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사시는
우리 병동.
젊게는 아직 60대인 남자분부터
올해 100살을 넘기신 할매도 계시죠.
그 중에서 60과 100사이에 낀 80대는
우리 병동의 제일 많은 연령대.
나는 근무중 가능한 많이 웃으려고 하고,
가능한 어르신들의 편의를
봐 드리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참지 못해서
한 마디씩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죠.
근무하는 햇수가 길어지면서
나도 은근히 다혈질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허허실실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지만 안될 때도 있죠.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반쯤 정신이 나간
치매 어르신들만 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20~30% 정도이고, 나머지 분들은
신체적으로 불편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이쯤에서 잠깐 오스트리아의
간병 등급을 알려드리자면..
오스트리아는 1급부터
7급까지의 간병 등급이 있고,
제일 높은 숫자인 7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죠.
위의 사진에서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의 간병비이고,
6등급 1430,20유로,
7등급 1879,50유로지만
실제로 7등급을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죠.
우리 병동에도 7등급을 받으셨던
치매 어르신이 계셨는데,
치매의 마지막 단계인
식물인간 상태셨고,
몸이 구부러진 상태로 뼈가
굳어 버리신 분이라 똑바로 눕지를
못하셔서 매번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눕혀드려야 했죠.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입주 자격 간병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으로 내가 사는 주에서는
요양 등급 3 이상이 되어야
요양원 입주가 가능합니다.
요양 등급 1,2의 경우는
집에서 가족들의 케어나
방문 요양을 이용할 수 있다.
위에서 보시는 대로 오스트리아는
간병 등급 3이 되어야
요양원 입주가 가능하고,
우리 병동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3,4등급인데, 우리 병동에는
이상하게도 간병 등급 1,2를
가지신 부부가 사십니다.
보통은 3등급 이상이 되어야
입주가 가능한 요양원이지만,
혼자 사시는 경우는 병원에서
수술 마치고 잠시 요양원에
단기로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위의 어르신 내외분은 잠시 왔다가
요양원에서 계속 사시는 경우죠.
등급이 안되는데
요양원에 계속해서 사시는 비결
(=비리?)이 뭔지는 궁금하지만,
알면 다칠까봐 캐지는 않겠습니다.
1,2등급을 받으신 내외분;
80대 초반으로 할배는 2등급,
할매는 1등급이신데,
요양원에 사시지만 직원의
도움은 거의 받으시지 않습니다.
2등급 할배 같은 경우는
아침에 압박스타킹을 신겨 드리고,
저녁에는 종아리에 크림을 발라 드리고,
1등급 할매는 아침, 저녁으로 허리에
통증 연고를 발라드리는 것이 전부죠.
그외 어르신 내외분은
아침, 저녁으로 근처 공원이나
호수변 산책을 다니시고,
할매는 매주 목요일에는
요양원을 방문하는 자원봉사자
차를 타고 근처 쇼핑몰에
장을 보러 다니시고,
매주 금요일에는 시내의
농부 시장에 걸어가서 유기농
주스나 과일들을 잔뜩 사 오십니다.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에
사시는 분들처럼 요양원의 방에서
잠을 자고 음식까지 배달이 되니
만족스러운 삶일 거 같지만
할매는 늘 불만이 많으시죠.
https://jinny1970.tistory.com/3825
우리 요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아주 가끔만 맛있는 것이 특징인데,
할매는 모두가 알고있는
우리 요양원 음식에 대한
불평은 매일 빼놓지 않고 하시고,
그외 같은 병동에 사시는
다른 분들이나 내 동료들의
흉을 많이 보시죠.
매일 부정적인 말씀만 하시니
할매가 말씀을 시작하시면
나는 얼른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그 자리를 떠납니다.
최근에 할매가 많이 하시는
말씀은 “비싼 요양원 가격”
“내가 요양원에 내는 비용이
한달에 3천유로를 넘게 내는데,
왜 서비스가 이따위인지..”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이
비싼 가격을 내는 고객인 것은 맞지만,
사실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당신들의 돈이 아닌
나랏돈으로 사시는 분들.
당신들 소유의 집이 없는
영세민이 대부분이라 나라의
지원으로 사시면서 매일
“비싼 가격”을 운운하시길래
날 잡아서 한 말씀 드렸습니다.
“요양원 비용이 한달에
3천유로가 넘는 건 맞지만,
사실 그 금액을 전부
내시는 건 아니잖아요.
당신 앞으로 나오는 은퇴
연금만 내시는거 아니예요?
당신 소유의 집이 있으셨다면
요양원에 못 오셨을 텐데,
집이 없으셔서 오셨잖아요.”
집에 없다는 말에 발끈하시더니만
한마디 하십니다.
“우리도 집이 있었어.
그런데 10년전에 딸하고
아들한테 나눠준거지.”
집에 없어야 요양원에
들어올 자격이 되니 미리미리
자식들에게 재산을
넘기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도 그렇게 하셨네요.
전에 방문요양 실습을 할 때
그런 경우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기운도 없으신 꼬부랑 할배가
덩치 큰 할매를 직접 집에서
간병 하시는데, 할배는
당신 소유의 집이 있어서
할매가 요양원에 가시면
3천유로가 넘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셔야 하는데,
쓰러져가는 농가에 살고 있는
당신이 무슨 돈이 있어서
마눌을 요양원에 보내냐며
한탄을 하셨었고..
제 시할머니 같은 경우도
당신 소유의 집이 있으셨던 경우라
돌아가시기 전에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간병등급으로
나오는 비용에 할매가 모아 놓으셨던
돈으로 요양원 비용을 충당하셨다고
시어머니께 들었었죠.
비싼 요양원에 거의 공짜로
사시면서도 비싼 비용을
당신이 직접 내시는듯이
음식 타박을 또 심하게 하시길래
또 한마디 드렸습니다.
“그럼 음식을 직접
해 드시는 건 어때요?
우리 병동 내에서 음식을
하시면 될 거 같은데..”
내 말에 혼잣말처럼 대답을 하시는 할머니.
“내가 직접 해 먹으려면
그냥 집에서 살지.”
그러면서 또 한마디 하십니다.
“슈퍼마켓에서 만들어 파는
즉석 음식이 우리 요양원에서
주는 음식보다 훨씬 더 맛있다니깐”
이 말에 질 수 없는 내가 또 한마디.
“그럼 요양원 옆 건물인
“베트로이바레 보눙”에 사시면서
음식은 만들어 파는 즉석 음식을 사서
드시면 되겠네요.”
베트로이바레 보눙은 뭐지?
싶으신 분은 아래글을 클릭하세요.
https://jinny1970.tistory.com/2792
내 말에 입을 다무신 할매께
결정적인 한마디를 드렸습니다.
“사실 요양원 비용 3천유로
직접 내시는 거 아니잖아요.
당신이 내시는 건 당신 앞으로
나오는 은퇴 연금뿐이고,
나머지 비용은 우리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거예요.
할매는 (얼마 안되는) 은퇴 연금에서
또 20%는 용돈으로 받으시니
사실 직접 내시는 금액은
아마 천 유로도 안될껄요?”
나의 현실적인 말에
조금 당황하신 듯
아무 말씀도 안하시더니
이내 방으로 들어가시는 할매.
요양원 비용이 3천유로가
넘는 비싼 금액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은 거의 공짜로 요양원에
사시면서 당신이 편하게
살고있는 요양원 비용을
충당하는데 들어가는 돈 중에
당신이 욕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낸 세금도 있다는 건 생각을
못하셨던 것 인지…
조금만 적당히 하시지.
매일 청소 해 주는 방에 사시고,
빨래 벗어 놓으면 세탁 후
다림질까지 된 상태로
방까지 배달되는 서비스에,
코 앞까지 갖다 바치는 음식을
드시면서 뭔 불만이 그리 많으신지..
저는 앞으로 “비싼 요양원 비용”을
운운하시는 분들에게는 팩트를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당신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사시는 요양원 비용 중에는
당신들에게 욕 먹으면서
일해서 돈을 버는 요양원 직원이
낸 세금도 있다는 사실을!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만날 때까지 (36) | 2023.11.07 |
---|---|
요양원에서 만나는 당신의 복불복 (48) | 2023.10.20 |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장갑에 진심인 나 (45) | 2023.10.12 |
내 동료의 갑질 (44) | 2023.10.02 |
요양원내 성폭행, 직원들은 알고 있을까? (39) | 2023.09.28 |
요양원에는 도둑이 산다 (27) | 2023.09.05 |
내가 근무중 받은 칭찬 (26) | 2023.08.23 |
나의 첫 요양원 철야 근무 (16) | 2023.08.12 |
내가 거절하지 못하는 부탁들, 땜빵 근무 (17) | 2023.08.04 |
내가 처음 겪은 내 고객의 낙상. (16) | 2023.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