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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근무중 받은 칭찬

by 프라우지니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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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나는 참 많은 눈들과 마주칩니다.

 

나를 쳐다보는 눈들중 대부분은

나를 감시 혹은 관찰하죠.

 

그 눈이 동료일 때도 있고,

병동에 사시는 어르신일때도 있고,

병동에 머무는 자신들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방문한

가족들일때도 있죠.

 

동료들이 함께 근무하는

동료를 감시하는 이유는..

 

저 인간은 나보다 일을 덜 하나 더 하나?”

자신들보다 일을 더 한다면

상관이 없지만, 일을 덜 하려고

눈치만 살살 본다면 바로

동료들의 뒷담화에 오르게 되죠.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 복도

 

똑같은 월급을 받는데,

누구는 일을 살살 피해 다니고,

누구는 동료들이 뺀질거리는 동안

열심히 일을 찾아다니며 한다면

당연히 월급을 더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병동의 책임자인

C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같이 입사를 해서 같은

등급의 월급을 받는데,

누구는 뺀질거리고 누구는

일을 두배로 한다면 일을

더하는 사람에게 월급을

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월급을 받는 등급을 올릴 수는

없다고 쳐도 보너스나

다른 이름으로 더 줘야 맞잖아.”

 

보통의 회사라면 매년

연봉협상이 들어가고,

같이 입사를 했다 해도

능력이 있다면 그만큼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맞지만, 아쉽게도

우리 회사는 연방정부”.

 

보통 연방정부에서 근무한다면

공무원이겠지만, 우리는 공무원도

아니면서 연봉협상같은 건 없고

근무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월급만 받을수있다나 뭐라나..

 

말도 안되는 이유이기는 한데,

이런 시스템이라면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동료보다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나는 원래 목청이 좋은 편인데,

요양원에서 일하며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죠.

 

대부분은 귀가 안좋으신 분들이라

목청껏 또박또박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더 커지고 있나봅니다.

 

휴식시간에 만난 60대의

남자 동료가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합니다.

 

나는 그냥 말을 했는데, 내 딸이

나보고 왜 소리를 지르냐고 하더라!”

 

^^;

내 남편도 맨날 나보고 왜

소리를 지르냐고 하는디..ㅠㅠ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직업병 같은

큰 목소리인 모양입니다.

 

목소리가 큰 나는 어디에 있어도,

뭘 해도 주변사람들이 다 알죠.

 

복도를 지나다가 간만에 뵌 할매께

아는 척을 하면서 안부를 물으면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

우리 병동의 책임자, C

복도를 내다보지 않아도 내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 목소리로 알 수 있습니다.

 

 

 

병동에 근무를 들어오는

동료들은 저마다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어르신이 스스로 하실 시간이나

기회를 주지않고, 자신이 후딱

해치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와상 환자가 계신 방에 간병을

들어갈 때면 그릇에 따뜻한 물을

담아 가서는 물수건으로 얼굴,

몸을 닦아드린 후에 옷 갈아

입혀드리고는 휠체어에 모시고는

얼른 어르신이 낮 동안 앉아 계시는

테이블까지 후딱 이동 완료.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어르신들은 직원이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은

손하나 까닭 안하시려고

하시지만, 나는 조금 다르죠.

 

얼굴을 닦으시라 물수건은

손에 쥐어 드리고, 대충이나마

얼굴을 닦으시면 당신의

목이나 가슴 등을 닦으시라

다시 또 물수건을 쥐어 드리죠.

 

물론 어르신이 닦으신 당신의

얼굴이나 상체는 내가 다시

닦아드려야 하지만,

중요한 건 어르신이 직접

당신의 얼굴이나 몸을 하루에

한번 정도는 만지고 확인하시라

드리는 시간입니다.

 

 

우리 병동에 사시는 K부인은

전에 포스팅 했었던 80대 중반의 할매.

 

https://jinny1970.tistory.com/367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요양보호사”도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요양보호사도 간병이 필요한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인이거든요. 서비스 직종에서는

jinny1970.tistory.com

 

 

 

우울과 게으름이 어우러져서

이제는 스스로 하실 수 있는 것이

몇 개 안되는 분.

 

방에서만 식사를 하시는 분을

복도에 있는 식탁으로 모셔와서

다른 분들이랑 함께 식사를 하시라

모셔오는 과정에서도 나는

K부인에게 힘든 시간을 드립니다.

 

휠체어의 바퀴를 양팔로 미시고,

다리로 조금씩 걸으시면

휠체어를 움직이 실수 있어요.”

 

다른 직원들은 방에서 식탁까지

휠체어에 앉아 계신 K부인을

후딱 밀어다 드리는데,

내가 가면 K부인을 식탁까지

모셔오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죠.

 

휠체어를 직접 운전하시라하면

다른 직원들처럼 식탁까지 밀어달라

하시며 시간을 끄시기도 하고,

못한다하시며 배째라 정신으로

나오시기도 하죠.

 

그렇다고 물러날 나 또한

아니라 복도에서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기까지만 오세요하고

내가 지정해준 구간까지 K부인이

직접 휠체어를 밀고 오시니

잘 하셨다는 칭찬으로

우리의 실랑이는 마무리!

 

 

 

그렇게 몇 번 조금은

소란스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한 어르신의 방에 들어가니

가족의 방문을 받고 계시던

할매가 날 보고는 따님에게

한마디 하십니다.

 

저 직원이 일을 얼마나 잘한다고!

게을러서 휠체어도 직원에게

밀어 달라는 할방구가

직접 휠체어를 끌게 하는데,

정말 잘하는 거야!”

 

K부인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을 시키는 직원이지만,

다른 어르신이 보기에는

적당한 운동을 시켜드리는

일 잘하는 직원으로 비춰졌나 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일부러 나에게 잘했다 칭찬을

해주시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어르신들을 해치는 일은

아닌 거 같아서 위로가 되고

또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쭉 이렇게

근무를 하겠습니다.

 

조금 힘들고 더디더라도 어르신들이

직접 조금씩 움직이시고,

이뤄 나가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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