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등에 떨어진 불

 

 

나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하루를 사는 중년아낙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내가 너무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죄책감까지 들 정도로 그렇게

하는 일 없는 나날을 연속이었죠.

 

사실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를 보낸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런 보람차고

건설적인 하루는 아니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도대체 뭘 했는데 빈둥거리는

나날이라고 생각했냐구요?

 

 

 

동네 슈퍼에 가서 장 보고,

밥 해 먹고, 설거지 하고,

가끔 청소나 빨래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넥플릭스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의 드라마를 짧게 줄여놓은

“2시간에 드라마 완주”

뭐 이런 것을 보다 보면

나의 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가죠.

 

특히나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겠다고 계획해 놓은 것들은

다 뒤로 미뤄지기 일쑤이고

이런 날은 의지박약인

내가 참 싫어지죠.

 

내가 생각하는 건설적이고

보람찬 하루는 이런 것입니다.

 

매일 글쓰기도 한 시간,

영상 편집도 한시간에

독일어 공부도 한 두어 시간을 하면

그나마 나름 보람찰 거 같은데

이것을 못하는 날이 많죠. ㅠ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혹은 모래로

미뤄도 상관없는 나날을 살아온

내게 요새는 해치워야 숙제들이

내 어깨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

“6개월 휴가”를 물어봐야 하고,

오스트리아 국적취득에 관한

서류들과 시험도 준비해야하죠.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내 어깨에 쌓이는 기분이라

어깨는 무거워지고..

 

빈둥거리며 살아온

어제까지의 삶과는 안녕~

 

 

근처 시청에서 국적문의를 하려면 218호로.

 

오스트리아 국적을 바꾸는 건

쉬운 듯 하면서 어렵습니다.

 

남편은 모든걸 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하라는데, 이왕이면

종이 신청서로 받아서 작성하려고

가까운 시청에 가 봤더니만

국적신청서는 작은 도시의

시청이 아니라 린츠 시내에 있는

연방정부로 가라나요?

 

그래서 평소에는 잘 나가지 않는

린츠 시내까지 나갔습니다.

 

 

남편이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국적 신청을 할 때 필요한 서류는

제법 단출합니다.

 

-신청자의 이력서

 

-오스트리아 국적 배우자의 국적증명서

 

-신청자의 여권과

오스트리아 거주에 합당한 비자

 

-오스트리아내에서 머물렀던

모든 거주지에 (거주)증명서.

 

-여권사진

 

-범죄경력증명서

(14세 이후 6개월이상 거주한 나라들과 본국)

 

-지난 3년간의 소득증명서와

이번 년도 월급명세서.

 

-건강보험과 사회보장보험 증명서

 

-해외에서 취득한 대학 학위증명서

(오스트리아에서 학위 인정을 받은)

 

-독일어 실력 증명서

 

남편은 마눌의 오스트리아

국적 신청에 필요한 대충의 서류는

준비했다고 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국적신청서를 받으러 가서

상담을 받아보니 서류가 훨씬

더 복잡합니다.

 

 

연방정부에서 표시해준 필요서류.

 

국적신청서만 받을 예정이라

아무런 예약도 잡지 않고 갔는데,

직원은 조목조목 신청서에 적혀있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국제결혼을 한 아낙이 필요한 서류는

25개의 서류 중 13개인데,

남편이 인터넷에서 확인했던

준비서류와 조금 다르네요.

 

1. 신청자의 출생 신고서

2. 결혼증명서

6. 오스트리아 국적 배우자의 국적증명서

9.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

10. 현재 유효한 비자

12. 여권사진

13. 이력서 –빈 공간에 왜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고 싶은지 사유를 적을 것.

14. (한국의) 범죄경력 증명서

(발급 1년 이하일 것)

15. 독일어 실력 증명 (B1레벨테스트)

 

나는 오스트리아 국내의

2년제 직업학교를 졸업했으니

학교의 매 학기 성적표와

졸업장을 첨부하면

내 독일어 실력이 증명이 되나

문의하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의

근무증명서도 첨부하라나?

 

17. 살고있는 집의 지난 3년간의 증명서

 

 

 

시아버지댁에서 살고있다고 하니

시아버지 소유의 토지증명서도

첨부하고, 시아버지댁에서 살고있다는

증명서에 시아버지가 서명할 것.

 

18. 신용보호협회 증명서?

(이건 무엇인공?)

 

20. 지난 3년간의 수입증명서와

이번 년도 월급명세서 (배우자와 본인 것)

 

22. 건강보험(사회보장보험 포함) 증명서

(배우자와 본인 것)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려면

어느정도 수준의 수입이 있어야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배우자와

본인의 3년 수입증명서까지

제출 해야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수입이 안되서 오스트리아에

오래 살아도 국적취득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는건 이미

알고있었지만 말이죠.

 

https://jinny1970.tistory.com/570

오스트리아에 오래 살아도 국적취득 못하는 이유

 

 

신청에 필요한 독일어 B1시험은

지난 2008년도에 이미 한번 본적이 있는데,

이건 너무 오래된거라 새로 시험을

봐야한다니 시험을 안 볼 생각에

‘시험 말고 직업학교 증명서’을

이야기 하니 일단 다 챙겨오라는

직원의 말.

 

간만에 학교에서 발급받았던

성적표에 졸업장까지 다 꺼내놓고

보니 앞으로 할 일이 까마득해보입니다.

 

이 증명서로 독일어 시험을

넘어갈 수 있으면 다행이고,

시험을 다시 봐야한다면

보면 되는 것이고..

 

어깨에 짊어진 짐들은 숙제 하듯이

하나 둘 내려놓을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가

해야할 일이 생기니

은근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이것도 긍정적인 스트레스이니

기분 좋게 해결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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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가 뉴질랜드에서 뭘 하고 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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