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대부분
1인실이라 그 방을 자기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자기 방이니 외출을 할 때는
문을 잠그고 열쇠는 목에 걸고 다니죠.
물론 직원들이 가지고 다니는
열쇠로 모든 방을 다 열수는 있지만,
문을 잠그고 나가셨던 어르신이
오셔서 문을 직접 여실 때까지
직원들은 기다려드립니다.
어르신들의 방은 집에서 사용하시던
가구들을 가지고 와서
세팅하는 경우도 있고,
거실을 통째로 가지고 와서
집에서 살던 그대로 인테리어를
해놓고 사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2인실을 사용하시는 경우도
자기만의 옷장이 있고,
방의 절반은 자기 공간이니
자신이 집에서 사용하던 소파나
개인적인 물건들을 놓아두시죠.
2인실을 사용하시는 병실에서는
가끔 “도둑질”이야기가 나옵니다.
치매 할머니가 당신과 같은 방을
쓰시는 할매가 자신이 감춰놓은
돈을 “훔쳐갔다”고 직원들에게
하소연을 하시는데,
사실이 아닐 때가 많죠.
애초에 돈이 없었는데, 있었다고,
훔쳐가서 없는 거라도 우기시면
아닌걸 알면서도 “그러시냐”고
위로를 해드리곤 합니다.
절도 사건이 치매 어르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경우면 좋겠지만,
실제로 절도 사건은 자주 일어납니다.
대체로 치매증상이 심해져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의 방에
찾아가서 그 방에 있는걸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직원 외 출입금지” 공간의
물건들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주방의 문에는 “ 문을 잠그세요.
직원외 출입금지”라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근무 중에 매번 열쇠로
문을 여는 것이 귀찮은 일이라,
내가 근무하면서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시간에는
문을 열어 두죠.
사실 주방 안에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어서
굳이 문을 잠둬 둘 필요도
사실은 없다고 생각했었죠.
단, 퇴근할 때는 문을 잠그죠.
새벽에 치매어르신이 이곳에
숨어있는데, 찾지를 못해서 병동이
훌러덩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작은 냉장고가 있고,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있고,
그외 물에 타 마시는 주스 원액과
설탕, 과자와 식사 용구들이 있죠.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여기서
식사 용구를 꺼내서 각 방에 계신
분들이 점심식사를 하실 수 있게
냅킨과 더불어 나이프, 수저, 포크를
세팅해드리죠.
문을 열어 둬도 특별히
가져갈 것이 없는 주방이라
항상 열어 뒀던 문이었는데..
제가 주방의 문을 잠궈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주방에서 일어난 절도사건
때문에 말이죠.
주방 안에 있는 냉장고에는
맥주와 (생일을 맞으신 분들에게 제공되는)
샴페인 외 주스, 요거트, 과일 잼이나
빵에 발라먹는 다양한 스프레드등이 있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은 어르신들이
요구하시면 드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맥주나 주스 등은 생일을 맞으신
분에게 케익이 제공되면서 작은
파티를 하실 수 있게 제공되는 음료들이죠.
자신의 생일이라 케잌이 나와도
함께 축하해줄 사람도 없고,
또 함께 나온 음료를
다 소모하는 경우도 없어서,
남은 음료들은 다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음료들은 원하시는
분들에게 드리죠.
주방 바로 앞의 테이블에 앉으시는
F할배는 무알콜 맥주를 즐겨
드시는 분이시라 평소에는 요양원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하루 3병을 드시고
10유로 남짓을 내신다고 하셨었죠.
F할배를 방문하는 여동생이
사오는 맥주도 다 떨어진 걸
알고있는데, 할배가 테이블에 앉아서
무알콜 맥주를 드시고 계십니다.
그날 냉장고에 맥주가 몇 병인지
확인을 했던 터라 할배가 마시는
맥주가 주방에 있던 것임을
알아차린 나.
할배께 주방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셨냐고 여쭤보니
할배는 당신의 방에서 가지고
나온거라 우기십니다.
내가 맥주를 확인한 후라
F할배는 완전범죄는
성공하시지 못하셨죠.
냉장고에 갖다 놓은 맥주들은
F할배가 찾으시면 드리려고
넣어 놨던 무알콜 맥주이지만,
나에게 달라고 해서 드시는 거랑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살짝 갖다
마시는 거랑은 차이가 있죠.
내가 맥주를 꺼내는 상황을
못 봤으니 “아니다”라고 하면
믿을거라 생각을 하신 것인지..
솔직하게 “내가 갖다 마셨다”라고
자백을 하셨으면 굳이 문을
잠글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시는 F할배가
살짝 얄미워서 주방 문을
잠궈 버렸습니다.
그리곤 할배께 한마디 드렸죠.
“다음부터는 맥주가 드시고
싶으면 저에게 달라고 하세요.”
이렇게 F할배의
절도사건을 마무리 했는데..
나중에 동료들에게 들었습니다.
F할배는 병동 내에서
엄청 유명하시다고!
골초이신 F할배는 담배를
직접 사시지 않고, 다른 어르신의
방에서 갖다가 피우신다나요?
치매가 깊어지고 정신이 없어지면,
평소의 습관들이 없어져서
담배를 달고 사시던 분들도
담배를 피우시지 않죠.
담배가 넘치게 있는 방들을
찾아다니면서 남의 담배를
훔쳐 피우시다 보니 이제는
남의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F할배께 냉장고의
맥주는 정말 소소한 아이템이었던 거죠.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남의
방에 들어가서 담배도 챙기고,
그외 다른 것들도 훔쳐
나오신다고 하는데..
피해자도 (치매 때문에)
뭘 분실했는지 알지 못하고,
직원들이 단속을 한다고 해도
(치매라) “나 몰라라~” 자세로
일관하시는 F할배시라
어떤 진전은 없죠.
원래 도벽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돈은 없는데
갖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냥 챙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048
병원에서 실습을 할 때도
남의 물건을 가지고 가시는
할매들을 자주 목격했었죠.
한 방에 있는 다른 환자의 물건인데
가방에 차곡차곡 다 챙겨 넣던
할매도 만난 적이 있었고,
병원 물건을 슬쩍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퇴원 준비를 도와드리는데
병원의 물건인 배개보를
가방에 넣어 놓으신 할매께
한마디 드린 적도 있었죠.
“어르신, 병원 물건은 안에
택이 있어서 병원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입구에서 삐 하고 소리가 나니까,
병원 물건은 가지고 가시면 안되요.”
집에 가지고 가서 사용하려고
챙겼다가 입구에서 삐~하면
가방을 깔 수도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당신도 부끄럽고,
어머니 모시러 왔던 당신의 자식들도
부끄러운 일이 안 생기게
미리 방지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병원에서도 이렇게 자주
절도미수 사건들이 많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있는
요양원이니 당연히 없을 수 없는 일!
우리 요양원에는 다양한
도둑들이 살고있습니다.
어르신 방에서 직원이 뭔가를
훔치면 잘려서 나가지만,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각방을 다니면서 뭔가를 훔쳤다고
해도 쫓겨나는 일은 없습니다.
평소에 다른 방에 어떤 것들이
있나 확인해 놨다가 직원들이
바쁜 틈을 이용해서 살짝 가져가
버리면 아무도 모르는
완전범죄가 되니 말이죠.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절도가 일어납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이라
피해자의 증언을 믿기도 힘들고,
가해자 또한
“나는 모르는 일이로소이다~”로
일관하면 더 이상의 추궁도
불가능하니 요양원 절도사건은
매번 흐지부지 마무리가 됩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뜬금없는 크로아티아 변두리 여행 영상입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양원에서 만나는 당신의 복불복 (48) | 2023.10.20 |
---|---|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장갑에 진심인 나 (45) | 2023.10.12 |
내 동료의 갑질 (44) | 2023.10.02 |
요양원내 성폭행, 직원들은 알고 있을까? (39) | 2023.09.28 |
얄미운 요양원 어르신께 내가 말씀 드린 현실 (31) | 2023.09.16 |
내가 근무중 받은 칭찬 (26) | 2023.08.23 |
나의 첫 요양원 철야 근무 (16) | 2023.08.12 |
내가 거절하지 못하는 부탁들, 땜빵 근무 (17) | 2023.08.04 |
내가 처음 겪은 내 고객의 낙상. (16) | 2023.07.25 |
뜻밖의 곳에서 만난 직업학교 은사님 (14) | 2023.07.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