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함께 근무하던 동료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료가 병가를 내서
3명이 할 일을 2명이 한다면
따로 수당을 더 줘야한다고 생각해.
3명이 해야할 일을 2명이 하면
근무하는 2명은 그만큼 더 힘든
근무를 해야 하는데 받는
금액이 똑같은 건 아닌 거 같아.”
내 말에 동료 간호사도 맞장구를 쳤었죠.
“맞아, 하다못해 자동차도
정해진 중량보다 더 많이 싣게 되면
기름값이 더 드는데, 3명이 할 일을
2명이 하게 되면 그만큼 가중이 되지.”
우리 회사는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고,
직원 중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니 병가 통보를 받으면
빨리 대체 근무할 직원을
배치할 시간이 되지만,
바로 전날 병가 통보를 했다면
시간이 없어서 근무할 직원을
구하는 것이 힘이 들죠.
이런 경우는 내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3명의 해야할 일을
2명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가를 내려면 가능한
며칠 전에 내는 것이
동료들을 위해서 좋죠.
그렇게 근무 전날 병가를 내는 건
극도로 피하는 나였는데.
이번에는 어쩔수 없이
근무 전날 병가를 내야했습니다.
며칠 전 슈퍼마켓에 갔다가
김치냉장고 같이 생긴 대형 음료냉장고에서
내가 원하는 음료 맛을 고르겠다고
상체를 깊숙이 숙였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갈비뼈 부근의 통증.
음료 하나 맛보겠다고 또 다시
갈비뼈 통증을 느끼면 안되니
그냥 젤 위에 있는 같은 맛
음료를 2개 골라서 귀가.
그날 저녁 잠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낮에 음료 냉장고에 기댔던
내 갈비뼈부근의 통증이
훅하고 들어왔습니다.
너무 아파서 악~하는
비명이 나왔었죠.
다음날은 갈비뼈 부근의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낮에 집안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약하게 통증이 느껴졌지만,
전날 침대에 누울 때 나왔던
그런 강도는 아니었죠.
드디어 셋째 날,
다음날은 내가 근무를 들어가야 하는데,
전날에는 별로 느껴지지 않던
통증이 심해집니다.
“혹시 내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이 아닐까?
갈비뼈가 부러지면 그것이 내장 기관을
찔러서 피가 날수도 있다고 하던데..”
생각이 여기까지 가니 미친듯이
가정의를 검색했죠.
내가 가는 가정의는 두 군데인데,
한 군데는 시스템이 바꾼 상태라
예약을 해야해서 예약없이
방문할 수 있는 가정의로 직행.
마침 그날은 오후 진료가 있는 날이라,
진료를 시작하는 4시에 도착하니
가정의 앞에 이미 줄 서있는
사람은 열댓 명.
한참을 기다려서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가정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뼈에 금이 갔는지
엑스레이나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갈비뼈 통증을 안고 10시간
근무하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에
“병가”를 내는 걸로!
가정의는 내가 원하는 병가 이틀에
내가 아프다는 갈비뼈 부근을
촉진하더니만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의 처방전을 줍니다.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도 하는게 좋겠어요.”
가정의를 나오자마자 회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나 내일 이랑 모래, 근무 못 할거 같아.”
내딴에는 대체근무자를 구할 수 있게
병가를 받자마자 바로 회사에
전화를 했던 거죠.
나 때문에 누군가 일을 더할
상황을 만들지 않게 말이죠.
다음날 아침에는 가정의가 써준
이송표를 들고 방사선과에 갔습니다.
원래 초음파 같은 경우는 미리
예약을 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하지만,
일단 예약없이 방사선과가
문을 여는 오전 7시 45분에 가보기.
예약도 안 한 환자가 와서
이송표를 들이미니
직원은 내가 예상한 말을 합니다.
“초음파는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내 갈비뼈의
안녕을 확인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고, 내 갈비뼈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니 진료를
앞당길 수 있게 내가 준비한 한마디는!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고,
기침을 하면 아파요.”
내 말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것인지
직원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합니다.
“아침 식사 하셨어요?”
이럼 기회가 있는 건가요?
초음파는 공복에 하는 것이겠죠?
“아니요, 물만 마셨어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접수처 직원은
“잠시만” 한마디를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초음파가 가능한지..”을
알아보러 간건 대충 짐작으로
알 수 있었죠.
그리곤 난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한번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나는 병가신청서를
들고 요양원에 갔습니다.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병가신청서는 전날 했지만,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병가 신청서는
방사선과에 간 김에 들고 갔죠.
예정대로라면 내가 근무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에 나는
병가신청서를 들고 병동에 입장!
나의 병가 때문에 동료들이
뺑이를 치고 있는걸 알고 있어,
미안한 마음을 잔뜩 품고 갔는데,
나를 본 동료들이 다 내 걱정을 해줍니다.
병동의 책임자에게
병가신청서를 내러 왔다고 하니
사무실로 가라고 하면서
내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해줍니다.
“몸조리 잘하고!”
병동에 근무하고 있던 다른
동료들도 나에게 한마디씩 해줬죠.
“많이 아파?
웃지도 말고, 기침도 하지마!”
갈비뼈쪽에 통증이 있으면
웃는 것도,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것도
통증을 유발하니 조심하라는
당부였죠.
누구도 갑작스런 나의 병가 때문에
직원이 하나 빠져서 뺑이 치고 있다고
나를 노려보지 않았습니다.
병가신청서를 들고 사무실에 입성하니
이미 전날 건강보험에서
내 병가신청서를 보내줘서 받았다는
직원은 오히려 나의 짧은
병가를 걱정해줍니다.
“왜 병가를 이틀냈어?
그 다음날은 어떡하려고?”
근무가 연달아 3일 잡혀있는 직원이
이틀만 병가를 낸 것이
걱정스러웠던 것인지..
“어! 그날은 다른 직원이랑
근무를 바꿔서 다음주에 근무가 있어.”
“그래도 병가 이틀이면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다음주 화요일에 엑스레이 결과가
나오니 그때 다시 보고 병가를
더 길게 내던지 해야지.”
이런 대화를 끝으로
사무실을 나온 후에 요양원
건물을 벗어났습니다.
병가신청서를 들고 가서
다양한 직원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낀 건 나는 “병가를 낸 민폐 직원”이
아니라, “아프니까 쉬어야 하는 직원”
내가 병가를 내도 회사에서는
내 월급을 지급해야하니
나의 병가는 회사에도 손해가 있고,
동료직원들도 일을 더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는데,
내 동료들은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모습들뿐이었습니다.
이곳이 오스트리아여서
내 직장의 동료들은
이런 반응들이 나온 걸까요?
한국의 회사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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