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근무는 매번 다릅니다.
많은 일이 일어나서 다이나믹
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감사한 날도 있죠.
나 혼자 근무하는 지층.
다른 층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근무를 하니 무슨 일이 생기면
동료와 의논을 하거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층은 뭐든지 나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요양원 근무를 하면서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의 낙상을 목격했고,
낙상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낙상을 하신 어르신의 맥박을
재는 등의 일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같이 했었죠.
낙상도 여러 종류라
그냥 미끄러지듯이 가볍게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어딘가가
심하게 찢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심한 낙상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할배가 바닥에 엎어져 계셨는데,
내가 살면서 그렇게 많은 피는 처음 봤어.”
혼자서 철야근무를 하던
남자 간호사가 겪은 일이었죠.
피를 심하게 흘리셨던 할배는
발견 즉시 병원으로 이송을 했지만,
퇴원 후 와상환자가 되셔서
침대에만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최근에는 생각지도 못한
할매 한 분이 돌아가셨네요.
간만에 출근을 해서 항상
같은 자리에 앉으시는 할매들
가운데 안 보이는 K할매가 계셔서
여쭤보니 “돌아가셨다”고!
직원의 도움이 약간
필요하셨지만 혼자서 씻으시고,
식사하시고, 복도를 걸어
다니시던 건강한 치매 할매가
갑자기 가셨다니 듣는 내가
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중에
“오늘 내일”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매번 출근할 때마다 그분들이
“아직 살아 계실까?”하는
생각은 하지만, K할매처럼
생각지도 못한 분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죠.
이동은 자유롭지만 힘이 없으신
어르신들은 자주 낙상을 하시는데,
K할매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셨죠.
침대 옆에 쓰러져 계시거나
화장실 변기 옆에 고꾸라져
계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낙상으로 인해)
온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로 앉아 계셔서 K할매의
얼굴을 보는 내가 더 아프게
느껴진 적도 있죠.
K할매는 낙상은 자주 하셨는데,
어딘가가 터져서 피가 날
정도로 심하게 넘어지시는
경우는 없었는데,
병원에 실려 가셨다가
“뇌출혈”도 돌아가셨다니..
가벼운 낙상의 경우는
어르신들의 의견도 반영해서
매번 “구급차”를 부르지 않습니다.
병원에 실려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당신이 아파도
“안 아프다”하시며,
“병원은 죽어도 안 가!”로
결정을 내리시죠.
낙상을 하셔서 응급차를
불렀는데, “안 가”로 버티시는
어르신께 구급 요원이 10번씩이나
설명을 드리고, 확인까지
한 후에 어르신의 사인을 받고
그냥 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구급 요원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있을
어떤 경우에도 다 내 잘못임을
인정합니다.
-뭐 이런 종류였겠죠.)
낙상을 해서 어딘가가 터지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시지만,
가벼운 낙상은 육안으로
상처를 확인하고, 혈압을 확인하고,
낙상을 하신 어르신께
낙상 전후의 일과 어디가
아프신지를 묻는 정도죠.
K할매는 하루에도 두어 번씩
낙상을 하시니 직원들의
반응도 “또?” 였는데,
그분이 병원에 가셔서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니..
병동에 사시는 어르신의 뇌출혈은
직원들이 초기에 잡아냅니다.
방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한쪽 팔이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손에 힘이 없거나,
한쪽 입이 아래로 쳐지면
직원들은 바로 알아차리죠.
간호사에게 알리고,
응급차를 불러서 바로 병원 행~
요양원에 사시던 할매가
대부분 초기에 잡아내는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누군가 자세한 내용을 아는
직원에게 물어봐야지..
했었는데!
한 간호사한테 K할매의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됐습니다.
“낙상”을 해서 병원으로 이송을
했는데, 병원에서
“아무 이상없음”이라고 다시
요양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그렇게 요양원으로 오셨는데,
이틀 후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다시 병원으로 이송했고,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병원의 오진”이 만들어낸 K할매의
마지막 삶이었습니다.
11명의 어르신이 사시는 층을
혼자서 관리할 때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다른 층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고, 많이 다녀야 하죠.
http://jinny1970.tistory.com/3163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방에만 계시니 자주자주 각방을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점심 휴식시간을 마치고,
디저트인 케익과 커피를 방으로
배달하다가 발견한 낙상 어르신!
암이 이미 온몸에 전이된
분이시라, 우리는 이분들을
“ Palliative 팔리아티브”로
구분하고, ㅡ따로 처방되는 약은
마약성 진통제 종류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팔리아티브”는 그저 돌아가실때까지
요양원에서 사시는 분들이죠.
90대 초반의 K할배는 자식은 없고,
조카들이 자주 면회를 오죠.
이 어르신은 아래 포스팅의 “럭셔리 할배”이십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544
매일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요양원 앞의 공원으로
산책을 가시는데, 그날은 케익이
디저트로 나오는 날이라
할배께 말씀을 드렸었죠.
“오후 2시에 제가 케익 이랑
커피 가지고 올 테니
그거 드시고 나가세요.”
그래서 점심 휴식시간이
끝나자마자 디저트를 챙겨서
그분의 방문을 두드렸는데,
방문을 열고 내가 보게 된 것은
바닥에 엎드려 계신 럭셔리 K할배.
낙상이야 많이 봐왔지만,
바닥에 피가 고인 경우는 처음!
일단 알람을 켜고, 전화로
간호사를 호출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 피투성이
할배가 내 어깨를 잡아
내 유니폼은 피로 물들었지만,
내 옷에 피가 묻거나 말거나
일단 할배가 앉으실 수 있게 잡아들이기.
남자 간호사 2명이 오고,
다른 층의 요양보호사도 와서
K할배를 일단 일으켜 앉혀드리고,
피가 난 이마는 지혈을 하고 일단
붕대로 감는 응급처치 후 119 호출.
응급차를 부르고,
병원에 필요한 서류
(의료보험증)들을 챙긴 후에
K할배는 병원으로 보내 드려야 하니
내가 하던 업무(커피 나르기)를
중단하고 K할배 챙겨 드리기.
담당층 직원이었던 저는
간호사에게도, 응급차를 타고
온 응급 요원에게도 내가 봤던
현장을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발견 했을 때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3번 정도 불러서야 할배가
의식을 찾으셨는데,
할배는 언제, 어떻게 낙상을 하시게
된 것인지 모르시는 상태이고,
얼마나 의식불명 상태이셨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자리를 비운 건 1시간이지만,
할배가 그전에 이미 바닥에
누워 계셨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면 더 자세하게
검사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진술을 했었죠.
그렇게 실려 가셨던 할배는
며칠 후에 다시 요양원에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이마는 5cm정도 찢어진
상태라 봉합을 했고,
CT까지 다 찍어봤지만
다른 곳은 이상이 없어서
퇴원 조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요양원내에서 낙상하시는
분들이 없기를 희망하지만,
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거동이 힘드신 분들이 하실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움직이시다가 일어나는
일들이니 희망한다고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낙상을 발견하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직원으로서의 내가 해야하는
의무이고 도리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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