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사용하는 장갑은 두 종류.
일반적으로 일을 할 때
사용하는것과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것이 있죠.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장갑은
두툼한1회용 비닐 장갑 재질로
거의 어깨까지 오는 길이의
주황색 장갑을 사용하지만
나는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물건도 아닌데,
사람의 몸을 씻기면서 보기에도
투박한 장갑을 끼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시도를 해보지도 않았죠.
저는 목욕탕에서도 평소
근무할 때 사용하는 장갑을 낍니다.
상체는 욕조에 앉은 상태에서
씻겨드리고, 하체는
(위,아래 조종이 가능한)욕조를
아래로 내리고,
(위아래 조종이 가능한)의자는
위로 올리면 손목 길이의
장갑으로도 해결이 되더라구요.
보통 여자손 크기인 나는
주머니에 두 사이즈의
장갑을 가지고 다닙니다.
손이 마른 상태면 S를 착용하는데,
한번 장갑을 벗은 다음에
손이 약간 젖은 상태인데
다시 껴야 할 때는 M이 필요하죠.
그래서 내 오른쪽 주머니에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S 사이즈를,
왼쪽 주머니에는 S를 끼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때 사용하는 M이 있죠.
나와 손 크기가 비슷한
이란 출신 아줌마 실습생이
사용하는 장갑은 XL.
XL은 정말로 덩치가 큰
남자직원들이나 쓰는 크기인데,
손이 작은 아낙이 XL장갑을
사용한다고 해서 물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대답.
“벗기 편해서!”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녀가 나와 근무를 하는 날,
그녀에게 잔소리를 했습니다.
“우리둘의 손은 비슷한 크기인데,
나는 보통은 S를 사용하고,
장갑을 금방 벗은 상태라
손이 약간 젖은 상태라면
조금 더 큰 M을 사용해.”
실습생은 웬 장갑 크기로
이야기를 하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데 나는 잔소리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S사이즈가 일하면서
감촉을 가장 잘 느낄 수가 있어,
M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건 손이 젖었을 때이고,
M이 내 손보다는 조금 큰
크기라 사용해야할 때는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조금 불편한 크기인데...
너는 XL을 사용한다고?”
실습생은 장갑을 낀 손의
감각 따위는 신경 안쓰고
그저 장갑을 벗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XL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거죠.
이왕에 하는 일 손에 맞는
장갑을 껴야 일하는 동안
장갑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갈 일도 없고,
또 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장갑 하나에도
그 사람의 일하는 자세가
보인다고 생각하죠.
그 사람의 마음가짐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장갑의
크기에서도 보입니다.
더러운 것을 빨리 치운 후에
장갑을 후딱 벗어 버리겠다고
큰 사이즈를 선호하는건가요?
설거지하는 고무장갑도 아니고
피부를 만지는 작업을 하는데,
손에 안 맞는 장갑은 마음을 다해
일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거죠.
손에 맞는 장갑을 끼고
일을 해야 손끝에 제대로
감각이 전해지는 법이고,
내가 만지고자 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터치할 수 있지만,
내 손에 맞지 않는 커다란
장갑을 끼면 내가 원하는 부위를
세심하게 만지는 것도 힘이 들고,
장갑이 손끝에서 남아돌아
손끝에 피부의 상태가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죠.
아직은 실습생인 40대 후반의
아낙에게 그녀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습니다.
“나는 너와 같은 크기의 손인데
평소에는 S를 사용하고,
손이 젖었을 때만 M을 사용해.
L이나 XL크기의 장갑을
나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너가 말한 대로 XL이 네 손에 비해
한참 커서 벗기 편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갑이 너무
헐렁해서 일할 때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어.
S같이 손에 맞는 크기라면
손목까지 장갑이 제대로 잡아주니
내가 장갑을 벗기 전까지 장갑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갈 일이 없지만,
너무나 큰 XL을 사용하면
일하는 도중에 장갑이
벗겨질 수 있어.”
실습생은 떵의 질감 따위는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큰 장갑을 사용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일하는 그녀에게
몸을 맡기는 어르신을 그녀를
믿고 신뢰할 수 있을런지..
간병하러 내방에 들어온 직원이
자기 손에 딱 맞는 장갑을
착용하고 내 몸을 만지면,
장갑 낀 손이라고 해도
손에 착 감겨있어 내 살을
만져도 그리 불쾌할 거
같지는 않은데..
XL크기의 장갑을 껴서
손에서 남아도는 플라스틱의
주름들이 내 살을 스친다고
생각하면 나를 기분이
나쁠 거 같습니다.
가끔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내가 더러워?
왜 내 방에 들어오면서
장갑을 끼고 오는데?”
직원들이 방에 입장하면서
장갑을 끼는 이유는
그 분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혹시나 다른 방에서 균이
옮겨갈까봐 주의를 하는 거죠.
방을 나서면 장갑을 벗고,
손 소독을 바로 하고,
다시 다른 방에 들어갈 때
다시 장갑을 끼고..
다른 방에서 병균이 옮겨가는 걸
예방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혹시나 (다른 방에서 묻어나온 병균이)
나한테서 옮겨갈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을 하는 거죠.
아직 실습생이니 이제라도
근무자세를 바꿨으면 하는
마음에 한 잔소리인데,
지금은 그녀가 어떤 사이즈의
장갑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깟 장갑사이즈에 뭐 그리 민감하냐?
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내 손에 맞는 장갑을 착용해야
내가 만지는 살의 감촉이나
다른 세세한 부분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법이고,
이 또한 내 일에 대한
진심에서 나오거든요.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나
의견이 있으니 내 말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손에 딱 맞는 장갑을
8년째 사용하고 있는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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