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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만족스럽고 감사했던 지층 근무

by 프라우지니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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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고 해도

연차에 따라 받는 월급의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하는 일이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나와 같은 일을 하지만

20년 정도 근무한 내 동료는 나보다

500유로 정도 월급을 더 받죠.

 

그렇다고 내 동료가 나보다

일을 더 하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정직원 3년차이니 짧은 경력에

많지 않은 경험. 그래서 월급을

적게 준다는 건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도 받

는 월급만큼 적은 건 아닙니다.

 

내 근무가 정해지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부지런히 다니죠.

 

1층이나 2층 근무에 들어가면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 있으니

경험 부족한 초보라고 괜찮습니다.

 

아리송한 건 물어볼 선배 직원도 있고,

또 간호사도 있으니 겁나지 않죠.

 

하. 지. 만!

나 혼자만 근무하는 지층에

떨어지면 솔직히 불안합니다.

 

 

여기서 잠깐 알고 가는 우리와 다른 유럽의 층수!

유럽의 지층=한국의 1층.

유럽의 1층 =한국의 2층

유럽의 2층 =한국의 3층

...

유럽의 4층 =한국의 F층

 

숫자 4를 죽음과 연관하는
우리와는 달리 유럽은 그런 개념이 없죠.

그래서 4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합니다.

 

번호가 444번인 노선버스를 본적도 있습니다.

 

내가 봐도 모르겠는 건 1층에 근무하는

간호사한테 전화를 해서 와달라고 부탁을 하죠.

 

내가 볼 때는 심각한 증상 같은데,

“이거 별거 아니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봐서 아리송한 경우는

일단 간호사에게 보입니다.

 

이번 달에 나에게 걸린 지층 근무는 3번.

 

종일 근무(10시간) 8번에

반나절 근무 한 번 (총 86시간)인데

지층 근무가 3번.

 

왜 풀타임(160시간=16일)으로

일하는 직원과 그 절반 일하는 직원의

지층근무 횟수가 같은 것인지..

 

근무가 걸리니 하기는 하는데,

참 불만은 많은 지층 근무.

 

 

 

그래도 근무가 정해지면 해야 하지만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곳이죠.^^;

 

지층 근무에 관한것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00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지층 근무

유럽은 한국과 층을 세는 방법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2층이라 부르는 층을 여기서는 1층이라고 하죠. 그럼 한국의 1층을 여기서는 뭐라고 부르냐구요? Erdgeschoss “지층”이라고 부릅니다. 건물

jinny1970.tistory.com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

이건 그냥 즐겨야 하는 거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제 생활모토입니다.

 

간만에 주어진 지층 근무를 하러

씩씩하게 출근 한 그날!

 

출근하면서 내가 근무하는 층의

근무자를 확인하고 급 “기분 좋음”

 

1층은 12명의 어르신이 계십니다.

 

지난번 근무 때는 달랑 9분만 계셔서

근무가 조금 수월했었는데..

 

짧은 기간에 3명의 어르신이

새로 입주를 하셨습니다.

 

두 분은 2주일 정도

짧은 요양으로 오신 분들이고,

한 분은 앞으로 하늘나라

가실 때까지 계실 분이죠.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12분의

간병(씻겨드리는..)을 끝내야 합니다.

 

이 날은 2분이 목욕까지 해야 하는 날이죠.

 

치매 어르신을 욕조에

담가놓고 혼자두면 안됩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직원이

한 눈을 파는 순간에 사고가 일어나죠.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면서

간병을 해야 하고, 목욕도 시켜드려야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지만 근무는 해야 하는 날!

 

선배 직원들이 지층에 근무를 하는 날은

실습생을 붙여서 일손을 조금 덜어주기도 하지만,

나는 실습생을 맡을 “멘토”도 안 되는 처지라

나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

 

우리 병동의 책임자가 이날

나 위해 직원 하나를 더 투입했네요.

 

바쁜 오전시간에 나와 더불어

지층에 근무할 직원이 있는 거죠.

 

나는 저녁때까지 지층을 책임져야하니

오전 근무만 하는 그녀를 목욕탕으로 투입.

 

나머지 분들을 찾아서

방마다 누비고 다녔습니다.

 

 

 

발에 크림만 발라드리면

되는 분도 계시고!

 

온몸에 유분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드려야 하는 분도 계시지만!

 

최소한 이런 분들은 스스로

씻으시는 분들이라 나름 수월합니다.

 

혼자서 씻지 못하시는 분들은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옷을 다 벗기고,

씻겨드리면서 온몸에 혹시 생겼을지도

모르는 상처나 염증 같은 걸 확인하는 작업은

최소한 10~20분 소요되죠.

 

거기에 치매 어르신들은

대소변을 못 가리십니다.

 

아니, 치매가 아닌데도 대소변을

안 가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기 혼자 갈 수 있는데도, 직원의

손길이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시죠^^;

 

혹시 아랫동네에 냄새나는 상황이

벌어진 상태라면 시간은 더 필요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거의 매일 큰일을 봅니다.^^;

 

어르신 12명에 오전근무 2명이라

꽤 시간이 남아 돌 거라고

생각하는 동료직원도 있었지만,

 

나나 지층에 근무가 배치된 직원이나

나름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둘 다 바쁘게 돌아다녔죠.

 

 

 

간병 일이라는 것이 씻는 건 건너뛰고

그냥 속옷이나 기저귀만 얼른 갈아주고

나와 버리면 12명이라고 해도 1시간도

안 걸리는 작업이 될 수도 있지만,

 

일일이 옷을 다 벗은걸 확인하고 씻겨드리고

하다보면 몇 시간도 부족한 작업입니다.

 

나 혼자 하는 근무였다면,

바쁜 오전시간에 속옷이나

기저귀만 갈아 드렸어야 했습니다.

 

2명 목욕 시켜 드리고, 나머지 10분도

오전에 간병을 끝내려면 그래야 하거든요.

 

할배들은 수염을 안 깎으면

덥수룩해지고 지저분해 보이니..

 

시간이 조금 나는 오후로 미뤄놨다가

면도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날라리 직원들이었다면 둘이서 노닥거리면서

수다 떠는데 시간을 다 소비하고,

간병에는 최소한 필요한 정도의

일(속옷이나 기저귀)만 했을 텐데..

 

나와 또 다른 근무자는

아주 바쁘게 오전을 보냈습니다.

 

점심때가 다가올 무렵에야

서로 잠깐 얼굴을 봤죠.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 했고,

그녀는 나에게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둘이 같이 근무를 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을 다니느라 마주하지 못한 시간들.

 

우리는 둘 다 나름 만족스럽고

뿌듯한 시간을 보낸 거죠.

 

 

 

나 혼자 근무를 했었다면 시간에 쫓겨

건너뛰어야 하는 일들도 많았을 텐데..

 

둘이어서 모든 어르신들에게

골고루 시간을 분배하고 필요하신 것들을

다 해드린 시간들!

 

나와 근무한 직원이 땡땡이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해준 것이 고맙고!

 

나를 배려해서 또 다른 오전

근무자를 배치해준 병동 책임자도 고맙고!

 

내가 간병해야 할 12분의 어르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다 받으신 거 같아서

만족스러웠던 날!

 

가끔 이렇게 “보람찬 하루”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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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보시게 될 영상은 지난 1월2일에 다흐슈타인으로 갔던 1박 2일 짧은 여행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없는 겨울이었는데, 이곳에서 눈을 실컷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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