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
똑 같은 근무를 하는데,
어떤 날을 참 편한 근무인데,
어떤 날은 평소에는 안 아픈
허리가 아픈 날도 있죠.
편한 근무로 함은..
내가 일을 많이 안한 날입니다.
그렇다고 땡땡이를
친 것은 아닌데,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내가 해야하는 일은 거의
안 남은 상태라 본의 아니게
편안하게 하루 근무를 한 거죠.
반면에 허리가 아픈 날의 근무는..
빡 세게 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필 그날 나와 근무한
3명의 동료가 어쩜 그렇게도
한결 같은 인간형인지..
힘들 일은 안하려고
엄청 머리를 쓰기도 하지만,
고객이 해달라는 일도
무시하고 해주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회사 노조원이며
나와 동갑인 남자 동료 T는
아주 쉬운 도움만 필요한
방만 누비고 다닙니다.
원래 간병에 들어가면
방을 차례대로 들어가야 하는데,
간병이 쉬운 방만 골라서
들어가니 그가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힘든) 간병을 해야하는
방은 내가 들어가야하는 거죠.
T가 살짝 피해간 방은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었던
R부인.
https://jinny1970.tistory.com/3328
지금은 전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셔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밥을 드시는 정도.
음식도 다 썰어드려야 포크나
수저로 떠서 드실 수 있죠.
아침에 들어가서 씻겨드리며
R 부인이 가지고 계신
로션 중에 코코넛 향이 나는
로션을 온몸에 발라드렸습니다.
아침부터 코코넛 향을 맡으니
기분이 좋아진다는 R부인.
아침에 휠체어에 앉으신
R부인은 낮 동안은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계시다가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침대로 가시죠.
아침에도 내가 간병을
해드렸는데, 저녁에
침대로 가실 때도 내가 자진해서
R부인 방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동료들은 힘들다고
피하는 방인데,
내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니
동료들은 “앗싸 신난다~”했을 겁니다.
R부인을 Kran크란
(전동식 이동리프트)으로
침대로 이동시키면서
약간의 당부를 드렸습니다.
“R부인, 크란이 얼굴 쪽으로
가까이 오면 두 손으로
코 쪽을 살짝 감싸주세요.
크란을 조심스럽게 다루지않고
팍팍 이동하다 보면 크란의
쇠 부분이 코를 때려서
코피가 날수도 있고,
코뼈를 다칠수도 있거든요.”
딱 이 정도의 당부만 드렸습니다.
모든 동료들이 다 조심하고,
섬세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번쯤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어르신의 코뼈 골절.
전에 동료 한명이
크란으로 어르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기계에 걸어야 하는
끈을 제대로 걸지 않아서
침대로 이동중에 끈이 풀어져
어르신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일이 있었습니다.
코뼈가 부러지거나,
코피가 나는 것도,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아픈 것도 다 어르신들이죠.
그래서 R부인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이 보호해야 한다고
살짝 말씀드렸습니다.
“R부인, 크란 이동 전에는
끈이 기계에 잘 감겼나
확인하시고, 크란이 얼굴 쪽으로
가까이 오면 코 앞에
손을 대주세요.
혹시나 사고가 나면
직원은 단지 “미안하다”하고
끝이지만 아픈 건
당신 몫이거든요.”
다른 직원은 해주지
않는 말이라고 하지만,
R부인을 생각해서 내 나름대로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R부인은 저녁에 침대에
누우시기 전에 머리에
헤어롤(일명 구르프)을
감아 드려야 하는데,
동료 직원은
“내가 그걸 왜 해?”하니
내가 들어갔었습니다.
R부인이 해달라고 하시는데,
여러가지 변명을 대면서
안해주고 나올 것이 뻔하니
내가 하고 말지..
R부인을 방에 모시고 가면,
먼저 욕실로 가서 이를
닦으실 수 있게 칫솔을
준비해 드리고,
잠옷을 갈아 입혀드린 후에는
머리의 앞과 옆을
구르프를 말아드리고,
크란으로 R부인을 침대로
옮긴 후에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방을 나오는데 등뒤로 들리는
R부인의 목소리.
(보통 20~30분이 걸리는 작업)
“내일도 근무해요?”
아침 저녁으로 이틀 연속
R부인의 방을 찾아오니
내일도 내가 오리라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니요.
내일 근무는 없고,
다음 주말에 근무가 있어요.”
내 말에 (내가 안 온다니)
슬퍼지신다는 R부인.
나보다 더 친절한 직원은
없다는 R부인은 더 이상
내가 안 오니 당신의 기분을
표현하신건데, 듣는 나는
부담스러운 칭찬이었습니다.
“R부인도 아시다시피
직원들은 제각각이잖아요.
당신의 운이 좋으면
내일 당신 방에 나보다
더 친절한 직원이 올 것이고,
당신의 운이 없으면 내일은
조금 덜 친절한 직원이
올 수도 있어요. 그냥
복불복이라고 생각하세요.”
직원에게 몸을 맡기는
측에서 보자면 정성을 담아서
내 몸을 간병해주는 직원과
대충 나를 물건 대하듯이
일하는 직원의 손길을
모를리없죠.
R부인께 복불복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은 죄송하지만,
정말 친절한 직원이
오는 날이 있으면,
날 물건 취급 하는 직원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
요양원의 현실.
모든 직원들이 마음을 담아서
일을 하는 요양원이면
참 좋겠지만,
아니 마음을 담아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돈 받은 만큼만
(그러기에는 너무
박봉이기는 하지만. ㅠㅠ)
성실하게 일한다면..
팁을 받지는 못하지만
서비스 정신을 담아서
일을 하는 직원이 늘어난다면
요양원이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텐데.. 싶죠.
요양원의 실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는
솔직히 그런 생각도 합니다.
(팁이 불법이 아니라면)
요양원 어르신이 당신에게
서비스를 해준 직원에게
소소한 잔돈이라도 팁을
쥐어주신다면 팁을 받기 위해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식당에서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갖다주기만 하는
직원에게도 팁을 주는디..)
아침에 간병 들어오는 직원에게
소소하게 2유로 (3천원 정도)를
팁으로 건넨다면 어르신에게
필요한 돈은 한달에
60유로 정도.
이 정도의 금액으로도
직원의 퉁명스러운 말이나
태도가 아닌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을 텐데..
솔직히 한달에 10만원
정도의 돈만 지불하면
자신의 부모가 학대나
무시 대신에 방긋 웃는 얼굴로
직원이 서비스를 해준다면
그걸 안하겠다는
자식은 없을 텐데.. 하는 것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한사람의 직원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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