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시아버지나
시어머니와 마주쳤는데,
“며느리를 쌩 까신다?”
그건 며느리에게 뭔가로 단단히
삐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외출을 나가다가 혹은 들어오다가
마당에서 시아버지를 마주치면
기본 30분이상 말씀을 하시는데,
둘이 하는 대화라기보다는
시아버지의 일방적인 말씀, 말씀들.
마당에서 시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살짝 겁날 때도 있는 며느리는
마당에서 만나도 아는 체 안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때도 있죠. ^^
“며느리를 보고도 시부모님이
아는 체를 안하신다?”
한국에 사는 며느리라면
이런 상황에 몸과 마음이
함께 불편해지겠지만,
외국인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한국인 며느리는 전혀 불편하지 않죠.
“또 뭔가 마음에 안 드신
일이 있으신 모양이군!”
뭐 이렇게 정의를 합니다.
당신들이 아는 체를 안하시면
며느리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단, 며느리도 맞짱뜨듯이 안면을 깔 수는
없으니 지나치면서 한마디 하죠.
“Hallo Mama 할로우 마마”
혹은 “Hallo Papa할로우 파파”
읽으신 그대로 “안녕, 엄마”
혹은 “안녕 아빠”죠.
간만에 마당에서 시어머니를 만났는데,
며느리를 보고도 시어머니가
아는 체를 안하십니다.
며느리에게 삐치셨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그것이 뭔지 몰랐죠.
그러다가 생각난 얼마전의 일.
https://jinny1970.tistory.com/3822
그날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며느리인데..
혼자서 장보고, 고기 양념하면서
바쁘게 점심 준비 다 해놓고,
시어머니가 하시지 않은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다가
남편에게 날벼락을 맞았던거였는데..
왜 시어머니는 그날 일이
불편해지신것인지 한동안
생각을 해봤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며느리는 이런 말을 했었죠.
“엄마, 나 당신 아들이랑 못살겠어요.”
못살겠다고 해놓고 아무일 없이
잘살고 있어서 불편해지셨나?
“어머니, 그때는 제가 열 받아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어요.”
이걸 기대하셨는데,
며느리가 잘못했다는 소리를
안하니 열 받으셨나?
“당신 아들이랑 못살겠다”는건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매번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남편이랑 맞짱을 뜨죠.
열 받아서 집을 탈출했던
그날도 쇼핑몰을 배회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해서 심사숙고 했었습니다.
집을 얻어서 나갈 생각까지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남편이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들어오니
마음이 태평양 같은 마눌이
이번만 용서 해주는 걸로!
뭐 그렇게 그날의 일은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며느리가 볼 때는 시어머니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는데,
시어머니가 볼 때는
며느리가 문제였으니
며느리의 사과를 기대하셨던 걸까요?
제 삼자의 눈으로 그때의 상황을
다시 한번 나열해 보자면..
며느리는 아침부터 슈퍼에 가서
냉동 감자튀깁도 사왔고,
그릴에 구울 고기도 양념해서
남편이 굽기만 하면 되게 완벽하게
준비를 했었습니다.
샐러드는 시어머니가 준비하겠다고
하셨으니 그건 며느리가 할 일에서
제외를 해 놨었죠.
오븐에 구워진 감자 구이를
시부모님 댁 주방에 놓고 우리가
먹을 샐러드를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아직 드레싱이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이고,
시어머니는 욕실에서 방금 목욕을
끝내셨는지 욕실에서 더운 김과 함께
목욕가운을 입고 나오신 상태라
“후딱”하시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얼른 주방에 가서
샐러드에 오일, 식초, 소금, 후추와
약간의 허브를 넣어서
버무리고 있었는데,
남편이 짜증을 내면서 마눌을
찾는 사태가 연출이 된 거였죠.
시어머니쪽에서 보면 “그깟 점심
조금 천천히 먹으면 어때서
그 난리를 떠냐?”고
하실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남편 쪽에서 보자면
“그깟 샐러드 없이도
먹을 수 있는데, 왜 샐러드를
만든다고 사라져서 찾게 만드냐?”며
짜증을 냈던건데..
며느리는 억울 하기만 했던 거죠.
“나는 아침부터 점심 준비 한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막판에
샐러드 버무린거밖에 없는데,
왜 나에게 짜증을 내냐고!!”
시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빼 박아서 시시때때로 욱하는
당신 아들의 성격을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시시때때로 “아들을 바꿔달라”는
며느리의 불만 요청을 한두 번
접수하신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노여우셨 걸까요?
시어머니의 안면 까기에
며느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눌이 시어머니와 며칠째 대화를
안하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남편이 옆구리를 찌르면서
“엄마한테 가봐라”했지만,
댓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뭐 굳이 따져보자면
“당신 아들이랑 못살겠다”외에,
나가면서 집을 나가면서 현관문을
쾅 소리나게 닫기는 했네요.)
시간이 지나면 시어머니는 알아서
당신이 풀어지실 테니 일부러
말을 걸지는 않을 예정이고
남편에게는 경고성 발언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
그날 남편이 마눌에게
짜증만 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바비큐를 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을 텐데..
남편의 말 한마디가 만들어낸 사고는
그후로 한동안 우리 집 사람들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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