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전화기보다는 계산기나
알람 시계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고,
친구도 없어서 내 전화기가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워낙 전화가 안 오다 보니
갑자기 전화기가 울리면
긴장까지 하게 되는데,
내 스마트폰에 요양원 사무실의
번호가 찍히면 더 긴장을 하죠.
사무실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나는 살짝 고민을 합니다.
“받을까 말까..”
요양원에서 나에게 전화를
해오는 이유는 딱 하나죠.
“너 근무 할래?”
대부분은 근무에 들어와야 할
직원 중 갑자기 못나오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땜빵 근무를 해줄 직원을 찾아서
사무실에서는 “땜빵 가능한 직원”에게
전화를 돌리는데, 내가 당첨이 되면
전화를 받는 거죠.
전화를 받는다고 무조건
근무를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할 일이 있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되는데,
근무가 하기 싫을 때는
할 일이 없음에도 “미리
잡아놓은 약속이 있어서..”라고
뻥을 치기도 하지만,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전화를 했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시간이 되면
근무를 가는 편이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즉석 땜빵근무”였는데,
요즘은 전화가 오면 무조건 “할께”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나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4개월간의
휴가를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4달중 2달은 무급휴가를
가라고 하니 됐는데,
나머지 2달은 내가 가지고 있는
휴가로 커버가 불가능합니다.
두 달이면 8주의 휴가가 필요한데,
내가 가진 건 5주뿐이니
나머지 3주(60시간 정도) 는
내가 근무를 더해서 시간을
벌어 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요새는 직원도 많다고 직원들이
해야하는 근무시간보다
훨씬 더 부족하게 근무 일정을 짜죠.
나 같은 경우는 6월에
84시간 근무해야 했는데,
근무는 달랑 60시간만 했습니다.
그동안 조금 쌓여있던
내 잉여 시간을 까버릴 목적으로
근무를 줄여버렸던 거죠.
나는 휴가를 가는 11월까지
적어도 60시간을 벌어 놔야
2달은 휴가, 2달은 무급 휴가로
정리가 될 텐데..
그냥 유급휴가를 3달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한달중 1주는 휴가를 가고,
나머지 3주는 유급휴가를 가고..
뭐 이런 방법은 계산이
조금 어려운 모양입니다.
유급휴가인지, 무급휴가인지
제대로 선이 그어져야 계산이
쉽다는 것이 남편의 대답이었죠.
병동의 책임자, C에게
“근무를 조금 더해서 추가로
시간을 조금 벌어 놨으면 좋겠다.”
했었는데 그것이 조금
어렵다고 귀띔을 해줬죠.
“너도 알다시피 요양원 어르신들
대비해서 직원이 많잖아.”
우리 요양원의 현재 상태는
“직원이 107%”라나 뭐라나??
어르신이 100분이라면 직원이
100명이라야 100%가 되는 것인데,
107%라는 이야기는 직원이
어르신들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죠.
사실 요양원 직원이 107% 라는 건
원장부터 청소하는 직원까지
모든 직원의 수를 더해 놓은 것이고,
원장이나 주방 직원 혹은 청소부가
어르신을 간병하지는 않는데,
회사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계산을 해놓고는 직원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를 하죠.
아무튼 나에게 근무를 더 줘서
내가 시간을 버는 건 힘든 상황!
무조건 3주 정도 시간을
더 벌어야 하는 내 상황을 아는
책임자 C가 자기 딴에는 묘책이라고
내놓은 방법은 “땜빵 근무가 생기면
너한테 젤 먼저 연락할께!”
그렇게 난 “땜빵근무 우선 순위자”에
등록이 되어있는 상태.
“땜빵근무 할래?”에는
무조건 OK을 외치고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죠.
“너 원래 낮 근무인데, 철야 근무 할래?”
이 전화에는
잠시 짱구를 굴렸습니다.
“낮 근무는 10시간이지만,
철야 근무는 12시간이니
2시간 벌 수 있네”
뭐 이런 생각으로 철야 근무도
하겠다고 했었고!
“너 월요일에 근무할래?”하는
전화에는 잠시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철야 근무가 잡혀 있으니
그 전날은 근무를 하면 안될 거 같은데..
땜빵 근무를 물어온 직원에게 질문하기!
“화요일에 철야 근무가 잡혀있는데,
월요일에 낮 근무가 가능한가?”
‘당연하지,
월요일 근무하고 화요일 낮에
쉰 다음에 저녁에 출근하면 되지’
나에게 전화를 해온 당사자도
나와 같이 월요일에 낮근무하고
화요일 철야근무를 함께
들어간다고 하니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나는 요즘 이런 마음으로
땜빵근무를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순에 다시 떠날 예정이니
부지런히 추가로 근무를 해서
시간을 벌어 놔야 2달 유급휴가,
2달 무급휴가를 갈수 있으니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스트리아 호수옆의 산에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죠.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양원내 성폭행, 직원들은 알고 있을까? (39) | 2023.09.28 |
---|---|
얄미운 요양원 어르신께 내가 말씀 드린 현실 (31) | 2023.09.16 |
요양원에는 도둑이 산다 (27) | 2023.09.05 |
내가 근무중 받은 칭찬 (26) | 2023.08.23 |
나의 첫 요양원 철야 근무 (16) | 2023.08.12 |
내가 처음 겪은 내 고객의 낙상. (16) | 2023.07.25 |
뜻밖의 곳에서 만난 직업학교 은사님 (14) | 2023.07.07 |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수준. (34) | 2023.06.25 |
임종을 지켜주는 나의 상사 (17) | 2023.06.16 |
직장동료에게 강매 당한 물건 (18) | 2023.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