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튜브에 로그인을 하니..
이상한 알고리즘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실버타운”관련된 영상들이 주르르 ~
궁금증에 한번 클릭 해 봤는데,
그 이후로 아주 다양한 종류의
“실버타운” 관련 영상들”이
나를 향해 달려옵니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어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다른가?”하는 생각에
한번 클릭 해 봤었죠.
흑수저로 태어나서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세계로 보여지는
한국의 럭셔리한 실버타운들.
금수저들은 태어날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렇게 그들의
세계에서만 머물다가 가는 것인지..
도대체 한달에 얼마를 내고
들어오라는 이야기인것인지..
“럭셔리 실버타운”에서
즐기고 싶은 노후가 손하나
까닥 안하는 삶인가요?
청소 해 주고, 밥 해 주고,
빨래까지 해 주니, 나는
취미생활이나 즐기는 삶?
이것이 진정 사람들이
“꿈꾸는 노후”인 것인지..
요양보호사인 내가 봐온
“살고 싶은 노후”는
이런 것이 아니던데!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곳은 바로 “우리 집”
당신이 살던 집에 가서 당신이
살던 삶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페이스북 포스팅 중에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느 요양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죽음을 앞둔
어르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는 거였죠.
한 어르신의 마지막 소원은
“맛있는 한끼”
“내 집에서 내 마누라가
해주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포스팅에 나왔던 어르신은
이 행사가 있고 며칠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함께였죠.
위 어르신의 경우는 “내 마누라가
직접 만들어 주는 “프럼경단”
우리나라사람에게는
조금 신기하게 보이는 음식으로
치즈나 삶은 감자를 넣은
밀가루 반죽에 생과일에
감싸서 삶는 요리입니다.
남편도 살구로 이 요리를 만든 적이 있죠.
http://jinny1970.tistory.com/1105
요양원에 사시던 분들도
생의 마지막은 내 집에서
보내고 싶은 것이 그분들의
절절한 마음이건만!
한국에서는 있는 내 집도 팔고
럭셔리 실버타운으로 가자???
혼자서는 힘이 들어서
럭셔리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을
가는 것이라면 이해를 하지만,
아직 신체 건강해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데
실버타운이라니..
집안 일 하기 싫으면 그냥
입주도우미를 들이는 것이
실버타운 입주보다는 훨씬 싼디..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오시죠.
도움을 받는 정도는 아주 다양합니다.
약간의 도움만 필요하신 분들부터,
직원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시는 분들까지!
내가 어르신들께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바로..
“당신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말씀을 하시는 시어머니께도
핀잔 같은 말을 종종합니다.
“당신 손으로 요리를 해 먹고
청소를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시죠?”
“너는 아직 젊고 또 아픈 데가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하실 수도 있지만,
요양원에서 일을 하고,
또 요양원에서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그동안 느끼고 경험한
것들에서 나오는 말이죠.
“내가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는
요양원은 죽은 사회입니다.”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죠.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반은
드리워진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은 하루 종일
먼산만 바라볼 뿐입니다.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사람은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데,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죠.
유튜브에 나온
“최고급 럭셔리 실버타운 탑5”
월세를 3백만원 이상 혹은
5백만원은 내야 입주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보증금도 위치에
따라서 몇 억씩 내야 한다는
럭셔리 실버타운.
영상을 보면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오스트리아의 요양원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
해주는 서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청소 해 주고,
밥 해 주고,
빨래 해 주고!
물리치료사가 상주하고 있고,
의사가 필요하면 가정의가
방까지 찾아오는 서비스에,
건물 내에 교회도 있고,
미용실, 카페까지 갖추고 있죠.
쇼핑이 필요한 사람들은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까운 쇼핑몰에 갈 수도 있고,
혹시 낙상이라도 나면 바로
응급차 타고 병원 응급실로
직행하는 서비스까지!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
내야하는 비용도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이라고 불리는 곳에
내야하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죠.
오스트리아는 부부가 한방을
써도 할인 같은 건 없으니..
부부가 더블 룸을 사용 한다면..
1인당 대충 하루에 100유로,
한달에 3,000유로.,
둘이니 6,000유로.
한화로 환전 해 보니
한달에 7백만원이 넘는 군요.
가격 면으로 보자면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보다
더 비싼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이네요.
한국의 럭셔리 타운은
일반 아파트처럼 부부가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지만,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그저 욕실이 달린 방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요양원에
오신 분들이니 혼자만의 공간이
그리 많이 필요 하시진 않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저에게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한달에 500만원이면..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의 다양한 도시에서
“한달 살기”를 해도
충분한 금액인데..
아직 활동이 자유로운
건강한 사람이라면
럭셔리 실버타운 가는 대신에
느린 여행을 하면서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풍성한 노후일 거
같다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위의 유튜브 영상의 제목에서
내 눈을 잡아 끄는
“효자, 효녀 필수 시청!”
정말 효자, 효녀들은 자신의
부모를 실버타운으로 가라
하지 않을 거 같은데..
근처에 사시면서 손주들 재롱도
자주 보시라고 할거 같은데..
왜 내 부모를 비싼 월세를 내야하는
실버타운으로 가시라는 것인지..
인생의 끝을 자신의 집에서
마감할 것인지 럭셔리 실버타운에서
마감할 것인가에 대한 비교의 끝판왕.
자기 집을 투자 개념으로
계속 잡고 있어봐야 별거 없으니
그냥 집을 팔아 버리고
월세 3~5백만원 내면서
해 주는 밥 먹고, 청소 해 주는 집에서
손끝에 물 묻히지 않고 살면서
취미생활이나 하라고 살라는
이야기인가요?
집 판 돈은 투자처에 넣어놓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실버타운
월세를 내라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집을 팔아서 곳간에 넣어둔
곶감을 빼먹듯이 매달 비싼 월세를
내라는 이야기인지..
한국의 실버타운이
“일반 요양원의 럭셔리
버전”인 것은 알겠는데,
보통의 요양원은 혼자서
거동이 힘드신 분이 도움을 찾아서
입주를 하시는 곳입니다.
사족이 멀쩡하신 분들이
오시는 곳은 아니죠.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
럭셔리”라는 이름을 붙은
“비싼 노인 전용 하숙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집에서 내 손으로 청소를 하고,
밥을 해서 먹고, 동네를 산책하고,
장을 보러 가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며,
자고 일어나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또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건 모르는 것인지..
한국의 주부들은 한평생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늘그막에는
내 손에 물을 안 묻히고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어야
평생의 한이 풀린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평생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은
하루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증이 옵니다.
내 집에 살았다면 건강했을 내가,
조금 더 편하게 살겠다고
집을 팔아 버리고 비싼 월세를
내면서 사는데,
할 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없어서 우울증이 오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실버타운에 입주를 해서
나와 취미도 맞고 나이도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 사람을 사귀는 것이 쉽지 않으니
나와 마음을 맞는 사람을
만날 확률보다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더 높죠.
한국에 사는 중년들은 도대체
뭐 때문에 “럭셔리 실버타운”을
꿈꾸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당연히 내 힘으로 살아가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와도 내가 사는 집에
도우미를 부르는 것이
가장 편안한 삶이고
생활인 것을 모르는 것인지..
50대 중반인 내 동료들이 꿈꾸는
은퇴생활은 아주 소박합니다.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혹은 월세) 집에서 살면서
마당도 가꾸고, 장도 보러 가고,
밥도 직접 해 먹고, 산책도 다니고
경제적 여유까지는 필요 없고
자신이 일상을 살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연금을 원하죠”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어떤 컨셉인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백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은 평균 수명이 80세이니..
60살에 은퇴를 해도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한달에
월세 5백만원씩 내고 사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까지
가능한것인지..
오스트리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요양원으로!
혼자서 살기는 하는데,
계단 등의 이유로 내 집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은 요양원
옆 건물로 들어오죠.
옆 건물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92
위 포스팅에는 옆 건물의
월세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옆 건물에서 거의 20년 넘게
사시다가 요양원에 오신
할매의 말씀으로는
월세는 “360유로”였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나 원한다고
옆 건물로 이주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이곳도 요양원에 들어 오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또 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서민층에게 기회가 많이 가는
시스템일껄요?
물론 오스트리아에서는
요양원도 요양원 옆의 옆 건물도
돈이 많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럭셔리”라는 단어도 들어가지 않죠.
가격으로 보자면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에
버금가는데도 말이죠.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비싼 금액과 다양한 서비스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비싼 금액은 아무나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만 갈수 없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다양한 서비스로 살기 편한 곳임을
내세우며 “럭셔리 실버타운”이
마치 노년의 파라다이스처럼
생각되는 광고는 광고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삶의
마지막을 자신이 살던 집에서
끝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돈 벌러
나가야 하니 아픈 부모를 혼자 집에
둘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요양원으로
부모들을 밀어내는 거죠.
돈 많이 드는 비싼 양로원은
내 부모를 잘 섬겨줄 거 같지만,
사랑하는 내 부모를 챙기는
자식의 손길은 절대 아닙니다.
내가 모시기 힘들어서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면 어쩔수 없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그냥 집에 모시고 입주 간병인이나
방문 요양을 오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치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4단계로 구분하는 치매에서
1,2단계까지는 몸이 건강하니
벽에 떵을 바르고, 밖으로 나가는
등의 돌발 행동을 하지만,
3단계로 접어들면
거의 와상 환자가 됩니다.
관리가 힘들었던 1,2단계때는
어쩔수 없이 요양원 신세를
졌다고 해도, 침대에 누워서
타인의 도움없이 살수 없는
3단계가 되면 모시기가 오히려
편하니 집에서 모시는 것이 좋죠.
가족들이 오가면서 말도 걸어주고,
손도 만져드릴 수 있고,
하루 세번 음식을 먹여드리고,
기저귀를 갈아드리면서
매일 얼굴을 보여드리는 것이
침대에 누워계신 치매어르신께
가장 훌륭한 효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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