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마눌보고
“비사교적”이라고 말을 합니다.
수다로 보자면 마눌도
만만치 않게
수다스러운 아낙이지만,
남편이 말하는 그런 “사교”는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또 불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남편이 “비사교적”이라고 해도
마눌은 그냥 받아들입니다.
집에서는 과묵한 남편인데
밖에서는 어디를 가도
수다를 떨어대는 남편.
처음 본 사람 하고도
기본 30분 대화가 가능한 인간이
바로 남편이죠.
그렇다고 그 30분 동안
상대방의 개인적인 것을
알아냈냐 하면 또 그건 아닙니다.
30분 동안 한 이야기라고는
날씨가 어쩌고, 풍경이 저쩌고..
나중에 들어보면 별로 도움도
안되는 일로 시간을 보낸 거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남편은 마눌과는 다른 “귀”를
소지한 인간입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1577
“하나, 둘” 하면 열을 짐작하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하나, 둘”하면
상대방이 말한 숫자 까지만
이해를 하고 때로는 왜
그것이 “둘”인지 상대방에게
묻기도 하죠.
맞습니다.
한국인인 마눌에게는
속 터지는 남편입니다.
남편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어도 마눌이 그 대화에
함께 하지 않는 이유는
말해야 상대방의 의중을 아는
남편과는 달리 눈치 빠른 마눌은
상대방의 의중을 읽기 때문이죠.
가야해서 몸은 이미 자신이
가야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상태인데,
남편은 눈치없이 자꾸 말을 거니,
말을 끊지 못해서 대충 건성으로
댓구해주는 걸 보고 있다가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그만해!”라고 해도 남편은
상대방이 대답을 하고 있는 한은
상대방이 자신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는
옆구리를 찌른 마눌 탓을 하죠.
상대방은 가만히 있는데
왜 난리나고!!ㅠㅠ
이구아나를 안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 동네 꼬마.
크라이스트처치의 에어비엔비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만난
꼬맹이 지나치던 우리에게
인사를 해왔습니다.
“헬로우~”
그 “헬로우~”을 시작으로 해서
“하우와유?” 싶더니만
이내 꼬맹이 손에 들려있는
이구아나로 화제가 넘어가서는
또 수다 삼매경.
남편이 정말 이구아나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일단 대화를 시작했으니
상대방이 “이제 그만~”할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거죠.
남편은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자신도 더 이상 할말이 없고,
상대방도 할말이 없어서
“아~”거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서로가 할말이 없음을 확인하고
“자, 그럼..”이라고 서로가 털고
자리를 뜰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타입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한 표정을 지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해서는
계속 상대방의 눈을 빤히 쳐다가
상대방의 입으로 대화를
끝내자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
남편이 오가는 사람들이랑
쉬지않고 대화를 하니
오죽했으면 “저 인간이
영어공부를 하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남편의 영어실력은
원어민까지는 아니지만,
외국인치고는 나름 수준급이고,
회사에서도 영어로 대화를
해야하는 외국인 동료들이 많고,
또 거래 회사의 직원들이랑은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업무라
영어공부가 필요한 상황은
절대 아닌대도 대화에
목을 매는 남편.
우리가 머물렀던 2곳의
에어비엔비 숙소의 주인과도
참 오래도록 대화를 했던 남편.
마눌에게도 자꾸 숙소 주인과
이야기를 하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마눌은 왜 숙소 주인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죠.
“우리는 손님이고, 숙소 주인은
손님을 받는 입장이야.
손님으로서 지내는데
불편한 점이나 이 동네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을 수도 있지만,
그 외는 별로 할말이 없지 않아?
손님은 손님으로서
지켜야 하는 선이 있고,
주인은 주인으로서 해줘야
하는 마지노선이 있는 거야.
손님이라고 해서 자꾸 말 하자고
들이미는 건 예의가 아니지.”
4번 귀를 가진 마눌은 상대방이
“방에 창문을 열어 놔서..”라고
말히면 더 이상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고 이해를 하지만,
남편은 “창문이 열려
있구나”로 이해를 하고,
대화를 이어 나가죠.
시간이 흘러서 상대방이 방에
가려는 제스처를 취하면
“아, 그럼 창문을 닫고 오실래요?”
뭐 이렇게 반응을 합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겠다던
남편은 옆 캠핑카의 아낙과
수다를 시작하고, 옆에서
듣고있던 마눌은 별로
신통한 이야기도 아니라
그냥 차로 들어왔는데도
아낙과 30분넘게 수다를
이어가던 남편.
아직도 수다중인가 싶어서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니
설거지 하겠다던 남편은
아낙과 사라졌고,
설거지 할 것만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태.
해아할 일이 있으면
후딱 해치워야 하는 마눌은
이해가 안되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둘이서 대화를 하다가 다른
캠핑카의 청년에게 가서
이야기를 이어갔다나 뭐라나..
들어보면 뭐 대단한
이야기한것도 아니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닌데,
사람까지 찾아다니며
수다를 떠는 건 조금 과하다
싶은건 한국인 아낙의 생각.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나쁘지는 않지만,
내 지인도 아니고,
또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니
난 안 듣는 걸로 결정.
재미있는 건 남편은
자신이 오래도록 이야기 한
상대임에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마눌에게 묻고
또 묻죠.
“방금 전 나랑 이야기한
남자 이름이 뭐였지?”
‘제임스”
"그 사람의
부인 이름은 뭐였지?”
“케이트,
아들은 윌리엄과 모리스
그 둘은 6살이랑, 3살이야.
또 궁금한 거 있어?”
마눌도 남편이 대화하는
사람들과 대화는 합니다.
하지만 짧은 대화에도
필요한 정보는 다 알아내니
굳이 대회를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없죠.
나중에 남편과 대화를 해보면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오래
대화를 했음에도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비사교적이라는
마눌에게 상대방의 이름이나 직업,
출신지를 묻고 또 묻어오는
참 이상한 남편.
남편이 수다로
얻어오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
모모랑이의 캠핑장에서는
옆 캠핑카의 키위(뉴질랜드 사람)
어르신이 당신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가지고
계시던 커다란 유기농 레몬을
2개나 주셨고,
그외 프렌치 패스의
etty제티(보트 승강장)에서
낚시하다 만났다는 한 관광객은
보트를 타고 바다낚시 투어를
가는 중이라고 했다는데
고기를 많이 잡으면 남편
몫으로도 갖다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었는데,
산책 갔다가 돌아 와 보니
우리 차 손잡이에 그 귀한
Blue Cod (블루 코드/푸른 대구)가
포 뜬 상태로 걸려있었죠.
수다로 사람을 사귀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주면
참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부담감이 됩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
내가 뭔가를 받으면 나는
또 무언가를 줘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남편의 수다가 길어져서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의 수다로 누군가는
지루한 시간을 해결하고,
또 뭔가를 남기고 가면
남편이 수다로 시간만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아서 나름 안심도 되고
또 흐뭇하기도 한 아들 같은
남편과 함께 하는
아낙의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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