국사람이라고

무턱대고 안녕하세요.”

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할 기회가 되어서

대화를 시작했다면 내가

한국사람임을 밝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그들의

곁을 스치며 나도 알아듣는

그들의 대화에 미소만 지을 뿐이죠.

 

 

한국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방.

 

밖에는 비가 오지만

하루 종일 차 안에 갇혀있는 것도

못할 일이라 나는 우산을 챙겨 들고는

캠핑장 주변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산책을 갔다가 다시 차로

돌아오는 길에 주방에서 들리는

노랫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비를 피해서 캠핑장의

주방에 모인 한국사람들이

주방에 외국인 여행자가 

있음에도 한국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일의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나는 당황스럽고 사실

창피하기까지 했습니다.

 

남편에게는 혹시 다른 사람들이

물어오면 내가 한국인임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죠.

 

비가 오는데 잔디밭은 물천지라

텐트에 있을 수 없어서

캠핑장 주방에 터를 잡고 있던

자전거 여행자는 갑자기 몰려든

한국인들 사이에 앉아있다가

찬송가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솔직히 나 혼자 앉아있는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들어와서는

우리 여기서 노래할 건데

그래도 되지요?”물어오면

안돼요!”하게 되지는 않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오후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쯤에 다시 주방에 가보니

한국사람들은 다 빠져나간

상태였고, 오전의 청소부도

가볍게 무찌른 자전거 여행자는

아침 그 자리 그대로 여전히

앉아있었습니다.

 

 

비는 그치고 강물은 엄청 불어있고!

 

한국인들이 몰려와서

찬송가를 부르고 간 직후라

그에게 당황스럽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라 감사했죠.

 

자전거 여행자인 미국인의

말을 빌리면 캠핑장 주방을

차지한 한국인 그룹의 책임자는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우리는 한국인 성당 사람인데,

매년 펠로러스 브릿지로

예배를 오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고, 우리는 한달 전에

이곳을 낮에 사용하겠다고

예약을 했었다.”

 

낮에 청소부랑 하던 대화를

주어들은거랑은 조금 다릅니다.

 

한달 전에 예약을 했다면

이미 결제도 다 끝난 상태여야

하는데, 결제는 낮에 직원이

있는 시간에 하겠다고??

 

그리고 설마 교회의 수련회를

매년 캠핑장의 주방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요?

 

캠핑장 주방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자에게 자신들이

주방 이용 하는걸 합리화하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예약은 한달 전에 했지만

정말로 결제는 매번 직원에게

현찰 박치기를 하고,

예배도 매번 캠핑장 주방에서

봤는지는 잘 모르겠고!

 

내 생각은 오로지 뜬금없이 와서

예배를 보고 간 한국사람들의

행동을 미국인 자전거 여행자와

그때 첵인을 하고 캠핑장 주방으로

들어갔던 도보여행자인

네덜란드 사람이  추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주방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에게

한국인들의 뜬금없는 예배가

당황스럽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습니다.

 

미국인 여행자는 비가 와서

자신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다 신의 뜻이었나

보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한국인들과의 시간이 자신에게는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했었죠.

 

네덜란드 여행자는 넉넉한

한국인들의 인심 덕에

잘 얻어먹었고,

(남은 과일이나 뭔가를 받은 듯..)

많이 받아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었죠.

 

예배를 보고난후에는

그곳에 있던 두명의 이방인들도

식사에 초대해서 함께 먹고

마신 후에 넉넉하게 선물(?)까지

주고 떠난 직후라 두 사람이

그리 긍정적인 생각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고, 단지 진상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에 감사했죠.

 

나도 한국어로 예배를 본지

오래라 함께 예배를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들이 예배를 보는 순간에는

남의 영업 집

(캠핑장에 딸린 주방이라

캠핑객들의 사용이 최우선 되는 곳)

와서 뜬금없이 예배를 보는

한국인들 행동의 조금

당황스러워서 피하기만 했습니다.

 

다음 번 좋은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국인들의 예배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당황스럽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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